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항소와 환송 전 당심에서 확장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로 인한 소송총비용(청구확장 비용 포함)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5, 6, 9호증,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의 1 내지 6,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1 내지 5, 을 제6호증의 각 기재, 환송 전 당심증인 E, F, G의 각 증언(G의 증언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환송 전 당심증인 G의 일부 증언은 이를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피고 회사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2000. 6. 16.부터 약 9개월 간 비정규직의 임금협약 등의 문제로 파업을 계속하다가 2001. 3. 7. 피고 회사와 사이에 노사합의를 함으로써 파업을 마쳤다. 당시 원고 C은 노조 위원장, 원고 B은 노조 사무국장, 원고 A은 노조 교육홍보실장 등 노동조합 전임자로 근무하였다.
피고 회사 노동조합은 2001. 3. 7. 피고 회사가 속한 H 전체 계열 회사와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를 함에 있어서, 피고 회사가 노조의 다른 요구사항들을 대부분 수용하자, 피고 회사가 주장하는 파업기간 동안의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수용하기로 하되, 피고 회사가 조합원들에게 생계비 지원금으로 1,000,000원씩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여 그 합의내용을 기재한 노사합의문(을 제1호증)을 작성하였다.
피고 회사는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2001. 3. 24. 노동조합 전임자인 원고들을 포함한 노조원들 대부분에게 약정한 생계비 지원금 1,000,000원 중 소득세 220,000원을 원천징수한 나머지 780,000원씩을 각 지급하였다.
이 사건 합의 당시 노조측에서는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급여는 조합원들의 임금과는 그 성격이 달라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회사에 대하여 위 합의문에 파업기간 동안의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급여에도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강력하게 거부하였는데, 위 문제가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이 되자 노조 교섭위원이었던 원고 C 등은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 문제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고 법리적으로 해결할 문제이니 이를 위 노사합의문에 포함시키지 말고 별도로 처리하자는 피고 회사 실무교섭위원 E 등의 제의를 받아들여 더 이상 이를 문제삼지 않았고, 이에 따라 위 노사합의문에는 노조전임자 급여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피고 회사 노동조합과 피고 회사 사이에 1997. 8. 20. 체결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13조(전임간부에 대한 처우) 제1항은 '회사는 전임을 이유로 일체의 불이익처우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은 '노조전임간부의 전임기간은 계속 근무로 간주하며 전임기간 중의 급여, 기타 후생복지에 관한 제 대우는 일반조합원에 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주장
원고들
이 사건 단체협약 제13조 제2항이 '노조전임간부의 전임기간은 계속 근무로 간주하며 전임기간 중의 급여, 기타 후생복지에 관한 제 대우는 일반조합원에 준한다'고 규정하여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파업기간 중의 근로자들의 임금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노동조합 전임자에게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 전임자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파업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은 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
이 사건 단체협약 중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한 위 처우규정은 노동조합 전임자에 대하여 일반조합원과 동일하게 취급하라는 취지이고,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노조와 피고 회사가 노동조합 전임자와 일반조합원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파업기간 중의 임금에 대하여는 동일하게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그 대가로 피고 회사가 생계비 지원금으로 1인당 1,000,000원씩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며, 원고들도 위 약정에 따라 피고 회사로부터 그 생계비 지원금을 이미 지급받았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파업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
판단
먼저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노동조합 전임자들의 파업기간 중의 임금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 및 원고들이 생계비 지원금을 지급받음으로써 파업기간 중의 임금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노조측에서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 원고들을 포함한 노동조합전임자들의 급여 지급을 노사합의문에 명시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가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를 차후에 별도로 처리하기로 약정하여 노사합의문에 포함시키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그렇다면 이 사건 노사합의 당시 원고들을 포함한 노동조합 전임자들에게 파업기간 중의 급여를 지급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 회사가 노조원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생계비 지원금을 원고들이 지급받은 점만으로는 노동조합 전임자인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 대하여 일반조합원들과 함께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받아들일 것을 약정하였다거나 파업기간 중의 급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3조 제2항의 해석에 관하여 본다.
노동조합 전임자는 사용자와의 사이에 기본적 노사관계는 유지되고 근로자로서의 신분도 그대로 가지는 것이지만 근로제공의무가 면제되고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도 면제된다는 점에서 휴직상태에 있는 근로자와 유사하고,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54566 판결, 1998. 4. 24. 선고 97다54727 판결 참조).
이 사건 단체협약이 체결될 당시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1997. 3. 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24조 제2항은 노동조합 전임자는 그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81조 제4호 본문 후단은 사용자가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같은 법 제90조는 이를 위반하는 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면서, 다만 종래의 관행을 고려하여 부칙 제6조 제1항에서 위 법 시행 당시(1997. 3. 13.) 사용자가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를 지원하고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2001. 12. 31.까지 위 노동조합의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 금지 규정의 적용을 유예하고 있을 뿐이다(그 후 2001. 3. 28. 법률 제6456호에 의하여 위 법 제24조 제2항 및 제81조 제4호의 규정을 2006. 12. 31.까지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 아래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3조 제1, 2항과 같은 규정을 둔 것은, 만약 원고들과 같은 노동조합 전임자가 사용자인 피고 회사로부터 노동조합의 업무에 전임하도록 승낙받고도 근로계약상 본래 담당하는 근로제공의무를 면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대가도 지급받지 못한다면 그로 인하여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초래될 생활상의 불이익 등 부당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근로계약상 본래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일반조합원에 준하는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노사합의에 기초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단체협약 제13조 제1, 2항은 노동조합 전임자를 근로계약상 본래의 근로제공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조합원보다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범위 안에서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일정한 급여를 지급하기로 한 것이므로, 노동조합 전임자를 일반조합원보다 더욱 유리하게 처우하는 것은 위와 같은 단체협약의 규정을 둔 목적이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노사 쌍방이 당초 의도한 바와 합치하지 아니하고, 또 파업으로 인하여 일반조합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마당에 그 조합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간부라고 할 수 있는 노동조합 전임자들이 자신들의 급여만은 지급받겠다고 하는 것은 일반조합원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결코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3조 제1, 2항의 규정은 일반조합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사용자로부터 파업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전임자도 일반조합원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게 급여를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을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 및 환송 전 당심에서 확장된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형하(재판장) 김익현 윤종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