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1994. 10. 15.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994. 10. 15.부터 원고의 원직복귀를 허용할 때까지 매월 금 1,242,201원씩으로 계산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1980. 5. 1. 피고회사에 운전기사로 입사하여 아래와 같이 교통사고를 이유로 해고될 때까지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종사하여 온 근로자이다.
사고의 내용 : 원고는 1993. 12. 19. 피고 회사 소속 (차량번호 1 생략) 시내버스를 배차받아 정기운행노선을 1회 다녀 온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같은 날 17:40경 피고회사의 주차장에서 2회 운행을 위하여 정문 방면으로 운행하던중 정문쪽에서 걸어오던 피고회사 소속 운전기사인 소외 C을 발견하고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나 이를 피하지 못하고 위 차량의 우측앞 밤바 모서리부분으로 C의 몸체부분을 들이받고 다시 넘어진 C의 엉덩이와 배 사이 부위를 위 버스의 뒷바뀌부분으로 충격한 뒤 계속하여 주차된 버스 1대와 봉고트럭 1대를 연속으로 충격하고 울타리가 쳐저 있던 언덕 밑으로 버스를 전도시켰는바, 위 충격으로 C이 늑골압박골절상 및 그로 인한 흉폐기능마비와 실혈로 즉석에서 사망하였다(이하 위 교통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1993. 12. 21. 구속되었다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기소되어 1994. 3. 24. 이 법원에서 금고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이에 항소하여 이 법원 항소심에서 같은 해 6. 4. 금고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후 출소하였다.
피고회사의 징계관련 규정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에는, "고의 및 과실로 인하여 중대사고를 야기하여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야기한 종업원"은 관계법령의 절차에 따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되(위 규칙 제62조 7호), 종업원의 해고결정은 근로자의 귀책사유에 의할 때는 노동위원회의 인가나 승인을 받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규칙 제63조), 인사관리규정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중대한 사고를 야기하여 회사의 재산상 손해를 야기한 자"는 징계위원회의 결의하에 해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한편(위 규정 제8조 1항), D 조합 및 산하 각 회사와 E 지부 및 각 사업장 단위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서에는, "종업원이 취업규칙을 위반하였을 때"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단 이의가 있을 때는 노사협의회에서 결정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위 협약 제10조 6항).
징계의 경위
피고회사는 1994. 9. 15. 10:45경 피고회사 회의실에서 원고를 출석시키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원고를 심문하고 변명을 들은 다음, 원고가 위와같이 교통사고를 내어 피고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이 피고회사의 인사관리규정 제8조 1항, 취업규칙 제62조 7항, 단체협약 제10조 6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징계위원 8명중 4명이 기권하고 4명이 찬성하여 원고를 징계해고하기로 의결하고, 같은 해 10.15.자로 원고를 해고하였다(이하 위 징계해고를 이 사건 해고라고 한다).
이 사건 해고와 관련하여 원고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증거 : 다툼이 없는 사실, 갑1,2호증, 갑12호증의 1내지3, 갑13,14호증의 1,2, 갑24호증의 8, 갑25호증의 2, 을1내지4호증, 을25호증의 1,2, 을26호증의 2, 을29,30호중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다른 규정과의 균형이나 운수사업의 특수성에 비추어 피고회사의 취업규칙 및 인사관리규정의 해임사유중 종업원의 "과실"은 중대한 과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사고는 피고회사의 사업장내에서 피해자의 과실과 피고회사의 차량정비불량 및 안전관리소홀이 합하여 발생한 사고로서 위 각 규정 소정의 "과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 소정의 "정당한 이유"를 결여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회사는 이 사건 해고는 피고회사의 취업규칙 및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정당한 징계권의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판단
