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및 관련 형사 재판의 경과
원고는 폐기물 처리업 및 수집·운반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피고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등 대행용역 계약을 체결하여(이하에서 통틀어 ‘종전 대행용역계약들’이라 함), 2012. 9.경부터 2022. 12. 31.경까지 부산 B구 내에서 생활폐기물 수집 및 운반 용역을 수행하여 왔다.
원고의 대표자 사내이사 C과 그의 배우자 D, E, F 및 G(이하에서 통틀어 ‘관련 사건 피고인들’이라 함)는 2021. 5. 31.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 2021고단1010호로 원고 회사 운영 과정에서의 업무상횡령, 사기, 고용보험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되었다(이하 ‘관련 형사 사건’이라 함).
원고는 관련 형사 사건이 소송계속 중이던 2021. 12.경 피고와 사이에 계약기간 2022. 1. 1.부터 2022. 12. 31.까지, 계약금액 2,745,219,000원으로 하는 내용의 대행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2022. 10. 19. 부산 H동, I동, J동을 대행구역으로 한 ‘2023년 B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등 대행용역(A구역)’에 대한 공개경쟁입찰을 공고하였다. 이 공고를 접한 원고는 위 공개경쟁입찰에 응찰하였으나 계약상대자로 선정되지 못하였다.
관련 형사 사건의 제1심은 2023. 1. 27. 관련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관련 사건 피고인들 및 검사는 위 판결에 각 불복하여 부산지방법원 2023노343호로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2023. 8. 11. 공소사실들 중 ‘C이 D와 공모하여 실제로는 D가 원고의 미등기 이사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D에게 미등기 이사 직책을 부여하여 원고로부터 급여 및 상여금 등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아 이를 용돈,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2017. 1. 26.경부터 2020. 5. 15.경까지 업무상 보관 중이던 원고 소유의 돈 합계 113,143,210원을 횡령하였다’는 취지의 부분만을 유죄로 인정하여, C을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에, D를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에 각 처하고 나머지 공소사실은 각 무죄로 판단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다(이하 ‘관련 형사 판결’이라 함).
C과 D 및 검사는 관련 형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2023도11526호로 각 상고하였으나 이 사건 소 제기 이후인 2024. 3. 12. 상고 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날 관련 형사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의 입찰공고 및 제안서 접수 거부
피고는 관련 형사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 중이던 2023. 10. 13. 부산 H동, I동, J동 및 K동을 대행구역으로 하고, 계약기간을 2024. 1. 1.부터 2024. 12. 31.까지로 하는 ‘2024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등 대행용역’계약의 체결을 위하여,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이라 함) 제10조 제1항 등에 따라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하여 입찰을 공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입찰공고’라 하고, 그에 따른 입찰을 ‘이 사건 입찰’이라 함).
단, 공고일 현재 폐기물관리법 제14조(생활폐기물의 처리 등) 제8항 제6조, 제7호 및
원고는 2023. 11. 21. 피고에게, 이 사건 입찰공고와 관련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찰참가자격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피고는 2023. 11. 22. “귀 업체의 2024년 B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용역 입찰참가자격 관련 의견 제출 건에 대하여 폐기물관리법 제14조 제8항 제6호, 제7호 등을 좁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계약대상 제외 사유에 해당하므로 2024년 B구 생활폐기물 대행용역 입찰에 참가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위 회신은 원고의 대표자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과 관련하여 업무상횡령죄로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고, 그로부터 3년이 경과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게는 계약대상 제외 사유가 있다는 취지였다.
원고는 위 회신에도 불구하고 2023. 11. 23. 피고에게 이 사건 입찰에 대한 제안서(이하 ‘이 사건 제안서’라 함)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함).
피고는 원고의 제안서를 배제한 상태에서 다른 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와 가격입찰서로 이 사건 입찰을 진행하여, 2023. 12. 28. 비법인사단인 L와 계약금액 2,480,274,510원, 계약기간 1년으로 하는 내용의 대행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관련 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제1호증 내지 갑제5호증, 을제1호증 내지 을제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폐기물관리법 제14조 제8항 제7호(이하 ‘이 사건 관련 규정’이라 함) 등을 근거로 이 사건 통보를 하였고, 이는 그 주체, 내용, 형식 등이 행정처분으로의 외형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원고도 이 사건 통보를 행정처분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 통보로 인하여 원고는 이 사건 입찰에서 정해져 있는 제안서에 대한 평가조차 받지 못하여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통보는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통보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는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에 반하여 구체적인 사유나 근거를 적시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통보를 하였다.
