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9. 4. 선고 2014노1398 판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편취의 범의나 기망행위를 비롯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에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위법하다.

2.

판단

가.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0. 6.경부터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에서 제조하는 'D'을 공급받아 대기업의 폐쇄형 복지몰에 위 물건을 납품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피고인은 2010. 7. 10.경 서울 강남구 F에 있는 E 사무실에서 정보통신서비스 및 시스템 통합구축 서비스를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G(대표이사 H, 이하 '피해자 회사'라고 한다)과 전체 용역대금 6억 6,000만 원(용역대금 6억 원, 부가가치세 6,000만 원)으로 정하여 'C 기업복지몰 구축 사업'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하지만 당시 피고인은 E을 운영하면서 직원들 급여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능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위 회사를 설립하면서 한 푼도 돈을 부담하지 않고 전부 금융기관 및 지인들로부터 수억 원을 빌려 위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C로부터 프로그램 개발비나 사용료를 받아야 용역비를 지급할 수 있었으나 피고인의 C에 대한 채무가 훨씬 많아서 C의 E에 대한 채무와 서로 상계될 상황이었으므로 피해자 회사가 이 사건 계약대로 C 기업복지몰 구축에 관한 용역을 이행하더라도 피해자 회사에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회사로부터 2010. 7.경부터 2011. 4.경까지 C 기업복지몰 구축 사업 프로그램 개발 용역을 제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위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6억 6,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이 사건 계약 당시 피고인이 C로부터 인터넷 복지폐쇄몰(기업 또는 단체가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 구성원들에게만 공개하는 형태의 인터넷 쇼핑몰, 이하 '복지폐쇄몰'이라 한다) 개발 및 양도(혹은 대여)의 대가를 전혀 지급받지 않기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고, 오히려 피고인과 C는 C가 피고인으로부터 복지폐쇄몰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인수하기로 예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위탁운영업체로 선정된다는 이유만으로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소프트웨어 자체를 아무런 대가 없이 C에 이전한다는 것은 경험칙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 ② 설사 피고인이 C로부터 복지폐쇄몰의 개발 대가를 전혀 지급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판매 위험의 부담 없이 복지폐쇄몰의 위탁운영을 통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근거가 충분하였던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에 용역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것은, E의 복지폐쇄몰 운영방식 변경(최초 판매위험 없이 복지폐쇄몰 운영을 대행하면서 매출에 따른 수수료만을 취득하는 구조에서 C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 이를 판매하는 구조로 변경됨) 및 피고인의 동업자인 J의 E 물품판매대금 횡령행위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사정인 점, ④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다면 특별한 자본이 없더라도 사업을 개시할 수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자기 자금 없이 차용금만으로 E을 설립하였다고 하여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변제능력 또는 변제의사에 관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여유자금 없이 E을 설립·운영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채무는 C로부터 지급받은 돈으로 변제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사건 계약체결일까지 E이 C에 복지폐쇄몰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그 소프트웨어 자체를 양도할 것인지, 사용에 따른 대가만을 받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지급받을 액수는 얼마인지 결정되지 않았던 사실, ② 결국 E은 C로부터 복지폐쇄몰 개발대가 또는 위탁운영에 따른 판매수수료를 지급받는다는 당초의 수익예상과 달리 '온라인 폐쇄형복지몰 구축 용역 및 프로그램 사용' 계약과 'C 폐쇄몰 물품공급'거래약정만을 체결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기대했던 수익을 올리지 못하여 피해자 회사에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중 5억 6,75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해자 회사에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심이 상세하게 설시한 여러 사정에 더하여 기록에 드러나는 아래의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여 그 용역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이 사건 계약은 2010. 7. 10. 체결되었고, 그에 따른 용역의 공급이 2011. 4. 초순경까지 이루어졌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피해자 회사 대표이사인 고소인에게 우선 선급금을 지급하고, 이후 C와 정식 계약이 체결되면 C로부터 돈을 받아 잔금을 치르겠다고 자신의 자력에 대하여 거짓 없이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증거기록 230면).

(2)

고소장,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증거기록 54면), 원심에서의 증언(공판기록 55면) 등에서 고소인이 주장하는 주된 기망 내용은 '피고인이 2011. 2. 24. 변제자력이 없음에도 고소인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의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지불각서를 작성해 주었고, 2011. 3. 25. 고소인에게 E의 C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도하고서도 채무자인 C에게 채권양도의 통지를 적시에 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서, 고소인도 이 사건 계약 체결일로부터 대부분의 용역제공이 이루어진 2011. 2.경까지는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여기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다. 또한 피고인이 C에 2011. 3. 25.경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더라도, 그 당시 C의 E에 대한 물품대금채권과 E의 C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대금 채권은 상계적상에 있었기 때문에, C가 E에 상계의 의사표시를 하면 고소인으로서는 C로부터 양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

C의 2010. 5.경 '기업복지몰 개발 및 운영 제안요청서'에 의하면 일단 최초 솔루션 개발에 대한 C의 지원이 없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 C가 향후 솔루션 라이센스를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되어 있다(변호인 제출의 증제2호증, 공판기록 153면). 실제로 C는 사업 초기 피고인에게 복지폐쇄몰 사업이 잘 진행되면 이를 적정한 대가에 인수할 수 있다는 의향을 보이다가, 막상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를 통하여 복지폐쇄몰을 구축하게 되자, 개발비용의 일부라도 보전받으면서 C와의 거래를 유지하여야만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피고인의 불안정한 입장을 이용하여 C에 유리한 내용의 계약 체결을 추진하였고, 피고인으로서는 이에 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K의 원심 증언, E 직원과 C 직원 사이의 이메일 내용(증거기록 202면 이하), 폐쇄몰 사업 변호사 면담 결과 보고(증제3호증의5, 공판기록 177면), 폐쇄몰 사업자 선정2차 PT 결과 보고(증제3호증의6, 공판기록 182면), 폐쇄형 복지몰 시스템 구매(증제5호증의1, 공판기록 210면) 등 참조]. 피고인 역시 C에 높은 가격으로 복지폐쇄몰 운영권한 자체를 양도하거나 복지폐쇄몰 운영에 따른 수수료로 개발비용을 충분히 보전하고 나아가 추가적인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기대를 가지고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그러한 기대가 막연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피해자 회사를 기망하여 용역을 제공받을 범행 동기가 존재하지 아니 한다.

(4)

검사는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직원들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사정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오히려 피고인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 약식명령(증거기록 137면)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J의 물품대금 횡령 사건 등이 발생하자 2010. 12.경에 이르러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연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빈(재판장) 이영광 임창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