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6. 10. 14. 선고 2016나2013336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이 사건 성희롱의 경위

1)

피고 회사(이하 '피고' 또는 '피고 회사'라 한다)는 방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파견회사인 주식회사 제일비엠시(이하 '제일비엠시'라 한다) 소속인 피해자(여, 당시 22세)는 2014. 11. 17.부터 피고 회사 B센터에 출근하여 파견근로를 제공하였다. 피고 회사 차장인 원고는 2014. 11. 19.부터 위 부서에서 근무하였다.

2)

B센터 센터장 D, 부장 E, 원고, 피해자는 2014. 11. 19. 사무실 근처에서 점심을 겸하여 원고를 위한 환영회식을 하면서 3~4병의 소주를 마셨다(이하 '1차 회식'이라 한다), 1차 회식 이후 원고는 장소를 바꿔 계속 술을 마시자고 하였지만, D과 E은 거절하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원고 제안에 따라 피해자는 원고와 함께 주변 술집으로 이동하여 술을 더 마셨다(이하에서 1차 회식 이후 원고와 피해자가 따로 술을 마신 전반적인 경과 등을 통칭하여 '2차 회식'이라 한다).

3)

이후 '잘 아는 가게에 가자'는 원고 제안에 따라, 원고와 피해자는 다시 택시를 타고 삼청동 소재 주점으로 이동하였다. 주점 문이 닫혀 있자, 원고와 피해자는 택시를 타고 명동 소재 이탈리아식당으로 이동한 뒤 함께 포도주를 마셨다.

4)

이후 E 부장한테서 '회사에 복귀하라'는 전화를 받은 피해자가 원고에게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다'고 하자, 원고는 '할 일도 없는데 왜 들어가느냐?'라고 하면서 피해자를 붙잡았다. 피해자는 같은 날 오후 4시경 사무실로 복귀하였으나, 원고는 복귀하지 않았다.

5)

피해자가 다음 날부터 아무런 통보 없이 무단결근하자, 제일비엠시 담당자는 결근 사유를 조사하면서 '2차 회식과정에서 원고가 피해자를 성희롱하였다는 사실(이하 '이 사건 성희롱'이라 한다)을 발견하고, 피고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통보하였다.

나.

이 사건 해고처분의 경위

피고 회사는 2014. 12. 19., 같은 달 29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가 2014. 11. 19. 2차 회식 과정에서 이 사건 성희롱을 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해고를 의결하였다. 원고가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피고 회사의 재심 인사위원회는 재심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다.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9, 20호증, 을 제3, 4, 6, 10,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해고처분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

가.

원고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고처분은 무효이다.

1)

절차적 하자

가)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면서 서면에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기재하지 않았고, 인사위원회 개최통보서에도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근로기준법 제27조, 단체협약 제18조 제2호, 보충협약 제12조 제2항, 취업규칙 제68조 제3항 위반), 원고는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피고 회사가 계속 거부하였다.

나)

피고 회사는 '원고의 관련 자료 및 정보 제공 요구'를 거부하였다(보충협약 제12조 제2항 위반).

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실질적인 소명기회를 주지 않았다(취업규칙 제69조 제1항 위반)

라)

피고 회사는 사전에 충분한 자체조사를 하지 않았다(취업규칙 제68조 제2항 위반), 피고 회사는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원고에게 돌리면서 객관적인 증명이 없는데도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였다(보충협약 제12조 제5항, 취업규칙 제68조 제2항 위반).

마)

재심절차에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진술 기회를 주지 않았다(취업규칙 제72조 제4항 위반).

바)

피고 회사는 해고예고절차를 거치지 않았다(취업규칙 제50조 제1항 위반).

사)

유사 비위행위에 대해 이루어진 징계 내용, 원고의 근무 내력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처분은 불공정하다.

2)

실체적 하자

가)

원고는 이 사건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 '성희롱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목격자 진술과도 일치되지 않는 등 믿을 수 없다.

나)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해고처분은 재랑권을 일탈·남용하여 이루어졌다.

나.

