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2. 10. 6. 선고 2022노1493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한 사실이 없고, 피해자가 선의로 피고인에게 자금을 지원해주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증거능력에 관한 직권판단

항소법원은 항소가 적법한 이상 항소장에 기재되었거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안에 제출된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은 직권조사사유를 심판해야 하는데(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 여기에서 말하는 직권조사사유에는 법령적용이나 법령해석의 착오여부는 물론이고 명백한 사실오인, 양형부당도 포함되는바(대법원 2003. 5. 16.자 2002모338 결정, 대법원 2006. 3. 30.자 2000모564 결정 등 참조),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D 작성의 고소장(증거목록 순번 1번), D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5번)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직권으로 살펴본다.

가.

관련 법리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 같은 법 제312조의 조서나 같은 법 제313조의 진술서, 서류 등을 증거로 하기 위해서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공판정에 출석하여 진술을 할 수 없는 경우이어야 하고, 그 진술 또는 서류의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것이어야 한다는 두 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라고 하는 요건은 소환장이 주소불명 등으로 송달불능이 되어 소재탐지촉탁까지 하여 소재수사를 하였는데도 그 소재를 알지 못하게 되어 법정에서의 신문이 불가능한 경우는 물론, 일정한 주거를 가지고 있더라도 증인소환장을 송달받고 계속 출석하지 아니하고 법원이 구인을 명하여도 끝내 구인장이 집행되지 아니하는 등으로 법정에서의 신문이 불가능한 상태인 경우에도 충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요건인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란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키며(대법원 2013. 6. 28. 선고 2011도17620 판결 등 참조), 이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며,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3도12652 판결 등 참조).

한편 법원이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단순히 그 진술이나 조서의 작성과정에 뚜렷한 절차적 위법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구체적 사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를 넘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어 그에 기초하여 법원이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더라도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4. 8. 26. 선고 2011도6035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원심 법원은 D을 증인으로 채택하여 소환하였으나 증인소환장이 폐문부재를 이유로 8차례 송달되지 않았고, 소재탐지 촉탁을 하였으나 그 소재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며, 구인장도 집행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D이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해자 D은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는 때로부터 약 2~3년 후인 2020. 8. 10.

경에 이르러서야 피고인을 고소한 점, ② 피해자는 당초 이 사건 공소사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을 무고, 공사대금 편취로 인한 사기로도 고소하였는데, 위 무고와 공사대금 편취 사기에 관하여는 수사단계에서 그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이 사건 사기의 점에 대하여만 공소제기가 이루어진 점, ③ 위 돈이 차용금이라는 사실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고, 피해자가 위 2~3년의 기간 동안 피고인에게 변제를 독촉한 내역을 살펴볼 수 없는 점, ④ 피해자는 피고인을 상대로 한 관련 민사소송에서 ‘피고인이공사 자재비로 돈을 빌려달라고 하였다’며 차용 경위에 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 다른 내용을 대여금 청구의 청구원인으로 주장하였고, 위 민사소송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실질적인 공방을 벌였던 것으로 보이나 대여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청구가 기각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 작성의 고소장 및 D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의 진술 내용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 법정에서 반대신문을 통한 확인과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원심에서 D 작성의 고소장(증거목록 순번 1번), D에 대한 경찰진술조서(증거목록 순번 5번)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았고, 위 각 증거는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진 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해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때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워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 각 증거를 증거로 채택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부산 기장군 B 주상복합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의 시공사인 C의 대표이고, 피해자 D은 위 공사현장에 관하여 C로부터 철근 공사를 하도급 받아 시공하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7. 6. 14.경 위 공사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카드대금을 갚아야 하는데 당장 돈이 없으니 빌려 달라, 돈을 빌려 주면 3일 후에 공사대금이 나오면 갚아 주겠다.”고 말하고, 2018. 5. 8.경 위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카드대금을 갚아야 하는데 당장 돈이 없으니 빌려 달라, 돈을 빌려 주면 공사대금이 나오는 대로 이전 것까지 갚아 주겠다.”고 말하고, 2018. 6. 8.경 위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에게 “카드대금을 갚아야 하는데 당장 돈이 없으니 빌려 달라, 돈을 빌려 주면 공사대금이 나오는 대로 이전 것까지 갚아 주겠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그 명의의 재산 없이 신용불량 상태에 있으면서 그 무렵 같은 공사현장 및 다른 공사현장에서 일한 인부들에게 임금조차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고 그 벌금을 내지 못하여 수배가 되는 등 피해자에게 약속대로 돈을 갚아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17. 6. 14. 피고인 명의의 시티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로 차용금 명목으로 1,500,000원을 교부받고, 2018. 5. 6.에 피고인 명의의 시티은행 계좌(계좌번호 2 생략)로 차용금 명목으로 300,000원을 교부받고, 2018. 6. 8. 피고인의 신한카드 대금 1,243,320원을 피해자가 대신 상환하게 함으로써 합계 3,043,320원을 편취하였다.

2.

판단

앞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는 증거들을 제외하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돈을 대여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차용증 등 객관적인 자료를 살펴볼 수 없는 점, ②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돈을 교부한 때로부터 피고인을 고소하기까지 약 2~3년의 기간 동안 피고인에게 변제를 독촉하지도 아니한 점, ③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관련 민사소송의 내용 및 그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대질조서) 중 D의 진술 내용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④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실제로 돈을 교부한 내역이 존재하긴 하나, 그 거래내역만으로는 위 돈이 차용금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다른 경위로 돈이 교부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변제의사나 능력에 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여 돈을 편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강순영(재판장) 이호철 이준범

각주1)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0가단16661호, 창원지방법원 2021나55033호 사건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