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이 인건비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에게 적어도 사기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
직권판단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당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셋째 문단의 “채무가 약 8억 원에 달하여” 부분을 “채무가 약 2억 원에 달하여”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아래 ‘다시 쓰는 판결 이유’의 범죄사실 기재와 같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을 당시에 인건비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기망행위나 사기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은 피해자에게 G 공사현장 인건비로 2019. 5. 10. 약 310만 원을, H 공사현장 인건비로 2019. 4. 3. 약 112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 또한 공소사실에도 적시된 바와 같이 피해자는 C로부터 이 사건 이전에 발생하였던 인건비 채무 약 6,000만 원 중 1,25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급받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채무가 일부 변제된 사실은 피고인이 채무변제를 위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한 원인으로 ‘G 공사현장에서 원청업체로부터 추가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것’ 등을 든다.
피해자는 2019. 3. 22.경부터 2019. 5. 17.경까지 G 공사현장에 인력을 공급하였는데, C은 G 공사현장에서 원청업체와 2019. 2. 28. 공기를 연장하는 변경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추가공사를 진행하였다. 원청업체 측도 C이 당시 ‘파일 철근 보강 공사’, ‘발코니 연장 공사’의 추가공사를 하였던 사실, 사전에 추가공사대금을 정하지 않고 진행하면서 정산하기로 하였던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원청업체와 C 사이에 추가공사대금의 구체적인 액수에 관하여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어 상호 분쟁 중이다. 이처럼 실제로 지급받을 추가공사대금 금액이 아직 확정되지 아니한 사정은 있으나, C이 청구하는 추가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피고인이 인력을 공급받을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사정변경이라고 볼 수 있다.
C은 G 공사현장, H 공사현장에서 당초 계약된 공사대금은 모두 지급받았다. 또한 이 사건 전후로 9개의 공사를 진행하였다. C이 위 각 공사현장에서 받은 기성금을 다른 곳에 사용한 사실은 있으나, 다른 공사현장 또는 회사 운영에 사용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및 이후로도 일정한 규모의 건설사업을 운영해온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스스로 수사기관에 합계 7억 8,432만 원의 차용금 내역을 제출하였는데, 채권자 중 I, J, K, L는 가족 관계이고 M, N은 회사의 대표이사 또는 주주로 이들이 출자금 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는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에게 약 8억 원의 채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자는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016. 12.경부터 2017. 5.경까지 C에 대한 인건비를 받지 못하여 여러 방법으로 추심을 하고도 2019. 2.경 여전히 일부를 받지 못한 상태였고, C이 F 공사현장과 관련하여 원청업체와 소송 중인 사실도 알고 있는 등 어느 정도 C의 재정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피고인이 각 공사현장에서 받는 기성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사실 이외에 피해자에게 다른 허위사실을 고지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당심의 판단
인정사실
피고인은 C을 실제로 운영하는 자이고, 피해자 E은 아들 O과 함께 ‘D’을 운영하는 자이다.
D은 2016. 12.경부터 2017. 5.경까지 C이 원청(AI)으로부터 하수급 받은 창원시에 있는 F 공사(이하 ‘창원 공사’라 한다) 현장에 인력을 공급하였다.