절차적 하자 주장에 대한 판단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고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원고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가)

인정 사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4, 19호증, 을 제3호증 내지 을 제7호증(을 제6호증의 3, 4 제외), 을 제10호증, 을 제14호증의 1의 각 기재와 갑 제5호증, 을 제1, 2호증, 을 제14호증의 2, 3의 각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인사위원회 개최 이전 자체조사

(가)

피해자가 이 사건 성희롱 다음 날인 2014. 11. 20.부터 무단결근하자, 제일비엠시 담당자는 2014. 11. 21. 피해자와 전화통화하면서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경위서(을 제6호증의 2)를 작성하여 피고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하였다. 경위서에는 "2차 회식과정에서, 원고가 피해자에게 '지금 바로 호텔에 가자'고 하였다. 원고가 피해자의 볼에 뽀뽀하려고 하였다. 이로 인한 성적 수치심으로 피해자가 출근하지 않았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나)

피고 회사 인사부는 2차 회식과정에서 이 사건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1차 회식자리에 있었던 D 센터장, E 부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하였다.

(다)

피고 회사 인사부는 2014. 12. 11. 16:00경 원고를 면담조사하였는데, 원고는 2차 회식 과정과 경위,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희롱 상황('호텔에 가자'는 발언, '입 맞춤하려고 하였다'는 정황) 등에 관하여 상세히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라)

면담조사 이후 원고는 2014. 12. 12. 피고 회사 인사부에 2차 회식과정에서 오고 간 대화내용, 장소를 옮겨가며 2차 회식을 하게 된 과정과 경위, 이 사건 성희롱이 있었다는 피해자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 자신의 처지와 심경 등을 자세히 기재한 진술서(을 제14호증의 2)와 성희롱이 있었다는 이탈리아식당 내부 사진(갑 제4호증), 이탈리아식당 점장 작성의 확인서(갑 제5호증)를 제출하였다.

(마)

피고 회사 인사부는 2014. 12. 12. 10:00경 1·2차 회식의 경과, 이 사건 성희롱의 정황과 내용 등에 관하여 피해자를 면담조사하면서 피해자 진술 내용을 녹취하였고(을 제3호증), 피해자의 자필진술서를 받았다(을 제4호증), 당시 피해자는 ① 삼청동에서 명동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원고가 피해자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손을 만졌고, 이후 피해자와 입맞춤을 하려고 하였던 점, ② 이탈리아식당 내에서 반대편에 앉았던 원고가 피해자에게 다가와 입맞춤을 하려고 하였던 점, ③ 사무실에 복귀하라는 E 부장의 얘기를 듣고 피해자가 사무실로 복귀하려고 하자, 원고가 '이 앞에 호텔이 있는데 들렀다 가자'라고 얘기하였던 점을 진술하였다.

(2)

인사위원회 개최

(가)

위와 같은 조사 결과를 기초로 '상사인 원고가 파견사원이자 부하직원인 피해자를 성희롱하였다'라고 판단하고, 피고 회사는 2014. 12. 12.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인사위원회 개최통보서'를 전달하였다(갑 제19호증의 1).

(나)

원고는 2014. 12. 19. 개최된 인사위원회에 출석하면서 징계사유에 대한 자신의 반론과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의 소명서(을 제14호증의 3)를 제출하였다. 인사위원회 위원은 원고와 피해자 진술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1·2차 회식의 경과, 피해자 주장과 같이 3차례 성희롱이 있었는지와 이에 관한 원고의 입장, 원고가 술에 취한 정도' 등에 관하여, 원고와 상세한 문답을 이어갔다(을 제5호증).

(다)

피고 회사의 인사위원회는 D과 E을 심의 대상자로 추가하기로 하고, 2014. 12. 29.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하였다. 피고 회사의 인사위원회는 같은 날 D, E의 의견진술을 청취한 다음, 원고에 대하여 해고, D에 대하여 감봉 1월, E에 대하여 근신 7일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다(을 제10호증).

