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2. 2. 18. 선고 2015노360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 A을 벌금 1,000만 원, 피고인 B를 벌금 300만 원, 피고인 D을 벌금 200만 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게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 B, D에 대한 각 사기, 명의대여에 의한 시설물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위반의 점 및 피고인 C은 각 무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A에 대한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4, 10번 관련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위반의 점, 피고인 C에 대한 무등록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위반의 점에 관한 공소를 각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사기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X(이하 ‘X’이라 한다)이 이 사건 각 안전진단(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낙찰 받을 당시에는 하도급에 의하여 용역을 수행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 사건 하도급 업체(AC, 피고인 B, C, D이 운영하는 업체)가 X이 낙찰받은 용역 일부를 수행한 것은 낙찰 이후에 결정된 사항이어서 X이 위 용역을 낙찰받아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는 아무런 기망행위도 없었다. 또한 하도급 제한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의무로 편입된 것으로 볼 수 없다. 한편 X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을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고, 안전진단 용역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용역을 완수하였으며, 검수 및 심사 결과 안전진단 용역 결과가 적정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 체결 과정에서 발주처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고, 하도급 방식에 의하여 용역을 수행하고 그러한 사실을 발주처에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발주처를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그와 같은 사정과 발주처의 용역대금 지급 사이에는 인과관계도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발주처를 기망하여 용역대금 상당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명의대여로 인한 구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2017. 1. 17. 법률 제14545호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설물안전법’이라 한다) 위반의 점에 대하여 X은 이 사건 하도급 업체와 사전 협의 없이 안전진단 용역 입찰에 참여하여 용역을 수급하였고, 그 중 상당수 계약을 자체적으로 시행하였다. X과 이 사건 하도급업체는 각 안전진단 용역과 관련하여 명의대여나 그 대가의 지급 등에 관한 논의나 협의를 한 사실도 없다. 또한 X과 이 사건 하도급 업체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는 X이 용역 수행에 관한 지휘.감독 권한을 보유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실제로 X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 즉 X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구체적인 업무 수행에 관여하였는바,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발주자와 협의를 거쳐 확정된 과업수행계획서를 기준으로 X 소속 기술자와의 협의를 토대로 현장조사 업무 및 보고서 초안 업무를 수행하였고, X 소속 기술자는 이 사건 하도급 업체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검토하여 수정 및 보완 지시하였다. 또한 X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 수행에 따른 용역대금을 직접 수령하였고,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그와 같은 대가 수령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X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자격증을 소지한 소속 기술자를 통해 용역업무 수행의 전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으므로 이 사건 하도급 업체에 명의를 대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 A이 AC, 피고인 B, C, D에게 X 명의를 대여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 C, D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사기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X이 수주한 안전진단 용역의 일부(1~2건)를 하도급 받아 수행하였을 뿐이고, 이전에는 X과 거래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X이 안전진단 용역을 낙찰받아 발주처와 용역계약을 체결할 당시 X 측 피고인 A과 사기를 공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피고인들은 모두 해당 전문 분야의 특급 기술자들로서 X 소속 사업책임기술자(이른바 ‘사책’)와 분야별 책임기술자(이른바 ‘분책’)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면서 일부 시설물에 대한 현장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X에 제출하였는데(이른바 ‘외업’), 그 외 발주처와의 협의나 중간보고, 최종 보고서 작성, 검수, 제출 등의 업무(이른바 ‘내업’)는 안전진단 용역 결과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X에서 맡아 하였다. 피고인들이 현장 조사 등의 역할로 참여한 안전진단 용역 결과에 대해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부터 부적격 평가를 받거나 하자가 지적되는 등 문제가 된 경우는 없었고, X은 발주처로부터 계약상의 대금을 모두 지급받았다. 따라서 X이 피고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부 하도급을 주었다고 하여 이를 기망에 의한 재물 편취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더구나 X과 피고인들이 운영하는 업체들의 관계나 하도급 경위를 보면, 피고인들에게 사기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나)

