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5. 4. 23. 선고 2014나56265 판결

주문

1.

원고 및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4, 5, 9, 11, 22, 2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인정할 수 있다.

○

피고는 2003. 1. 3. 대형마트 경영 등을 하는 주식회사인 원고에 입사하여 2010. 12. 10.경부터 원고의 이마트 B점에서 매장관리업무를 담당하던 중 2011. 5. 11. '협력사원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및 근무태만'을 이유로 서면경고의 징계를 받았고, 2011년도 인사고과에서는 최하등급을 받았으며, 2012. 2. 28.자로 원고를 퇴직하였다.

○

피고는 2012. 5. 7. 원고로부터 퇴직금과는 별도로 65,112,240원(이하 '이 사건 금원'이라 한다)을 수령하였다.

○

피고는 2013. 7. 19. 수원지방법원에 피고가 2010. 12. 11.부터 2012. 2. 10.까지 438회에 걸쳐 원고 본사 임직원 16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하여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접속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였고, 위와 같이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침입하여 확보한 원고의 내부자료를 소지하던 중 2012. 2. 22.경부터 2012. 3. 30.경까지 4회에 걸쳐 원고의 직원들을 상대로 그 내부자료를 외부로 유출시킬 것처럼 행세하여 원고의 직원들을 협박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 및 협박의 죄명으로 기소되었다. 위 법원은 2014. 6. 11. 2013고단3474호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피고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다. 위 사건의 항소심인 수원지방법원 2014노3346호 사건에서 법원은 2014. 11. 17. 역시 위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양형부당을 이유로 그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였으며, 그 판결은 그 즈음 확정되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이 사건 금원반환청구에 관한 주장

(1)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금원은 피고가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침입하여 다운받은 원고의 내부자료가 보관된 유에스비(USB)를 반환하고 그 내부자료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기로 하는 부담부 증여계약에 기하여 원고로부터 수령한 것인데, 피고는 위와 같은 원고의 내부자료를 외부에 유출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선택적으로, 피고의 기망을 이유로 위 부담부 증여계약을 취소하거나, 피고의 부담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위 부담부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그로 인한 부당이득 또는 원상회복으로 이 사건 금원의 반환을 구한다.

(2)

피고의 주장

이 사건 금원은 원고가 피고를 부당해고 하였기에 퇴직위로금 내지 전직지원금의 명목으로 지급한 것일 뿐, 원고의 내부자료 유출과는 무관하므로 피고는 이 사건 금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주장

(1)

원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침입하여 내부자료를 취득한 후 이를 유출하여 원고에게 무형의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5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피고가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접속하여 취득한 내부자료를 유출한 행위는 원고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를 사회적으로 문제 삼아 시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

3.

판단

가.

이 사건 금원반환청구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금원의 수수가 부담부 증여계약에 기한 것인지 여부

갑 제3, 4, 8 내지 10, 14, 24호증, 을 제7 내지 10, 1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C, D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금원은 피고가 확보한 원고의 내부자료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기로 하는 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부담부 증여계약에 기하여 수수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을 제4 내지 6, 16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다.

○

피고는 2012. 2. 22. 퇴직원 및 퇴직신고서를 작성하여 이를 사물함에 넣어 두고 원고의 직원 E에게 이를 알려 2012. 2. 28. 퇴직하였다.

○

피고는 퇴직일로부터 약 2개월이 경과한 2012. 5. 7. 이 사건 금원을 퇴직하면서 수령한 퇴직금과는 별도로 수령하였다.

○

원고의 내부규정에 따르면 법정 퇴직금 이외에 희망지원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3월 초에 명예퇴직을 신청하여야 하고, 전직지원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직급정년에 달하여 권고사직의 형태로 원고를 퇴직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고가 작성한 퇴직원의 퇴직사유로 '휴식(귀향)'이라고만 기재하였고, 2013. 2. 14. 위 수원지방법원 2013고단3474호 사건의 경찰 조사 당시에도 퇴직사유에 관하여 '개인적인 사정으로 다니기 싫어서 그만 두었습니다'라고만 진술하였는바, 피고가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다거나 직급정년에 달하여 권고사직을 당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

피고는 원고를 퇴직하기로 결심한 이후 2012. 2. 22., 2012. 2. 28., 2012. 3. 27., 2012. 3. 30. 총 4차례에 걸쳐 원고의 직원들에게 자신이 원고의 내부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외부로 유출할 것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였다.