(3)

인사위원회 결과 통보

피고 회사는 2015. 1. 6.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징계사유 및 근거를 기재한 '인사위원회 결과통보서(이하 '이 사건 해고통보서'라 한다)'를 전달하였다(갑 제1호증의 1). 원고가 원심 인사위원회(이하에서는 2014. 12. 19. 개최되어 2015. 1. 6. 의결한 인사위원회를 원심 인사위원회'라고도 한다) 결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하자, 피고 회사 재심 인사위원회는 2015. 1. 14. 원심 인사위원회 결정을 확정하고, 같은 달 16일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재심 인사위원회 결과통보서'를 전달하였다(갑 제1호증의 2).

나)

판단

(1)

인사위원회 개최통보서와 해고통보서에 징계사유 또는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는 점

(가)

관련 법리

①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사전에 징계사실을 통보하도록 규정한 경우, 이러한 절차를 위반한 징계해고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25889 판결의 취지 참조), 사용자는 징계사유를 특정하여 통보하여야 한다. 이는 징계절차에서 징계대상자의 방어 준비와 불복 기회를 보장하고 동시에 징계처분의 적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②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 내용을 기재하여야 하며 징계대상자가 위반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조문만 나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등 참조),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해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면서 사후에 해고처분의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한 경우 분쟁대상을 쉽게 확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취지가 있다.

(나)

판단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 제출 증거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인사위원회 개최통보서 또는 해고통보서를 전달하면서 징계사유 또는 해고사유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①

이 사건 해고사유는 '2차 회식과정에서 원고와 피해자 사이에 짧은 시간(2~3시간 동안) 있었던 단편적·일회적 사건'을 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원고가 직접 경험한 것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다른 행위 또는 사건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피고 회사는 인사위원회 개최통보서와 해고통보서를 전달하면서 일시(2014. 11. 19. 부서 회식 이후), 피해자(파견직 사원), 비위 내용(직장 내 성희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였기 때문에, 원고로서도 쉽게 징계 또는 해고의 대상이 어떠한 비위행위인지 구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②

실제로 피해자 진술 내용을 알지 못하였다는 인사위원회 개최 전 면담조사, 인사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원고는 '어떠한 행위가 징계대상이 되었는지' 정확히 인식하면서 자신의 언행과 당시 상황에 관하여 당심 주장 내용과 유사한 정도로 충분히 변론하였고, 피해자 진술의 문제점이나 모순점을 지적하기도 하였으며, 미리 이탈리아 식당의 내부 사진과 점장 확인서를 준비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택시 안에서 있었던 성희롱 행위가 징계대상인지를 인사위원회에서 처음 알았다고 주장하지만, 원고는 면담조사에서 이미 '이동 중에서도 문제 될 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밝혔다.

③

설사 일부 불비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원고가 인사위원회 개최 이전에 실시된 면담조사, 진술서 제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인사위원회, 재심 인사위원회 등을 통하여 이 사건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고, 충분한 심의횟수나 간격 등을 통하여 적절히 방어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들어 이 사건 해고처분을 무효로 볼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2)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였다는 점

갑 제1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원심 인사위원회 의결 이후인 2015. 1. 9. 피고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원심 인사위원회에서 인정한 사실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은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제반 사정, 즉 ① 원심 인사위원회에서 원고 출석하에 원고와 피해자 진술 내용의 차이, 원고 진술 내용의 문제점 등에 관하여 충분한 공방이 이루어졌던 점, ② 특히 원고가 충분히 자신의 입장을 변론하였던 점, ③ 피고 회사가 앞서 본 것처럼 원고에게 해고통보서를 전달하였던 점, ④ 이 사건은 2~3시간 동안 이루어진 단편적·일회적인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가 충분히 원고에게 징계사유를 알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관련 자료와 정보 제공을 거부하였던 점

