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8. 16. 선고 2012나7873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제1, 2항 기재와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피고는 계량기 검침 업무 대행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서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계기검침, 요금 관련 징수, 단전업무를 위탁받았다. 원고들은 별지 '퇴직금산정표'의 '근무기간'란 기재 각 근무기간의 초일에 피고와 위임계약(이하 '이 사건 위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위임원'으로 위촉되어 근무하다가 각 근무기간의 말일에 해촉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호증의 1 내지 18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과 판단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원고들이 비록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피고에 입사하였으나, 피고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 감독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등 사용종속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근로기준법 제34조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먼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인지를 본다.

나.

인정 사실

1)

이 사건 위임계약 및 위임원 관리 지침

가)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위임계약은 피고의 관리부서인 각 지사장이 체결하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한편 피고는 위임원들의 위촉 및 해촉, 업무수행, 평가, 수수료 지급 등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한 '위임원 관리지침'을 제정하여 시행해오고 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위임원의 구분 및 업무의 내용

가)

피고의 정규직 직원은 검침, 송달, 단전업무 중 1개의 업무를 담당하거나 검침 및 송달 업무를 모두 담당하였고, 원고들을 비롯한 위임원은 피고 사정에 따라 단전업무를 예외적으로 수행하기도 하였으나, 원칙적으로는 위임계약에 따라 검침 및 송달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피고는 한국전력공사가 검침, 송달 업무의 내용 및 수행방법, 검침원, 송달원의 교육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제정한 '검침 및 송달 세부시행지침'을 실시하였고, 원고들은 위와 같은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피고의 위임원이 수행하는 업무 중 검침업무는 전기계량기를 검침하여 검침단말기(PDA)에 입력하는 것이고, 송달업무는 검침에 따라 작성된 청구서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위임원들이 수행하는 검침, 송달 업무의 내용은 그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피고 정규 직원의 업무내용과 같았고, 업무량은 남자 위임원과 피고 정규 직원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으며, 여자 위임원은 남자 위임원의 약 80% 정도의 업무량을 처리하고 그 업무량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다.

라)

검침업무를 수행하는 위임원의 경우, 피고의 소속 지점에 출근하여 검침기기(PDA)를 받은 후 당일 검침구역으로 이동하여 검침업무를 수행하면서, 1일 20고객만나기 운동에 따른 고객 만남, 전기사용량 과다 · 과소 고객에 대한 면담 및 안내, 전기 수요자의 명의변경, 전기용도변경, 계량 관련 중계사항(계량기 부동, 역회전, 계기낙하등) 처리, 가로등 검침, 보안등 현황 파악 등의 조사업무를 수행하였다. 현장에서의 검침업무가 종료한 뒤에는 사무실로 복귀하여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전기사용량 과다 · 과소 고객들에 대해 전화안내를 시행한 후 그 내용을 검침기기에 입력한 다음 PDA를 피고에게 반납하고, 현장검침과정에서 들어온 민원내용을 처리하는 등의 업무를 하였다. 그 후 당일 PDA의 검침 기록을 토대로 전기사용량 과다 · 과소 내역 및 원인, 그에 대한 조치사항 등의 내용을 담은 '심사대상 고객 내역'을 출력하여 피고에 제출한 후 퇴근하였는데, 위 '심사대상 고객 내역'은 피고의 정규직원인 대리, 소장이 순차적으로 결재하였다.

마)

송달업무를 수행하는 위임원의 경우, 피고의 소속 지점에 출근하여 전날 또는 당일 아침에 분류해 놓은 송달고지서 및 해지예고서를 가지고 당일 송달구역으로 이동하여 송달업무를 수행하면서, 1일 20고객 만나기 운동에 따른 고객 만남, 해지예고서 발행 고객에 대한 면담 및 안내, 고객 관련 중계사항(전화번호변경, 명의변경, 상호변경, 주소변경 등)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현장에서의 송달업무를 마친 후 때로는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기도 하였으나, 사무실에 복귀하여서는 현장에서 만나지 못한 해지예고 고객에 대해 전화안내를 시행하고, 고객면담내용 등을 정리하여 피고에게 제출할 자료를 작성하거나 송달현장에서 들어온 민원내용을 처리하는 등의 업무를 하였다. 그 후 당일 업무수행결과를 정리한 송달일보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한 후 퇴근하였는데, 위 송달일보는 피고의 정규직원이 확인하여 결재하였다.