○

원고의 직원들은 2012. 4. 2.경 피고를 만나 피고에게 전직지원금 형식으로 금원을 제공하기로 하였다는 원고의 방침을 전하고, 피고로부터 원고의 내부자료를 반환받고 그 자료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

원고의 직원들은 2012. 4.말경 피고로부터 원고의 내부자료가 보관된 유에스비를 반환받았는데, 그 반환의 목적은 원고의 내부자료 유출의 방지였다.

○

피고는 제1심에서 원고의 내부자료 중 원고가 문제사원으로 지목한 직원의 퇴직을 유도하는 내용의 자료를 제출하였지만, 피고에게 퇴직을 종용하거나 퇴직을 유도하는 내용의 자료는 제출한 바 없다.

(2)

부담부 증여계약에 대한 해제 및 그 반환의무 여부

부담부 증여는 민법 제561조에 의하여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 상대방이 부담의 내용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부담부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할 것인바(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다43358 판결 참조), 갑 제19 내지 21, 26, 2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2012. 12.경 인터넷신문 기자 F 및 국회의원 보좌관 G에게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접속하여 취득한 원고의 내부자료를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이 사건 금원의 지급 원인이 된 위 부담부 증여계약에서 정한 부작위 의무를 불이행한 것이라고 할 것이고, 위 부담부 증여계약은 피고의 위와 같은 부작위 의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해제의 의사표시가 담긴 원고의 이 사건 2013. 9. 9.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적법하게 해제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 부담부 증여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금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불법행위의 성립

민법 제751조 제1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고, 재산 이외의 손해는 정신상의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에 수량적으로 산정할 수 없으나 사회통념상 금전평가가 가능한 무형의 손해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법인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한 자는 그 법인에게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법인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에는 법인의 목적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6다53146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2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피고는 2010. 12. 11.부터 2012. 2. 10.까지 438회에 걸쳐 원고 본사 임직원 16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하여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접속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그 내부자료를 무단으로 취득하고, 2012. 12.경 인터넷신문 기자 및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이를 넘겨주어 유출한 사실, 그 기자는 위 자료의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여 인터넷신문에 게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로써 원고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되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무형의 손해를 입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피고의 정당행위 주장에 대한 판단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내부자료 유출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 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인바(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3000 판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19 내지 23, 26, 27호증, 을 제1, 2, 7 내지 13, 18, 19호증의 각 기재 및 제1심 증인 C, D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위와 같이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침입하여 내부자료를 취득하고 이를 유출한 것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피고는 원고 회사의 내부 전산망을 침입하여 확보한 원고 회사 내부자료들을 그대로 공개한 것이 아니라, 원고 회사를 퇴직하면서 원고 회사의 직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그 대책을 마련하게 하고, 피고가 원고 회사의 직원들에게 원고 회사의 내부자료가 보관된 유에스비(USB)를 반환하고 그 내부자료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기로 하였다.

○

피고는 원고 회사 직원들에게 전자메일을 보내고 원고 회사 직원들을 접촉하면서 원고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의 시정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피고에 대한 원고 회사의 징계 및 인사고과에 불만을 토로하였다.

○

피고는 위 내부자료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자신의 동료 임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몰래 사용하여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접속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고, 그 기간이 1년이 넘고 횟수도 438회에 이를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취득한 자료도 13,000여개의 파일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다.

○

피고는 이러한 내부자료 소지사실을 활용하여 원고로부터 정당한 퇴직금 외에 추가로 65,112,240원에 이르는 이 사건 금원을 받았다.

○

피고는 퇴직 후 10개월 정도 지난 후에야 이를 기자 및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넘겼고, 결과적으로 원고의 전 대표이사 등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 형사처벌을 받았지만, 그들을 고발한 것은 피고나 피고로부터 위 내부자료를 직접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단체였다.

○

피고가 위와 같은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긴급하였거나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피고가 원고의 내부전산망에 침입한 경위 및 기간과 횟수, 원고의 업무 영역, 유출된 원고의 내부자료의 종류 및 내용과 그 양, 그 유출로 인한 원고의 명예와 신용에 대한 훼손 정도 및 원고의 대내·외적 변화, 사회적 영향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무형적 손해액은 1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부담부 증여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으로 65,112,240원과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10,000,000원, 합계 75,112,24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금원의 지급일 또는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13. 5. 17.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제1심 판결 선고일인 2014. 10. 1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 및 피고의 항소는 각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대경(재판장) 최욱진 류승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