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8. 22. 선고 2025가단46295 판결

2025

주문

1.

피고(반소원고)는 원고(반소피고)에게 37,239,207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6. 24.부 터 2025. 8. 22.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 및 피고(반소원고)의 반소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한 비용의 10%는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 (반소원고)가 부담하며, 반소로 인한 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본소 및 반소를 함께 본다.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자기 소유의 부산 수영구 C빌딩 D호에서 '세무사 B사무소(이하 '이 사건 사무소'라 한다)'라는 상호로 세무업을 영위하던 개인사업자이고, 원고는 이 사건 사무소에서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피고는 2015. 11월경 뇌경색 진단을 받은 후 그 후유증으로 입원 및 퇴원을 반복하면서 이 사건 사무소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

다.

피고의 아들인 E은 2022. 6. 3. 원고에게 "고객들께 폐업예정통지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이하 '이 사건 문자'라 한다)를 보냈다. 원고는 2022. 6. 9.까지 이 사건 사무소에 출근한 후 2022. 6. 10. 이후로는 출근하지 않았다.

라.

원고는 2022. 11.경 피고를 상대로 하여 피고가 2022. 6. 9.까지 이 사건 사무소에서 회계사무직으로 근무한 원고에 대한 임금을 체불하였다면서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은 2023. 7.26. 피고의 원고에 대한 체불금액이 총 40,288,493원(= 미지급 임금 3,445,000원 + 미 지급 퇴직금 31,144,207원 + 미지급 상여금 2,650,000원 + 해고예고수당 3,049,286원) 이라고 보면서, 피고의 임금, 상여금, 퇴직금,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행위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그 수사결과를 검찰에 송치하였다.

마.

피고는 위 혐의에 대해서 약식으로 기소되었고,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2024.5. 16.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였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3고약6219 약식명령).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는데, 위 법원은 2025. 1. 8. 원고에 대한 임금, 상여금, 퇴직금 미지급 행위에 대하여 벌금 300만 원의 유죄판결을,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행위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4고정249 판결. 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와 피고가 모두 항소하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3, 12, 13호증 및 을1~4, 30, 3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본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미지급 임금, 상여금, 퇴직금 지급 청구 부분

1)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

원고는 피고와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에 따라 2012. 9.1.경부터 2022. 6. 9.경까지 이 사건 사무소에서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으나, 피고로부터 2022. 5월분 임금 2,650,000원 및 상여금 2,650,000원, 2022. 6월분 임금 795,000원, 퇴직금 31,144,207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미지급 임금, 상여금, 퇴직금의 합계 37,239,207원(= 2,650,000원 + 2,650,000원 +795,000원 + 31,144,20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원고가 2012. 8. 31.경 이 사건 사무소에서 퇴사하였고 이후로는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근무하지 않았다. 원고는 피고가 치매로 인해 원고에 대한 지휘·감독이 불가능한 상황을 이용하여 독단적으로 세무사 업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 미지급 임금, 상여금,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2)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인지 여부

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13호증 및 을1~3, 8, 19, 25, 29,3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서 또는 취업규칙·복무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던 점, ○ 피고가 2016년경부터 치매 증상을 보임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사무소의 업무 수행이나 운영경비 지출, 출퇴근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1~3, 19호증), ○ 원고는 피고에 대한 보고 없이 새로운 거래처로부터 사건 수임을 받기도 했던 점(갑13호증 6면), ○ 2012년경부터 2015년경까지 피고 명의의 부산은행 계좌((계좌번호 1 생략), 이하 '사업체 계좌'라 한다)에서 원고에게 직접 금전이 이체된 내역이 확인되지 않고(을25호증), 피고의 배우자인 F가 2015년경부터 2017년경까지 매월 원고에게 지급한 금액이 일정하지 않았던 점(을34호증)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갑2, 5~11, 13호증 및 을1, 6, 16, 18,23~25, 28~30, 을39호증의 1, 을41, 45, 5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사정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2022. 6. 9.까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

①

근로자가 제공할 근로의 내용은 근로계약 체결 당시 대강만을 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노동 관행 및 사용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 사건 사무소의 기장대행·신고대리 업무는 그 성격상 반복적·규칙적인 업무에 해당하는바, 세무경력자인 원고는 피고의 구체적인 지휘·감독 없이도 과거에 피고가 정하였던 업무 내용을 계속 수행하면서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원고가 새로운 거래처와 상담·수임을 한 것이 기존 업무 범위를 일탈한 행위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피고가 치매 증상을 보인 후 피고의 아들인 E은 원고에게 피고 소유 건물의 관리업무 및 가사 관련 비용 송금 등을 지시하였고<1>(갑5, 8, 10호증), 2021. 7. 7. 세무사 자격 갱신을 요청하였으며(을45호증), 2022. 6. 3. 이 사건 사무소의 폐업을 지시하기도 하는 등 원고의 업무 내용을 정하였다. 이러한 E의 관여 정도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개입으로서 원고의 업무를 구속하였다고 보이므로, 원고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E을 통한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②