바)

위임원들은 위임계약에서 정해지지는 아니하였으나 전기요금 자동이체 권유, 인터넷 빌링 권유, SMS(문자메시지) 가입 권유, 태양열 설치 권유, 심야 전기 가입권유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는 이러한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해서 개인별 포상을 하였다.

사)

위임원들은 정규 직원들과 함께 순번을 정하여 전화민원처리업무를 수행하였으나, 이를 수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로부터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3)

업무배정방식 및 근무형태

가)

피고는 위임원들과 이 사건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검침 및 송달 업무를 배정하여 주었다. 피고는 위임원과 정규직 직원의 구분 없이 담당구역을 배치하였고, 한국전력공사가 작성한 전기요금 전산처리 일정표를 위임원 및 정규직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해당 날짜에 이루어져야 할 검침 및 송달 업무내용을 미리 정하여 주었으며, 미리검침순로도를 정하여 그 순로에 따라 검침하도록 하였으나, 위임원들은 반드시 그 순로도를 따르지는 않았고, 피고도 그 순로도를 따르도록 감독하지는 않았다.

나)

원고들은 대체로 매일 09:00경을 전후하여 관할 지점에 들러서 업무수행에 필요한 검침기기나 요구청구서 등을 받고, 오후 2~4시경에 검침기기를 반납하고 퇴근하거나 송달업무를 마친 후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기도 하는 등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수행시간을 정해두지는 않았다.

다)

피고는 매주 정기조회 및 임시조회를 실시하여 본사의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서비스 내용 등에 관한 교육을 하였는데, 위와 같은 조회가 있는 날에는 피고의 정규직원 및 위임원들은 09:00까지 출근하여 이에 참석하였다. 또한, 피고는 정규직원과 위 임원을 구별하지 않고 업무교육, 고객만족교육, 본사순회교육을 포함한 각종 교육을 시행하였고, 위임원들은 피고 정규 직원과 함께 피고의 창립기념일 및 체육행사 등에도 참석하였다. 다만 위임원들은 피고로부터 정기조회나 교육 불참 등의 사유로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라)

이 사건 위임계약서에는 겸업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일부 위임원들은 이 사건 위임계약에 따른 계약기간 중 다른 직업을 겸하여 가질 수 있었으며, 이와 같은 겸직을 함에 있어 피고의 허락 등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

위임원들은 피고의 정규직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섞여 근무하고 있고, 그 신분에 따라 자리배치에 차이가 있지 않다.

바)

위임원들은 피고의 정규직원과 마찬가지로 휴가원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승인을 받아 휴가를 사용했다.

사)

피고는 회사의 필요에 따라 위임원들의 보직을 변경하곤 하였고, 원고 P와 위임원 S 등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하는 인사발령을 하기도 하였다.

4)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

가)

피고는 매년 1~2회 회사 자체 감사 또는 한국전력공사에 의한 감사를 통해 위임원들의 업무처리내용을 감사하였고, 업무 수행상 과실이 발견된 경우 해당 위임원에게 업무 수행상 과실 내용을 확인하고 반성하는 내용의 확인서 또는 사유서를 제출받기도 하였다.

나)

피고는 위임원들에 대하여 직무능력평가를 수행하고 고객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위임원들의 근무태도를 평가하여 실적이 우수한 정규 직원 및 위임원들에게 포상을 지급하고, 허위검침, 중계지연 등의 사유가 발생한 위임원들에 대하여 해촉하거나 인센티브를 감액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기도 하였다.

5)

작업도구 제공 및 재위탁 여부 등

가)

피고는 검침원들에게 검침에 필요한 검침기기를 배부하였다가 퇴근시 이를 반납받았고, 위임원들에게도 정규직원과 마찬가지로 책상 및 필요한 비품을 제공하였다.

나)

피고는 위임원들에게 피고의 직원이라고 표기된 신분증을 제공하였고, 근무복을 지급한 후 이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였으나, 근무복을 입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다)

위임원들은 이 사건 위임계약상 정해진 자신의 업무를 제3자에게 재위임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여 처리하게 할 수 없었고, 다만 위임원이 질병 등으로 부득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피고의 승인을 받아 피고의 정규직원 또는 다른 위임원이 그 업무를 대행하였다.

