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6호증, 을 제1호증의 1, 2,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00. 12. 15.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과 C아파트 1공구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공사대금 222억 4천만 원, 공사기간 2000. 12. 29.부터 2003. 11. 2.까지로 한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B의 요청으로, B의 귀책사유로 정산되지 아니하여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선급금반환채무(채무자가 이행한 공사에 관한 미지급기성금이 있을 때에는 그 미지급 기성금을 공제한 금액으로 한다)에 관하여 보증금액 1,126,127,000원, 보증기간 2001. 3. 17.부터 2003. 12. 12.까지의 선급금보증서를 발급하였으며, 원고는 위 선급금보증서를 제출받고 2001. 3. 28. B에게 선급금 856,120,000원을 지급하였다.
B이 2003년 초부터 자금난으로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하자, 원고는 2003. 4.경부터 수차례에 걸쳐 공사의 재개를 촉구하였으나 B이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지 아니하여 2003. 5. 21. B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를 통지하였다.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된 2003. 5. 21. 당시 B이 지급받은 선급금 중 미정산선급금은 355,689,800원이 남아 있었고, B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은 463,687,800원 상당액이 남아 있었다.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지한 후 채권가압류 등으로 인하여 지급을 유보하고 있었던 위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으로 2003. 8. 25. 306,618,800원, 2003. 9. 8. 157,069,000원 합계 463,687,800원을 B의 체불노임으로 직접 지급하였다.
관련규정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1호, 제4호
"발주자는 발주자와 수급인간에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뜻과 그 지급의 방법·절차를 명백히 하여 합의한 경우, 수급인의 파산 등으로 인하여 수급인이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발주자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하수급인에게 지급한 한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4항
"발주자는 원사업자의 지급정지·파산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사유가 있거나 사업에 관한 허가·인가·면허·등록 등이 취소되어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간에 합의한 경우로서 수급사업자가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수행한 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을 요청한 때에는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발주자가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함에 있어서 발주자가 원사업자에게 이미 지급한 하도급대금은 이를 공제한다."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시행령 제4조 제3항
"발주자는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의무의 범위 안에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한다."
공사계약특수조건 제16조
"계약자가 노임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원고가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직접공사의 현장근로자 및 하수급인에게 노임을 지급할 수 있다. 이 경우 원고의 계약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는 현장근로자 및 하수급인에게 노임을 지급한 한도 안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3조 제1항 제2호
"공사(원고)는 계약상대자가 파산, 부도, 영업정지 및 면허취소 등으로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지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체결한 하도급계약 중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에 대하여는 계약상대자가 하수급인에게 제39조(계약금액 조정전의 기성대가지급) 및 제40조(준공대가의 지급)의 규정에 의한 대가지급을 의뢰한 것으로 보아 당해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한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4조 제5항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된 경우 계약상대자는 지급받은 선금에 대하여 미정산잔액이 있는 경우에는 그 잔액에 대한 약정이자 상당액을 가산하여 발주기관에 상환하여야 한다. 이 경우 공사(원고)는 상환할 금액과 기성부분의 대가를 상계할 수 있다. 다만, 제43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하도급대가를 직접 지급하는 경우 하도급대가 지급 후 잔액이 있을 때에는 이와 상계할 수 있다."
당사자의 주장과 판단
원고는 위 선급금반환채무의 보증인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 당시에 원고가 B으로부터 반환받아야 할 미정산 선급금 355,689,800원이 남아 있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잔여선급금 및 이에 대한 연 11. 5%의 비율로 계산한 약정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될 당시 위 잔여선급금은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에 우선적으로 충당되었으므로 미정산 선급금이 남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선급금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수급인으로 하여금 자재 확보 · 노임 지급 등에 어려움이 없이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도급인이 장차 지급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에게 미리 지급하여 주는 선급 공사대금으로, 구체적인 기성고와 관련하여 지급된 공사대금이 아니라 전체 공사와 관련하여 지급된 공사대금이고, 이러한 점에 비추어 선급금을 지급한 후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중도에 선급금을 반환하게 되었다면 선급금이 공사대금의 일부로 지급된 것인 이상, 선급금은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그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에 당연 충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5060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된 2003. 5. 21. 