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6. 1. 28. 선고 2024구단2113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5호증, 을1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

망 B(1967년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92. 11.경 C병원(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간호사로 채용되어 2021. 1.경부터 간호부장으로 근무하여 왔는데, 2023. 10. 10. 06:40경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여 15:30경 그 담당 업무를 마치고 그 날 저녁 병원장이 인근 식당에서 주최하는 회식에 참여하였다가 식사 등을 마치고 20:10경병원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 22:05경 간호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D병원으로 후송되었다가 23:08경 급성심장사(추정)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망'이라 한다).

○

망인에 대한 부검 감정결과, 감정인 의사 2인은 망인의 심장 관상동맥에서 석회화를 동반한 고도의 죽상경화가 관찰되고, 심근에서 국소적인 간질성 섬유화가 관찰되는 등 허혈성 심장질환에 합당한 소견을 보이므로, 망인의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으로 급성 심근경색증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의견을 제시하였다.

○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4. 2. 8. 피고에게 이 사건 사망에 관하여 업무상 사유로 사망하였음을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른 유족급여및 장례비청구를 하였다.

○

피고는 2024. 5. 24. 원고에 대하여,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2024. 5. 22.자 판정결과 등에 기하여, 이 사건 사망의 경우 망인이 수행한 업무가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 과로에 미치지 않고, 기존 질환으로 고혈압이 확인되어 위 상병은 개인의 내재적 요인에 의하여 자연 경과적인 발병으로 판단되므로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의 경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간호부장으로 다양한 행정업무를 수행하면서 2020년경 코로나19 감염병 관련 파견 근무, 2021년경 의료기관 인증 준비, 2023. 2.경코로나19 환자의 대거 발생으로 인한 환자 전원 등 야간 긴급업무 수행 등으로 업무상 과로 상태에 있었고,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 전에 4일간 연속 휴무 후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녁 늦게 까지 병원장 주최의 회식에 참여하는 등으로 업무 패턴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망인의 생체리듬에 심각한 부담을 받았을 뿐 아니라, 수개월 전부터 부하직원의 마약류 반출 사건에 대한 책임자로서의 수습 및 감사 대비, 병원 전체의 비용구조와 직결되는 ABC 시스템 고도화사업의 총괄, 차기 간호실장 내정자로서의 심리적 압박감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복합적·누적적 스트레스를 받게 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거나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켜 이 사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이 사건 사망은 망인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달리 보아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

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또한 인과관계의 증명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두5695 판결 등 참조).

○

앞서 든 각 증거와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등 이 사건 변론에서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사망이나 이 사건 상병의 경우 망인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유발되거나 망인의 기저질환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발병, 악화됨으로써 발생한 것, 즉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하거나 추단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망인의 평소 근무형태 및 업무내용을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의 병동간호부장으로서 간호행정업무를 수행하면서 주 5일(토, 일요일 휴무) 근무하고, 근무시간은 주간근무인 06:40부터 15:30까지[휴게시간 (12:30부터 13:00까지) 포함]이며, 이 사건 상병 발병 전인 2023. 10. 6.부터 10. 9.까지는 휴무여서 출근하지 않고, 이 사건 상병 발생 당일인 2023. 10. 10. 06:40경 출근하여 15:30경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대기하였다가 17:40경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여 회식을 가진 후 20:10경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이 사건 사업장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 이 사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②

망인의 그동안의 실제 업무시간을 보면,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간(휴무일 4일 포함)은 총 17시간 정도, 발병 전 4주간은 1주당 평균 총 29시간 35분 정도, 발병 전 12주간은 1주당 평균 총 35시간 15분 정도로 인정되므로, 평소 이 정도의 업무시간이나 업무량 및 강도만으로는 업무상 과로 상태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③

원고의 주장과 같이 망인이 2020년경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대구 의료기관에 파견근무하고, 2021년경 의료기관 인증 준비 업무, 2023. 2.경 코로나 환자 발생으로 인한 야간 긴급업무 등을 수행하기는 하였지만, 그 업무 수행은 이 사건 사망2-3년 전이나 8개월 전에 행해진 것으로서 그때 이로 인한 과로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동안의 경과나 시간적 간격 등에 비추어 그 과로가 누적되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이나 유발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쉽사리 인정하기 어렵다.

④

비록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생 전에 4일간 연속 휴무 후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저녁 늦게 까지 병원장 주최의 회식에 참여한 바 있지만, 그 회식은 망인의 간호실장 승진을 축하, 격려하고, 간호실의 긴밀한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간담회를 겸해 마련된 일정으로서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의 상병 발생 당일 근무형태나 회식 일정이 망인에게 생체리듬에 심각한 부담을 줄 정도로 업무 패턴의 급격한 변화 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단기간 내에 근무시간이나 업무량이 급격히 증가하였다거나 어떤 돌발 상황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

⑤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망인이 2023. 5.경 부하 직원의 마약 반출 행위로 생긴 문제 수습이나 이에 대한 감사 준비, 2023. 9.경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ABC시스템 고도화 구축사업의 총괄, 승진 내정자로 계속된 인수인계 업무 등으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거나 과도한 정신적 긴장 상태에 있었다는 등의 사정은 통상적으로 간호부장 및 간호실장 내정자로 감당할 수준의 업무 범위나 긴장 수준을 넘어 이로 인하여 망인이 심한 스트레스나 신체적 부담을 받았다고 볼 만한 뚜렷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⑥

망인의 경우 2016. 2.경부터 2023. 6.경까지 장기간 이 사건 상병의 위험인자인 원발성 고혈압에 대하여 약제 복용 등 치료 및 관리를 받아왔고,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망인의 심장 관상동맥에 고도의 죽상경화증이 관찰되었다.

⑦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따르면, 감정의사(직업환경의학과)는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망인의 경우 절대적 근무시간이 적고, 업무가중요인이 있으나 업무관련 돌발 상황이나 장·단기 과로가 적은 것으로 보이며,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은 고혈압 등 개인적 소인이 주된 원인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피력하고 있다.

⑧

그 밖에 망인의 그동안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망인의 기저질환을 발병시켰다거나 이를 악화시켜 이 사건 사망이나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

○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나온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