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방송사업 및 문화서비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방송사업자이다. 원고는 1994. 12. 1. 아나운서로 입사한 피고의 근로자이다.
피고는 2012. 7. 18.부터 2013. 3. 12.까지 사이에 아래와 같이 4차례 원고를 전보발령 하였다.
원고는 2013. 3. 20.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카합551호로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결정을 받아 2013. 4. 9. 다시 아나운서국으로 전보되어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5. 10. 27. 아나운서국 아나운서1부(콘텐츠연구팀)에서 근무하던 원고를 미디어사업본부 신사업개발센터로 전보발령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보발령'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13호증의 2, 을 제1호증의 2,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이 사건 전보발령은 형식적으로만 업무상 필요를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보복조치로, ① 당사자의 동의 없이 직종을 변경하였고, ② 업무상 필요와 무관하게 이루어졌으며, ③ 원고에게 통상 예측할 수 없는 중대한 불이익을 초래하였고, ④ 당사자와의 협의 등 절차적 정당성을 현저히 결여하였으므로 무효이다.
피고
이 사건 전보발령은 ① 신성장동력의 확보,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대응한 노동력의 적정배치 등을 위한 것이므로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고, ② 원고에게 어떠한 생활상의 불이익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③ 통상적인 인사권의 행사로서 당사자와의 협의나 당사자의 동의 등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정당하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고,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전보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두10440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용자가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하에서는 이 사건 전보발령의 ① 업무상 필요성, ② 이로 인한 원고의 불이익, ③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
업무상 필요성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43~47호증, 을 제7, 9, 12, 35, 4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의 주장대로 신성장동력의 확보,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대응한 노동력의 적정배치 등을 위한 조직개편이 필요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전보발령이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인사였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피고의 직제 규정에 따른 부서는 편성제작본부, 보도본부, 드라마본부, 예능본부, 방송인프라본부, 미디어사업본부 등으로 크게 분류되고, 편성제작본부에는 원고가 근무하였던 아나운서국,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편성국, 콘텐츠제작국, 시사제작국, 라디오국 등이 속해 있다. 한편, 피고가 이 사건 전보발령으로 원고를 전보한 신사업개발센터는 광고국, 콘텐츠사업국, 자산개발국, 경인지사 등과 함께 미디어사업본부에 속해 있다.
신사업개발센터는 2014. 10. 27.경 신설된 부서인데 피고의 직제 규정에는 신사업개발센터의 업무분장으로 단지 '신규사업 개발'이라고 되어 있을 뿐 실제 수행하는 업무분장에 대한 구체적인 기재가 없다. 또한 피고는 신사업개발센터라는 새로운 부서를 설치하고, 위 부서로 일반직원 뿐만 아니라 PD, 기자 등 전문직종의 근로자들을 전보하였으나, 전보 당시 소속 부서원들은 물론 그 장(長)마저 수행할 업무의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다.
신사업개발센터의 2015년, 2016년 주요 수행업무는 E, F, I, G, H 등이었다.
원고는 1994. 12. 1.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래 이 사건 전보발령 이전까지 줄곧 아나운서로서의 업무 경력을 쌓아왔다(2012. 7. 18.부터 2013. 3. 12.까지 약 8개월의 기간 중에 4차례에 걸쳐 타 부서로 전보발령을 받았으나 서울남부지방법원 2012카합551호로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결정을 받아 2013. 4. 9. 다시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므로 사실상 원고는 20여년의 기간 동안 아나운서로만 근무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는 신사업개발센터에 아나운서 직무를 수행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노동력의 적정한 배치를 위하여 사전에 희망자를 물색하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또한 아나운서가 필요한 신사업개발센터의 업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선택된 사정은 무엇인지 등도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로 원고가 신사업개발센터에서 담당한 업무 역시 스케이트장 이용객들의 안전 관리, B 드라마 포스터 이미지를 활용한 마스크팩 판매, B의 각종 프로그램에 나온 지역별 맛집을 소개하는 만화책 출간, B 주간 연예뉴스 프로그램을 활용한 한류연예정 보지 제작배포 등으로, 아나운서로서의 전문적 경력이나 아나운서 직무의 내용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원고의 불이익
피고의 업무상 필요성과 비교·교량하여야 하는 원고의 생활상의 불이익에는 직급의 변화, 임금의 변동, 근무지의 변동 등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뿐만 아니라 변경된 근로의 종류와 내용, 업무의 지속성 여부, 전문성과 경력 발휘의 기회 등 업무상·직무상의 불이익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34호증,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이 사건 전보발령에 따라 원고의 직급, 급여, 근무지 등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업무의 종류와 내용이 완전히 변경됨으로써 원고가 입은 불이익이 중대함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직종별로 구분된 모집과 전형절차를 거쳐 아나운서로 피고에 입사한 이래 20년 이상 계속 아나운서로 근무하여 왔다.
피고의 인사규정 제20조는 보직 및 전보의 원칙으로 적재적소의 원칙, 기회균등의 원칙, 욕구충족의 원칙, 자격실증의 원칙, 능력위주의 원칙 등을 내세우고 있다. 위전보의 원칙에 원고의 경력 등을 비추어 보면, 원고는 자신이 아나운서로서의 능력을발휘할 수 있는 적합한 직무에 종사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고 그 기대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이 사건 전보발령에 따라 아나운서로서의 전문적 능력 발휘와는 동떨어진 스케이트장 현장운영, 신규사업 개발 등의 업무를 맡게 되었다.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의 준수
피고가 원고에게 불이익한 이 사건 전보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와 협의하거나 원고의 의견을 참작하는 과정을 거쳤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점은 이 사건 전보발령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한 요소가 된다.
소결
이 사건 전보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이 사건 전보발령에 따른 원고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보면, 원고가 입은 불이익이 중대하고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으며, 피고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의무를 준수하였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전보발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나 무효이다.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판사 김우진(재판장) 송석봉 최은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