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125,640,65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12. 16.부터 2024. 6. 1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제1항 중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관계
피고 C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는 철근콘크리트업, 건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부산 동래구청(건설과)으로부터 부산 동래구 D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도급받았다. 피고 B은 피고 회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위 공사를 관리·감독하였다.
망 E(F 생, 남,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G’라는 상호로 건설기계대여업 및 전문건설 하도급업을 영위했던 자이다.
원고는 망 E의 자녀로서 망인을 단독 상속하였다.
피고 회사와 망인의 이 사건 계약의 체결
망인은 2021. 9.경 피고 회사와 이 사건 공사 현장 내 굴착기 작업과 관련해 피고 회사에게 망인 소유의 굴착기를 기사와 함께 대여하고 제공된 장비의 종류에 따른 소정의 대가(03W 굴착기 기준 1일 55만 원, 부가세 포함)를 지급받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망인은 그 무렵부터 자신의 굴착기를 이용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직접 굴착기 작업을 수행했다.
사고의 발생
망인은 2021. 12. 16. 08:34경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차량번호 1 생략) 굴착기(이하 ‘이 사건 굴착기’라고 한다)에 탑승하여 운전석 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던 중, 피고 B으로부터 현장에 적치되어 있던 도로경계석 묶음(무게 1.81톤)을 옆으로 옮겨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망인은 이 사건 굴착기 팔에서 바가지(버킷)를 탈거하고 지게발(팔레트 포크)을 부착한 후, 그 지게발로 도로경계석 다발을 들어 올린 다음, 이를 후방으로 옮기기 위하여 굴착기 몸체를 시계 방향으로 회전시켰는데, 회전하던 이 사건 굴착기가 도로경계석 다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운전석 쪽 측면으로 전도되는 바람에 망인은 개방된 운전석 문밖으로 떨어졌고, 이 사건 굴착기가 망인의 위로 완전히 전도되었다. 이로 인해 망인은 압착성 질식 등으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사고 후의 경과
피고 B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범죄사실(이하 ‘이 사건 범죄사실’이라 한다)로 2023. 1. 11.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부산지방법원 2022고단2331호),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피고 B은 위 형사재판 과정에서 망인을 위하여 2,000만 원을 공탁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사고를 산업재해로 판정하고,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인 J에게 장례비로 11,729,120원을, 유족급여(일시금 환산액)로 107,442,400원(평균임금 일액 82,648원 × 1,300일)<2>을 각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4 내지 17, 22, 2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4, 5, 7 내지 11, 14 내지 17,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 B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작업을 지시하며 ① 중량물을 운반하거나 취급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였어야 함에도 이 사건 굴착기를 이용하여 중량물을 운반하도록 하였고, ② 굴착기를 이용한 작업을 함에 있어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적정 중량을 준수하고 전도위험을 방지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③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운전석 문을 닫은 상태로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던바,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 이와 같은 피고 B의 업무상 과실로 망인이 사망하였으므로 피고 B은 망인의 유일한 상속인인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525,682,384원(= 망인의 일실수입 405,682,384원 + 망인의 위자료 100,000,000원 + 원고의 위자료 20,000,000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회사는 피고 B의 사용자로서, 피고 B과 공동하여 위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들의 주장 요지
망인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라 할 수 없으므로 현장소장인 피고 B은 망인에 대하여 안전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중과실에 의해 발생한 사고로 피고 B의 업무상 과실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피고 B이 피고 회사 소속의 현장소장으로서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공사를 관리·감독하고 있었던 사실,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한 사실, 피고 B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위 인정사실에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 B은 현장소장으로서 자신이 관리하는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산업안전보건법 및 그 관계법령에 의하면, 피고 B과 같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은 사업장 내 관리감독자로서 사업주인 피고 회사를 대신하여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업무를 총괄하고 공사현장에 내재한 사고 위험요소들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중량물을 운반하거나 취급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굴착기와 같은 차량계 건설기계가 아닌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동 규칙 385조), 굴착기를 이용한 작업을 할 때에는 미리 해당 기계의 종류 및 성능, 작업장소의 지형 및 지반상태 등을 파악하여 해당 기계의 추락․낙하․전도 등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동 규칙 제38조, 별표 제4호).
