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식회사 G(이하 'G'이라고 한다)이 코레일유통 주식회사, 보광훼미리마트, 한국미니스톱 주식회사, 주식회사 지에스리테일, 바이더웨이 등 유통업체(이하 '유통업체'라고 한다)로부터 주문을 받아 제조, 판매한 공중전화카드(이하 '이 사건 카드'라고 한다)는 G과 주식회사 케이티(이하 'KT'라고 한다)가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공중전화카드 제조공급에 관한 협정서'(이하 '협정서'라고 한다) 제3조의 주문카드에 해당한다. 그런데 주문카드의 경우에는 협정서 제8조에 의하여 사후 정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산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일 뿐 횡령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에게는 횡령의 범의도 없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량(징역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판단
이 사건 카드의 성격(일반카드인지 주문카드인지 여부)
다음과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카드는 일반카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일반 이용자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카드는 '일반카드'이고, 고객의 주문에 의하여 고객이 원하는 문자나 도안을 넣어 발행하는 카드는 '주문카드'이다[협정서 제3조(카드의 종류)]. 그런데 G이 유통업체에 판매한 이 사건 카드는 모두 '일반 이용자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발행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카드는 일반카드로 봄이 타당하다(피고인은 이 사건 카드가 유통업체의 주문에 의하여 제조되었다는 점을 들어 주문카드로 봄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협정서의 다른 조항들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이러한 주장은 독자적인 견해임을 알 수 있다).
주문카드의 경우에는 통신비 외에 별도의 카드 제작비를 주문고객으로부터 받는다(협정서 제5조 제2항). 그런데 G은 유통업체들에 이 사건 카드를 제조, 판매함에 있어서 별도의 카드 제작비를 받지 않았다(증거기록 제415, 435쪽). G이 이 사건 카드를 주문카드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유통업체로부터 '고객부담제작비'를 받았어야 한다.
주문카드의 경우에는 G이 고객의 주문에 따라 제조한 후 곧바로 고객에게 판매하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판매대금(=통신비 + 고객부담제작비)'에서 '케이티 부담 제조비'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정산한다(협정서 제4, 8조). 그렇기 때문에 주문카드의 경우에는 일반카드와 달리 G이 KT로부터 카드를 구입해서 판매할 필요가 없고, 구입해서 되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수수료 명목의 할인율이 적용될 여지도 없다. 판매수수료 명목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것은 G이 KT로부터 카드를 선구입한 후 이를 되파는 유통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금융비용 등의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피고인의 주장대로 이 사건 카드가 '주문카드'에 해당한다면, G은 협정서 제8조에 따라 '판매대금'에서 '제조비'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KT에 납부하였어야 할 것이지 KT로부터 판매수수료 명목의 할인율을 적용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은 이 사건 카드에 대하여도 통신비(전화카드 액면금)의 약 15%에 해당하는 금원을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할인받았고, '세금계산서'에도 모두 '일반카드'라고 기재하였다(증거기록 4, 5, 282~307쪽). 이는 G이 이 사건 카드를 '일반카드'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이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G이 이 사건 주문카드가 아닌 소위 '협의의 주문카드'의 경우에도 15%의 할인율 적용받았으므로 할인율 적용 여부에 따라 일반카드와 주문카드를 구분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장은, G이 협정서 제8조를 위반하여 협정서상 주문카드임이 명백한 '협의의 주문카드'에 대해서까지 KT로부터 할인율을 적용받았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뿐이고, 위반행위의 결과를 다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G이 협의의 주문카드에 대해서도 할인율을 적용받았다는 사정은 이 사건 카드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요소가 되지 못한다).