명의대여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각각 운영한 업체들은 X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X과 소속 사업책임기술자(사책)와 분야별 책임기술자(분책)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면서 일부 시설물에 대한 현장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고, 그 외 발주처와의 협의나 중간보고, 최종 보고서 작성, 검수, 제출 등은 안전진단 용역 결과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X에서 맡아 하였고, 발주처로부터의 용역 대금 수령에 관하여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X의 실질적인 관여를 부정하고, X이 피고인들에게 명의대여를 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피고인 B, D: 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다.

검사(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재판의 누락)

가.

공소장변경의 방식에 의한 공소사실의 철회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의 일부 공소사실에 한하여 가능하므로 공소장에 기재된 수개의 공소사실이 서로 동일성이 없고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경우에 그 일부를 소추대상에서 철회하려면 공소장변경의 방식에 의할 것이 아니라 공소의 일부 취소절차에 의하여야 한다.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수개의 공소사실 중 어느 한 공소사실을 전부 철회하거나 그 공소사실의 소추대상에서 피고인을 완전히 제외하는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이 있는 경우에 이것이 그 부분의 공소를 취소하는 취지가 명백하다면 비록 공소취소 신청이라는 형식을 갖추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공소취소로 보아 공소기각결정을 하여야 한다(대법원 1988. 3. 22. 선고 88도67 판결, 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도1438 판결 참조).

나.

검사는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과 관련하여, 당초

(1)

피고인 A에 대하여는 별지 범죄일람표 1 각 순번 기재 용역 하도급에 관하여 무등록안전진단에 의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으로, (2) 피고인 C에 대하여는 별지 범죄일람표 3 각 순번 기재 용역 수행에 관하여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으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검사는 2015. 7. 21.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공판기록 299쪽)를 제출하면서, (1) 피고인 A에 대한 위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4, 10 기재 부분(주식회사 AF에 대한 하도급 부분) 관련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과, (2) 피고인 C에 대한 위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 전부를 철회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허가를 신청하였다. 그런데 검사가 철회한 피고인 A, C에 대한 위 각 공소사실은 나머지 공소사실[사기, 명의대여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피고인 A, C) 및 나머지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피고인 A)]과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고, 위 공소장변경허가 신청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사실 내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수개의 공소사실 중 어느 한 공소사실 전부를 철회하는 것으로서 명백히 일부 공소취소의 취지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1) 피고인 A에 대한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4, 10 기재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과, (2) 피고인 C에 대한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은 원심판결 선고 전에 공소가 취소되었으므로, 원심은 위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2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공소기각 결정을 하여야 함에도 이를 누락하였다. 피고인들과 검사가 모두 불복하여 항소한 이 사건에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3.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사기 및 명의대여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

1)

기초적 사실관계

가)

안전진단의 실시의무 건설공사를 통하여 만들어진 구조물과 그 부대시설(이하 ‘시설물’이라고 한다)에 대해 시설물의 관리책임을 지는 시설물 관리주체는 소관 시설물에 대해 그 기능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전점검을 실시하여야 하고, 시설물 중 교량·터널·항만·댐·건축물 등 공중의 이용편의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거나 구조상 유지관리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대통령령으로 지정해놓은 1종 시설물 및 경험과 기술을 갖춘 자로 하여금 육안이나 점검기구 등을 이용하여 시설물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요인을 조사하게 하는 방법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시설물의 재해 및 재난예방과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시설물의 물리적·기능적 결함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기 위하여 구조적 안전성과 결함의 원인 등을 조사·측정·평가하여 보수·보강 등의 방법을 제시하는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여야 한다.

