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4. 3. 선고 2024가합43115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

원고 A는 원고 B의 남편이자 의료법인 C(이하 ‘이 사건 재단’이라고 한다)의 이사장이었던 사람이다. 이 사건 재단은 의료기관 설치·운영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2014. 1. 6.경 부산 북구 D 소재 건물의 일부 층에 ‘C의료재단 E요양병원’(이하 ‘E요양병원’이라고 한다)이라는 상호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2016. 9. 30.경까지 운영하였고, 2014. 3. 4.경 위 건물의 일부 층에 ‘C의료재단 F병원’(이하 ‘F병원’이라고 한다)이라는 상호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2014. 6. 2.경까지 운영하였다.

○

원고 A는 2016. 9.경 의료법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기의 공소사실로 기소<2>되었는데, 그 내용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음에도 이 사건 재단의 명의를 이용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3>, ① 2014. 1. 6.부터 2016. 5.

25.까지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마치 이 사건 재단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험급여비를 청구하여 이에 속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E요양병원과 관련하여 2014. 2. 20.경부터 2016. 2. 22.경까지 252회에 걸쳐 요양급여 2,639,286,420원을, 2014. 1. 16.경부터 2016. 3. 36.경까지 352회에 걸쳐 의료급여 1,129,758,380원을 각 지급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와 의료급여 명목으로 합계 3,769,044,800원을 편취하고<4>, ② 2014. 3. 4.경부터 2014. 6. 2.경까지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마치 이 사건 재단이 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보험급여비를 청구하여 이에 속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F병원과 관련하여 2014. 4. 30.경부터 2014. 7. 1.경까지 8회에 걸쳐 요양급여 35,486,310원을, 2014. 3. 13.경부터 2014. 6. 30.경까지 27회에 걸쳐 의료급여 34,051,900원을 각 지급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합계 69,538,210원을 편취<5>하였다’는 것이었다.

○

위 형사사건에서 제1심 법원은 2017. 6. 30. 원고 A에 대하여 징역 3년 및 추징금 9,649,060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고(부산지방법원 2016고합685 판결), 이에 원고 A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3. 2. 8. 위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공소장 변경으로 인한 직권파기) 징역 3년 및 추징금 9,649,060원의 유죄판결을 선고하였으며(부산고등법원 2017노400 판결, 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이에 원고 A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이 2018. 3. 27.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여(대법원 2018도30 판결) 위 유죄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

이에 부산광역시 북구청장(이하 편의상 피고와 구별하지 않고 ‘피고’라고 칭한다)은 2018. 8. 24. 위 형사판결의 확정을 이유로, 의료법 제33조, 제64조에 근거하여 E요양병원의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그 허가 시점인 2014. 1. 6.부터 소급하여 취소하는 처분을 하였다. 또한 피고는 2018. 10. 16. 이 사건 재단에, E요양병원의 개설허가 취소는 의료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임을 이유로 이 사건 재단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예정이므로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2019. 1. 7. 사전처분통지를 하였으며, 2019. 2. 19. 청문을 실시한 후 2019. 3. 7. 의료법 제51조 제3호에 근거하여 이 사건 재단의 설립허가를 취소하는 처분(이하 E요양병원 개설허가 취소 처분과 합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

원고 A는 2022. 4. 27.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재심청구를 하였는데, 부산고등법원은 재심대상판결의 이유 중에 증거로 인용된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G의 진술기재’와 관련하여 G의 증언 일부가 모해위증의 확정판결(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고단2388 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으로 증명되었다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재심개시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부산고등법원은 2023. 2. 8. 공소장변경허가에 따른 심판대상변경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직권파기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및 사기죄, 의료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여 원고 A에게 징역 3년 및 9,649,060원의 추징을 선고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22재노2 판결). 이에 원고 A가 항소하였고, 대법원은 2023. 11. 30. 공소사실 중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위 파기 부분인 의료법위반의 점과 나머지 유죄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음을 이유로 위 부산고등법원 2022재노2 판결을 전부 파기 환송하였다(대법원 2023도3078 판결). 부산고등법원은 2024. 4. 25. 공소장변경허가에 따른 심판대상변경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직권파기하고, 공소사실 중 개설자격 위반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의료법위반의 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 사기의 점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 A에게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부산고등법원 2023재노5 판결, 이하 ‘재심 판결’이라고 한다), 위 판결은 2024. 5. 3.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8호증, 을 제1 내지 9, 13,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재심을 통해 의료법위반의 점이 무죄로 밝혀진 이상, 원고 A의 의료법위반 행위를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각 처분은 그 처분 사유가 부존재하여 무효이다.