위와 같은 의무는 망인이 피고 회사 소속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하여 당연히 면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게다가 피고 B은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의 업무와 관련해 도로경계석을 옮겨 달라는 직접적인 지시를 하였는바, 망인에 대하여 위와 같은 업무 지시와 관련된 안전조치의무가 없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B은 불법행위자로서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회사는 피고 B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위와 같은 피고들의 책임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과 망인의 자녀인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재산상 손해(일실수입)
인적사항 : F생, 남, 이 사건 사고 당시 50세 0개월 9일
소득 : 망인이 사망한 날로부터 만 60세까지는 건설기계운전사 통계소득으로일 229,676원, 그 다음날부터 가동연한 종료일인 만 65세까지는 보통인부 노임단가인일 148,510원
피해자가 일정한 수입을 얻고 있었던 경우 신빙성 있는 실제 수입에 대한 증거가 현출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종사하였던 직종과 유사한 직종에 종사하는 자들에 대한 통계소득에 의하여 피해자의 일실수입을 산정하여야 하고(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다52607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1690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상의 평균임금이나 통상임금은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를 산정하는 기준이 아니다(대법원 1989. 5. 9. 선고 88다카16060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망인은 1996. 1. 5. 굴착기 건설기계조종사 면허를 취득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까지 ‘G’라는 상호로 ‘건설기계대여업 및 전문건설 하도급업’을 영위하며 공사현장 등에서 건설기계조종사로서 근무한 점, ② 원고가 피고 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약정한 일급은 55만 원으로, 같은 시기의 도시 보통인부의 시중노임을 상당히 초과하고 건설기계운전사의 통계소득도 상회하는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없었다면 최소한 굴착기 조종사 면허를 가지고 만 60세에 이르기까지는 건설기계운전업무에 종사하면서 건설기계운전사 노임단가 소득을 얻었을 것으로 보이고 망인이 건설기계운전사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
가동일수 : 20일<3>
계산 : 아래 표 기재와 같이 합계 368,802,167원
[인정근거]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11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책임의 제한
피고 B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망인에게 도로경계석을 옮겨 달라고 지시하였을 뿐 한 번에 얼마만큼의 도로경계석을 옮겨야 하는지, 그 방법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던 반면, 망인은 굴착기 작업에 상당한 경력이 있는 숙련 기술자로서 피고 B의 작업 지시에 내재한 위험성을 인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바, 피고 B에게 다른 작업 방법을 건의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 발생을 방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이 사건 굴착기의 문을 닫고 작업을 하거나 안전벨트를 매는 등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던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과실 역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데에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3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
피고들의 공제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해 지급된 유족급여가 재산상 손해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급여를 수령한 자는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인 J임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달리 원고가 유족급여를 지급받았다는 사정이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위자료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고, 망인의 자녀인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망인의 과실 정도, 피고 회사가 망인을 위하여 지급한 장례비용 및 피고 B이 형사 공탁한 20,000,000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을 참작하여, 망인에 대한 위자료를 10,000,000원, 원고에 대한 위자료를 5,000,000원으로 각 정한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손해배상금으로 원고에게, 125,640,650원[재산상 손해액 110,640,650원(368,802,167원 × 0.3, 원 미만 버림) + 망인의 위자료 10,000,000원 + 원고의 위자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21. 12. 1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6. 1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정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4>
원고는 예비적으로, 피고 B에게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회사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망인의 사용자로서, 공동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망인은 ‘G’라는 독립된 사업주(공급자)로서, 피고 회사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명세표 및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온 점, ② 망인은 자신 소유의 장비를 사용하여 작업하고 그 장비의 정비 및 관리도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던 점, ③ 피고 회사는 별도의 계약서 작성 없이 굴착기 작업이 필요할 때마다 망인에게 작업을 의뢰하고 망인은 작업 가능한 일정을 확인하여 그때그때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지급받는 형태로 작업하였는바, 망인이 피고 회사에 제공한 작업 일수 등을 고려하면 망인이 상시적,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기 위한 전속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할 것이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반대된 전제에 선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들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이미경(재판장) 이효신 이준민
각주1) 본래 청구의 예비적 병합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수 개의 청구에 관하여 주위적 청구의 인용을 해제조건으로 예비적 청구에 대한 심판을 구하는 형태의 병합을 의미하는 것인바, 원고의 주위적, 예비적 청구는 서로 논리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엄밀한 의미의 주위적ㆍ예비적 병합 관계라 할 수 없다. 다만,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있는 수 개의 청구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한다는 취지에서 예비적 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다48888 판결 참조), 이는 논리적으로 양립하는 수 개의 청구에 순위를 붙여 판단을 구하는 것으로서 부진정 예비적 병합에 해당한다고 보아, 청구취지를 그대로 주위적, 예비적으로 구분하여 기재하고, 원고가 정한 순서에 따라 판단한다.
각주2) 근로복지공단은 2022. 1. 24.부터 2023. 6. 23.까지 사실혼 배우자 J의 계좌로 월 1,432,900원씩 입금을 했고 이를 일시금으로 환산할 경우 107,442,400원이다.
각주3) 대법원 2024. 4. 25. 선고 2020다271650 판례 참조
각주4) 주위적 청구원인과 예비적 청구원인이 양립 가능한 경우에도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인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주위적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아니한 수액 범위 내에서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하여 주기를 바라는 취지로 불가분적으로 결합시켜 제소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주위적 청구가 일부만 인용되는 경우에 나아가서 예비적 청구를 심리할 것인지의 여부는 소송에서의 당사자의 의사 해석에 달린 문제라 할 것이어서, 법원이 주위적 청구원인에 기한 청구의 일부를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취지보다 적은 금액만을 인용할 경우에는, 원고에게 주위적 청구가 전부 인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주위적 청구에서 인용되지 아니한 수액 범위 내에서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판단하여 주기를 바라는 취지인지 여부를 석명하여 그 결과에 따라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여부를 정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3598 판결 등 참조), 예비적 청구의 당부에 관하여도 살펴보기로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