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된다.
부산 북구 B 소재지에는 원고의 모친인 C가 사업자로 되어 있는 축산물 가공업체인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원고의 부친인 E이 운영하는 육가공업체인 F 주식회사가 있는데, 이 사건 사업장은 위 회사와 사업장을 같이 하면서 설비 및 작업도구 등을 공유, 사용하여 육가공제품 등을 만들어 위 회사에 납품하는 형태로 운영되어 왔고, 원고와 C 및 E은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하는 가족관계에 있다.
원고는 2023. 5. 11. 12:00경 이 사건 사업장의 작업장에서 고기분쇄기를 작동하다가 원고의 우측 손이 위 기계에 딸려 들어가는 바람에 '우측 전완부 절단, 연조직 파손'의 부상(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입고, 2023. 8. 3.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23. 10. 27. 원고에게, 원고의 경우 사업주의 지휘·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고 있는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와 생계 및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로 확인되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요양불승인처분에 대하여 다투지 않고 있다가 2025. 1. 23.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다시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25. 2. 3. 원고에 대하여 종전의 위 처분을 번복할 만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다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상병의 경우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주의 지휘·감독 하에 육가공 업무 등을 맡아 근무하던 중 위와 같은 업무상 사고를 당하여 입게 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피고가 원고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산재보험법의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두13939 판결, 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0두54869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각 증거와 갑5 내지 13호증, 을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등 이 사건 변론에서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자료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그렇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
우선, 모자관계에 있는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와 원고 사이에는 2020년도부터 2023년도까지 매년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으나, 통상의 근로계약서와 달리 거기에는 근로계약기간이나 월급조차 제대로 기재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사업주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2020. 2.경 위 사업장의 HACCP 인증 관계로 2020년도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었으나 실제 근무는 2021년부터 하였다는 것이어서 그 내용이 실체와 맞지 않으므로, 이러한 근로계약서의 존재만으로는 원고의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근로관계를 인정할 것이 아니다.
위와 같은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이 08시 30분부터 18시 30분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사업장에는 타임카드나 출근부 등 근태관련 서류가 작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원고의 휴대폰 통화기지국 사용내역(기간 2022. 9. 1.~2022. 11. 30., 갑12호증)에 평일 사업장 근무지 외 다른 장소에서 사용 이력이 확인 되므로, 일방적인 원고 및 사업주의 진술 외에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 등에 정해진 바와 같이 근무하였다거나 이에 관하여 사업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이나 구속을 받았다고 볼 만 한 객관적인 자료나 사정을 찾기 어렵다(오히려 사업주 스스로 원고의 지각·결근 시 별도의 제재는 하지 않고 묵인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원고에 대한 2020년 급여대장(매달 180만 원) 및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2,150만 원)이 존재하나, 급여이체내역이 없으므로, 그 기간 근무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21년부터 근무하였다는 사업주의 진술에 비추어 이들 자료의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후 2021년 급여대장(매달 183만 원),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2,196만 원) 및 급여이체내역, 2022년 급여대장(매달 191만 5,000원),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2,298만 원) 및 급여이체내역, 2023년 급여대장(매달 205만 원) 및 급여 이체내역 등이 존재하나, 사업주와 원고의 관계, 급여이체내역상의 금액이나 일자가 일정하지 않은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2020년도의 것은 믿기 어려운 점, 피고 주장대로 이 사건 사업장에서 세액공제나 비용처리 등 세무상 필요를 위해 그와 같은 내용의 근로소득신고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달리 원고의 위 사업장 근로관계가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여 확인되지 않는 이상, 이들 자료만을 가지고는 원고가 그 기간 동안 위 사업장에서 그와 같은 금액을 임금으로 받으면서 근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2020. 2.경부터 고용보험 등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20년에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실제 근무하지 않았고, 급여이체내역에서 위 보험료 공제 등의 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은 사정 하에서 원고가 그 부친을 중심으로 부모가 운영하는 형태를띤 이 사건 사업장 등에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 업무에 종사하는 것에 더 나아가 다른 상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용자 측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나온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