나)

안전진단 계약의 체결방식 시설물 관리주체가 발주하는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이하 ‘안전진단’이라 통칭한다)은 그 대부분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용역 계약이 체결되는데,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일정한 등록기준을 갖추어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안전진단 전문기관으로 등록한 업체가 이러한 안전진단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 이러한 입찰은, 용역의 발주 금액 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나,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 소속 직원 중 해당 용역에 참여하는 기술자의 자격, 경력 및 용역수행실적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참여 기술자 항목, 업체의 유사용역수행실적 항목, 업체의 신용도 항목, 업체의 기술개발 및 투자실적 항목, 위 참여 기술자의 업무중첩도 항목에 대한 평가를 하여 그 합산 점수가 부여되는 사업수행능력 평가를 통해 일정 점수 이상인 안전진단 전문기관만이 안전진단 입찰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찰에 참가한 업체가 입찰가격을 적어 내면 낙찰하한율 이상 중 가격이 낮은 순부터 우선 적격심사 대상자로 정하여 가격점수(입찰가격에 일정한 계산식을 적용하여 산정된다)와 위 사업수행능력 점수의 합산 점수가 일정 점수를 넘는 경우에 낙찰이 이루어지거나, 가격점수와 업체의 유사용역수행실적 및 경영실적 점수 등의 합산 점수가 일정 점수를 넘는 경우에 낙찰이 이루어진다.

다)

피고인 등의 지위 피고인 A은 주식회사 X(이하 ‘X’이라 한다)의 운영자이고, AC은 주식회사 AD(이하 ‘AD’이라 한다)의 대표이사, 피고인 B는 주식회사 AE(이하 ‘AE’라 한다)의 대표이사, 피고인 C은 주식회사 AF(이하 ‘AF’이라 한다)의 운영자, 피고인 D은 개인사업자인 AG, AH(이하 ‘AG’, ‘AH’이라 한다. 또한 AC과 피고인 B, C, D을 ‘피고인 B 등’이라 하고, 피고인 B 등이 운영하는 AD, AE, AF, AG 및 AH을 ‘이 사건 하도급 업체’라 한다)의 운영자이다. 또한 X은 ‘교량/터널, 수리시설’ 시설물에 대해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된 업체이고, AE는 ‘교량/터널’, AF은 ‘교량/터널, 건축’ 시설물에 대해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된 업체이며, AD, AG 및 AH은 각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이다.

2)

사기

가)

공모 과정 피고인 A은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된 업체만이 안전진단 용역 입찰에 참가할 수 있고, 사업수행능력 평가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는 것이 대부분의 안전진단 용역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이며, 사업수행능력 점수 또는 유사용역수행실적 및 경영실적의 합산 점수 등이 낙찰을 받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을 이용하여 수리분야의 다수의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어 참여 기술자 및 업무중첩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고, 유사용역 수행실적, 신용도, 기술개발 및 투자실적 항목의 점수 또한 높은 X 명의로 안전진단 용역의 입찰에서 최대한 많은 안전진단 용역을 낙찰 받아 인력 등의 부족으로 X에서 직접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인 AD 등에 수주금액의 약 60~65% 금액으로 하도급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나)

피고인 A 피고인은 2012. 5.경 AS시가 발주한 AT 용역 입찰에 X 명의로 참가하여, X 소속 기술자를 참여 기술자로 기재하고, X의 유사용역수행실적, 신용도, 기술개발 및 투자실적을 기재한 사업수행능력 평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등으로 마치 X이 해당 용역을 수행할 것처럼 가장하였다. 피고인은 이에 속은 피해자 AS시의 성명을 알 수 없는 계약 담당 직원으로 하여금 위 사업수행능력 평가에 따른 입찰참가 자격심사 및 적격심사를 하도록 하여 2012. 5. 16.경 X 명의로 106,227,000원에 위 안전진단을 낙찰 받은 후, AC 운영의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인 AD에 63,250,000원에 하도급을 주어 용역을 수행하게 하고, 2012. 5. 23.경 및 2012. 9. 5.경 이러한 하도급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 AS시로부터 용역대금 명목으로 합계 106,227,000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고인 B 등과 각각 공모하여, 이를 포함하여 2012. 5.경부터 2013. 7.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X 명의로 수리분야 안전진단 용역 14건을 수주한 후,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이거나 수리분야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인 이 사건 하도급 업체에 하도급을 주어 용역을 수행하게 하여 피해자인 AS시 등의 시설물 관리주체들로부터 용역대금 명목으로 합계 2,638,917,100원을 편취하였다.

