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피고인)
피감독자간음의 점에 관하여, 피고인은 피해자 D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고, 업무상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한 것이 아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피고인 및 검사)
원심의 형(징역 1년 6월, 벌금 300만 원 등)은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① 피고인은 성적 목적으로 피해자 옆에 누운 것이 명백하고, 피해자가 이와 같은 피고인의 갑작스러운 성관계 요구에 적극 응할 이유가 없는 점, ②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면 이 사건 이후 바로 피고인의 집을 나가서 멀리주차되어 있던 피해자의 차량까지 걸어갈 이유가 적은 점, ③ E 역시 '피해자가 성관계 도중 싫다는 거부의사를 밝히는 것을 들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④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성적 접촉을 한 것이 아니므로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을 목적으로 굳이 피고인의 집에서 자고 가려고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피해자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후 마음이 바뀌어 E와 모의하여 피고인을 무고하는 경우라면 피해자와 E의 진술과 달리 피고인에게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도록 폭행,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인 점, ⑤ 당시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는 등으로 E에게 적극적으로 구조요청을 하거나 이 사건 이후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하다가 뒤늦게 고소한 사정만으로 성관계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것은 아닌 점, ⑥ 명백한 피해자의 동의가 있지 않은 이상 피고인의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고, 피감독자간음죄는 폭행,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업무상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피감독자간음죄에 있어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위력'으로 간음하였는지 여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내지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8. 23. 선고 2007도4818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도1029 판결 등 참조).
성폭행 등의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등 참조). 또한 범행 후 피해자의 태도 중 '마땅히 그러한 반응을 보여야만 하는 피해자'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20도6965 판결 등 참조).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도1903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를 전제로,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업무상 위력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피고인의 방에서 자고 있던 중 옆에서 피고인의 손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서 잠에서 깼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레깅스와 속옷을 벗겼으며 피고인에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피해자는 옆에 있던 E의 다리를 쳐서 깨우려고 하였으나 E가 일어나지 않았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베란다로 끌고 가 계속하여 성관계를 하도록 요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냉장고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너희 신랑은 참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피해자는 이후 피고인의 집에서 나와 피해자의 차량이 주차된 곳까지 걸어갔고, 나중에 피해자를 찾아온 E에게 피해사실에 대하여 울면서 이야기하였는데, 당시 E는 피고인에게 받을 돈이 있어 피해자를 쉽게 도와주지 못한다고 이야기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전후의 상황을 일관되게 진술하였는데, 이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거나 평소 피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다는 등 피고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까지 진술하고 있는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고, 달리 당심에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새로운 사정이 확인된 바도 없다.
E는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 「자던 중 TV 소리가 커서 잠에서 깼고, 베란다 쪽에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성관계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피해자가 '싫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에게 빌려준 돈이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상황이 종료되었고, 이후 피해자는 피고인의 집에서 나갔다. 피고인이 잠든 후 피해자를 찾아갔더니 피해사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는 취지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는데, 이는 피해자의 진술과도 부합한다(한편, 피고인 측은 피해자의 진술과 E의 진술 사이에, 혹은 피해자나 E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원심 법정에서의 진술 사이에 서로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분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위 각 진술들 사이에 일부 세부적인 내용에 차이가 있는 부분도 존재하기는 하나, 이는 기본적으로 사건 당시로부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진술하게 된 것에 따른 결과로 보일 뿐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한 내용에 대하여는 위 각 진술들이 일관되고 구체적인바, 그러한 일부 세부적인 내용의 차이가 피해자의 진술이나 E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지게 할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이었다면 이 사건 직후에도 충분히 피고인을 고소할 수 있었을 것이나, 피해자는 2020. 9. 4.경에서야 비로소 피해사실을 신고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C에서 퇴사한 후 자신의 급여도 모두 지급받았고 피고인에게 빌려준 돈도 모두 변제받은 것으로 보이는바,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동기를 상정하기도 어렵다. 피해자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고, 이 사건을 빌미로 피고인에게 합의를 요구하는 등의 사정이 나타나 있지도 아니하다.
E는 2023. 9. 7. 경찰과 통화하며 '피해상황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하였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싫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참고인으로서 진술할 경우, 피고인이 빌려준 돈을 갚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경찰의 수사협조요청에 한동안 응하지 않다가 2023. 10. 29.경 비로소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피고인에게 받아야 할 돈이 있었으나 피고인이 돈을 변제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었고, 피해자가 울면서 사실대로 진술을 해달라고 부탁하였으며, 피해자가 자살 시도까지 하였다고 들었기 때문에 조사에 응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4권 181면). 이러한 E의 진술 경위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내용으로 보이고, E가 피고인의 회사에서 근무하며 피해자와 친분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위증죄의 처벌을 감수하며 원심 법정에서까지 피고인에게 불리한 거짓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나이차는 26살이고, 이 사건 이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성적인 감정을 가졌거나 피고인과 성적 관계에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는 없다. 당시 피고인은 갑자기 방으로 들어와 자고 있던 피해자 옆에 누웠던 것인데, 이미1인용 매트리스 위에 피해자와 E 두 명이 누워 있어 피해자 옆에 눕기에는 불편한 상황이었을 것임에도, 화장실을 다녀온 후 무의식적으로 방에 들어가 누웠던 것이라는 피고인의 변소는 그대로 믿기도 어렵고, 피해자가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를 예상할 수 있었다거나 이에 대하여 명시적·묵시적으로 동의하였으리라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피해자는 결혼하여 자녀 3명을 두고 있는 여성으로, '배우자에게 많이 미안하고,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많이 울었다'거나 '처음에는 배우자가 피해사실을 알게 될까봐 무서웠으나, 친하게 지내던 회사동료로부터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고 고소를 진행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여 피고인을 고소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증인 D에 대한 원심 증인신문 녹취서 7 내지 8면). 당시 피해자 바로 옆에 다른 남성인 E가 누워있었다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당시 약간의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하여 자발적으로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였을 것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1~2개월분의 급여를 아직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세 자녀의 양육비 등을 부담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인정된다.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에도 곧바로 피고인과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피고인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가 피고인과 연락하여 지내면서 적극적으로 피고인의 업무를 도왔다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 진술과 같은 피해사실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해자는 2023. 9. 3.경 '다음날 병원에 다녀온 후 조금 늦게 출근하겠다'는 피해자의 말에 피고인이 화를 내자, "사장님... 말씀 그렇게 하지 마세요. 저 그 일 있고도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잘 참고 잘 견뎠고요. 지금 사장님 때문에 결국 몸에 탈이 나서 내일 산부인과 진료 받으러 가야해서 그런 거예요."라는 메시지를 전송하였다(증거기록 133면). '그 일'은 피고인과 성관계를 갖게 된 일을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한데, 피해자가 피고인과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면 이를 '참고 견뎠다'고 표현하면서 피고인을 질책하였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으로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는바, 이러한 사정들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피고인은 근로기준법위반으로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집행유예 기간중에 있음에도 재차 근로기준법위반의 범행에 이른 점, 피고인은 피감독자간음의 범행에 관하여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와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음을 주장하며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별달리 하지 아니하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한편, 피고인에게는 성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은 없는 점, 판결 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과 함께 피고인과 검사가 주장하는 모든 양형부당 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고,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준(재판장) 이소연 이소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