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5. 12. 19. 선고 2025노2232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소송의 경과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주류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2016년 6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주류도매업을 영위하는 합자회사 C(이하 'C'라고 한다)로부터 주류 366,465,716원 상당을 공급받아 자신이 관리하는 거래처에 주류를 공급하는 방법으로 무면허 주류판매업을 영위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2016. 8. 1. 주류도매업체인 C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하여 2017.2. 28.경까지 근무하면서 C의 지휘·감독 하에 거래처에 주류를 공급하고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받았을 뿐,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주류판매업을 영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C와 별개로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C로부터 주류를 공급받아 거래처에 판매함으로써 주류판매업을 영위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환송 전 당심판결의 판단

원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사실오인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환송 전 당심은 '피고인과 C 사이의 급여 지급 · 정산방식 및 그에 따른 영업비용과 미수금에 관한 책임 부담관계,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거래처와의 거래조건에 관한 결정 권한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C와 통상적인 근로관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피고인이「조세범 처벌법」(이하 '조세범처벌법'이라 한다) 제6조가 처벌하는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벌금 1,500만 원에 처하는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라.

환송판결의 판단

피고인은 환송 전 당심판결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조세범처벌법 제6조가 처벌하는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환송 전 당심판결에는 조세범처벌법위반죄 구성요건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환송전 당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이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검사가 이 사건에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C와 별개로 독자적인 책임과 계산으로 주류판매업을 영위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3.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환송판결의 기속력

법원조직법 제8조는 "상급법원의 재판에 있어서의 판단은 당해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법률심을 원칙으로 하는 상고심은 형사소송법 제383조 또는 제384조에 의하여 사실인정에 관한 원심판결의 당부에 관하여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므로 조리상 상고심판결의 파기이유가 된 사실상의 판단도 기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상고심으로부터 사건을 환송받은 법원은 그 사건을 재판함에 있어서 상고 법원이 파기이유로 한 사실상 및 법률상의 판단에 대하여 환송 후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어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않는 한 이에 기속된다.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생기지 아니하였음에도 하급심이 상급심판결의 파기이유와 달리 판단한 경우 그 하급심판결에는 파기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법리를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8도10572 판결,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오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당심의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등으로 환송심의 사실상및 법률상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 지 않았는바, 환송심이 파기이유로 삼은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의 기속력이 인정된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 조세범처벌법 제6조가 처벌하는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주류를 판매한 자'는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한 자를 가리킨다.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는지는 거래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판촉, 주문, 배달 및 정산 등 주류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 · 장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거래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약사법의 의약품 판매에 관한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4도13656 판결 등 참조).

㈏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조세범처벌법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5도348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주류 판매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 · 장악하였다거나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주류를 판매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❶ 피고인은 C의 주류를 C의 명의로 거래처에 공급하였고, 거래처에 대한 주류대금 채권은 C에 귀속되었다. 거래처는 C에 주류대금을 지급하였고, 거래처가 C가 아닌 피고인을 거래의 상대방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거래처와 주류 공급계약의 당사자는 명의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C라고 볼 여지가 있다.

❷ C는 피고인으로 하여금 당일 주류를 주문한 거래처, 주문한 주류의 수량, 결제액과 방법, 수거한 공병과 용기의 수량 등이 기재된 일일판매일보를 제출하도록 하였고, 이를 기초로 거래처별 채권대장 등을 작성하여 판매대금과 수금내역 등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미수금을 관리하였다. 또한 거래처가 주류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한 대금도 C의 법인 계좌로 입금되어 C가 이를 관리하였고, 거래처가 현금으로 결제한 주류대금도 C에 전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C의 다른 영업사원은 거래처로부터 받은 현금을 C에 전달하지 않고 임의로 소비함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그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❸ 다만 C는 피고인에 대한 급여 정산 과정에서 영업비용을 공제하였고, 피고인의 급여명세서에는 다른 영업사원의 급여명세서와 달리 거의 매월 '미수' 명목의 금원이 반영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영업비용을 공제한 것은 C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서 취한 조치에 불과할 여지가 있다. 또한 급여명세서상 '미수' 명목 금원의 산출 근거가 불분명하다. C는 피고인 외에 다른 영업사원과 급여를 정산하는 과정에서 '미수' 명목의 금원을 고려하면서도 미수금 전부를 공제하지 않고 일정 액수 이상을 급여로 지급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급여명세서의 일부 기재만으로 피고인이 미수금을 실질적으로 책임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❹ 피고인이 거래처와 주류 공급가격을 협상하면서 C에 보고하지 않고 가격을 정한 경우가 있었으나, 거래처가 요구하는 납품조건이 과도한 경우에는 C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업사원이 한정된 범위 내에서 가격 결정 권한을 가지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거래처와의 거래 개시 여부와 그 조건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❺ 피고인은 C로부터 제공받은 차량을 이용하여 주류를 배달하였다. 피고인이 주류 재고, 파손 및 반품으로 인한 책임 등 주류 판매로 인한 각종 위험을 부담하였다거나, C와 별개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

조세범처벌법 제6조 위반인지 여부의 판단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판단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과 C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그밖에 피고인과 C의 관계를 통상적인 근로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이 주류 판매에 이르는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배 · 장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사실오인 등의 잘못은 인정되지 않는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종수(재판장) 신은진 황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