다)

피고인 B 피고인은 2013. 4.경 위 나)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 AU시로부터 AV 용역을 용역대금 158,620,000원에 낙찰받은 A 운영의 X의 성명을 알 수 없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피고인 운영의 AE가 위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X과 103,103,000원을 하도급 대금으로 정하여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후, 2013. 4. 10.경부터 2013. 11. 5.경까지 위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였다. 피고인은 2013. 4. 19.경 및 2013. 11. 21.경 이러한 하도급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 AU시로부터 용역대금 명목으로 합계 158,620,000원을 교부받았다. 피고인은 A과 공모하여, 이를 포함하여 2013. 4.경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X이 수주한 용역 2건을 피고인 운영의 AE가 하도급 받아 수행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인 AU시 등의 시설물 관리주체들로부터 용역대금 명목으로 합계 597,410,000원을 편취하였다.

라)

피고인 C 피고인은 2012. 9.경 위 나)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 AW청으로부터 AX 용역을 용역대금 63,294,000원에 낙찰받은 A 운영의 X의 성명을 알 수 없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피고인 운영의 AF이 위 용역을 수행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X과 36,300,000원을 하도급 대금으로 정하여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후, 2012. 9.경부터 2013. 5.경까지 위 용역을 수행하였다. A은 2012. 11. 2.경 및 2012. 12. 26.경 이러한 하도급 사실을 모르는 피해자 AW청으로부터 용역대금 명목으로 합계 63,294,000원을 교부받았다. 피고인은 A과 공모하여, 이를 포함하여 2012. 9.경부터 2013. 6.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X이 수주한 용역 2건을 피고인 운영의 AF이 하도급 받아 수행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인 AW청 등의 시설물 관리주체들로부터 용역대금 명목으로 합계 230,798,400원을 편취하였다.

마)

피고인 D 피고인은 2013. 4.경 위 나)항 기재와 같이 피해자 AY시로부터 Z 용역을 용역대금 438,790,000원에 낙찰받은 A 운영의 X 성명을 알 수 없는 담당 직원으로부터 피고인 운영의 AG, AH이 위 진단 용역을 수행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X과 163,270,800원을 하도급 대금으로 정하여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후, 2013. 4.경부터 2013. 12.경까지 위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A과 공모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4 기재와 같이 X이 수주한 용역 1건을 피고인 운영의 AG 및 AH이 하도급 받아 수행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인 AY시로부터 용역대금 명목으로 합계 438,790,000원을 편취하였다.

3)

명의대여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

가)

피고인 A 피고인은 위 2)의 나)항 기재와 같이 AD, AE, AF, AG 및 AH에게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수리분야 안전진단 용역을 하도급 하여 X 명의로 해당 용역을 수행하게 함으로써 안전진단 업무에 관한 명의대여를 하였다.

나)

피고인 B 피고인은 AE를 운영하면서 위 2)의 다)항 기재와 같이 X로부터 하도급 받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함으로써 안전진단 업무에 관한 명의대여를 받았다.

다)

피고인 C 피고인은 AF을 운영하면서 위 2)의 라)항 기재와 같이 X로부터 하도급 받은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함으로써 안전진단 업무에 관한 명의대여를 받았다.