KT가 G에 위탁한 업무는 기본적으로 '일반카드의 제조'와 '주문카드의 제조, 판매' 업무이다(협정서 제4조). 그러면서도 KT와 G은 협정서 제12조 3항에 "G이 케이티로부터 카드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카드 '구입대금'에서 제조비를 공제하고 정산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G이 KT로부터 카드를 구입하여 되파는 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주문카드는 G이 KT로부터 카드를 구입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주문 고객에게 판매되므로 결국 G이 KT로부터 구입하여 판매하는 카드는 G이 제조하여 KT에 납품하는 카드, 즉 협정서상의 일반카드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협정서 제3조의 '일반카드'는 KT에 납품되어 전화국 등을 통하여 판매되는 카드와 G의 구입과정을 거쳐 유통업체를 통하여 판매되는 카드로 나뉘는 것이다(앞서 본 바와 같이 G이 KT로부터 구입하여 유통업체를 통하여 판매하는 카드, 즉 이 사건 카드는 주문카드와는 달리 구입 즉시 곧바로 일반 이용자에게 판매되는 것이 아니고 유통업체를 거쳐 판매되기 때문에 KT는 판매수수료 명목의 할인율을 적용한 금원, 즉 '구매대금'을 지급받고 G에 카드를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G으로부터 이 사건 카드를 구입하여 일반 이용자에게 판매한 세븐일레븐이나 KT링커스 등에서도 이 사건 카드를 일반카드로 인식하고 있었다(증거기록 428, 452쪽).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카드는 협정서 제3조의 '일반카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G의 주장은, 스스로 협정서 제6조 제2항, 제12조 제3항을 위반하여 KT로부터 구입하지 않은 채 카드를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의 영업을 한 후에 그러한 유통과정을 거치는 카드가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그 카드를 협정서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카드라거나 혹은 굳이 분류한다면 주문카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횡령죄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카드는 일반카드에 해당하므로 G으로서는 협정서 제12조 제3항에 따라 KT로부터 이 사건 카드를 구입한 다음 유통업체에 판매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G은 2008년도에 이 사건 카드 1,056,472장을 KT로부터 구입하지 않은 채 유통업체에 판매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G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횡령죄를 범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건 카드가 일반카드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 당시 횡령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범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 역시 검사가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범행 당시에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가 있었음을 넉넉히 추인할 수 있다.
사후정산 관행이 정착되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은 G과 KT 사이에 이 사건 카드의 구입대금에 관한 사후정산의 관행이 정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카드를 구입하지 않은 채 판매하였다고 하여 횡령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적어도 2004년부터는 분기 말 또는 연말에 한꺼번에 대금을 정산하여 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고,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KT에서 G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자 G이 '임의로' 유통업체에 이미 판매한 카드를 분기말이나 연말에 KT로부터 매입하는 것처럼 '공중전화카드 구입내역서', '세금계산서'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하여 이를 KT에 제출하고 그 대금을 송금해 주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KT는 당초에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공중전화카드에 대하여는 후납 판매를 허용했었는데, 2002. 2. 15.자로 후납 판매제도를 완전히 폐지하였다(증거기록 328쪽). KT는 2003년 7월경 '공중전화카드 판매대금을 월 1회 후불로 정산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자회사 케이티링커스㈜의 요청에 대하여 "KT에서 관리중인 모든 위탁점에 공중전화카드 판매시 즉납으로 정산을 하고 있는데 케이티링커스에 대하여만 후불로 정산을 하면 불공정거래행위 및 부당지원이 된다."는 이유로 거부하였다(증거기록 528쪽). 그리고 G이 KT에 보낸 2003. 11. 28.자 '공중전화카드 거래사실 및 소유권에 대한 사실확인 요청서'의 기재를 통하여 알 수 있듯이 G 역시 KT로부터 먼저 카드를 구입한 후에 이를 재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공중전화 카드를 KT로부터 매입한 후에 판매하는 시스템이 정착된 상황에서 굳이 KT가 자회사도 아닌 G에 대하여 협정서를 변경하지도 않은 채 협정서에 반하는 사후정산을 허용하였거나 묵인하였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유가증권인 공중전화카드의 후불 결제를 허락하는 것은 KT가 G에 공중전화카드의 제조, 판매에 대해 전권을 부여하는 것이 되는데 KT의 직원들이 이를 임의로 허락해 주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G에서 2008년도에 작성하여 KT 구로지사에 보낸 문서에도 '공중전화카드 구입', '공중전화카드 상품구입', 'MS 공중전화카드 상품매입', '구로 매입' 등의 표현이 들어 있다(증거기록 282, 285, 288, 291, 293, 296, 298, 301, 304, 311~318, 321쪽). 