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9. 26. 선고 2023노444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검사

1)

법리오해(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행위를 물리적으로 제압하기 위해서, 피해자의 몸이 돌아갈 정도로 피해자의 팔을 밀어버리는 유형력을 행사하였고, 피고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위와 같이 행동한 이상 고의 역시 인정된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70만 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근로기준법 제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

사용자와 종속관계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기회 또는 그 시기에 근로자를 폭행하는 경우에만 근로기준법 제8조가 적용되는 것인바, 노조전임자인 피해자가 노조활동 중에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서 근로기준법 제8조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2)

폭행한 사실이 없고, 폭행의 고의도 없다는 주장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도 없고, 폭행의 고의도 없다.

3)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주장

설사 피고인과 사이에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인정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가벼운 신체접촉에 불과하므로, 그 목적이나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현수막 제거 동영상(증거목록 순번 9번, 이하 ‘이 사건 영상’이라 한다)의 영상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C병원 D동 로비에서 “사람에게 투자하라! 임단협 투쟁승리! 현장을 바꾸는 힘! I지부 총파업 노동존중?인력확충?환자가 안전한 병원”이라는 내용의 대형현수막 앞 책상에 앉아 있었고, 위 책상 옆에는 쟁의행위찬반투표와 관련된 투표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2)

직원들과 함께 위 로비에 온 피고인은 오른쪽 손가락으로 위 현수막을 가리키며 직원들에게 위 현수막을 제거할 것을 지시하였다(이 사건 영상 0:00:00 무렵).

3)

피고인은 오른 손가락으로 위 현수막을 잡아당긴 후(이 사건 영상 0:00:10 무렵), 고정상태를 확인하였고, 사다리를 가지고 온 직원에게 위 현수막 좌측 상단을 가리키며 제거를 지시하였다(이 사건 영상 0:00:12 무렵).

4)

책상에 앉아 있던 피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다리를 가지고 온 위 직원이 사다리를 놓지 못하게 제지하는 한편, 위 직원 뒤편에서 현수막을 만지는 다른 직원(이하 직원2라 한다)이 현수막을 만지지 못하게 현수막을 잡기 위해 뒤돌아서자(이 사건 영상 0:00:15 무렵), 피고인은 왼손으로 피해자의 좌측 어깨를 쳤다(0:00:16 무렵). 결국 피해자는 현수막을 놓친 채 몸통이 120도 정도 돌려 세워져 피고인과 마주 보게 되었다.

5)

피고인은 왼쪽 손을 뻗어 현수막을 잡은 후, 피해자의 목 뒤로 넘겨 다시 오른손으로 위 현수막을 잡았다(이 사건 영상 0:00:20 무렵).

6)

피고인은 현수막을 잡은 피고인의 오른쪽 손이 피해자의 뒤통수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0:00:23 무렵), 세 차례에 걸쳐 피고인은 위 현수막을 잡아당겼다. 결국 위 현수막을 잡은 피고인의 오른손은 피해자의 목덜미 부분을 1회, 머리 부분을 2회쳤고, 피해자의 고개가 두차례 숙여졌다(0:00:23 무렵부터 0:00:25 무렵까지).

나.

원심의 판단

1)

위 가.의 4)항 기재 돌려세운 사실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사회통념상 폭행에 해당한다거나 폭행의 고의로 이루어진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유무죄를 선고하였다.

2)

위 가.의 5)항 기재 피해자의 머리를 접촉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노동조합 전임자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8조에서 의미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현수막을 잡은 손을 흔들면 피해자의 머리를 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아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행동으로서, 우연히 이루어진 가벼운 신체접촉이라고 볼 수 없고, 폭행의 고의 역시 인정된다고 판시하며, 위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원심 이유 무죄 부분에 대한 판단(검사 항소 부분)

가)

관련 법리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그 불법성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도9302 판결 등 참조). 또한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으면 폭행에 대한 인식과 의사, 즉 폭행죄의 고의가 인정된다(대법원 1994. 8. 23. 선고 94도1484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살펴본 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현수막을 잡던 직원2를 제지할 목적으로 현수막을 잡자 피해자를 제지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왼쪽 어깨를 친 것인 점, ② 피해자(74년생, 남자)는 약 80kg 정도의 작지 아니한 체구인데, 피해자는 현수막을 잡았던 손을 놓쳤고 돌려세워진 점, ③ 피고인은 단순히 피해자를 민 것이 아니라, 피해자를 밀침으로써 피해자의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고, 그 결과 피해자의 행동이 저지되기도 한 점, ④ 피고인은 위 2. 가의 5)항 및 6)항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오른손으로 현수막을 잡은 후, 계속하여 피해자의 목덜미와 머리를 내리쳤는데,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동일한 폭력의 고의에 기인한 일련의 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좌측 어깨를 밀어 강제로 돌려세운 행위는 피해자의 행위를 제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피해자의 신체에 향하여 행사된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의 행사라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은 행동을 한 피고인에게 폭행의 고의 역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의 위법이 인정된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심 유죄 부분 및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8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8조는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형법상 폭행죄의 보호법익은 신체의 불가침성 내지 완전성이라고 할 것이고, 형법상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구성요건이 포함되는데, 다만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의 보장이라는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형법상 폭행죄에 비하여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이다.

피고인은 노조전임자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8조가 적용되지 아니하여 한다고 주장하나, ① 노조전임자라고 할지라도 휴직상태에 있는 근로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점, ② 더욱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사업장 내에서 다른 근로자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점, ③ 근로기준법 제8조는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폭행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을 근로로 제공하고 있는 근로자에 한정해서 적용해야 할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폭행한 사실이 없고, 폭행의 고의도 없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보건대, 앞서 살펴본 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부분에 대하여 원심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당시 현수막을 잡고 있는 오른손을 잡아 흔들면 피해자의 목덜미와 머리를 가격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 채 현수막을 흔들어 피해자의 머리 등을 가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는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이 사건 각 행위가 정당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경미한 신체접촉에 불과하여 이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바, 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밀치거나 머리를 가격한 행위가 경미한 신체접촉에 불과하다고 보이지 아니하는데 근로기준법 입법목적과 사용자의 근로자 보호 의무 등에 비추어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성 있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고,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면서까지 직접 현수막 제거를 해야 할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이유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해당 부분을 파기하여야 할 것이나, 위와 같이 파기되는 부분과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을 선고해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관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나,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