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02. 4. 4. 선고 2001노2571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은 아래와 같이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

가.

원심은, 재단법인 재단 이사장인 피고인이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근로자들의 퇴직금 25억원에 대하여 명의로 연대보증을 하였으나, 그 연대보증을 위한 재단법인 의 적법한 이사회 결의가 없어 피고인의 위 연대보증행위는 법률상 무효이므로 본인인 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할 위험도 없고 현실적인 손해도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재단법인 명의로 퇴직금 채무를 단순 연대보증하였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위 퇴직금 채무를 지급한다는 의미로 발행한 약속어음에 재단법인 명의로 서명하고 재단법인의 대표직인을 날인, 교부함으로써 약속어음금 채무까지 부담하였고, 위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2000. 6. 16. 재단법인 소유 부동산에 위 퇴직금 지급채무에 따른 가압류가 되도록 함으로써 담보부동산의 가치하락이라는 실제의 손해가 초래되었다.

다.

즉 피고인은 외형상 적법한 처분행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재단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도록 하였고, 법률적 유·무효의 평가를 떠나 그 행위 당시에 이미 현실적 손해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봄이 마땅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 채무부담 행위와 동일한 법률적 평가를 할 수 없는 명백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5. 1. 9.경부터 공원묘지의 조성·분양 및 유지·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피해자 재단법인 의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그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인바, 1998. 6. 2.경 서울 송파구 빌딩 5층 소재 위 서울사무실에서 위 의 재산을 성실히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임무에 위배하여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가 그 퇴직 근로자 외 984명에게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 25억원에 대하여 위 이 연대보증을 하기로 결의하고, 같은 해 8. 24.경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에서 위 주식회사가 위 퇴직근로자들에게 부담한 채무 25억원에 대하여 위 의 명의로 '연대보증'을 함으로써 위 에 대하여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위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1)

피고인의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피고인에 대한 검찰피의자신문조서 중 의 진술기재, , , 에 대한 각 검찰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이 작성한 진술서의 기재 등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은 1998. 5. 1. 당시 합자회사 (이하 ''라 약칭한다), 주식회사(이하 ''이라 약칭한다), 주식회사, 주식회사, 합명회사 , 주식회사, 주식회사, 주식회사 , 주식회사 등의 사주로서 그 회사들을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었는데, 1998. 5. 1. 에 부도가 발생하고 위 와 서로 지급보증을 하고 있던 도 더 이상 운영을 할 수 없게 되어 같은 달 25.경부터 청산절차에 들어가자 의 근로자들은 피고인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으로 고발을 하였고 그 후 피고인은 위 의 근로자 대표인 과 약 10여 차례에 걸쳐 퇴직금 지급에 관한 협의를 하였는데 근로자 대표들은 피고인이 전대표이사이던 과 함께 의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채무 중 25억원을 인수하고, 피고인의 처인 , 위 주식회사 , 피고인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재단법인 (이하 '이 사건 재단'이라 약칭한다)은 위 채무의 지급을 연대보증할 것을 요구하였다.

(나)

이 무렵 이 사건 재단의 이사장은 피고인이고, 이사로는 피고인의 아들인 , 사위인 외에 , 가 각 재직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은 위와 같은 근로자들의 요구가 거세어지자 1998. 6. 2. 위 , 이사와 함께(이사들 중 과 에 대하여는 이사회의 소집통지를 하지 아니하였음) 이 사건 재단의 서울 분사무소인 서울 송파구 빌딩 5층 사무실에 모여, 이 사건 재단이 의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채무를 보증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를 하였고, 1998. 8. 24. 위 과 함께 위 의 근로자 대표들에게 이 그 근로자였던 외 984명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3,613,623,880원의 퇴직금 지급채무 중 25억원을 1998. 8. 31.부터 2001. 5. 31.까지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하면서, 아울러 이 사건 재단의 이사장 자격으로 피고인과 의 위 퇴직금 지급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다)

이 사건 재단은 공원묘지의 조성 및 운영을 통하여 전통적인 묘지제도를 개선하고 일반의 복지향상과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정관 제3조),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공원묘지의 조성 분양 및 유지관리, 연고 없는 망령을 위한 공동납골당 건립, 장의센터의 설립 및 운영, 묘지의 관광공원화를 위한 조림, 조경, 농예, 양어, 토건 및 관광사업, 일반장의에 관한 사업, 묘지의 이장 및 개장사업, 시체운반 및 석수공예사업, 기타 이에 부대되는 일체의 사업을 목적사업으로 행하는 재단이고(정관 제4조), 이 사건 재단의 정관에는 이사회는 수지예산 이외의 중요한 수입 또는 지출에 관한 사항 및 결산에 관한 사항 등을 의결하여야 하는데, 정관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가 아니면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이사 과반수의 결의로써 의결사항을 정하며, 이사회의 소집은 회의 7일 전에 서면으로 회의의 일시, 장소 및 목적을 명시하여 각 이사, 감사 및 상임고문에게 통지하여야 하는 것으로 정하여져 있다.

(2)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적어도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의 위 행위는 이 사건 재단이 그와 무관한 다른 회사의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지급채무를 연대보증한 것으로서 이 사건 재단의 정관에 정하여진 목적사업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행위이고, 그나마 정관에 정하여진 재적이사 3분의 2의 출석도 되지 않은 채 행하여진 이사회 결의에 근거한 것으로서 원천적으로 무효라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위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재단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또는 어떠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다.

당심의 판단

무릇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적어도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도531 판결, 1995. 12. 22. 선고 94도3013 판결, 2000. 2. 11. 선고 99도2983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의 재단법인 명의의 연대보증행위 및 약속어음교부행위는 정관으로 정한 재단법인의 목적 범위를 넘어섰고, 적법한 의결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이므로 법률상 무효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재단에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다거나 또는 어떠한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심의 사실인정 및 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거기에 배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02. 4. 4.

판사 오세빈(재판장) 이민걸 윤병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