사후 정산이 원칙이라거나 사후 정산 관행이 정착되어 있었다면 '구입', '매입'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리는 없고, '정산', '미정산'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G은 2008년에 KT로부터 152만여 장(통신비 기준 59억여 원 상당)의 공중전화카드를 '구입'하였다. 구체적으로는 2008. 2. 29. 10만 2,000장(4억 1,900만 원), 2008. 5. 7. 10만 7,000장(4억 1,650만 원), 2008. 6. 27. 14만 147장(565,294,000 원), 2008. 7. 31. 13만 5,000장(5억 5,000만 원), 2008. 8. 28. 13만 5,000장(5억 5,000만 원), 2008. 9. 29. 14만 장(5억 5,500만 원), 2008. 11. 28. 12만장(5억 3,750만 원), 2008. 12. 22. 32만 7,000장(13억 5,650만 원), 2008. 12. 24, 32만 장(10억 원)의 전화 카드를 '구입 '하고 '구입 당일'에 위 각각의 괄호 안에 기재된 통신비에서 약 15%의 할인액과 장당 396원 내지 467.5원 상당의 제조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KT 구로지사에 송금하였다(증거기록 5, 282, 286, 288, 291, 293, 296, 298, 301, 304쪽). 이러한 구입 내역은 G이 KT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 연중에도 간헐적으로(비록 실제로 유통업체에 판매한 수량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일정 수량의 카드를 지속적으로 '구입'하고 그 대금을 송금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피고인의 주장대로 적어도 2004년 이후부터 G과 KT 사이에 이 사건 카드의 구입대금에 대한 사후정산 관행이 정착되어 있었다면 G이 연중에 간헐적으로 카드를 '구입'하고 '구입 당일'에 그 대금을 송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KT의 직원들은 'G에 대한 실사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고, G에서 일한 W도 'KT에서 실사를 나온 적은 없었고 N의 양심선언이 아니었다면 불법유통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503, 513, 616, 619, 731쪽). 이러한 진술 등을 종합해 보면, KT에서는 휴대전화 이용자가 늘면서 공중전화카드 판매액이 급감하자 점차 공중전화카드 사업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공중전화카드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전담 부서나 전담 직원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담당 직원들은 G이 '카드를 구입하지 않은 채 유통업체에 판매하고도 사후에 특히, 연말에 카드를 구입하는 것으로 처리하여 대금을 송금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였거나 파악하였더라도 그러한 방식이 협정서에 반하는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KT에서는 10년 가까이 위탁 업무를 수행해 왔던 G을 믿었을 가능성도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구입 후 판매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사후정산 관행이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2006년 4월경 G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에 그 전부터 해오던 대로 계속하여 사후정산을 해왔을 뿐이기 때문에 피고인에게는 횡령의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피고인이 수사 초기에 하였던 자신의 진술과도 배치되는 것인데다 N, W이 수사 초기에 하였던 진술 및 그 밖의 객관적인 증거들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오히려 N, W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이 사건 카드를 KT로부터 구입한 후에 유통업체에 판매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자금융통을 목적으로 카드를 매입하지 않은 채 유통업체에 판매하여 회사 운영자금을 확보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2011. 10. 11. 제2회 경찰조사에서 '전회 진술시에는 G이 제조한 카드를 KT로부터 매입한 후 거래처에 판매하는 것이 정상적인 유통경로라고 진술하였으나 1차 조사를 받은 후 당시 거래 내용 등에 대하여 다시 확인해 보니 이 사건 카드는 주문카드에 해당하고 그렇기 때문에 협정서 제8조에 따라 사후에 정산하면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증거기록 411쪽).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에 G에서 작성한 문서에도 '공중전화카드 구입', '공중전화카드 상품구입', 'MS 공중전화카드 상품매입', '구로 매입' 등의 표현이 들어 있는데 피고인도 결재 과정에서 이를 인지하였을 것이다. 이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도 이 사건 범행 당시는 물론 2011년 경찰에서 최초 조사를 받을 때까지도 이 사건 카드는 선 구입 후 판매하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N은 G의 상무이사로 일하다가 2008년 11월 말경 퇴직한 사람인데, G에서 재직할 때 전화카드의 제조, 유통, 판매 업무를 총괄한 사람이다. N은 2008. 12. 24. KT의 K 부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2008년도에 1,521,147장의 전화카드는 '매입'하여 판매하였지만 1,056,472장은 매입하지 않은 채 판매하였음을 알리면서 '2008년도 MS공중전화카드 매입/매출 현황'을 첨부하였고, 그 무렵 K과의 통화에서는 '2007년과 2008년 2년 동안만 매입하지 않은 채 유통하였다. 믿어도 된다. 