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6. 8. 선고 2017노232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이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을 운영하면서 I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H(이하 'H'이라고 한다)으로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합계 1,818,668,200원 상당의 수산물을 납품받아 그 대금으로 886,424,750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932,243,450원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이 수산물을 납품받은 것은 수산물 유통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정상적인 거래일뿐, 피고인이 I을 기망하여 수산물을 편취한 것은 아니며, 피고인에게는 수산물을 편취한다는 편취의 범의 또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와 달리 보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2년 6개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의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의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이를 기초로, 피고인이 H으로부터 수산물을 납품받더라도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I을 기망하여 H으로부터 재물을 교부받는다는 편취의 고의를 가지고 그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범행하였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전제되는 법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고(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도3515 판결 등 참조), 한편 물품거래 관계에 있어서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피고인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에게 납품대금을 변제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물품 등을 편취할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납품 후 경제사정 등의 변화로 납품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여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265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이루어진 거래에 있어서 그 채무불이행이 예측된 결과라고 하여 그 기업경영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가 문제된 경우, 그 거래시점에 그 사업체가 경영부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사정에 따라 파산에 이를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발생한 결과에 따라 범죄의 성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경영자가 파산에 의한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고, 계약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었을 때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1도202 판결, 대법원 2016. 6. 9. 선고 2015도18555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이 운영하는 F이 I이 운영하는 H으로부터 수산물을 처음 납품받은 것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은 거래를 시작하기 전인 2011. 4.경이었다. 당시 피고인은 I에게 '홈플러스와 백화점 등에 납품할 수산물을 공급해주면 그 대금을 다음 달 15일까지 결제해주겠다'고 하면서 납품을 요청하였다. 이에 H은 2011. 4. 28.부터 2011. 11. 10.까지 사이에 F에게 5회에 걸쳐 합계 1,294만 원 상당의 수산물을 납품하였고, F은 2012. 1. 2.까지 H에게 그 대금 1,294만 원을 전액 지급하였다.

②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2. 1. 경 I에게 '조기로 굴비를 만들어서 팔아야 하는데 구할 수 없느냐'며 조기를 대량으로 납품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I의 H은 2012. 1. 27. 피고인이 운영하는 F에게 조기 11,160,000원 상당을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그때부터 2012. 3. 20.까지 사이에 F에게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6 기재와 같이 모두 6회에 걸쳐 합계 300,374,000원 상당의 조기를 납품하였으며, 2012. 3. 21.부터는 동태 등 조기 이외의 다른 수산물의 납품도 시작하여, H은 F에게 2012. 1. 27.부터 2013. 9. 6.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117 기재와 같이 모두 117회에 걸쳐 조기, 동태, 오징어 등 합계 1,398,708,200원 상당의 수산물을 납품하였고, 이에 대하여 F은 H에게 2012. 4. 21.부터 2013. 9. 17.까지 모두 19회에 걸쳐 대금으로 합계 786,424,750원을 지급하였다.

③

F은 H을 비롯한 여러 업체로부터 수산물을 납품받아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공급한 다음 그 대금을 지급받아 납품업체의 납품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여 왔다. F이 2012. 1.경부터 2013. 9.경까지 사이에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수산물을 공급하고 지급받은 대금은 그 합계가 13,192,579,513원 이상에 이른다(공판기록 42 내지 198쪽).

④

F은 당초 H에게 수산물의 납품대금을 다음 달 15일까지 결제해주기로 하였으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수산물시장 불황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2012. 초 임대가공 공장의 화재로 피해까지 입게 되자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임대가공 공장의 화재로 피해를 입은 사실은 I도 알고 있었다). 이에 피고인은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대금의 지급을 계속 지체하였고, 그 결과 미지급 대금의 합계는 2012. 4. 21. 389,695,000원, 2012. 6. 1. 490,139,600원, 2012. 8. 28. 644,219,850원, 2012. 10. 10. 736,909,850원, 2013. 3. 15. 894,901,450원에 각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I은 위와 같은 대금의 지급 지연에도 불구하고 납품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2013. 9. 6.까지 수산물의 납품을 계속하였고, 그 사이에 피고인도 대금을 수시로 계속 결제하여 2013. 9. 17. 현재 그 미지급 대금의 합계는 최종적으로 612,283,450원(= 납품액 1,398,708,200원 - 결제액 786,424,750원)이 되었다.

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3. 9. 25.경에 이르러 I에게 갈치의 대량 납품을 추가로 요청하였는바, I은 612,283,450원의 미지급 대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량의 추가 납품을 새롭게 하는 데 대하여 불안을 느끼고, 남품할 갈치를 H이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피고인이 지정하는 판매처로 바로 출고하는 것은 몰라도 갈치를 피고인에게 직접 넘겨줄 수는 없다며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물건을 자신 앞으로 가지고 있어야 판매처에 납품할 수 있다'면서 출고하는 대로 바로 대금을 입금하겠으니 물건을 자신에게 직접 넘겨달라고 거듭 요청하였고, 이에 I은 피고인이 이를 판매하여 그 대금을 자신에게 바로 지급할 것으로 믿고 피고인에게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18 내지 126 기재와 같이 모두 9회에 걸쳐 2013. 9. 25. 413,600,000원 상당의 갈치를 추가로 납품하고, 그 후 2013. 10. 15.부터 2013. 12. 14.까지 추가적으로 1,800,000원 상당의 도루묵과 4,560,000원 상당의 오징어를 더 납품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출고하는 대로 바로 대금을 입금하겠다는 당초의 약속과 달리 납품받는 즉시 갈치를 바로 제3자에게 처분하여 버렸고, 그 후 갈치의 행방을 묻는 I에게는 갈치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거짓말하며 안심시켰다. 그 후 F은 2013. 12. 20.경 부도에 이르게 되었고, 피고인은 그 무렵 I을 비롯한 채권자들을 피하여 잠적하였다.

나)

살피건대, F이 2012. 1. 27.부터 2013. 9. 6.까지 H으로부터 납품받은 수산물(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117번 기재 각 수산물)의 경우,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F과 H이 거래를 시작하게 된 경위, 그 후 이루어진 F과 H의 거래 과정, F이 대금의 지급을 지체하게 된 경위, 이에 대한 I의 태도, I의 직업과 그간의 경험, F이 위 기간 동안 사업을 영위하여 벌어들인 수익의 규모, F이 H에 변제한 대금의 액수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수산물의 대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에 관하여 I을 기망하였다거나, I을 기망하여 H으로부터 수산물을 교부받는다는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위와 같은 거래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117번 기재각 수산물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다. 피고인의 항소이유는 이 부분에 관한 한 이유 있다.

다)

그러나, F이 2013. 9. 25.부터 2013. 12. 14.까지 납품받은 합계 419,960,000원 상당의 수산물(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18 내지 126번 기재 각 수산물)의 경우는, 피고인은 거액의 미지급 대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량의 추가 납품을 새롭게 하는 데 대하여 불안을 느끼고 남품을 거부하는 I에게, 사실은 그럴 생각이 없으면서도 '판매하는 즉시 대금을 바로 지급하겠다'고 거짓말하여 H으로부터 수산물을 넘겨받은 다음 즉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여 버리고 I에게는 이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거짓말하며 안심시켰는바, 이는 납품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말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는 I을 기망하여 H으로부터 수산물을 교부받는다는 편취의 범의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18 내지 126번 기재 각 수산물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항소이유에서 지적하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항소이유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117 기재 각 수산물 편취 부분에 관하여 이유 있고, 나머지는 이유 없다고 할 것이나,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포괄일죄로 보고 그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결국 전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