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10. 24. 선고 2023나70664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여객자동차 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는 원고 소속의 택시기사이다.

나.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이하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20. 9. 24.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각서(이하 ‘이 사건 합의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2,730,000원을 지급하였다.

라.

피고는 2023. 3. 3. 원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23가소520933호로 임금청구의 소(이하 ‘관련 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면서 2020. 9. 1.부터 2023. 2. 28.까지의 기간 중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달하여 지급된 부분의 임금 및 퇴직금 등의 지급을 구하면서, 이 사건 합의각서상의 합의 대상 기간은 제외하고 청구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서 정한 합의금을 지급받는 대신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달하여 지급된 임금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만일 합의내용을 번복할 경우 합의금 수령액의 5배를 위약벌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에 위반하여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수령한 합의금 2,730,000원의 5배인 13,650,000원을 위약벌로 지급하여야 한다.

나.

예비적 청구

이 사건 합의각서 중 이 사건 합의 이후의 장래 발생할 임금 및 퇴직금 부분에 관한 합의가 무효라면 민법 제137조 본문에 따라 이 사건 합의각서 전부가 무효가 된다(이하 ‘제1주장’이라 한다). 또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임금협정(이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라 한다)이 유효하여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 당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최저임금 미달분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최저임금에 미달분이 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합의각서는 부분적으로도 효력이 없다(이하 ‘제2주장’이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각서에 따라 지급받은 합의금 2,730,000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합의각서에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합의금 2,730,000원은 “미지급 임금 및 미지급 퇴직금원”이라고 분명하게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이 사건 합의각서의 합의기준일인 2020. 8. 31.까지 발생한 임금 및 퇴직금은 특정이 가능하고, 원고와 피고는 위 합의기준일까지의 임금 및 퇴직금을 대상으로 합의금을 산정한 점, ③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후 원고는 소속 근로자와 동일한 내용으로 합의를 하면서도 근로자마다 그 합의금액을 다르게 정한바, 이 사건 합의각서는 근로자들의 합의기준일 이전의 개별적인 근무관계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결국 이 사건 합의각서는 합의기준일을 기준으로 그때까지 발생한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과 관련한 부제소합의 및 위약벌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 합의각서의 합의 대상 기간에 대한 임금 부분을 제외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달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합의각서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제1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장래 발생할 임금이나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반면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포기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있고(대법원 2019. 4. 23. 선고 2014다27807 판결 참조), 이에 관한 부제소합의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법률행위의 일부가 강행법규인 효력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는 경우 그 부분의 무효가 나머지 부분의 유효·무효에 영향을 미치는가의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개별 법령이 일부 무효의 효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고, 그러한 규정이 없다면 민법 제137조 본문에서 정한 바에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률행위의 전부가 무효가 된다. 그러나 같은 조 단서는 당사자가 위와 같은 무효를 알았더라면 그 무효의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무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여전히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당사자의 의사는 법률행위의 일부가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의욕하였을 가정적 효과의사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당해 효력규정을 둔 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법률행위 전부가 무효로 된다면 그 입법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되는 등의 경우에는 여기서 당사자의 가정적 의사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의 부분이 없더라도 그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으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9068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합의각서 제2항의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임금 등 포함” 문구를 이 사건 합의각서의 합의기준일 이후 장래 발생할 임금 및 퇴직금에 관한 사전 포기, 부제소합의 및 이에 위반할 경우의 위약벌 약정으로 본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등의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 을 제3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합의각서 중 장래 발생할 임금 및 퇴직금 부분(이하 ‘장래 발생할 임금 등 부분’이라 한다)이 무효임을 알았더라도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 및 퇴직금 부분(이하 ‘기발생 임금 등 부분’이라 한다)에 관한 합의각서를 작성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고, 이 사건 합의각서 중 장래 발생할 임금 등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기발생 임금 등 부분은 유효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각서 전부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도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합의각서 기준일 이전에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 및 퇴직금은 근로자인 피고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고, 이 사건 합의각서가 근로자인 피고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작성된 이상 이 부분에 대한 사전 포기, 부제소합의 및 이에 위반할 경우의 위약벌 약정은 유효하다.

②

원고는 장래 발생할 임금 등 부분까지 모두 위약벌 약정의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다른 동종 업체들보다 합의금을 대폭 상향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합의각서 작성 당시 피고의 장래 근무기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합의금을 산정하였는지나 그 계산 근거에 대해 제대로 특정하지도 못하고 있고, 달리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므로,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은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저지함으로써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유지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다261084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 제34조의 퇴직금제도에 관하여도 위 근로기준법 제15조가 적용되며, 최저임금법도 제6조 제3항에서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등의 개별 규정의 취지를 감안하면, 장래 발생할 임금 등 부분에 관한 사전 포기, 부제소합의 및 위반 시의 위약벌 약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소속 근로자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소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최저임금 미달분을 일부라도 보전하여 주려는 취지에서 작성된 기발생 임금에 관한 합의 부분까지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2)

제2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원고는 피고와 같은 근로자들이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원고를 상대로 임금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임금 지급 의무를 부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소송에 의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하여 피고와 이 사건 합의에 이르렀다. 즉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최저임금 미달분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금액이 얼마인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분쟁의 여지를 줄이기 위하여 성립되었고, 그 합의금의 액수 역시 최저임금 미달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미달분이 합의금을 초과하는 경우까지 고려하여 결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소송을 통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여 최저임금 미달분이 존재하지 않음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합의 당시부터 예상할 수 있었거나 합의 이후의 사정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 사건 합의각서의 효력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 법원에서 추가된 원고의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윤성(재판장) 양소영 김혜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