갑 제1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① 원고가 위와 같이 피고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자신이 작성한 진술서나 목격자·참고인 진술서를 제공해 줄 것과 구체적인 인사위원회 심의내용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였던 사실, ② 피고 회사 인사담당자가 원고 제출 서류와 자료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거부하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나타난 제반 사정, 즉 ① 보충협약 제12조 제2항은 "징계회부대상자 본인의 동의를 얻어 '조합'이 관련 자료 제공을 요청할 경우, 회사는 이에 협조한다."라고 규정할 뿐, 피고 회사가 '징계대상자'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한다고는 규정되지 않았던 점, ② 원고 요구 자료에는 철저한 보호가 필요한 성희롱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었던 점, ③ 원심 인사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원고가 이미 피해자의 진술 내용 등을 충분히 들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가 보충협약 제12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실질적인 소명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

단체협약에서 당사자에게 징계사유와 관련한 소명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도 징계대상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면 되고, 소명 그 자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징계혐의 사실을 고지하고 그에 대하여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면 충분하고, 개개 혐의사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묻고 이에 대하여 징계대상자가 빠짐없이 진술하도록 조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에 나타난 제반 사정, 즉 ① 피고 회사가 인사위원회 개최에 앞서 원고를 면담조사하였고, 원고 작성 진술서를 접수하였던 점, ② 원심 인사위원회에서 원고에 대한 면담조사 결과와 원고 작성 진술서를 심의자료로 삼았던 점, ③ 원고가 원심 인사위원회에 소명서를 제출하였던 점, ④ 원심 인사위원회에서 피해자가 주장하는 성희롱 내용 전부에 관하여 충분한 공방이 이루어졌던 점, ⑤ 제1회 인사위원회에서 심의를 종결한 후 의결을 하지 않고 인사위원회를 속행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실질적인 소명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5)

사전에 충분한 자체조사를 하지 않은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 인사위원회 개최 이전까지 피고 회사가 원고의 비위행위 여부를 확정하기 위해 조사한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 회사가 '사전에 충분한 자체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위와 같은 조사 내용과 경과, ② 원고가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의 이탈리아식당 내부 사진과 점장 확인서까지 제출하였던 점, ③ 조사 범위와 대상을 확정하는 데에 피고 회사에 상당한 재량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 회사가 원고 주장의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해고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6)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전가하였다는 점

원심 인사위원회에서 인사위원장이 "가해자로 특정된 이상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보한다든지 원고가 결백을 입증해야 할 필요도 있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원고는 '피고 회사가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을 원고에게 돌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사위원회에서 오고 간 단편적인 발언만으로 피고 회사가 증명책임을 원고에게 전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충분한 조사와 심의를 통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한 뒤 '징계사유가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평가하고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7)

재심절차에서 진술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4호증의 1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회사의 재심 인사위원회는 원고에게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였고, 원고가 선처를 호소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재심 인사위원회가 원고에게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8)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해고가 정당한 이유를 갖추고 있는 이상 해고의 조력에는 영향이 없다(대법원 1994. 6. 14. 선고 93누20115 판결, 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등 참조). 뒤에서 보는 것처럼 이 사건 해고처분은 정당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

(9)

이 사건 해고처분이 공정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점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해고처분이 형평을 잃었다거나 피고 회사가 원고를 표적 삼아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론

'이 사건 해고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고, 나아가 이 사건 해고처분을 무효로 볼 정도의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실체적 하자 주장에 대한 판단

1)

징계사유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가)

피해자 진술 내용의 요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3, 4, 6, 7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피해자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해자는 2차 회식과정에서 원고한테서 다음과 같이 이 사건 성희롱 피해를 보았다고 진술하였다.

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원고의 비위행위(이 사건 성희롱)'를 인정할 직접증거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하고, 나머지 증거는 피해자 진술을 기초로 한 것이거나 이를 보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원고의 비위행위를 인정할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달렸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나타난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은 믿을 수 있다.

(1)

피해자가 허위진술할 동기를 찾을 수 없다. 즉, ① 피해자는 2014. 11. 19. 원고를 처음 만났을 뿐 원고와는 아무런 이해관계나 원한관계가 없다. ②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해자는 피고 회사나 수사기관 등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원고나 피고 회사에 위로금을 요구한 적도 없고, 이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도 없다. 오히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피고 회사 근무를 중단하면서 적지 않은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③ 이 사건은 피해자의 무단결근 이유를 확인하기 위하여 제일비엠시 담당자가 피해자에게 전화통화하면서 불거졌는데, 당시 피해자는 제일비엠시 담당자에게 '피고 회사 B센터에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으로 법적인 조치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④ 피고 회사 인사담당자는 연락을 피하던 피해자를 설득하여 앞서 본 면담조사를 하였다.

