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3. 30. 선고 2015나206426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미합중국 법인인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가 지분 100%를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로서, C이 생산한 동물사료 첨가제 등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나.

원고는 2013. 11. 25. 피고로부터 채용통보를 받고, 2013. 11. 27. 이메일로 근무조건에 관한 내용을 통보받았는데, 위 이메일 상의 주된 근무조건은 다음과 같다.

다.

원고는 2014. 1. 6.부터 피고의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로 재직하던 중, 2014. 6. 11. 피고와 원고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서(service contract)에 서명하여 피고에게 제출하였는데, 위 계약서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

원고는 2014. 7. 7. 피고로부터 근무관계를 종료한다는 통지(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를 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4, 25, 63, 6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의 모회사인 C의 아시아-태평양본부 디렉터(Director Asia Pacific)인 D와 일본-한국-필리핀지역 매니저(Regional manager Alltech Japan-Korea-Philippines)인 E에 의하여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원고의 근로 시작일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 후에 체결된 2014. 6. 11.자 계약은 피고의 서명이 없어 계약이 불성립하였거나 피고의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되었거나 원고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되었다. 또한, 피고는 실질적으로는 C의 대한민국 내 영업판매조직으로서 독립성이 없으며,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인 F과 피고의 모회사 C의 임원들한테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해고사유와 시기에 관한 서면통지를 결하였을 뿐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없어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부당해고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복직 시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는지와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5두524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다78466 판결 등 참조).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대한 위 여러 징표 중 일부 사정이 결여되었거나 다른 지위를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고(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도11087 판결 등 참조), 한편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 인정 사실과 갑 제29, 56, 76호증, 을 제2, 5, 6, 8, 10 내지 19, 22, 23, 27, 28, 29, 38, 3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①

원고는 2013. 11. 27.자 이메일에 의하여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 이메일에는 보수 등의 주요 조건만이 명시되어 있고, 원고와 피고의 의무 및 권리에 관한 사항, 원고의 업무사항, 계약 기간 및 계약해지에 관한 사항 등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약조건은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피고는 원고가 근무하게 될 첫날 계약서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위 이메일은 단순히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는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원고에 대한 채용을 통보한 것에 불과하고 위 이메일에 의해 원·피고 간에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②

원고는 2014. 1. 6. 그해 10월경 임기가 만료되는 피고 대표이사인 F의 후임으로 피고에 채용되었고 원고 또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채용된 후부터 피고 직원들의 보고를 받으며 독자적으로 업무를 처리하였고, 위 F도 일부 사항에 관하여 원고에게 업무 보고를 하기도 하였다. 한편 피고는 2014. 3. 3. 원고의 직책을 '대표'에서 '사장'으로 변경하였고, 피고의 조직도에서도 원고는 F보다 상위이거나 동등한 위치에 있었다.

③

원고는 재직 중에 원고 명의로 피고의 직원을 채용하였고, 직원의 업무에 대한 평정서를 작성하였으며, 직원들을 상대로 연차사용승인 등 근태관리를 하였고, 출장비나 각종 비용 집행에 대하여 승인권한을 행사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 직원들에게 영업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것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④

원고는 재직 중 피고 직원들의 평균연봉을 훨씬 상회하는 연봉을 받았고 상여금을 별도로 받았으며, 원고가 받는 상여금의 액수는 고정적이지 않고 최대 지급 범위 내에서 원고의 업무목표 달성량에 따라 결정되었다. 즉 원고에게 지급되는 연봉 및 상여금은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하게 지급하는 근로기준법상의 보수의 성격이 아니라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급하는 위임계약상의 보수의 성격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⑤

원고의 급여에 대하여도 근로소득원천징수가 이루어진 사실은 인정되나, 원천징수한 소득세를 원고의 연봉에서 공제하지 아니하고 피고가 부담하기로 약정한 사실 또한 인정되며, 회사의 이사·감사의 경우에도 소득공제나 복지혜택 등을 받기에 편리하도록 근로소득원천징수의 대상으로 하는 관행이 존재하는 것을 고려하면 원고가 근로소득원천징수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갑 제20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재직 중에 피고가 F의 명의로 대외공문을 보내거나 피고의 직원들이 F에게 업무사항을 보고하고 승인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고의 직원들은 F에게 업무사항을 보고하고 승인받을 때도 항상 원고를 이메일의 참조란에 추가하여 원고에게도 업무 진행 상황을 함께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F이 당시 등기상 대표이사로 있었고 퇴임하기 전까지 원고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로서의 업무를 일부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원고가 F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⑦

갑 제5, 6, 8, 내지 11, 28 내지 42, 44 내지 51, 55, 58, 61, 66, 68 내지 70, 76, 77, 9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C이 피고의 직원 채용, 승진, 임금의 결정, 비용의 집행, 소속 직원들에 대한 영업목표의 설정 및 영업 비용의 적정성 관리, 제품 가격의 결정에 상당한 정도로 관여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의 다른 직원들과 동일하게 근로자의 지위에서 C의 지시·감독을 받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원고는 피고 직원들의 업무를 총괄하고 관리자의 지위에서 그 결과를 모회사인 C에 보고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보고 체계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고려할 때,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C의 판매·영업조직에 불과하다거나 C이 피고의 모회사로서 피고의 경영에 관여한 정도를 넘어서서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C이 원고를 상대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원고를 C 주식회사의 근로자로 볼 여지는 있을지언정 피고의 근로자로 볼 수는 없다.

⑧

원고가 재직 중에 피고와 체결한 2014. 6. 11.자 계약서에서 피고는 원고와의 근무관계를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음에 비추어 위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으로서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 유무를 다투지만, 피고의 요구로 원고가 위 계약서에 서명한 이상 원·피고 간에 계약체결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달리 피고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계약의 성립에 필요한 요건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위 계약서상에 2013. 11. 27.자 이메일의 내용과 불일치하는 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불일치는 위 이메일에서 설명한 대략적인 근무조건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추가된 조항들을 원고가 인식할 수 있도록 위 계약서상에 명시한 이상 피고에게 원고를 기망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기망의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설령 원고가 위 계약서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착오를 일으켜 그로 인해 계약서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 계약서를 읽어보았다면 위 계약이 위임계약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착오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서 그 취소가 어렵다고 볼 여지가 많다. 따라서 위 계약의 성립 여부나 효력을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고, 결국 위 위임계약은 원·피고 간에 유효하게 체결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

그러므로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원고는 당심 변론종결 후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 채용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갑 제79 내지 91호증을 제출하고 있으나,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비추어 볼 때, 갑 제79 내지 9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 채용되거나 근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원고의 변론재개 신청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기훈(재판장) 이현우 김동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