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6. 1. 22. 선고 2024나49803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21. 4.경 용역업체인 주식회사 C에 입사하여 1년 6개월 동안 부산 D 호텔에서 여자 사우나 청소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피고는 조원들의 근무스케줄을 조정하는 조장의 역할을 하였는데, 2022년 7월과 8월에 B조 시간대(13:00부터 22:00까지)에만 원고의 근무시간을 배정하였다.

다.

피고는 2022. 8. 25. 원고에게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 '사람다운 행동을 했습니까?', '생각이 없고 느낌이 없습니까?', '아아, 아무 생각이 없는가 보네', '회사를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말하였다.

라.

원고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2022. 8. 22.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원고는 2022. 10. 21.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진정을 제기하였고, 위 노동청으로부터 2022. 11. 22.경 피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는 취지의 사건처리결과를 회신 받았다. 또한 원고는 2023. 3. 17.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로부터 원고의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제2호의 업무상 질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32, 37, 38, 41 내지 4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B조 시간대의 업무는 다른 시간대의 업무보다 과중함에도, 피고는 2022년 7월과 8월에 B조 시간대에만 원고의 근무시간을 배정하였고, 원고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였는바, 이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 6,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에서의 '지위의 우위'란 기본적으로 지휘명령 관계에서 상위에 있는 경우를 의미하나,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 직위 · 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음을 이용하였다면 지위의 우위성을 인정할 수 있고, '관계의 우위'란 개인 대 집단과 같은 수적 측면, 나이 · 학벌 · 성별 · 출신 지역 · 인종 등 인적 속성, 근속연수 · 전문지식 등 업무역량, 노조 · 직장협의회 등 근로자 조직의 구성원 여부, 감사 · 인사부서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 정규직 여부 등에 있어 상대방이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로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이는 사업장 내 통상적인 사회적 평가를 토대로 판단하되, 행위자와 피해자 간에 이를 달리 평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편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는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신체적 · 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 또는 근무환경의 악화라는 결과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하며,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시간, 행위의 내용과 정도 및 그 지속성 유무, 관련 업무의 내용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B조 시간대를 제외한 근무시간은 A조 시간대(05:00부터 14:00)와 E조 시간대(12:30부터 21:00까지)가 있다. E조 시간대는 상당 부분 B조 시간대와 중첩되고 있고, B조 시간대에 근무를 하는 경우 A조 시간대에 비해 계약직 직원의 도움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으므로, B조 시간대의 세탁물 수거 업무가 다른 시간대에 비해 1회 더 많다고 하더라도, B조 시간대의 업무가 A조 시간대의 업무에 비해 객관적으로 과중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②

피고는 스케줄 조정 문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원고를 향해 모욕적인 언사 등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한 것으로는 보이나 그 내용이나 정도, 지속성 유무, 관련된 업무의 내용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③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은 2022. 11. 22.경 피고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였으나, 피고는 그 전인 2022. 11. 8. 퇴사하였고, 위 지청이 피고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기 전에 피고의 해명을 듣거나 원고의 진술 외에 다른 증거를 수집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④

산재보험법상 재해보상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질병 등에 대하여 사용자의 고의 · 과실을 불문하고 법이 정하는 보상을 하도록 하는 사회보장제도이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제도와는 그 취지나 목적이 다르다. 원고가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은 것은 그 질병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지 그 자체로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다는 판단으로 볼 수는 없다.

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이 피고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민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이 위와 같은 판단에 기속되지는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현경훈(재판장) 김태우 사경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