(2)

제일비엠시 담당자와의 전화통화부터 제1심법원 증언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여러 차례 당시 상황을 진술하였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피해자 진술에는 일관성이 있고, 논리적이며 경험칙에 부합한다.

(가)

피해자는 2014. 12. 12. 피고 회사 인사담당자한테서 면담조사를 받았는데, 피해 내용을 진술하면서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22세의 젊은 여성이 원고를 무고하기 위하여 연기하듯 가식적으로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

① 위 면담조사 당시 피해자는 "택시 안에서 원고가 매니큐어를 칠한 피해자의 손을 만지작만지작하면서 '이런 건 어디서 했느냐?'라고 하였다."라고 진술하였고, "이탈리아식당 안에서 원고가 입맞춤을 시도한 직후 '웃는 게 예뻐서 너무 하고 싶었다'라고 하였다."라고 진술하는 등,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할 수 없는 당시 대화내용도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가 면담조사나 제1심법정 증언 당시 '택시 안과 이탈리아식당 안에서 성희롱을 당하면서 하였다는 생각이나 느낌,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파견사원인 자신에게 미칠 영향' 등 당시 심리 상태나 갈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③ 피해자는 2차 회식의 전반적인 상황을 마치 동영상을 보듯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 ④ 사건 전반에 걸쳐서 최초 진술부터 제1심법정 증언까지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대부분 동일하다.

(다)

피해자가 제1심법원에서 증언하면서 기억의 멸실과 감퇴로 지엽적인 부분에 관하여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 면담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으로 피해 내용을 축소하여 진술한 부분(택시 안에서 원고가 입맞춤을 시도할 당시, 원고의 입술과 피해자 입술이 닿았는지)도 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해 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는 점, 원고가 지적하는 부분이 극히 지엽적인 점 등도 아울러 고려하면, 이와 같은 부분이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나 논리적 완결성을 인정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3)

원고 진술에서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추단할 수 있다.

(가)

1차 회식 이후 원고와 피해자가 따로 술을 마신 다음 삼청동에 가게 된 경위, 함께 택시를 타고 이탈리아식당으로 이동하게 된 경위, 이탈리아식당에서 함께 술을 마신 경위, 이후 피해자가 혼자 사무실에 복귀하게 된 경위 등 이 사건 당일 있었던 전반적인 사건 경과에 관하여 원고와 피해자 진술은 정확히 일치한다.

(나)

원심 인사위원회에서 ① 원고는 택시 안에서 피해자의 손을 만진 사실을 시인하였다. ② 정황이나 시점은 다르지만, 원고가 피해자에게 '호텔에 가자'라고 얘기한 사실도 인정하였다. ③ 이탈리아식당에서 피해자 반대편에 앉았던 원고가 피해자 쪽으로 다가간 사실도 인정하였다. 당시 정황에 관하여 원고는 '무릎담요를 가지러 가기 위해 피해자한테 다가갔다'고 하면서도 "피해자가 '어머, 왜 그러세요?'라고 반응하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원고 진술 자체에서도 당시 원고의 행위가 자연스럽지 않았고, 피해자가 상당히 불쾌해 하였다는 점을 추단할 수 있다.

(4)

피해자는 택시 안에서 운전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고, 이탈리아식당에서 점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뛰쳐나갈 수 있었다. 사무실에 복귀하였던 피해자는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였다.

