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 을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망 B(1962년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기계장비(조속기) 정비업체인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1997. 5.경 입사하여 2022. 10.경부터 전무로서 기술영업및 관리 업무를 맡아 해오다가 2023. 1. 1.부터는 전무 겸 정비팀장으로 정비관리업무등을 수행하여 왔는데, 2023. 1. 18. 14:00경 망인의 주거지 아파트에서 스스로 넥타이로 목을 매 경부압박질식사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망사고'라 한다).
망인은 1995년경부터 2023. 1. 12.까지 양극성 정동장애, 우울증 등의 질환(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등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3. 6. 15. 피고에게, 이 사건 사망사고는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이 사건 질병이 악화된 결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결여된 상태에서 자살행위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2024. 2. 19. 원고에 대하여,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2024. 2. 16.자 판정 결과 등을 토대로, ① 사업주의 망인에 대한 이 사건 사업장 경영권 이양 및 권한 위임 약속 불이행, 직장 내 소외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거나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았고, 망인의 자살과 시간적 차이가 있는 점, ② 상당 부분 근무 자율성이 확보되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망인의 경력이나 직위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수준을 혀저히 넘어서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질병은 외부 스트레스 보다는 개인의 기질적 특성으로 인하여 발병하는 것으로서, 망인의 경우 과거에도 특히 겨울철에 정서적인 불안정성이 증가하였음이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망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하기에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업무보다는 이 사건 질병 등 망인의 개인적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였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업무상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사망사고의 경우 비록 망인의 이 사건 질병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동안 이 사건 사업장의 성장에 많은 기여와 책임을 다한 망인이 최근에 그 경영에서 소외되었을 뿐만 아니라 업무 변경으로 인하여 감당해야 할 업무량이 폭증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의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2023. 1. 19.자 기술심사에 관한 준비업무 등을 수행함으로써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이 사건 질병이 악화·촉발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서, 망인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보아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각 증거와 이 법원의 D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등 이 사건 변론에서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질병이 그 주장과 같이 업무상 스트레스나 부담감 등으로 망인의 개인적 소인 등 발병원인과 겹쳐 악화·촉발 되었다거나 이로 인하여 망인의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등의 현저한 저하로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정도의 상황에서 이 사건 사망사고에 이르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추단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다.
먼저, 원고가 기존 질병인 이 사건 질병의 악화·촉발 원인, 즉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들고 있는 사업주의 망인에 대한 이 사건 사업장 경영에서의 소외 조치, 망인의 업무 변경에 따른 업무량 폭증, 한국수력원자력의 2023. 1. 19.자 기술심사에 대한 준비업무에 관하여 보건대, 을3,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2022. 9.경 이후 망인과 사업주 사이에 사업주의 위 사업장 경영을 둘러싸고 쌍방의 입장 차이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 이와 관련하여 망인이 어떤 인사상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바가 없고, 그 밖에 사업주측에 의한 망인의 직장 내 소외감이나 괴롭힘 등의 사정은 찾기 어려운 점,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책임감이 강한 망인이 본인 나름으로 위 사업장의 위기탈출을 위하여 스스로 전무의 지위에서 정비팀장을 겸하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하여 업무량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은 확인되지 않는 점, 한국수력원자력의 기술심사에 대한 준비업무는 그 기술심사의 경위 및 내용에 비추어 망인에게 그다지 부담이 가는 업무가 아닌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자료만으로는 그 주장과 같은 업무적 요인들이 실제로 망인에게 과중한 업무이거나 정신적 긴장 또는 부담되는 업무 내지 업무환경의 변화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으며, 기존의 이 사건 질병이 있는 망인을 기준으로 하여 보더라도 망인의 사업주에 대한 서운함, 위 사업장과 망인의 현재 및 장래에 관련된 걱정, 불안감 등을 가지고는 망인의 평소 업무 수행이 위 질병에 악영향을 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법원의 위 감정결과에 의하면, 감정의사(정신건강의학과)는 망인의 이 사건 질병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그와 같은 질병의 발병, 악화로 인하여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을 정도의 상태에서 이 사건 사망사고에 이르게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다.
* 망인의 경우 주된 진단은 '양극성 정동장애, 현존 경증 또는 중등도의 우울증'이지만, 그동안의 의무기록상 조증이나 경조증을 의심할 만한 기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실제로 양극성 장애였다면 수년에 몇 차례씩 방문하여 단기간 약을 먹는다고 해서 호전되는 병이 아니므로, 아마도 스트레스에 반응적으로 우울증상이 재발하는 양 상의 재발성 우울증이나 적응장애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최근의 생활 사건과 대인 관계는 단극성 우울증과 양극성 기분 에피소드의 시작과 재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가 있고, 망인의 경우 2023. 1. 12. 마지막 진료기록에서 직장스트레스가 있다고 주치의가 기술했다는 것은 이것이 질환에 영향이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만, 개인마다 어떠한 스트레스 요인이 얼마만큼 영향을 주어 발병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이를 수치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 정신의학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을 정도의 상태는 환상, 망상, 섬망상태, 치매나 정신지체 등 인지기능 손상상태, 물질중독이나 과도한 음주로 인한 명 정상태 등으로 적절한 판단력과 변식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에에서 자신의 행동이나 그로 인해 초래될 결과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자신의 의지와 행위를 이성적으로 통제하거나 억제할 능력이 상실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 망인의 경우 2023. 1. 4.과 1. 12. 두차례 방문한 정신과 기록에서 상기 증상에 대한 기술도 없었으며, 경증 또는 중등도의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는 위에서 말한 정도의 정신병적 상태를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따라서 이 사건 사망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