사장님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수없이 얘기 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감방 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도 했지만 해결을 해주지 않아 퇴직하였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으며, 2011. 8. 23. 제1회 경찰조사에서는 '2006년 이전에는 카드를 제조해서 판매할 경우 먼저 KT에 그 대금을 지불해주었는데, 2007년과 2008년에는 카드금액을 KT에 지불해주지 않고 판매를 하였다. 2008년도에는 전화카드 총 판매액 111억여 원 중 51억여 원을 KT의 허가 없이 판매하였다. A에게 허가 없이 제조,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 A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월급 줄 돈도 없고 회사가 운영되지 않는데 어떻게 할 거냐라는 말을 하 여 어쩔 도리가 없었다.'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4, 5, 119, 120, 122, 200, 202, 205쪽). N은 2011. 10. 14. 제2회 경찰조사에서 'G에서 몸담을 때와 여기서 처음 조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먼저 KT에 판매대금을 지급하고 판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1차 조사 후 A씨 말도 들어보고 협정서도 보니까 후불정산이 맞는 것 같아서 진술을 번복하는 것이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증거기록 446쪽, 공판기록 199쪽). 위와 같은 N의 언행에 비추어 보면, N은 2011. 8. 23.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까지도 이 사건 카드를 KT로부터 먼저 구입한 후에 유통업체에 판매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재직 당시 피고인에게 매입 후 판매할 것을 수차 건의하였음을 알 수 있다.
W은 G의 모회사인 I 소속이었지만 G에 파견되어 공중전화카드 제조, 판매업무를 담당하다가 2009년 9월경 퇴사한 사람이다. W은 2011. 8. 24. 제1회 경찰조사에서 'KT의 발주를 받아 카드를 제조하고 제조 수수료와 위탁판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KT에 지급한 후 편의점 등에 판매하여야 하는데 KT에서는 구조조정 등으로 공중전화카드 관리담당자도 존재하지 않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G이 자체적으로 수요를 예측하여 카드를 제조하였고 더 나아가 KT로부터 카드를 매입하지 않은 채 이를 판매하고는 연말에 일괄적으로 매입하는 것으로 처리하였다. N의 양심선언이 아니었다면 KT 몰래 불법유통을 했더라도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중반부터 N씨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법이라는 것을 인식하였고, 매입을 하여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를 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증거기록 209~217쪽). 그런데 W은 2011. 10. 12. 제3회 경찰조사에서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면서 '내용을 잘 모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위와 같은 W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W이 적어도 2011. 8. 24.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까지는 이 사건 카드를 KT로부터 구입한 후에 유통업체에 판매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재직 당시 피고인에게 매입 후 판매할 것을 수차 건의하였음을 알 수 있다.
G은 2003년경 주식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당시 증권협회의 요구로 KT와의 공중전화카드 거래관계에 대한 확인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2003. 11. 28.경 KT에 '공중전화카드 거래사실 및 소유권에 대한 사실확인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G이 KT로부터 KT가 정한 할인율을 적용한 구매대금을 현금으로 즉납하고 이를 매입하여 재판매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그 카드에 대한 소유권은 G에 있다'는 내용 등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청하였다(증거기록 526, 527쪽). 그런데 피고인은 당시 G의 모회사 내지 지주회사인 I의 대표이사였으므로 위와 같은 사실관계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후정산 관행과 관련된 피고인 측의 그 밖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변호인은, G이 유통업체로부터 후불로 판매대금을 지급받는데 KT에 대금을 선납하면 G이 엄청난 금융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간 거래에서는 있을 수 없는 거래구조이고, 따라서 KT의 선 구입 주장은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G은 이 사건 카드에 대하여 통신비의 약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할인받아 구입하고 이를 다시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통신비의 약 0.8%에 해당하는 금원의 마진을 확보한다(증거기록 911쪽, 공판기록 196, 297쪽). 