라)

피고는 위임원들의 정년(남자 58세, 여자 55세)을 정한 다음 정년에 도달한 위임원에게 정년퇴임식을 치러주기도 하였다.

6)

기타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등

피고는 위임원들에 대하여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의 4대 보험 가입신고를 하지 아니하였으나, 자신의 비용으로 위임원들에 대한 단체재해보험에 가입하였다. 한편 피고는 위임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하여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원고들에게는 피고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16, 18, 19, 23 내지 29, 31 내지 33, 36 내 지 40, 42 내지 49호증, 을 제1, 3 내지 20, 42, 43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인지

1)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代償)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 ·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6998 판결 참조).

2)

판단

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이 사건 위임계약서에 피고가 위임원들의 업무수행과정이나 계약의 이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제7조), ② 피고가 위임원의 복무 및 업무수행 방법에 대한 위임원 관리지침을 제정해 두고 위임계약 위반자나 위 지침 위반자에 대하여 해촉, 인센티브 감액, 확인서 징구 등의 조처를 하였던 점, ③ 피고가 원고들의 담당 구역 및 업무를 배정하고 당일 수행할 업무 장소와 업무량을 정하여 부여하였으며, 위임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였던 점, ④ 위임계약서에서 정한 위임업무 이외에도 자동이체가입 권유 등의 부가업무 등을 수행한 점, ⑤ 일부 원고들은 피고의 정기조회, 체육대회, 업무 관련 교육에 참여하기도 한 점, ⑥ 피고가 위임원들에게 근무복과 신분증을 지급하였고, 업무용 책상과 업무에 필요한 비품 등을 제공한 점, ⑦ 위임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외부의 제3자에게 재위임할 수 없었고, 결근할 때에도 정규직 직원이나 다른 위 임원이 업무를 대신 수행해야 했으며 장기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피고가 업무대행자를 지정했던 점 등은 원고들이 사용자의 지휘 감독 및 근무장소의 구속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된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사정들이다.

나)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따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본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이 사건 위임계약의 취지 및 범위를 벗어나 피고로부터 상당한 지휘 · 감독을 받았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들이 사용 · 종속 관계에서 피고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1)

원고들은 피고와 사이에 독립사업자임을 전제로 위임계약의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였고, 위임계약 당시 이미 원고들이 수행한 검침 및 송달 업무와 그에 따른 부수 업무에 관한 내용이 정해져 있었으므로 피고가 이를 일방적으로 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2)

원고들이 수행한 부수 업무 중 이 사건 위임계약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자동이체권유 등의 업무는 업무량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는 위와 같은 업무수행에 대해서도 실적에 따라 별도의 포상을 하였다.

(3)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들은 현장 업무 수행 및 고객응대 등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을 다소 필요로 하기는 하나 이는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대하는 업무의 특성상 요구되는 것에 불과하다.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위임계약서에 따라 피고가 정한 위임업무를 계약 조건과 피고의 업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었고, 업무수행 절차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지도 않았으므로,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담당구역 및 업무를 배정받는 것 이외에 배정받은 업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볼 수 없고, 원고들은 업무수행의 순서나 방법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다.

(4)

위임원 관리지침 제5조는 위임원들은 정규 직원과는 달리 정기적인출 · 퇴근은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원칙적으로 위임원들에게 지각이나 조퇴 및 결근 등을 통제하거나 징계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송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업무를 수행하러 나가기 전에 송달일보를 미리 작성하여 제출한 후 업무를 마치면 현장에서 바로 퇴근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출퇴근 시간이 엄격하게 통제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5)

여자 위임원의 업무량은 정규직 직원의 80% 정도이므로 통상적으로 일찍 업무를 마치게 되고, 남자 위임원의 업무량은 정규직 직원과 같았으나 실제 업무수행에 투입된 시간은 정규직 직원과 비교하면 짧았던 것으로 보이며, 검침 및 송달업무 자체는 40분 이내에 마쳐지는 경우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업무의 성격상 위임원들이 같은 시간대에 모두 함께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아 근무수행시간의 제한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6)

위임원들이 정규직 직원들과 사무실에서는 혼재하여 근무하였으나, 주된 업무인 검침과 송달은 사무실 밖에서 이루어졌고, 사무실에서 수행하였던 업무는 고객에 대한 전화, 자료정리나 보고서 출력 등 피고의 지휘 · 감독이 특별히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어서, 그 업무의 성격상 통일된 지휘 · 감독체계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컨베이어시스템에 의한 작업공정에서의 혼재 근무와는 달리, 정규직 직원들과의 혼재 근무 사실에 의하여는 곧바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피고의 지휘 · 감독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도 없다.

