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하여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사기의 점
피고인의 이 사건 설계계약 전후의 행동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위 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피해자에게 대금지급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이와 달리 판단하여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근로기준법위반의 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2. 9. 선고 97다56235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107071, 107088 판결 등 참조).
원심의 판단을 위와 같은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과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과 이 사건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위 근로자들은 G의 요청 하에 부산 기장군 C 소재 빌라(이하 ‘이 사건 기장 빌라’라 한다) 공사 등에 근로를 제공하였고, 임금제시나 구체적인 작업지시도 G으로부터 받았다.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이나 이들이 수행하는 공사업무에 관여하지 아니하였는바, 위 근로자들에게 임금지급을 약속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근로자들 중 E, F이 G과 피고인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의 사용자라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위 판결이 2022. 12. 6. 확정되었다(부산지방법원 2022나48721 사건). 한편, 이 사건 기장 빌라 공사에 근로를 제공한 R이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피고인을 진정하여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근로자 R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선고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기도 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22노115 사건).
이 사건 근로자들도 피고인이 아닌 G에게 체불임금을 독촉하였고(증거기록 129쪽),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한 임금체불에 관한 진정서에 G만을 체불사업주로 기재하였는바(증거기록 209쪽), G을 사용자로 인식하였고 G이 자금능력이 없자 추후에 임금 일부를 지급하였던 피고인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G과 어떠한 내용의 약정 하에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는바, 섣불리 피고인이 위 근로자들을 고용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사기의 점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 볼 때, 제1심이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 참조).
검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 설계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됨에도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계약 체결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바, 계약 이행의사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심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원심이 든 근거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G이 2018. 6. 8. S과 이 사건 기장 빌라의 수리(용도변경) 및 분양에 관한 약정을 맺고 진행하다가 자금이 부족하여 2019. 4.경 피고인을 위 약정에 끌어들였는바, 사업진행은 G이 주도하였고 이 사건 설계계약 체결도 그 중 하나였던 점, ② 그와 같은 사정으로 G이 위 설계계약의 계약서 대부분을 작성하였으나 피고인이 최종적으로 위 계약서에 자필서명하였고 이후 피고인의 아들이 피해자에게 설계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지불각서를 작성·교부하기도 하였는바, 피고인이 계약 당시 이 사건 설계계약의 대금지급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③ 이행능력에 관하여도, 피고인은 2019. 4.경 이 사건 기장 빌라와 관련된 약정을 이행하기 위해 S에게 매수대금 일부인 117,086,851원을 지급하였고, 2020년까지 위 공사현장에 노무를 제공한 근로자들에게 임금도 지급하는 등 상당한 금액을 투입하였는바, 400만 원에 불과한 설계대금에 대한 이행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④ 피고인이 현재 위 기장 빌라의 소유권 이전과 관련한 분쟁으로 피해자에게 대금지급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그러한 사정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구성하는 사정에 불과하고, 사후적으로 평가하여 행위 당시 이행능력과 이행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설계계약 체결 당시 설계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소민(재판장) 박민준 이소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