뿐만 아니라 G은 KT로부터 구입하는 카드의 수량만큼 장당 425원 정도의 제조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유통마진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중전화카드가 유가증권인 점에 비추어 보면, G이 전화카드를 임의로 제조하고 유통시킨 후에 그것이 판매되면 사후에 그 대금을 정산하는 구조가 더 이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 구입 후 판매하는 제도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조라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 사건이 문제되기 전인 2008년 이전에도 계속하여 사후정산 방식으로 그 대금을 지급하였음에도 KT에서 한 번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문제를 삼은 적이 없고, 이 사건이 밝혀진 이후에도 곧바로 고소하지 않은 것은 사후정산 관행이 정착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KT에서 공중전화 카드 사업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면서 전담 직원조차 두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가 처리되다보니 KT 직원들이 G의 협정 위반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KT 직원들로서는 고소를 하게 되면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부실한 관리, 감독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여 G에서 약속한 대로 대금을 지급해 주기를 기대하면서 곧바로 고소를 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들이 사후정산 관행이 정착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 되지는 못한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2007. 3. 1. 이후 KT와 G 사이의 업무위탁 관계를 규율할 협정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협정서 위반에 따른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그러나 피고인 스스로 검찰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2007. 3. 1. 이후에 협정서의 갱신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KT와 G은 여전히 기존 협정서에 근거하여 공중전화카드를 제조하고 납품하였음이 분명하다(증거기록 997쪽). 따라서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N은 원래부터 '이 사건 카드를 판매한 후 그 판매대금을 받는 즉시 이를 KT에 정산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자금사정의 악화로 G이 유통업체로부터 받은 판매대금을 곧바로 KT에 정산해주지 못하고 결제 주기가 길어지는 데 부담을 갖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통업체로부터 받은 판매대금을 즉시 KT에 지급하자는 취지로 건의한 일이 있을 뿐'이며, 경찰에서의 최초 진술은 선불/후불의 개념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관이 협정서를 제시하면서 '선납의무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라고 유도신문을 하자 '맞는 것 같다'라고 소극적으로 진술한 것"에 불과하므로 N이 경찰에서 한 최초 진술을 토대로 횡령의 범의를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렇지만, N이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되기 훨씬 전인 2008. 12. 24. KT의 K에게 보낸 이메일에 스스로 파일명을 '20081224일 미매입 현황(20081224)'으로 한 표를 첨부하였고, 그 표에 2008년 '매입', 2008년도 '미매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증거기록 4, 5, 198쪽)에 비추어 볼 때 N이 2011. 8. 23. 경찰에서 최초 진술할 당시 선불/후불의 개념을 인지하지 못하였다거나 이 사건 카드를 판매한 후 그 판매대금을 즉시 KT에 정산하여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의 변호인 주장대로라면 적어도 N이 적어도 2004년 이후부터는 사후 정산만을 해왔다는 것인데, 그러한 사람이 2008년도에 작성한 자료에 '매입', '미매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횡령금액이 39억여 원에 이르고, 아직까지도 그 중 19억여 원 상당의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① KT와 G 사이에 체결된 공중전화카드 제조공급에 관한 협정서에 이 사건 카드에 대한 G의 선납의무가 이론의 여지없이 명쾌하게 규정되어 있지는 않은 점, 피해자인 KT가 N의 진술을 통해 이 사건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도 곧바로 피고인을 고소하지 않은 채 한 동안 변제를 기다렸던 점, 이 사건이 문제된 뒤 실시된 KT의 자체 감사를 통하여 징계를 당한 직원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KT의 관리소홀과 무관심 등도 이 사건 발생의 한 원인이라고 봄이 타당한 점(같은 맥락에서 업무상 횡령죄의 전제가 되는 신임관계 위반의 정도는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② 피고인이 공중전화카드 판매대금 자체에 해당하는 금원의 이득을 취하려 하였다기보다는 자금융통의 차원에서 그 판매대금을 일정 기간 사용한 후 분기말 또는 연말에 반환하려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실제로 2007년까지는 카드대금을 모두 납부하였고, 이에 대하여 KT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③ G이 2004년 이후 분기말이나 연말에 카드대금을 집중적으로 지급하였음에도 KT에서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거래를 하는 것에 대해 KT에서 양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여지도 있어 보이는 점, ④ 잔여 피해액이 많기는 하지만 20억 원 상당의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점, 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이득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은닉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⑥ 피고인에게 2차례 벌금형(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위반으로 70만 원, 근로기준법위반으로 200만 원) 외에 달리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 및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