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9. 26. 선고 2024가합40666 판결

주문

1.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신원의 교육 훈련과 선박운항 및 어업에 관한 신기술의 개발, 보급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서 해양수산관련 사업종사자의 교육, 훈련, 선원인력양성 등 선원정책수행을 위한 정부지원업무, 선박운항 및 어업기술의 연구․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22. 3. 2.경 주식회사 B(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와 선원고용계약서를 작성한 뒤 그 무렵부터 2024. 1. 1.경까지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될 때마다 유사한 내용의 선원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이하 원고의 선원고용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고용계약’이라고 한다) 2024. 2. 29.까지 피고 소유의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다.

한편, 부산지방법원은 2023. 8. 24. 선고 2022가합46219 판결에서, 해당 사건 원고 C과 선원고용계약서를 작성한 소외 회사는 피고의 대리인에 불과하고 위 계약서를 통해 선원 C을 고용한 사람은 피고라고 보아 위 계약서를 작성하였던 C과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존재한다고 판단하였고(이하 ‘관련 판결’이라고 한다),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2호증, 을1, 2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관련 판결에 따르면 원고가 소외 회사와 체결한 이 사건 고용계약은 효력이 없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된다. 또한 그 취지에 따라 이 사건 고용계약서의 근로계약기간은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와 피고의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근로계약에 기간의 정함이 있다고 보더라도 원고에게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므로, 피고가 2024. 3. 1.자로 원고를 해고한 것은 무효이다.

예비적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처분의 존재 및 그 무효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파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5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선원의 업무에 대하여는 근로자파견을 할 수 없음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소외 회사를 통해 원고를 고용한 것은 넓은 의미의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 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예외적으로 그 효력이 없고,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종료에 따른 사용자의 갱신거절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근로관계의 지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나 기대 역시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두45114 판결 참조).

2)

원고가 기한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인지 여부

민사재판에서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고, 당해 민사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6다46338, 46345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관련 판결에서 선원고용계약서를 통해 선원을 고용한 사람은 피고이고 소외 회사는 피고의 대리인에 불과하다고 보았음이 인정되고, 이와 달리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역시 이 사건 고용계약서로써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가 최종적으로 작성한 이 사건 고용계약서(을2호증의 6)에는 고용계약기간이 2024. 1. 1.부터 2024. 2. 29.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원고는 관련 판결이 소외 회사와 체결된 선원고용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고 선원과 피고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한 것이므로 원고 역시 피고와 기간의 제한이 없는 묵시적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관련 판결은 소외 회사가 피고의 대리인으로 피고에 선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일 뿐 선원을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관련 판결의 원고 C이 2년 이상 피고의 선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던 것이지 소외 회사와 C이 체결한 선원고용계약서 내용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던 것이 아니다. 소외 회사가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써 피고를 이 사건 고용계약의 당사자이자 원고의 사용자로 인정하는 이상, 이 사건 고용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은 그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미친다 할 것이고, 그중 계약기간 부분의 효력만을 부인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 나아가 원고가 피고의 선원으로 근무한 기간은 2022. 3. 2.부터 2024. 2. 29.까지로 2년 미만이므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이 사건 고용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24. 2. 29. 그 기간의 만료로 종료되었다. 이와 다른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갱신기대권의 존부

앞서 든 증거들에 더하여 변론 전체의 취지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①

원고는 2022. 3.부터 계속 이 사건 고용계약상의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될 때마다 기간을 갱신하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재작성하여 왔는데, 그 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계약기간이 연장할 수 있다거나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②

기간제법 제4조는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 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제1항),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의 총 근로기간은 2년을 초과하지 않아 위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③

피고의 ‘용역선원 정규직 및 고용직 관리방안(갑1호증)’은 관련 판결의 선고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서 계약이 만료되는 선원들의 무기근로자 및 고용직으로의 전환 내용, 즉 관리방안, 채용방안, 채용계획 등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내용이 원고를 비롯한 선원들에게 피고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공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이상 위 관리방안 내용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와 같은 계약직 선원들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규정이나 방침을 명확히 세운 것이라고 보기 부족한 점, 피고에게 인력을 배치․관리할 재량이 있음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관리방안이 그 자체로 근로조건에 관한 법규범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원고를 비롯한 선원과 피고를 규범적으로 구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관리방안이 피고의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거나 그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고용계약의 갱신에 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규정

파견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같은 법 제5조 제3항 제3호에 의하면 선원법 제2조 제1호의 선원의 업무에 관하여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선박관리산업발전법 제2조 제1호는 선박관리산업을 국내외의 해상운송인, 선박대여업을 경영하는 자, 관공선 운항자, 조선소, 해상구조물 운영자, 그 밖의 선원법상의 선박소유자(이하 “선박소유자등”이라 한다)로부터 기술적ㆍ상업적 선박관리, 해상구조물관리 또는 선박시운전 등의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탁(국외의 선박관리사업자로부터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탁하여 행하는 사업을 포함한다)하여 관리활동을 영위하는 것을 업(業)으로 하는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호에서는 선박관리사업자를 해운법 제33조에 따라 선박관리업의 등록을 한 자로 정의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조에서 선박관리산업에 관하여 이 법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해운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운법 제2조 제8호에서는 선박관리업을 선박관리산업발전법 제2조 제1호에 규정된 국내외의 해상운송인, 선박대여업을 경영하는 자, 관공선 운항자, 조선소, 해상구조물 운영자, 그 밖의 선원법상의 선박소유자로부터 기술적ㆍ상업적 선박관리, 해상구조물관리 또는 선박시운전 등의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탁(국외의 선박관리사업자로부터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탁하여 행하는 사업을 포함한다)하여 관리활동을 영위하는 업(業)으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33조는 사업의 등록에 관하여 정하면서 제4항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선박관리업의 효율적인 등록ㆍ관리 및 선원의 권익보호 등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위임에 따라 제정된 선박관리업의 등록관리요령(해양수산부고시 제2022-128호) 제3조 제1항은 선박관리업의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제2호에는 “선원관리: 선박소유자 등의 위탁에 따라 내ㆍ외국적선박에 승선할 선원의 모집, 교육훈련, 후생복지, 선원 관련 정보자료 제공 등의 업무를 경영하는 선원인사관리업무를 말하며, 선원재해보상에 관한 보험을 가입하거나 주선(周旋)하는 업무를 포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에 의하면 선박소유자의 위탁에 따라 선원의 모집 및 선원인사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것 역시 해운법상의 선박관리업의 업무에 포함된다.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따라 보건대, 소외 회사가 피고를 대리하여 원고와 이 사건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그 계약당사자 및 사용자는 소외 회사가 아닌 피고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고용계약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서 근무한 것이 파견에 해당하지 않고, 이러한 소외 회사의 행위는 해운법에 따른 선박관리업의 업무에 속하는 선원의 모집 및 선원인사관리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고용계약이 파견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예비적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남재현(재판장) 박정미 길선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