라)

피고인 D 피고인은 AG 및 AH을 운영하면서 위 2)의 마)항 기재와 같이 X로부터 하도급받은 별지 범죄일람표 4 기재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함으로써 안전진단 업무에 관한 명의대여를 받았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1)

사기의 점에 대하여

가)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하도급 방식에 의하여 용역을 수행할 것을 숨기고 X이 직접 용역을 수행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안전진단 용역을 낙찰 받은 다음 계약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여 하도급 업체를 이용하여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고 발주처로부터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것은 발주처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1 피고인 A은 시설물안전법상 원칙적으로 하도급이 금지되어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 사건 하도급 업체에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을 하도급 하여 수행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안전진단 용역을 낙찰 받았고, 그 후 실제로 안전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업무인 현장조사, 자료 수집 및 분석, 용역보고서 작성을 이 사건 하도급 업체로 하여금 수행하게 하면서도 이러한 사정을 발주처에 알리지 않았다. 2 안전진단전문기관 등록 여부와 하도급에 의한 용역수행 사실은 계약의 중요 부분 내지는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 나아가 위와 같은 하도급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발주처에 제출되는 모든 문서는 실제로는 하도급 업체에서 작성하였음에도 X 명의로 작성하고, X은 발주처에서 현장 감독을 나오는 경우에만 X 소속 직원들이 현장에 나왔을 뿐 그 외에는 하도급 업체의 현장업무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고, 하도급 업체들이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면 실제 제대로 용역이 수행되었는지 검수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검토 및 수정 후 발주처에 제출하는 등 실제 X이 용역을 수행하는 것처럼 발주처를 기망하였다. 3 피해자 발주처 담당 직원들도 피고인들의 업무수행 방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였다면서, 안전진단전문기관 등록은 입찰 참가의 자격 요건이고 하도급 방식에 의한 용역수행은 법령에 따라 금지되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업무수행 형태에 대하여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 그에 따른 제재 처분 등을 가하였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4 시설물안전법에서 안전진단 업무 수행의 자격요건으로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할 것을 요구하고, 원칙적으로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수행방식이나 과정’도 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업무수행이 계약의 취지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나)

X의 용역수행 방식이 안전진단 용역 낙찰 이후에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시 최대한 많은 용역을 수주하기 위하여 직접 수행 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여 입찰에 참여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 A은 X이 수주한 안전진단 용역 중 일부를 법령이나 계약조건에 반하여 하도급 방식에 의하여 수행할 것을 예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후 피고인 B 등도 X과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마치 X이 직접 용역을 수행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발주처를 기망한 이상 피고인들에게 용역대금에 대한 편취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

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X이 직접 용역을 수행하는 것처럼 외관을 만들어내면서 하도급 방식에 의한 안전진단 용역수행과 용역대금의 청구 및 수령이라는 추상적이고 개괄적인 기망 및 편취행위를 공모하였다 할 것이고, 개별적인 안전진단 용역의 수주와 실질적인 수행에 따라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라)

기망으로 인한 재물의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사기죄는 성립하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고 하여도 사기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 주장과 같이 안전진단 용역에 따른 이행이 완료되어 계약상대방에게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기망행위로 인한 계약 체결 및 대금 지급이 이루어진 이상 사기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그 편취액은 용역대금으로 받은 금액 전액이라고 할 것이다.

2)

명의대여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X이 피고인 B 등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도록 할 당시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X이 이 사건 하도급 업체에 명의를 대여하였음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 B 등이 운영하는 업체들은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하지 않은 분야인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에 입찰하거나 위 용역을 수행할 수 없었음에도 낙찰금액의 60%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안전진단 용역을 하도급 받아 수행하였다.

나)

피고인 B 등은 다음과 같이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 하에 용역을 수행하였고, X은 위와 같은 용역수행에 어떠한 지시나 감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

안전진단 용역은 일반적으로 「사전조사(현장답사) - 현장조사 및 시험 - 평가 및 분석 - 보고서 작성」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안전진단의 핵심적인 업무인 외업, 즉 현장조사 업무를 비롯한 용역보고서 작성까지 하도급 업체가 전담하였다.