성범죄 또는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피해 직후 심리적 혼란이나 성적 수치심, 이른바 '상황의 힘'에 의하여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22세의 젊은 파견직 사원인 피해자는 어느 정도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이 사건 성희롱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피해자는 피고 회사에서 더 이상 근무할 수 없을지 모르고, 이후 법적인 조치가 취해질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심적 부담을 안을 수 있었다. 실제로 피해자의 이와 같은 불안한 심적 갈등은 피해자 진술 곳곳에서 읽을 수 있고, 그 내용 역시 자연스럽다(근무한 지 3일밖에 되지 않은 파견직 사원이 원고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대낮에 여러 장소를 옮겨가며 술자리를 갖는 것 자체를 보더라도,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자발적·주체적으로 행동하기 어려웠음을 쉽게 추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이와 같은 정황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는 볼 수 없다.

다)

원고의 행위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성적인 언동 등'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언어적·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참조).

(2)

판단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행위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가)

원고와 피해자는 '피고 회사의 B센터'라는 하나의 부서에서 같이 근무하게 되었다. 원고는 정규직 사원으로서 차장직에 있었고, 피해자는 2년 근무를 전제로 피고 회사에 파견된 파견직 사원이었다. 피해자는 전표정리 등 B센터의 잡다한 잡무처리를 담당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이 B센터에서 원고는 피해자의 상사였다. 또한, 비정규직이었던 피해자의 지위, 앞서 본 성희롱 과정에서 피해자가 보인 태도와 심리적인 갈등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피고를 지휘하거나 지시하는 지위에 있었다.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성희롱이 업무시간에 부서 회식과정에서 발생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는 '원고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나)

원고가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입맞춤을 시도하거나, 성관계를 갖자는 의미로 '호텔에 잠깐 들렀다 가자'라는 얘기를 하였던 것은 누구든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뒤에서 보는 것처럼 이로 인해 피해자가 적지 않은 심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라)

소결론

결국, 원고가 사규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피고 회사의 명예가 손상되었으므로, 원고의 행위는 취업규칙 제66조 제1, 2, 6, 10항의 징계사유에도 해당한다.

2)

징계양정에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 제9쪽 6번째 줄 다음에 아래 내용을 추가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 제7쪽 9번째 줄부터 제9쪽 6번째 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정리하면, ① 원고가 추행에 가까운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육체적인 관계를 요구하는 등 이 사건 성희롱의 내용이나 정도 면에서 사안이 중하다. 더욱이 원고가 해당 부서에 근무하는 첫날 대낮에 장소를 바꿔가면서 2~3시간 동안 술을 마신 나머지, 만취하여 이 사건 성희롱을 저질렀다. 신분상 열위에 있고 심리적·정서적으로 위축된 상태에 있으며 정규직 사원의 언동에 따라 직장을 잃을 수 있는 젊은 파견직 여성을 대상으로, 원고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여 업무시간에 이 사건 성희롱을 저질렀다. 이와 같은 점에서 원고의 행위는 복무관련 규정을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다.

②

원고의 행위로 심적 고통을 느낀 피해자가 피고 회사 근무를 중단하였다. 원고의 행위는 피해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나 여성 근로자에게 적지 않은 좌절감과 상실감을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점에서 원고의 행위는 피고 회사의 건전한 근로관계나 복무관계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이다.

③

원고의 행위로 피해자가 적지 않게 심적 고통을 호소하였다. 피해자는 2015. 10. 5.자 문답서에서 "이 사건 이후 자신의 손톱을 빼버리고 싶었다. 원고가 쳐다봤던 자신의 몸 살가죽을 벗기고 새로 붙이고 싶을 정도였다."라고 진술하였다. 이 사건 이후 피해자가 작성하였던 메모지에는 "왜 하필 나에게 그런 일이 생겨서……. 하필 그 회사에 들어가서 ……. 약이라도 먹었어야 했나?", "나 더러운 거 아닌가? 죄책감에 ……. 이런 나를 누가 좋아해 주겠어?"라는 내용이 기재되었다.』

3.

미지급 임금 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해고처분이 무효임을 전제로 이 사건 해고처분일인 2015. 1. 6.부터 복직 시까지 월 8,574,666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 지급'을 구하나, 앞서 본 것처럼 이 사건 해고처분을 무효로 볼 수 없는 이상,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해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환(재판장) 이영창 조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