C은 위 인력 공급에 따른 인건비 중 60,066,000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D 측은 C을 상대로 위 노임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여 2018. 5. 4. “피고(C)는 원고(AJ)에게 60,066,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10. 1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C은 2018. 8. 20. D에 미지급 인건비 6,700만 원을 분할하여 변제하기로 하는 내용의 공증을 하였고, 2019. 2.경 당시 여전히 지급되지 않은 인건비는 1,250만 원에 이르렀다.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C의 실질적인 운영자인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로부터 인력을 공급받더라도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할 능력과 의사가 없었음에도 마치 지급할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았음에도 인건비 약 3,559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에게는 적어도 미필적인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은 2019. 2. 중순경 피해자에게 ‘부산 기장군 G 신축(이하 ’G 공사‘라 한다) 현장과 부산 서구 H공사(이하 ’H 공사‘라 한다) 현장에 다시 인력을 공급해주면 월말에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기성금으로 미지급한 인건비를 포함하여 월별 기성에 따라 인건비를 틀림없이 지급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운영하는 D은 2019. 3. 1.경부터 2019. 5. 22.경까지 인력을 제공하였으나, C은 원청으로부터 수령한 기성금 중 약 420만 원 정도를 D에 지급하였을 뿐이고, 나머지 약 3,559만 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일관하여 피해자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게 된 원인으로서, G 공사 현장에서 추가 공사가 이루어진 부분에 대하여 원청인 AB 측과 공사대금에 대한 다툼이 있어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점, H 공사현장에서 대금 5,000만 원을 가불받은 Q이 공사를 마무리 짓지 않는 등으로 약 1억 원 상당의 적자가 발생한 점을 들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용역제공을 요청한 2019. 2. 중순경 이후인 2019. 3. 29. AB로부터 3억 3,000만 원을, 2019. 5. 7. 같은 회사로부터 1억 4,000만 원을 각각 기성금으로 송금받았으므로, 피고인에게 변제 의사만 있었다면 추가공사대금의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히 피해자에게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C은 위 용역제공 요청 후인 2019. 2. 28.경에야 AB과 공사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하도급변경계약을 체결하였을 뿐 추가공사의 내용 등에 대하여 서면으로 합의한 바가 없고 추가공사대금의 액수에 대하여도 전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위 용역제공 요청 당시에는 추가공사대금의 발생 및 지급 여부가 매우 불투명한 상태였다.
한편 Q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미리 지급받은 5,000만 원은 실질적으로 기성금에 해당하는데 그 금액 이상에 해당하는 공사를 진행하였으며 피고인 측이 추가로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의 위 주장과 상반될 뿐 아니라,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Q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AB로부터 합계 4억 7,000만 원의 기성금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그 적자가 피해자에 대한 용역비 미지급의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피고인은 H 공사의 원청인 AK로부터는 위 용역제공 요청시인 2019. 2. 중순경 전에 대부분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았고, 2019. 3. 26.경 추가로 2,500만 원의 공사대금을 지급받았으나 위 금액을 다른 공사현장의 경비로 대부분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G 및 H 공사 외에도 약 8건 정도의 공사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위 공사들 중 일부는 정상적으로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른바 ‘돌려막기’ 형태로 G 및 H 공사대금 일부를 다른 공사 현장의 비용 등으로 전용한 뒤 다른 공사현장의 기성금으로 충당하려 했던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 사건 당시 C의 채무액은 약 2억 원 상당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고, C은 D에 대한 인건비 외에도 지급하지 못한 다른 공사대금이 다수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P의 원심 법정진술 등에 의하면, G 공사 과정에서 C이 체불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원청인 AB이 직접 지불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으로 처벌받거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C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로부터 인력을 공급받더라도 그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인건비를 지급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다면, 피고인으로서는 원청인 AB 및 AK로부터 지급받은 기성금으로 위 인건비를 충분히 변제할 수 있었을 것이나, 앞서 살펴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그러한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C은 D에 앞서 본 바와 같이 합계 약 420만 원 정도의 인건비를 지급한 바 있으나 이는 전체 인건비의 약 10% 정도에 불과하여 이것만으로 피고인에게 나머지 인건비에 대한 변제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이 피해자도 C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민사소송 및 공증 절차까지 거쳤음에도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인건비가 있어 이를 지급받기 위해 부득이 피고인에게 추가로 노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즉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고인의 좋지 못한 재정 상황을 용인하고서 노무를 제공하였다기보다는 피고인이 월별 기성금으로 기존의 미지급분까지 포함하여 확실히 인건비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론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검사의 항소도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