(2)

현장조사에 필요한 각종 장비 임차나 전문기술이 필요한 실험 의뢰도 하도급 업체에서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외주(그 비용은 하도급 업체가 부담하였다)를 주기도 하였다.

(3)

발주처에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장에서 작성되는 업무일지도 위 하도급 업체에서 X 명의로 작성하였다(발주처에서 현장실사를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X에서 현장업무에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미리 건네받은 책임기술자의 전자서명 파일을 이용하여 대신 작성하기도 하였다).

(4)

X도 발주처가 주관하는 회의에 형식적으로 참석하거나 하도급 업체들이 제출한 보고서 수정에만 일부 관여하는 정도의 관리.감독에 그쳤을 뿐, 현장에서 실시하는 외관조사, 비파괴검사 등의 현장조사에 참여하거나 감독을 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X에서 발주처가 주관하는 일부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였다거나 최종보고서 보완이나 수정에 일부 관여하였다는 사정은 X이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을 낙찰 받아 명의상으로 위 용역을 수행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탓에 형식적으로 용역수행에 관여한 외형을 갖춘 것에 불과하여 이 부분 명의대여 행위를 부인하는 사유가 되지 못한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명의대여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 부분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시설물안전법 제9조의3이 금지하고 있는 ‘타인에게 자기의 명칭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안전점검 또는 정밀안전진단업무를 영위하게 하는 행위’(이하 ‘명의대여’라 한다)란 타인이 자신의 명칭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자격을 갖춘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행세하면서 안전진단 업무를 영위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같은 목적에 자신의 명칭이나 상호를 사용하도록 승낙 내지 양해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하므로, 어떤 안전진단전문기관의 명의로 도급된 안전진단 용역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다른 사람(이하 ‘용역 수행자'라 한다)이 맡아서 수행하였더라도, 안전진단전문기관 자신이 안전진단 용역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의사로 수급하였고 그 용역 수행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왔다면 이를 명의대여로 볼 수는 없다. 여기서 안전진단전문기관이 안전진단 용역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는지 여부는, 안전진단 용역의 수급 · 수행 경위와 대가의 약속 및 수수 여부, 대가의 내용 및 수수방법, 안전진단 용역 수행과 관련된 안전진단전문기관과 용역 수행자의 약정내용, 용역 수행 과정에 안전진단전문기관이 관여하였는지 여부, 관여하였다면 그 정도와 범위, 용역 수행 자금의 조달 · 관리 및 대금의 수령방법, 용역 수행에 따른 책임과 손익의 귀속 여하 등 드러난 사실관계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16도1634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X은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서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X이 이 사건 하도급 업체에 명의대여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심이 앞서 본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고 시설물안전법의 명의대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는 이유 있다.

(1)

X은 이 사건 하도급 업체와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입찰 참가 여부, 입찰 금액의 결정 등에 관하여 아무런 사전 논의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 X은 독자적으로 다수의 안전진단 용역계약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 받은 후에 그 중 일부 용역계약에 관하여 이 사건 하도급 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여 용역을 수행하도록 하였고, 나머지 상당수 용역계약을 하도급 없이 스스로 수행하였다.

(2)

X이나 이 사건 하도급 업체 사이에 명의대여나 그 대가의 지급 등에 관한 논의나 협의가 진행된 바가 전혀 없고, X은 이 사건 하도급 업체와 체결한 하도급계약에 따라 X로부터 원도급금액의 약 60% 내외로 약정한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았을 뿐이다.

