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소송의 경과
원심판결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주류 판매업을 영위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환송 전 당심판결
검사는 원심판결에 대하여 아래 제2항 기재와 같은 내용으로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환송판결
피고인은 환송 전 당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였고 그와 같은 환송 전 당심판결에 대하여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주류 판매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장악하였다거나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다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환송 전 당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이 법원에 환송하였다.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피고인은 합자회사 C(이하 'C'라 한다)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주류판매업을 영위하였다.
판단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류 판매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2015. 1월부터 2017. 7월까지 주류도매업을 영위하는 합자회사 C(이하 'C'라 한다)로부터 주류를 공급받아 피고인이 관리하는 부산 연제구 D 소재 'E' 등 15개 정도의 거래 업체에 합계 750,064,483원 상당의 주류를 판매하였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C와 별개로 독자적인 책임과 재산으로 C로부터 주류를 공급받아 거래처에 판매하였음을 전제로 하는데, 기록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주류 판매업을 영위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C가 피고인에게 피고인이 판매한 주류의 매출금액에서 매출원가를 공제한 마진액 중 매출원가의 8~9%를 제외한 나머지 금원에서 4대 보험료, 배달 및 영업비용으로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액 등을 공제한 금액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에게 일정 금액의 기본급을 지급하면서 주류 영업으로 인한 인센티브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방식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피고인이 거래처로부터 주문을 받아 거래처별 일일판매일보를 작성하여 C에 제출하면, C의 직원들이 일일판매일보에 따라 매출처 원장을 작성한 다음 주류를 출고하여 주었고, 피고인이 출고된 주류를 거래처에 배달하였다. 주류대금의 대부분은 거래처에서 주류전용카드로 결제하여 C의 법인 계좌로 입금되었고, 일부 피고인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도 피고인이 C에 지급하였으며, C는 거래처별 채권대장을 작성하여 미수금을 관리하였다. 이처럼 C는 거래처별 주류의 출고 현황이나 수금내역 등을 관리하고 주류 판매대금을 회수하였다.
피고인이 대외적인 거래관계에서도 독립적으로 판매업을 영위하였다는 데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 주류 주문 및 납품 과정, 주류대금 수금 방식, C와 영업사원 사이에서 영업사원이 미수금의 부담을 종국적으로 책임지는 것으로 약정하였더라도 영업사원 개인이 미수금채권의 채권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거래처에 대한 주류공급의 상대방이자 미수금채권의 채권자는 C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주류 판매업 면허제도의 취지는 주세 수입의 효과적 확보 및 국민보건과 관련이 있는 주류 유통과정의 투명화인데, 주류 판매업 면허 있는 C가 피고인과 같은 영업사원에게 거래처 관리에 관한 일체의 책임을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주류 판매 영업을 하였더라도, 주세를 탈루하거나 주류의 유통과정을 불투명하게 하는 등 주류 판매업면허제도에 관한 주세법 등 관련 규정을 잠탈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당심의 판단
환송판결의 기속력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후문도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은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이에 상응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따라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 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주류 판매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장악하였다거나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다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피고인은 C의 주류를 C 명의로 거래처에 공급하였다. 거래처에 대한 주류대금 채권은 C에 귀속되었다. 거래처는 C에 주류대금을 지급하였고, 거래처가 C가 아닌 피고인을 거래의 상대방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주류 공급계약의 당사자는 명의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C라고 볼 여지가 크다.
거래처로부터 받은 주류대금의 관리와 정산도 C가 담당하였다. 거래처가 주류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한 주류대금은 C 명의의 계좌에 입금되었고, 피고인은 거래처로부터 받은 현금도 C에 그대로 전달하기로 하였다. 실제로 C의 다른 영업사원은 거래처로부터 받은 현금을 C에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함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또한 C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당일 주류를 주문한 거래처, 주문한 주류의 수량, 결제액과 방법, 수거한 공병과 용기의 수량 등이 기재된 일일판매일보를 제출하도록 하였고, 이를 기초로 거래처별 채권대장 등을 작성하여 판매대금과 수금내역 등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미수금을 관리하였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C에 거래처의 미수금 상당액을 선지급한 후 거래처로부터 해당 금액을 받은 적이 1, 2회 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의 일부 급여명세서에 미수금의 이자 상당액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C에 재직하던 중 거래처로부터 주류대금을 온전히 수금하지 못하여 미수금 액수가 적지 않은데, C는 피고인의 급여 산정 과정에서 미수 원금이 아니라 미수금의 이자 상당액을 일부 반영하였을 뿐이다. 이와 같은 미수금의 선지급과 이자 상당액의 반영 횟수 및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미수금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C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서 취한 조치에 불과할 여지가 있고, 피고인이 미수금에 관한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주류 재고, 파손 및 반품으로 인한 책임 등 주류 판매로 인한 각종위험을 부담하였다거나, 주류 공급가격의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는 등 C와 별개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조세범 처벌법 제6조 위반인지 여부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의 판단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과 C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 밖에 피고인과 C의 관계를 통상적인 근로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이 주류 판매에 이르는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장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형철(재판장) 이진아 김혜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