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4. 8. 16. 선고 2024노97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

피고인은 선박인 E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 내부에 대하여 경비용역서비스업을 담당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에는 선박안전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적용될 수 없다.

○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가 아니라 이 사건 선박 내 경비용역 서비스업의 사업주에 불과한 피고인이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안전통로를 설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줄사다리 및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그 의무를 다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사건 당일 개인적인 용무를 보기 위해 이 사건 선박에 출입하였을 뿐 정상적인 근무 중에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0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현행 형사소송법상 항소심은 속심을 기반으로 하되 사후심적 요소도 상당 부분 들어 있는 이른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므로 항소심에서 제1심판결의 당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러한 심급구조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항소심이 그 심리과정에서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새로 드러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심의 판단을 재평가하여 사후심적으로 판단하여 뒤집고자 할 때에는, 제1심의 증거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사실인정에 이르는 논증이 논리와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등으로 그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 사정도 없이 제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형사사건의 실체에 관한 유죄·무죄의 심증은 법정 심리에 의하여 형성하여야 한다는 공판중심주의, 그리고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부합한다(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참조).

2)

법 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9도1129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피고인의 사업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판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이처럼 산업안전보건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됨을 원칙으로 하되(제3조 본문), 유해・위험의 정도, 사업의 종류,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 등을 고려하여 동법 시행령 [별표 1]에서 정하는 일부 사업에는 동법의 전부 또는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조 단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여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취지와 이를 관철하기 위하여 동법을 모든 사업에 적용함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일부 적용 제외를 규정한 동법 제3조 단서 조항의 예외사항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선박안전법 제1조는 “이 법은 선박의 감항성<1> 유지 및 안전운항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박안전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무 규정들을 살펴보면, 선박소유자, 선장, 선박용 물건 또는 소형선박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는 자, 형식승인을 받으려는 자, 컨테이너의 제조자 또는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하여 선박에 대한 각종 검사, 선박용물건, 소형선박 및 컨테이너의 형식승인, 선박시설의 기준, 안전항해를 위한 조치 등 선박의 감항성 유지 및 안전운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항에 대하여 여러 의무를 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하도록 벌칙 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산업안전보건법 및 선박안전법의 각 내용을 살펴보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동법을 적용하도록 하면서 예외적으로 일부 사업에 대하여 동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그 적용 제외 대상에 ‘선박안전법 적용 사업’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외형적으로 선박과 관련한 사업이라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의 책임을 묻지 않거나 해당 근로자를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함이 아니라 해상에서의 선박 운행을 전제로 하는 선박 사업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여 선박의 감항성 유지 및 안전운항에 관한 의무 규정들을 두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니라 선박안전법의 벌칙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선박안전법은 선박 운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법률로서 선박 운항과 관련하여서는 그 운항 과정에서의 업무특수성으로 인해 근로자의 안전관리에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의 제한적인 예외를 둔 것이고, 이는 선박의 운항 중에는 현실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의 준수를 강제하거나 실효적인 근로감독이 이루어지기 어려워 선박 운항과 관련하여서는 해양수산부의 선박안전에 대한 규제가 우선될 필해할 수 있는 성능을 말한다(선박안전법 제2조 제6호).

요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 1]에서 ‘선박안전법 적용 사업’을 적용 제외 대상으로 정하면서도 그중 ‘선박 및 보트 건조업’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대상에 다시 포함시킨 것 역시 선박의 운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에 대하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 제외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사업은 이 사건 선박에 대한 단순 경비용역 업무이므로 선박의 운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단지 그 경비 업무의 대상이 선박이라는 점만으로 ‘선박안전법 적용사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또한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선박안전법의 각 규정들을 살펴보더라도 선박 경비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 등에 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은바, 단순히 선박안전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박 경비업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개별 사업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적용 제외 규정을 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라)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수행한 업무는 이 사건 선박의 내부 순찰, 고가 장비의 도난 방지, 선박 출입 통제, 화재 감시 업무 등이었으므로, 이러한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니라 선박안전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사업이 ‘경비용역 서비스업’이고,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근로계약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경비 업무, 주로 순찰 업무를 담당하였던 것인바, 단지 경비 업무의 대상이 선박이라는 점만으로 피해자가 수행한 경비 업무의 내용이 통상적인 경비 업무와 비교하여 본질적으로 다르다거나 그 업무 내용에 독자적인 특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피고인 및 변호인은 영세업자인 피고인에게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안전통로 설치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의무를 강제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기록에 의하여 확인할 수 있는 이 사건 선박의 구조, 피해자가 근무한 작업장의 환경, 피해자가 이 사건 선박에 출입하는 장면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선박과 안벽 사이(약 1m 내외)에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통로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현실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의무를 부담케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발생 후 9일이 지난 2023. 1. 17.경 시정조치 이행으로 위 공간 사이에 철제 사다리를 용이하게 설치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제1권 제457면).

바)

따라서 선박의 운항 과정에서의 업무가 아니라 단순 경비용역 서비스업에 불과한 피고인의 사업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조 단서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동조 본문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2>

2)

피해자가 근무 중이었는지 여부, 피고인이 업무상 주의의무 및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판단을 기록과 대조하여 면밀히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보면,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에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은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하면서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하여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피해자의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금석(재판장) 신은진 황창민

각주1) ‘감항성’이란 선박이 자체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갖추어야 하는 능력으로서 일정한 기상이나 항해조건에서 안전하게 항

각주2) 피고인의 사업에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