(3)

X과 이 사건 하도급 업체 사이에 체결된 각 하도급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이 처분문서로 확인되는 경우 그 내용을 살펴보면, X은 대관업무를 수행하고,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과업지시서(별도의 과업지시서가 없는 경우 발주처의 과업지시서)에 따라 용역을 수행하여야 하고, 발주처의 과업지시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수행하여야 하며,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과업지시서에서 정한 용역성과물을 X과 협의 후 작성하여 X에 제출하고 X로부터 합격하였음을 서면으로 확인받아야 하고, 용역성과물은 X이 소유하는 것으로 하며, X로부터 용역수행 과정이나 계약이행 상황을 감독받아야 한다.

(4)

이 사건 각 안전진단의 용역 수행 과정을 보면, X은 기본적으로 발주처와의 용역계약 체결 및 계약조건 변경, 용역계약상 수행 일정 및 기한에 따른 이행관리, 단계별 발주처 보고 및 협의, 보고서 최종 검토 및 완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발주처에 대한 계약이행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부담하였다.

(5)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각 안전진단의 현장조사 및 보고서 초안 작성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중 현장조사 업무는 발주처와 협의를 거쳐 확정된 과업수행계획서에 따라 수행되는데, X 소속 기술자가 현장에 상주하지는 않았으나 일시적으로라도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이 사건 하도급 업체 소속 기술자를 지휘하거나 그와 협의하는 과정은 상당수 용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용역에서는 현장 또는 인력상황에 따라 이 사건 하도급 업체 소속 기술자의 감독 내지 참여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이 사건 하도급 업체가 현장조사 결과를 기초로 보고서의 초안을 작성하면 X 소속 기술자가 이를 검토하여 수정.보완 등을 지시하였고,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완성 성과물인 보고서는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후 발주처에 제출되었다. X은 위와 같은 보고서 검토 및 완성 과정에서 이 사건 하도급 업체에 추가 조사를 지시하거나, 대상 시설물의 구조적 안전성과 결함의 원인, 보수.보강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7)

X이 용역 완성 성과물을 발주처에 제출하고 발주처로부터 직접 용역대금을 수령하였고, 용역대금의 수령에 관하여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X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X과 체결한 하도급 계약에 따른 대금을 청구하고 이를 지급받았다.

2)

사기의 점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기죄는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

금을 청구하고 이를 지급받았다.

2)

사기의 점에 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그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4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기죄는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도급계약에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일을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일을 완성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일의 대가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법원으로서는 도급계약의 내용, 그 체결 경위 및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그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도9802 판결 등 참조). 한편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재산권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하여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이 침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도급계약 당시 관련 영업 또는 업무를 규제하는 행정법규나 입찰 참가자격, 계약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사정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그 위반으로 말미암아 계약 내용대로 이행되더라도 일의 완성이 불가능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그 위법이 일의 내용에 본질적인 것인지 여부를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16도16343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X이 이 사건 하도급 업체에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수행에 관하여 하도급을 하였을 뿐 자신의 명칭이나 상호를 사용하도록 명의대여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자신이 하도급받은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의 현장조사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가진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실제로 투입하여 하도급 업무를 수행하였다. X도 충분한 자격과 능력을 가진 기술자를 투입하여 보고서를 검토 및 완성하고, 발주처에 보고 및 제출하는 등으로 안전진단 용역을 완성하였다.

(3)

결과적으로 X 및 이 사건 하도급 업체는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에서 부과된 현장조사 및 시험, 상태평가, 안전성평가, 보수.보강방법 제시, 보고서 작성 등의 과업을 모두 완성하였고, X이 발주처에 용역 완성 성과물을 제출하였으며, 이에 대한 발주처의 검수 및 승인을 거쳐 X에 용역대금이 지급되었다.

(4)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 중 상당수를 시설물안전법 제11조의3에 따른 안전진단 실시결과 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를 심사하였는데, 모두 ’적정‘ 평가를 받았다.

