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8. 10. 8.부터 2019. 12. 28.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부산 서구 C 및 기장군 D 소재 빌라 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배관공사를 하였는데, 피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임금 4,330,000원 중 3,000,000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1,330,000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1,33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이때에도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실질적인 근로관계에 있지 않다면 근로기준법 기타 다른 법률 등에 의하여 사용자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여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및 퇴직금지급의무까지 진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다7973 판결 등 참조). 민사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대법원 1989. 2. 14. 선고 88다카394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갑 제1, 3, 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2019. 4. 8.부터 2020. 3. 16.까지 피고의 딸 E 명의의 예금계좌를 통하여 원고 명의의 부산은행 계좌에 8회에 걸쳐 총 7,960,000원을 지급한 사실, 위 E은 2019. 11. 13.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한 F의 부산은행 계좌에 260,000원을 송금한 직후 F에게 “어머니가 말씀하신 금액이랑 달라서... 일단 송금해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 원고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피고를 이 사건 공사현장의 체불사업주로 진정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갑 제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에 의하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 피고가 근로계약상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E 명의로 입금된 내역 중 2020. 3. 16. 180,000원과 380,000원은 G이 시킨 일을 하고 받은 것이라 피고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G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한 경우에도 E 명의의 계좌를 통해 입금을 받은 점에 비추어 나머지 E 명의의 입금 내역만으로 피고에게 고용되어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고는 2021. 3. 18. 피고를 이 사건 공사현장의 임금 체불사업주로 진정하였으나 원고와 피고에 대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를 마친 후인 2021. 5. 24. 피고에 대하여 민사로 진행하겠다는 이유로 진정을 취하하였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일한 F이 E에게 공사내역을 말하면서 입금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E으로부터 그 금액을 입금받기는 하였지만, 그 외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었거나 원고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업무내용의 지정이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피고는 이 사건 빌라 공사를 하면서 원고를 고용한 사람은 G인데, G으로부터 인건비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E 명의의 계좌를 통해 인건비를 이체해 준 것일 뿐, 원고를 고용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하였던 H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근로기준법위반죄로 기소된 제1심 재판(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0고정379)에서 G은 ‘원래 자신이 위 빌라를 인수하려고 하였는데 돈이 부족하여 피고와 동업을 하게 된 것이고, 위 공사 당시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은 피고가 지급하기로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위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지급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G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피고는 2022. 9. 20. 위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의 항소심(부산지방법원 2022노
115)에서 H의 사용자인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2022. 9. 28. 그대로 확정되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성호(재판장) 최지영 이재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