이 사건 관련 규정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과 관련하여 업무상횡령죄 등을 저질러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3년 동안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관련 형사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범죄사실이 종전 대행용역계약들과 관련한 것이라 볼 수 없고, 이 사건 통보 당시에는 위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통보 당시에는 원고에 대하여 위 규정이 적용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이 사건 관련 규정을 근거로 이 사건 통보를 하였다.
원고가 종전 대행용역계약들에 따라 지급받은 수수료 합계는 약 73억 원에 달하는 반면, 관련 형사 판결에서 인정된 원고 대표자의 횡령 금액은 약 1억 1,314만 원에 불과한 데다, 당시 원고의 재정 상태에 비추어 위 금액의 횡령이 원고의 재정건전성이나 청렴성을 훼손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진 이 사건 통지는 피고의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
이 사건 통지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지방계약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대법원 2001. 12. 11. 선고 2001다33604 판결, 대법원 2006. 6. 19.자 2006마117 결정 등 참조).
또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입찰에서 적격심사과정의 하자로 인하여 낙찰자결정이 무효이고 따라서 하자 없는 적격심사에 따른다면 정당한 낙찰자가 된다고 주장하는 자는 낙찰자로서의 지위에 대한 확인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위 입찰에 터 잡아 낙찰자와 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도 동일하다 할 것이나, 나아가 낙찰자와 체결된 계약에 의하여 이미 그 이행까지 완료된 경우에는 더 이상 낙찰자결정이 무효임을 주장하여 낙찰자지위에 대한 확인을 구할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58040 판결 참조).
한편 이 사건 관련 규정은, 대행계약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행정청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계약상대방의 채무불이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대행계약의 적정성, 공정성과 성실한 이행 확보라는 공익 달성을 위하여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그 대행자를 일정 기간 계약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대행계약의 상대방이나 그 대표자가 형법 제356조 등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여 벌금 3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계약대상 제외와 같은 법률효과가 당연히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고, 행정청의 별도 판단과 결정이 필요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대법원 2018. 12. 28.자 2018무685 결정 참조).
판단
위와 같은 관련 법리에 따라, 이 사건 통지가 처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살핀다.
이 사건 입찰공고 및 이 사건 입찰과 관련한 제반 법률관계는 사법상 법률관계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통지에 따른 쟁송 역시 민사소송의 형태로 제기하여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통보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 사건 입찰의 심사 대상자 또는 낙찰자 지위에서 배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려면 심사 대상자 또는 낙찰자 지위의 확인 내지 피고가 제3자와 체결한 계약의 무효 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는 한편, 임시의 지위를 구하는 가처분(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을 신청하여야 한다.
이 사건 통지를 처분으로 볼 만한 법령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피고는 이 사건 통지에서 ①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39조 제4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42조 제1호 및 ② 이 사건 관련 규정 등을 적시하였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39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42조 제1호는 입찰 참가 자격이 없는 자가 참가한 입찰을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고, 별도의 처분을 예정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위 규정에 따른 입찰의 효력 유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민사소송의 형태로 다툴 수 있을 따름이다.
이 사건 관련 규정 역시 앞서 본 바와 같이 별도의 계약대상 제외 처분을 전제로 한다(위 규정에 따른 계약대상 제외 처분의 경우 다른 일반적인 침익적 처분의 경우와 같이 사전 통지 등 절차를 거쳐 대상자를 3년간 계약대상에서 일반적으로 제외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 통지는 원고에게 지방계약법시행령 제39조 제4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42조 제1호 및 폐기물관리법 제14조 제8항 제7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어 원고가 제출한 ‘B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등 대행용역 제안서’의 접수를 거부한다는 취지에 그치고, 원고에게 계약대상 제외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피고가 위 규정에 따른 계약대상 제외 처분을 하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결론
따라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 사건 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천종호(재판장) 강태규 우희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