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6. 5. 21. 선고 2024가단358810 판결

손해배상(산)

주문

1.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관계

원고 A는 G라는 개인사업체를 설립하여 운영하였으나 자금 부족으로 2020. 7.31. 폐업하였는데, 골판지박스 제조업을 영위하는 피고 E 주식회사(당시 대표자 사내이사 H, 이하 '피고 E'이라 한다)와 사이에 2020. 7. 30. 피고 E이 G의 부채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자산과 인적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와 합병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원고 A는 2020. 8. 6.부터 이 사건 사업장의 대표자 사내이사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들의 업무관계

(1)

피고 E은 2019. 12. 9. 설립된 회사로 부산 강서구 I에 소재하고 있는데, 이곳은 1999. 8. 5. 설립된 피고 F 주식회사(대표이사 J, 이하 '피고 F'라 한다)가 부산 강서구 K으로 이전하기 이전 사용하던 피고 F 소유 부지와 건물로, 외벽에 피고 F의 간판이 여전히 걸려 있는 상태이다.

(2)

피고 F는 원지로 골판지박스를 만드는 회사로 상시 근로자 60명, 연매출 550억 원 규모이고, 피고 E은 골판지박스를 구성하는 속지와 외부지를 주문제작하는 회사로 상시 근로자 14명, 연매출 25억 원 규모이다. 피고 E의 지분은 J의 자녀들(지분율80%)과 H(지분율 20%)이 보유하고 있다.

다.

업무 내용

(1)

피고 E의 주요 설비는 1호기인 편단기와 2호기인 간지절단기인데, 원고 A는 피고 E의 사업장에서 간지절단기 운전과 생산업무, 납품과 관련한 민원 처리 업무를 총괄하였다. 원고 A는 2021. 4. 23. 피고 E의 사업장에서 간지절단기 운전 도중 좌측 수부 제5수지가 일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여 6일간 입원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2)

원고 A는 2013년 무렵 고혈압과 고지혈증 진단을 받아 정기적으로 그에 관한 치료를 받아왔다. 또한 원고 A는 2017. 8. 26. 건강검진 결과 혈압 129/75, 총 콜레스테롤 153, HDL 44, 중성지방 108, LDL 87로, 2019. 6. 8. 건강검진 결과 혈압 124/74,총 콜레스테롤 145, HDL 64, 중성지방 59, LDL 69로 각 측정되었으나, 2021. 7. 31. 협심증 진단을 받아 2021. 8. 17.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았다.

라.

사고의 발생

원고 A는 2021. 11. 6. 16:00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고, 같은 날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의 진단을 받았다. 원고 A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이후인 2022. 1. 6. 사내이사에서 해임되었고, L이 새로운 대표자로 취임하였다.

마.

관련 사건

(1)

원고 A는 근로복지공단에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에 해당하고 이 사건 상병은 업무보다는 개인적인 내재 요인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발병 또는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이에 대하여 원고 A는 울산지방법원 2022구간7321호로 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25. 1. 7. 이 사건 상병은 원고 A의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로 발병한 것이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면서 원고 A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2025. 1. 24. 확정되었다.

바.

산재급여의 지급

근로복지공산은 원고 A에게 요양급여 169,302,880원, 휴업급여 141,644,380원 합계 310,947,260원을 지급하였다.<1>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9, 21, 24호증, 을 제1, 2,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포함)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주장

(1)

원고들

(가)

원고 A는 피고들의 근로자였는데, 피고 F의 대표이자이자 피고 E의 실질적 대표이사인 J나 거래처의 생산량 및 납기 독촉으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뇌내출혈로 이 사건 상병을 입게 되었으므로 이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

(나)

피고들은 원고 A에 대하여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 및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위반한 과실로 원고 A가 이 사건 상병을 입게 되었으므로 원고들에게 채무불이행 혹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2)

피고들

원고 A는 피고 E의 대표자이므로 근로자라고 볼 수 없고, 피고들에게 근로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보호의무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가해자의 분별능력, 가해자의 성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갑 제9, 19, 21, 2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A는 피고 F의 대표이사인 J의 지휘·감독을 받아 피고 E에서 생산 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 점, 원고 A가 피고F의 대표이자이자 피고 E의 실질적 대표이사인 J나 거래처의 생산량 및 납기 독촉으로 다소 많은 업무를 수행한 사실, 관련 사건에서 원고 A의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로 발병한 것이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라는 사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였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험급여를 수령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산업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이 발생한 경우에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함에 따라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피고들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는 채무불이행 책임과는 성질을 달리 한다. 원고 A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보험급여를 지급받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들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살피건대,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거나 예견할 수 있음에도 원고 A의 이 사건 상병을 회피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 A는 피고 E에서 근무하면서 생산 및 영업 총괄, 골판지 생산기계 운전업무를 수행하면서 동료 근로자들 사이에서 사장으로 호칭되었다. 그리고 실질적 대표자인 J가 수시로 위 원고에게 전화통화를 하여 원고에게 재고관리, 사업장 내 기계수리, 생산독촉, 하자 관리 등에 관한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거나 해당 내용에 대하여 문의하였고, 피고 E의 제품단가 인상, 거래처 선정과 확대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는 하였으나, 피고 E의 사업장에서 위 원고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업무에 대하여 지휘 내지 감독한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②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J의 원고 A에 대한 생산량 및 납기에 관련된 행위가 단순한 독촉이나 질책을 넘어서 위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폭언, 폭행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위 원고가 J에게 업무과다에 따른 업무분담의 조정이나 근무환경의 개선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바도 없어 보인다.

③

원고 A는 피고 E의 다른 직원들과 달리 출퇴근에 있어 보안시스템의 지문날인을 하지 않아 출퇴근 기록에 관한 자료가 없고, 피고 E의 카드내역에 비추어 보면 비교적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 및 외출을 해온 것으로 보이고, J가 위 원고의 구체적인 근무시간을 관리하거나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④

관련사건의 신경외과 감정의는 '2017년과 2019년 건강검진 당시 혈압이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었으나 장기간 고혈압 치료이력이 있었던 점으로 보아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은 고혈압으로 추정되고, 과로나 스트레스 없이도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수 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과로와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면 이러한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고 A의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기여한 정도는 임상 경험에 비추어 인과관계는 10% 이하로 생각된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⑤

한편 관련사건의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장시간 근로나 사회 심리적으로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군에서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휴가, 연휴가 있을 경우 평균 노동시간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제외하고 업무시간을 산정하는 것에 동의한다.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0주 동안 원고의 평균 업무시간은 주당 58.88시간으로 만성 과로에 해당한다. 3개월 동안의 평균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 초과 48시간 이하인 군에 비하여 52시간 초과인 군에서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위험이 4.18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원고에게 고혈압, 고지질혈증의 기저질환이 있었더라도 장시간 근로나 업무긴장이 기저질환의 악화를 촉발하여 이 사건 상병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으나, J가 원고 A의 구체적인 건강상태를 인지하고 있었다거나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다.

소결

따라서 원고 A의 이 사건 발병의 원인이 그 업무와 관련된 과로와 스트레스라 하더라도, 피고들의 대표이사이거나 실질적인 대표자인 J가 위 상병에 대하여 통상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나 예견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들에게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를 전제한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현철

1원고 A는 치료가 종결되지 않아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않아 장해급여와 간병급여는 지급되지 않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