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7. 9. 1. 선고 2017누41513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판결 이유는, 제1심 판결문의 8쪽 아래에서 4번째 줄의 "피고와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를 "피고와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는데, 이 법원은 2017. 2. 8. 위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2016-50206), 원고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이다(2017두38560)."로 정정하고, 11쪽 아래에서 3번째 줄과 4번째 줄의 "다른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내국인 운항승무원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을 삭제하며, 원고가 당심에서 강조하는 사항에 관하여 아래 제2항에서 추가 판단하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2.

추가 판단

가.

원고의 주장요지

1)

원고는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에 따라 고객의 신뢰 확보와 브랜드 가치의 제고를 위해 소속 직원들의 복장과 용모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이 사건 용 모 규정을 둔 것으로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원고 소속 직원은 이 사건 조항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이 사건은 원고의 영업의 자유와 참가인의 행복추구권, 행동자유권이 충돌되는 사안이므로 국가의 행위가 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인 과잉금지원칙이 적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조항이 참가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2)

사적자치가 보장되는 사법(私法) 관계의 경우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헌법상 평등의 원칙 위반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소수 외국인 직원들의 문화적 특수성을 존중하여 예외적으로 수염을 기르는 것을 허용한 것으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3)

이 사건 조항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처음부터 구별하여 내국인에게만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내·외국인 근로자 모두에게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금지하면서, 다만 콧수염을 기르는 것이 보편화된 문화권 출신자에 한하여 그 전통을 존중하여 예외적으로 콧수염을 기르는 것으로 허용한 것으로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로 근로기준법상의 균등처우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설령 이 사건 조항이 국적을 이유로 한 근로자 차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문화적인 관습의 차이에 따른 합리적인 차별이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사인간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로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하여 참가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와 원고의 영업의 자유를 보호하는 정도 사이에 적정한 비례를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헌법재판소 2013. 5. 30. 선고 2009헌마51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나)

또한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 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私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또한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두 기본권이 상충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과 함께 양 기본권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해지는 양 기본권 행사의 한계 등을 감안하여 그 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규정의 취지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판단

가)

이 사건의 경우에는 사인간의 기본권의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이므로 국가가 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 관한 과잉금지의 원칙이 그대로 직접 적용될 수는 없음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다.

그러나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이 이 사건 조항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이 사건 조항이 바로 유효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사인 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하며,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돌하는 기본권 모두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롭게 해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소속 구성원들의 용모를 규제하는 것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제한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는 기업의 영업의 자유 실현을 위하여 필수적인 부분인지, 그로 인하여 제한받는 구성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내용과 중대성은 어떠한지 등을 이익 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제1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와 제1심에서 든 증거와 갑 제42호증, 을나 제13내지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함으로써 헌법 제11조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수염의 정돈 상태나 형태 등을 기준으로 이를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수염을 허용하는 외국인의 경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로 부분적으로 제한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국인은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여 내국인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그 정도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내국인의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이 사건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참가인이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1)

이 사건 조항은 내국인 남성 직원들에 대하여만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내국인과 외국인 직원을 '국적'을 기준으로 차별하고 있다.

(2)

원고는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 이를 허용함으로써 외국인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내국인에게 적용하는 규정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므로 이 사건 조항이 내국인을 외국인과 차별하여 불리하게 대우함으로써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는 실제로는 관습이나 종교 등과 관련 없이 내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여부, 즉 '국적'을 기준으로 수염을 기르는 것에 대한 허용 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있다(이 사건 조항은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콧수염을 예외적으로 허용함으로써 턱수염은 외국인 근로자도 허용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외국인의 경우 콧수염 이외에 턱수염도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은 근로자로 하여금 단정한 용모를 갖추도록 함으로써 스스로 근무기강을 다지고 고객들이 원고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형성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함에 있어 '국적'을 유일한 기준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승무원을 다르게 대우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3)

원고의 주장과 같이 종교나 관습 등에 의하여 수염 허용 여부를 달리 규제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다면 이는 '국적'이 아닌 그러한 사유를 기준으로 내·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4)

원고는 승무원이 턱수염을 기르는 경우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도, 턱수염을 기른 내국인 승무원의 경우는 턱수염을 기른 외국인 승무원에 비하여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5)

결국 이 사건 조항이 '국적'을 기준으로 수염을 기르는 것에 대한 허용 여부를 달리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부당한 차별로써 헌법 제11조 및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한 평등원칙에 반한다.

(6)

사기업이 업무상 필요성 등에 의해 소속 구성원들의 복장·용모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그 영업의 자유에 근거한 것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고, 특히 서비스의 제공을 주된 사업 내용으로 하는 원고와 같은 기업의 경우 소속 구성원의 용모가 기업에 대한 만족도나 신뢰도에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소속 구성원들의 복장이나 용모에 대한 제한을 하는 것 자체는 필요성이 인정된다.

(7)

그러나 이러한 제한은 개인이 자신의 개성 발현을 위하여 두발, 복장 등의 상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소속 구성원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제한이 되므로,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원고의 영업의 자유가 충돌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의 근로자에 대한 복장·용모에 대한 규제는 무제한 허용될 수 없고, 그와 같은 제한이 기업의 영업에 있어 필수적인 것인지, 그로 인하여 제한되는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내용과 정도는 어떠한지 등을 비교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8)

원고는 수염을 기르는 것은 곧 단정한 용모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이 사건 조항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항상 단정하지 못한 외모로 인식되고 신뢰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연상시킨다고 볼 근거는 없다. 원고는 이 사건 조항의 단서 조항을 통해 외국인에 대하여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염을 기르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원고 소속 외국인 승무원이 수염을 기르고 근무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하여 고객들로부터 어떠한 불만이 접수되었다는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아도 내국인 승무원이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가 고객들에게 혐오감을 유발한다거나 성실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주어 원고가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항공사라는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원고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내국인 승무원이 수염을 기르는 것이 외국인 승무원과 달리 근무 자세나 책임의식과 어떠한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만한 자료도 없다.

(9)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자신의 이미지 제고 및 구성원들의 근무기강 확립 등을 위하여 소속 구성원에 대하여 단정한 용모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단정하지 못하게 수염을 기르는 것에 대하여 제한을 가할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내국인이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해야 할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10)

원고는 수염의 정돈 상태나 형태 등에 따라 이를 부분적으로만 제한함으로써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방법으로도 원고가 의도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이를 내국인에게는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는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에 반하여 원고 소속 내국인 남성 직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11)

원고는 수염의 정돈 상태나 형태는 매우 다양하므로 수염의 정돈 상태 등을 기준으로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오히려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은 외국인에 대하여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한다'고 정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돈 상태 등 정도를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고, 소속 내국인 구성원들의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단지 제재의 편의를 이유로 내국인에게는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위법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으나,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한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같아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김흥준(재판장) 김성수 원익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