당시 B이 지급받은 선급금 중 미정산 선급금은 355,689,800원이 남아 있는 반면에 B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은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남아 있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잔여선급금은 모두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B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에 우선적으로 충당되었다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공사계약특수조건 제16조에 따라 가압류되어 있던 미정산기성공사대금으로 B의 체불노임 463,687,800원을 직접 지급하였는바, 노임 및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에 관한 관련 규정인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3조 제1항 및 제44조 제5항 등의 규정 취지와 목적,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최우선보호의 원칙, 공사의 계속성 등에 비추어, 잔여선급금을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으로 충당하기에 앞서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에서 위 체불노임이 우선적으로 상계되어야 할 것이므로, 결국 잔여선급금의 충당 대상이 되는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은 전혀 없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선급금반환에 대한 보증계약의 경우 그 보증금 지급사유의 발생 및 범위에 관하여는 당해 보증의 대상으로 된 도급계약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므로 선급금의 충당대상이 되는 기성공사대금의 내역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도급계약 당사자의 약정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도급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에 따른 정산관계에 있어서는 각 미정산 선급금반환채권 및 기성공사대금채권에 대한 상호 대립하는 이해관계인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그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은 예외적 정산약정의 존재를 인정함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3다69713 판결 등 참조), 공사계약특수조건 제16조가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에 따른 선급금과 기성공사대금의 정산관계에까지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를 이 사건 도급계약 해지시의 '선급금의 미지급 기성공사대금 당연 충당의 원칙'을 배제하는 별도의 예외적 정산약정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②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에 관하여는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1항,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 제1항,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3조 제1항 등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들은 수급인이 파산하거나 그 외 사유로 하도급업자들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할 수 없는 사유가 생길 경우 약자의 지위에 있는 하도급업자들을 보호하고 공사 수행에 대한 대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함에 그 취지와 목적이 있는 것일 뿐이지 발주자와 하수급인 사이에 직접적인 도급계약관계가 설정됨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어서 결국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은 수급인의 기성고로 볼 수밖에 없고, 같은 법률 제14조 제2항 및 같은 법률 시행령 제4조 제3항에 의하면 발주자는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의무의 범위 안에서만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의무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며, 공사계약일반조건은 위 규정들을 기초로 하여 정해진 것임을 고려하면, 선급금을 지급한 후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하수급인의 기성공사부분에 대한 공사대금도 포함한 수급인의 기성고를 선급금에서 공제하여야 하고 그래도 남는 공사대금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하는 점(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다40109 판결 참조),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4조 제5항 단서 역시 하도급공정화에관한법률 제14조를 기초로 하여 정해진 것이고, 이를 선급금의 공사대금 충당에 앞서 무조건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명시한 것으로 본다면 우선 별도의 상계의 의사표시가 필요 없이 기성공사대금에 당연 충당되는 선급금의 성질에 반할 뿐만 아니라 수급인의 기성공사대금이 선급금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을 별도로 지급할 것을 강제하게 되어 이중지급의 위험을 수인하도록 강요하는 부당한 결과가 되므로 공사계약일반조건 제44조 제5항 단서도 선급금으로써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에 충당하고 남은 공사대금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여야 함을 규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등에 비추어, 위 하도급대금의 직불조항은 공사대금의 지급과 관련된 규정일 뿐이고, 이를 근거로 해서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의무의 확정과는 별개로 또는 그에 우선하여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거나 선급금으로 충당되는 기성공사대금의 범위에서 하도급대금이 제외되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③ 원고가 선급금반환채권을 취득한 것이 공사대금채권이 가압류된 후라 하더라도 그 발생의 기초가 되는 원인은 공사대금채권이 가압류되기 이전에 이미 성립하여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어서 원고로서는 선급금으로 기성공사대금에 충당하였음을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 것이므로 위 가압류에 관계없이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 당시 잔여선급금이미정산 기성공사대금에 충당될 수 있는 상태였고, ④ 원고가 B의 체불노임을 직접 지급한 것은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된 이후로서 B의 체불노임을 대위변제함으로써 구상금 채권이 생길 뿐이지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 이후에도 위 공사계약특수조건의 직접 지급조항 등을 그대로 적용하여 체불노임 직접 지급액 상당의 기성공사대금 지급채무가 소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며, 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들의 임금채권최우선 변제권과 공사의 계속성을 위하여 체불노임에 관하여는 발주자에게 잔여선급금과 기성 공사대금의 정산에 앞서 기성공사대금으로 수급인의 체불노임을 직접 지급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고 해석할 경우, 상호 대립하는 이해관계인들이 다수 존재하는 미정산 선급금 반환 및 기성공사대금 채권 · 채무관계에서 발주자의 임의적 선택에 따라 다른 관련자들의 법률관계가 좌우되는 결과가 되어 불합리하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 당시 잔여선급금이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에 충당되기에 앞서 먼저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에서 원고가 직접 지급한 체불노임이 우선적으로 상계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결국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 당시의 미정산 선급금 355,689,800원은 그 무렵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 이를 초과하여 남아 있던 미정산 기성공사대금으로 전액 충당되어 소멸하였고, 위 선급금 반환채무를 보증한 피고의 보증책임 또한 함께 소멸하였으므로, 반환할 선급금이 남아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용선(재판장) 김진석 김지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