(7)

피고가 원고의 업무 수행상 과실에 대하여 그 내용을 확인하고 반성하는 내용의 확인서 등을 제출받거나 허위검침 또는 중계지연 등이 발생한 위임원에 대하여 해촉 또는 인센티브 감액 등의 제재를 가한 것은 증거를 확보하고 동일 잘못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며 검침 및 송달 업무의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위임계약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고, 이러한 조치가 반드시 위임계약의 본질에서 벗어난다고 보기도 어렵다.

(8)

피고가 원고 P, 위임원 S 등에 대해서 사업장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위임계약을 체결한 지사 내의 각 지점 간 근무지 변경에 국한된 것이고, 위임원 관리지침에는 피고의 사업장 변경 권한을 규정하고 있으므로(제28조) 위 인사발령이 위임계약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한편 위임계약을 체결한 지사를 벗어나는 근무지 변경 또는 보직 변경은 위임원들이 그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 영업본부장의 승인을 받아 새로운 지사에서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위 사정만으로 피고가 위임계약을 벗어나서 일방적으로 근무지를 변경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9)

피고가 위임원들에 대해 실시한 교육은, 신규 위촉자에 대한 업무 투입 전 교육, 업무수행 방법의 변경에 따른 업무수행요령교육, 고객서비스, 안전사고 예방, 회사경영 현황 등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행해지는 직무교육 등에 국한되고, 피고 교육총괄부서의 교육훈련계획에 따른 핵심리더 육성이나 전문인력 육성을 목적으로 한 계층교육이나 직무교육, 전문교육 등을 실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들이 업무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 이외의 정규직원에게 요구되는 교육이나 행사에 참여할 것이 강제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10)

피고가 위임원들에게 제공한 검침기기는 한국전력공사의 고객정보가 입력된 것이어서 함부로 유출할 수 없으므로 위임원들이 이를 개별적으로 갖출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임업무수행 상 일정한 규격의 PDA 사용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지급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검침업무와 송달업무의 편의를 위해 위임원들에게 책상, 사무집기 등의 비품을 제공하기는 하였으나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품을 모두 제공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11)

피고가 원고들에게 근무복을 지급하여 착용하게 하고 신분증을 지급한 것은 개별 세대를 방문하여야 하는 검침업무 등의 특성상 검침원 등을 가장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신분확인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위임업무수행에 필요한 범위 내의 조치로 보인다.

(12)

위임원 관리지침에는 업무수행 실적 평가 성적이 70점 이상일 것을 재 위촉자격으로 규정(제15조)하고 위촉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해촉사유로 규정(제17조)하고 있으며, 피고가 위임원들의 업무실적을 평가하여 재위촉 심사 기준으로 활용하고, 원고들의 업무실적에 따라 인센티브 추가 지급 및 표창장 수여 등의 조처를 한 사실은 있지만, 위와 같은 조치가 위임계약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13)

이 사건 위임계약서에 겸업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위임원들의 겸업에 대하여 피고가 통제하거나 제재를 가하였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위임원들은 피고에 대한 전속성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

(14)

근로자의 경우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상태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 자체에 대한 대상(對償)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으나, 원고들은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았고 실제 수행한 업무 실적에 따른 위임수수료만을 받았다. 이와 같은 정규직 직원에 대한 임금과 위임원에 대한 위임수수료 지급 방법의 차이(결국, 업무시간이 가지는 의미의 차이)로 동일한 업무량을 수행하였던 일반 위임원들의 통상적인 업무처리시간이 피고의 정규직 직원과 비교하여 상당히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

(15)

피고는 위임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하여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고, 위임원에 대한 건강보험, 국민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의 가입신고를 하지 않고 그 보험료도 납부하지 아니하였으며, 위임원에게는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지도 않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종관(재판장) 김복형 김상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