다)

이러한 사실 및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시설물안전법은 전문기술이 필요한 경우 등 일정 범위 내로 안전진단 용역의 하도급을 제한하는 규정(제8조의3)을 두고 있으나, 시설물안전법상 하도급 제한 규정은 시설물의 안전점검과 적정한 유지관리를 통하여 재해와 재난을 예방하고 시설물의 효용을 증진시킨다는 국가적 또는 공공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위반한 경우 시설물안전법에 따른 제재를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곧바로 사기죄의 보호법익인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하려면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내용과 체결 경위, 계약의 이행과정이나 결과 등까지 종합하여 살펴볼 때 과연 피고인들이 안전진단 용역을 완성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역을 완성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용역대금을 편취하려 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에 있어서 시설물안전법상 하도급 제한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X의 계약상 의무로 약정되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입찰공고, 용역계약서 등에는 대부분 하도급 제한에 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 설령 위 하도급 제한 규정 준수의무가 계약상 의무로 일부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인 안전진단 용역계약에 있어서 다른 특별한 약정이나 사정이 없는 한, 그 의무가 용역의 완성과는 별도로 반드시 이행되지 아니하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거나 용역대금의 지급과 상호 대가적 관계에 있는 중요하고 본질적인 의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X은 안전진단 용역 수행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에서 정한 과업을 모두 완성하였고, 발주처의 검수 및 한국시설안전공단의 심사결과 안전진단 용역 결과가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하도급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을 완성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X은 이러한 용역 완성의 대가로 발주처로부터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것이므로, 설령 피고인들이 발주처에게 하도급을 숨기는 등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와 용역대금 지급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한편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각 안전진단 용역계약의 입찰참가자격 등과 관련하여 X이 용역을 수행할 것처럼 발주처 계약 담당 직원을 기망하였다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X이 입찰 참가 당시 향후 하도급을 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거나 낙찰 후 실제로 하도급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발주처에 대한 관계에서 계약이행 주체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므로, 발주처 계약 담당 직원에 대하여 입찰참가자의 동일성 등과 관련하여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발주처로부터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행위가 사기죄에서의 기망행위로 인한 재물의 편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런데도 원심이 앞서 본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고, 피고인들의 사기 및 명의대여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 A, B, D에 대하여는 위 부분과 나머지 무등록 안전진단으로 인한 시설물안전법 위반죄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피고인 A, B, D) 1. 피고인 등의 지위, 전과 등 가. 피고인 A은 주식회사 X(이하 ‘X’이라 한다)의 운영자이고, AC은 주식회사 AD(이하 ‘AD’이라 한다)의 대표이사, 피고인 B는 주식회사 AE(이하 ‘AE’라 한다)의 대표이사, 피고인 D은 개인사업자인 AG, AH(이하 ‘AG’, ‘AH’이라 한다)의 운영자이다.

나.

X은 ‘교량/터널, 수리시설’ 시설물에 대해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된 업체이고, AE는 ‘교량/터널’ 시설물에 대해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된 업체이고, AD, AG 및 AH은 각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이다.

다.

한편 피고인 B는 2016. 10. 7.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2017. 5. 17.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2.

범죄사실 누구든지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하지 아니하고, 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이하 ‘안전진단’이라 통칭한다) 업무를 수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가.

피고인 A 피고인은 안전진단전문기관 등록을 하지 않은 AC 운영의 AD, D 운영의 AG 및 AH과 수리 분야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하지 않은 B 운영의 AE에 별지 범죄일람표 1(그 중 순번 4, 10은 제외한다) 기재와 같이 수리분야 안전진단 용역을 하도급 하여 수행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AC, B, D이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를 운영하면서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게 하였다.

나.

피고인 B 피고인 운영의 AE는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 등록을 하지 않은 채 X로부터 하도급 받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 수리분야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A과 공모하여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를 운영하여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였다.

다.

피고인 D 피고인 운영의 AG 및 AH은 이러한 등록을 하지 않은 채 X로부터 하도급 받은 별지 범죄일람표 4 기재 수리 분야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A과 공모하여 무등록 안전진단 업체를 운영하여 안전진단 용역을 수행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