원고의 2022. 5월 출퇴근 내역에 따르면 원고는 지정된 근무장소인 이 사건 사무실에 출근하여 근무하였고, 그 근무시간은 전체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을 준수하고 있다(갑7호증). 한편 2022. 6. 3. E이 원고에게 폐업 지시를 함에 따라 원고는

2022. 6. 9.까지 인수인계 업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들과 함께 E의 업무 지시내역 및 원고가 작성한 업무일지의 기재 내용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2022. 5월 이전 기간에 대하여도 이 사건 사무소에 출퇴근하며 소정근로시간을 준수한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사무소의 비품·작업도구 등은 모두 피고의 소유이다. 한편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제3자를 고용하여 이 사건 사무소의 업무를 대행하게 하였다거나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 중 다른 세무사 사무실 등에서 근무했다는 점 등이 확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원고가 자신의 급여와 별도로 이 사건 사무소의 수익 또는 운영경비를 수취하거나 그 운영경비를 자신의 계산으로 지출하는 등 이 사건 사무소의 업무를 통하여 자신의 이윤을 꾀하거나 손실의 위험을 부담했다는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

④

원고는 이 사건 사무소의 매출액 증감과 무관하게 기본급 및 상여금으로 구성된 고정된 월 급여를 지급받았고(갑9호증, 을41호증), E에게 매월 급여 및 운영경비내역을 보고하였으며(을23, 28호증), E은 그 급여 및 운영경비를 피고의 계좌에서 직접 인출해가라고 하기도 하였다(갑5, 10호증). 원고는 2010. 2. 1.부터 4대보험에 가입되어있었으며(갑9호증, 을39호증의 1), 매년 자신의 근로소득 원천징수내역을 신고하였다.

⑤

원고와 피고 간의 근로계약에 관한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및 복무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피고의 사업체 계좌에서 2012. 9월경부터 2015. 11월경까지 원고의 계좌로 직접 급여가 이체된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거나<2>, F의 계좌에서 2015. 12.

11.부터 2017. 10. 12.까지 원고에게 지급된 월 급여액이 일정하지 않았다는 것 등 피고 측이 주장하는 사정들은 형식적 징표로서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사유만으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⑥

피고 측은 원고가 아무런 근로관계 없이 이 사건 사무소에서 독자적으로 세무사 업무를 하였고, 피고의 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무단으로 점유하면서 그 통장에서 급여·운영경비 명목의 금전을 인출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의 아들 E은 원고에게 피고의 통장·공인인증서를 반환하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원고를 'A차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면서 2022. 5월경까지 지속적으로 가사관련비용 등의 송금이나 건물 관리업무를 요청한 점, 원고에게 피고의 통장에서 급여·운영경비를 직접 인출해가라고 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⑦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반복적인 폐업지시 및 퇴거명령에 불응하고 불법으로 이 사건 사무소를 운영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 이 사건 사무소의 폐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20년경부터로 보이는데, 그 당시 피고 측이 원고에게 구체적인 폐업일자 등을 지정하여 폐업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 그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E에게 이 사건 사무소의 폐업에 관한 피고의 진의에 대하여 물어보자, E은 고객들의 피해 없이 정리될 때까지만 유지하자고 피고를 설득한 상태라고 답하였던 점(을6호증), ○ 그와 같이 피고의 구체적인 폐업지시가 없었던 상황에서 사무직원에 불과한 원고가 이 사건 사무소의 폐업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폐업지시·퇴거명령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이에 불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피고는, 2011. 7. 6. 파킨슨병 진단을 받음에 따라 2012년 당시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심신상태에 있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세무사업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으므로 원고와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의사능력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바(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9다213344 판결 참조), ○ 피고의 인지장애 증상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시기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체결된 이후인 2016년경인 점(을2, 3호증)<3>, ○ 그 이후에도 피고는 2022년경까지 업무상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직접 결정하거나 그 상대방과 통화하였다는 사정이 확인되는바(갑5호증), 피고에게 원고와의 근로관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정도의 의사능력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동부지청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 피고의 진술을 받지 못한 것은 특별사법경찰관이 피고의 심신장애 사실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피고가 와병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을1호증 66면)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 유지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⑨

피고는, 원고가 세무사 자격이 없이 독자적으로 세무대리를 하여 세무사법을 위반한 점에 비추어 원고를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는 원고를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이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이루어졌다(갑14호증). 이에 대해 피고는 그 불송치 결정에서 원고가 범행사실을 시인했다는 수사기관의 판단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앞서 인정된 사정들에 의하면 원고는 세무사법 12조의5에 따른 사무직원으로서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피고의 명의와 계산으로 세무대리를 한 것으로 볼 것인바, 을49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세무사법을 위반하여 불법 세무대리를 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3)

원고의 근무기간 및 미지급 임금

나아가 원고의 근무기간 및 미지급 임금에 대하여 본다. 앞서 채택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12. 9. 1.부터 2022. 6. 9.까지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한 사실, 이에 따른 원고의 퇴직금인 31,144,207원인 사실, 원고는 2022. 5월분 임금 2,650,000원 및 상여금 2,650,000원, 2022. 6월분 임금 795,000원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나.