해고의 정당성과 운송업무의 특수성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등 징계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위 조항이 요구하는 "정당한 이유"를 갖추려면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지 않으면 안되고 비록 근로자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해고사유로 규정된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해고의 정당성 유무는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통사고를 불가피적인 현상으로 수반할 수 밖에 없는 자동차운송사업의 특성상 종업원의 운전업무수행중의 교통사고에 대하여는 단순히 그 사고결과의 중대함만이 아니라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노사 쌍방의 노력, 즉 종업원측의 안전운행의무와 사용자측의 안전관리에 대한 유의 및 배려의무의 이행여부를 상호 공평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교통사고를 원인으로 종업원을 해고시키기 위하여는 징계의 원인이 된 교통사고가 전적으로 내지는 주로 종업원의 고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여 그것이 종업원의 업무부적격성(음주습벽, 운전의 난폭성등)의 징표가 되고 다른 종업원에 대한 교육 효과 및 직장의 규율, 질서유지라는 측면에서 그 해고를 정당화할 만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이어야 할 것이다(피고회사의 임금협정서 제1조 10. "다"에 노선위반, 철도건널목사고 등 면허취소를 당할 정도로 현저한 운전자의 과실이 있는 경우 이외의 업무상 교통사고로 구속된 기간에는 고정급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도 바로 위와 같은 사정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점을 중심으로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인정된 사실
앞서 채택한 각 증거와 갑5내지 8호증, 갑19,20호증, 갑24호증의 2내지 8, 갑25호증의 3,4(을26호증의 9), 5내지 7, 을17호증의 1,2, 을18,19호증, 을26호증의 11, 증인 F, G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26호증의 15 및 증인 H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원고의 경력 및 사고장소의 현황 : 원고는 약 20여년 동안 버스운전업무에 종사하면서 약10년전 하차중이던 승객에게 상해를 입힌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으나 그 이후 이 사건 사고발생시까지 아무런 사고없이 운전을 하여 온 자이고, 이 사건 사고차량을 운전한 지는 약 2년가량 되며, 사고 장소인 피고회사의 사업장은 약 1,000평의 넓이에 피고회사 및 소외 I 주식회사 소속 버스 약 70여대가 운행 종점인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곳으로서 이 사건 사고당시 차량과 사람의 왕래로 매우 혼잡하였는데 피고회사는 그 교통정리를 위한 차량유도요원을 별도로 배치하여 두지 않았다.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 : ①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피의사건에서 목격자로 경찰에서 진술한 소외 J은 처음 자신의 뒤쪽으로부터 약4-5m 떨어진 곳에서 사고차량이 느리게 운행하는 것을 본 후 망인 C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차량엔진소리가 나서 돌아보는 순간 갑자기 사고차량이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 다가와 좌측으로 급히 피하던 C을 역과하고 동시에 그곳에 주차되어 있던 버스를 충격하며 계속 가속이 붙은 상태로 진행하여 봉고차량을 충격한 뒤 봉고차량과 함께 언덕 아래로 전복되었다고 진술하면서 사고차량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고(갑25호증의 4, 을26호증의 9), 위 경찰에서 작성한 실황조사서에 의하면 1차 충격지점으로부터 전복된 지점까지 거리는 약15m가 되는 것으로 인정된다.
원고는 사고직후 진술서 및 경찰에서의 1회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시 엑셀레이터의 고장등 차량의 결함을 주장하다가 2회 조사 및 검찰 조사시에는 무의식중에 당황하여 엑셀레이터를 밟았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고 그 후 항소심 법정에서는 다시 사고차량의 엑셀레이터가 복귀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 사고발생에 자신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회사 관리부장 H의 회유에 의하여 사고차량의 결함사실을 끝까지 주장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비록 그에 관한 명백한 증거는 찾기 어려우나 원고가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번복한 내용이나 항소심에서의 진술내용을 이 사건 사고발생의 경위나 결과에 대비하여 볼 때 매우 석연치 않은 데가 있으며 원고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