피고가 의료법위반 등으로 원고 A를 고발함으로써 원고 A가 유죄판결을 받아 징역형 복역을 하였고, 이 사건 재단이 이 사건 각 처분을 받게 되었다. 이를 이유로 건강관리보험공단과 피고가 E요양병원에 환자들의 진료비, 지원금 등을 지급하지 않아 원고 A가 E요양병원 직원들에 대하여 급여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위반죄로 징역 8월의 형을 추가로 복역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의 고발 및 이 사건 각 처분으로 인해 원고 A는 재심 판결 확정 직전인 2024. 4. 30.경까지 계속 근무하였다면 이 사건 재단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급여 및 이자 1,962,000,000원, 무죄확정일인 2024. 5. 3. 기준 퇴직금 200,666,666원의 소득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여 총 2,162,666,666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 각 처분 및 징역형 복역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 A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재산상 손해 2,162,666,666원 및 위자료 180,000,000원 합계 2,342,666,66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또한 원고 A의 아내인 원고 H 역시 원고 A의 징역형 복역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원고 H은 피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위자료 1억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한다.

[원고들은 2024. 10. 1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2면에서 ‘이 사건 재단이 현재 무자력 상태이므로 이 사건 재단을 대위하여 손해액을 피고에게 직접 청구한다고 기재하고, 2024. 12. 5.자 준비서면에서도 동일하게 기재하였다. 그런데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재단에 가지는 채권(피보전채권) 및 이 사건 재단이 피고에게 가지는 채권(피대위채권)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을 위와 같이 정리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행정처분과 관련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그 행정처분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직무집행상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이때 공무원의 과실 유무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객관적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0다104805 판결 등 참조). 또한, 어떠한 행정처분이 잘못된 법령해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05864 판결 참조).

피고소인이 고소인이 고소한 피의사실로 기소된 후 이에 대하여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고소가 권리의 남용이었다고 인정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닌 이상 불법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다2955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고발이나 이 사건 각 처분을 함에 있어 피고 공무원들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고발이나 이 사건 각 처분이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

피고가 2015. 8. 24. 원고 A를 서울북부경찰서에 고발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고발 내용은 ’이 사건 재단 이사장인 원고 A가 이 사건 재단의 기본재산인 E요양병원 건축물 전부에 관하여 허가관청의 허가를 득하지 않고 2013. 10. 1.자로 I과 전세권 설정계약을 체결하여 의료법 제48조 제3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일 뿐 재심대상판결 중 무죄로 판단된 공소사실 부분과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피고의 고발이 위법하다는 주장은 그 전제에서 타당하지 않다.

○

설령 피고의 고발에 기인하여 원고 A 및 이 사건 재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재심대상판결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부산지방검찰청 검사가 원고 A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여 의료법위반 등으로 공소제기를 한 것이므로, 공소제기가 이루어진 경위에 비추어 피고가 부당하게 원고 A 및 이 사건 재단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였다거나 수사기관의 수사 활동이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루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

피고는 재심대상판결의 확정을 기다려 이 사건 각 처분에 나아갔고,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피고가 법령을 위반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였다는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 일단 확정된 형사판결은 재심이라는 절차를 거치기 전까지는 그 효력이 그대로 인정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그 확정판결의 취지에 반하여 원고 A에게 의료법위반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이 사건 각 처분이 이루어진 뒤 약 4년이 지난 뒤에야 원고 A의 재심신청으로 재심이 개시되어 의료법위반 등이 무죄로 판단된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들의 주장만으로는 이 사건 각 처분 당시 피고의 공무원들에게 직무집행상 고의나 과실이 있었다거나 그로 인해 이 사건 각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의 청구를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이해(피보전채권을 이 사건 재단에 대한 급여 및 퇴직금 청구권으로 선해)하더라도,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은 동일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판사 이상윤(재판장) 박정미 길선미

각주1) 원고들은 2024. 10. 1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의 변경된 청구취지 제1의 나항으로 “이에 대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라고 기재하였으나, “피고에게”는 오기임이 분명하므로 이를 정정하여 기재한다.

각주2) 이 사건과 관련된 공소사실 부분에 한정하여 기재하였다.

각주3) E요양병원 관련 의료기관 개설의 점에 관하여 구 의료법(2016. 12. 20. 법률 제144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2항, F병원 관련 의료기관 개설의 점에 관하여 구 의료법(2015. 12. 29. 법률 제136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7조 제1항 제2호, 제33조 제2항 각 적용.

각주4) 항소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명목으로 2,639,286,420원, 피해자 불상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료급여 명목으로 1,129,758,380원을 각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되었다.

각주5) 항소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명목으로 35,486,310원을, 피해자 불상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료급여 명목으로 34,051,900원을 각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