해고예고수당 지급 청구 부분

1)

원고는 30일 이전의 예고 없이 피고로부터 해고당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예고수당 3,049,286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바, 그 해고의 존부에 관하여 아래에서 살펴본다.

2)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와 관계없이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의미하는데, 근로계약관계가 이와 같은 해고 때문에 종료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서울고등법원 2013. 10. 16. 선고 2012누34756 판결, 대법원 2014. 2. 28. 선고 2013두23904 판결 참조).

3)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을3~7, 14, 24, 30, 4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피고의 일방적 해고에 의하여 종료되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해고예고수당 지급 청구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가 2016년경부터 치매 증세로 인하여 정상적인 세무사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사무소는 2019년부터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되었다. 이에 따라 2020년경부터 피고와 E, 원고 사이에서 이 사건 사무소의 폐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②

원고는 세무사 자격이 없는 사무직원으로, 피고가 이 사건 사무소를 폐업할 경우 더 이상 그 사무소에서 세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피고의 딸인 G가 원고의 요청에 따라 작성해 준 확인서(을3호증)의 기재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사무소의 폐업이 구체적으로 예정됨에 따라 원고의 근무 종료일에 관한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볼 여지도 있는바,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원고는 피고가 30일 전 해고예고 없이 원고를 해고하면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는 범죄사실로 피고를 고소하였으나, 관련 형사판결에서는 2025. 1. 8. 위 혐의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상여금, 퇴직금의 합계 37,239,207원(=2022. 5월분 임금 2,650,000원 + 상여금 2,650,000원 + 2022. 6월분 임금 795,000원 + 퇴직금 31,144,207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다음날인 2022. 6. 24.부터 피고가 원고의 청구에 대해서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8. 22.까지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 37조및 동법 시행령 17조에 정한 연 20%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

피고는 2017. 12. 14.부터 2022. 5. 11.까지 원고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된180,069,083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므로 이는 부당이득으로 반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로 근무하였고 위 금액은 원고의 근로 제공에 따른 급여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부분

1)

키폰 설치계약 페이백 금액 청구

피고는 원고가 2018. 3. 9. 이 사건 사무소의 명의로 키폰 설치계약을 체결하면서 페이백으로 지급받은 200,000원을 피고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임의로 수령했다고 주장하며, 그 200,000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한다.

그러나 을21, 2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위 200,000원을 실제로 수령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서류 파쇄행위에 따른 지출비용 청구

피고는 원고가 2020. 11. 7. 이 사건 사무소의 서류를 파쇄하면서 그 사실을 피고에게 알리지 않았고, 급여 및 운영경비 내역서에도 위 지출내역을 누락하였으므로, 원고를 상대로 그 파쇄비용 132,000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한다.

살피건대, 을13~15호증, 을25호증의 기재 등에 의하면 원고가 2020. 11. 7. 서류 파쇄업체를 통하여 이 사건 사무소의 서류를 파쇄하였고, 2020. 11. 9. 피고의 사업체 계좌에서 위 파쇄비용 132,000원을 지출한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는 그러한 사실을 피고 또는 E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 앞서 인정된 사정들에 따르면 원고는 피고의 통장·공인인증서를 보관하면서 이 사건 사무소의 운영경비 지출에 대한 포괄적인 대리권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위 서류 파쇄는 회계연도 5년 이상 경과 등에 따른 업무적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점(갑13호증 12면, 을13호증), ○ E이 원고에게 이 사건 사무소의 폐업을 지시한 이상 원고의 서류 파쇄행위로 인해 피고에게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서류 파쇄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거나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 청구

피고는, 원고가 ① 피고의 딸인 H에 대한 허위 증여 교사, ② 피고에 대한 모욕·지시 불이행, ③ C빌딩 임대 관련 무권대리, ④ 2022. 6. 21.자 사서명위조 등의 가해행위를 하였다면서 그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으로서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한다.

그러나 갑13호증 및 을9, 10, 17, 47, 48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한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특히 무권대리와 관련해서는 E으로부터 건물 관리업무에 관한 지시를 받고 있던 원고의 행위를 무권대리로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원고의 2022. 6. 21.자 사서명위조 혐의에 관해서는 수사기관이 2025. 2. 25. 불송치 결정을 한 바 있다(갑14호증, 을49호증)].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소결

따라서 반소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본소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 및 피고의 반소 청구는 각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남재현

각주1) 이에 대해 피고는 E의 개인적인 부탁을 원고가 들어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E이 보낸 문자메시지의 빈도 및 내용, 그 문자메시지에 대한 원고의 반응, 원고·피고와 E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러한 주장은 받아들이 기 어렵다.

각주2) 그러나 을25호증의 기재에 따르더라도 해당 기간 중 피고의 사업체 계좌에서 매월 10일경 약 190만 원에서 220 만 원의 금전이 대체출금되었고 4대 보험료가 납부된 사실이 확인되는바, 해당 기간 중 원고에 대한 급여 지급 이 대체출금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정이 추인된다.

각주3) 피고는 2011. 7. 6. 피고가 혈관성 치매의 일종인 미세혈관병증을 진단받아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당시 심신장 애 상태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 진단 결과만으로 피고의 의사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었다는 사정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