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 사고이후에 사고차량을 점검한 부산 북구 K 소재 L 자동차정비공업사에서는 사고차량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확인서(을26호증의 15)를 제출하고 있으나 사고직후 현장에 입회한 증인 G(원고의 생질로서 2급정비사의 자격을 갖고 있다)는 이 법정에서 사고직후 사고차량의 정비점검을 위하여 김해시 M에 있는 N 정비공업사에서 위 증인을 비롯하여 경찰관, 피고회사 소속 운전기사인 소외 O, P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사고차량의 정비점검을 하였을 때 위 증인이 사고차량의 엑셀레이터 밑부분에 리턴스프링이 1개 없는 것을 발견하고 위 정비공장에 차량점검확인서를 발급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그 곳에서 이를 거부하여 점검확인서를 발급받지 못하였고 이에 위 증인이 마산에 있는 정비공장에 가서 엑셀레이터 복귀여부에 대하여 정밀검사를 의뢰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피고회사측 관계자들이 이를 거절하였으며, 그 뒤 피고회사는 위 증인을 비롯한 원고측 정비참관인들과 상의없이 피고회사의 지정정비업체인 위 L 자동차정비공업사로 사고차량을 견인하여 가 차량수리를 하고 정비확인서를 발급받은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고, 피고회사 관리부장 H도 이 법정에서 위 N 정비공업사에서 확인서의 발급을 거부하여 위 G나 원고의 동료기사들이 마산에 있는 정비소로 견인하여 갈 것을 주장하였으나 경찰관의 반대로 가지 못한 것이며 사고차량을 L 자동차정비공업사로 견인하여 간 것은 차량을 수리하기 위한 것이고 점검하기 위한 것이 아니였다고 증언하고 있는바, 그와 같은 증언내용들에 대비하여 볼 때 위 확인서도 사고당시 이 사건 사고차량에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입증할 자료는 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사건 사고의 경위를 보면 차량이 계속 가속되어 사람과 다른 차량을 연쇄충돌하고 전복에 까지 이르고 있는데, 우리의 경험칙상 직업적인 운전기사가 자신이 평소 계속 운행하여 오던 차량을 운전하면서 급박한 상황과 마주치게 되면 습관적, 분능적으로 제동장치를 밟게 되어 있고 가사 일차 사고발생시까지 적절한 제동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당연히 제동조치를 취하게 되는 것이며 일차 사고발생 이후에도 계속 차량을 가속한다는 것은 운전을 생활로 하고 있는 직업적인 운전기사에 있어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로 판단된다.
위 형사사건의 1심 판결은 원고가 사고차량을 운전하면서 전방좌우등을 잘 살피지 않고 운전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일으켰다고 인정한 후 원고를 금고 10월의 실형에 처하였고 그 항소심 판결은 동일한 범죄사실을 기초로 원고에 대한 형을 금고 8월에 집행유에 1년으로 감형하고 있는데(항소심에서 사정이 번경된 것은 원고가 피해자에 대한 합의금 명목으로 금5,000,000원을 공탁한 사실밖에 없는데 항소심이 위와 같이 형을 대폭 감경한 것은 이 사건 사고발생에 있어서 원고의 과실이 중대하지 않다고 본 기초위에 서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원고가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하였다는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사고발생의 경위와 결과를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사고후의 정황: 원고는 1994. 6. 3. 출소한 후 같은 달 7. 피고회사에 복직원을 제출하여 복직을 하게 되었으나 망인의 유족들이 같은 달 27. 합의금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원고의 승차를 방해하고 심지어 같은 해 7. 5.에는 피고회사 소속 차량을 파손하기에 이르자 피고회사에서는 원고에게 위 유족들과의 합의를 종용하다가 이에 불응하자 원고를 해고하기에 이르렀고 그 이후 피고회사는 같은 해 12. 28. 유족들에게 그전까지 지급된 산재보상금, 장례비등 이외에 합의금으로 금39,000,000원을 지급하고 유족들이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법적권리를 포기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판단
위에서 본 이 사건 사고발생의 경위와 결과를 원고의 운전경력과 대비하여 볼 때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단순한 전방주시태만의 과실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다른 사고원인(차량의 결함등)이 개입되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여겨지는데, 위에서 지적한 운전업무의 특수성과 또한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종국적인 입증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에서와 같이 사고발생의 주된 원인이 운전자에게 있음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까지 사고의 결과만을 내세워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해고가 무효인 이상 원고와 피고회사 사이의 고용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회사는 위 해고이후 원고의 원직복귀를 허용할 때까지 원고가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을 임금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아가 그 수액에 관하여 보건대, 갑15내지 17호증에 의하면 이 사건 해고일자인 1994. 10. 15. 현재 원고가 피고회사로부터 매월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은 금1,242,201(1호봉당 금2,000원씩 7호봉으로 계산한 금원 포함)원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후에 위
임금액수가 변동되었다는 점에 대한 자료가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해고의 무효확인 및 위 해고일부터 원고의 원직복귀시까지의 임금상당액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5. 11. 3.
판사 임승순(재판장) 조준연 김진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