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대상
제1심에서 원고들은 ① 해고무효확인 청구, ② 해고 이후부터 2017. 8. 19.까지 미지급 임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 ③ 2017. 8. 20. 이후 장래 임금 청구를 하였다. 제1심법원은 ①, ③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들의 전부 승소판결을, ② 청구에 대해서는 원고들의 일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서 피고 회사만이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므로, 피고 회사가 항소한 부분이 이 법원의 심판대상에 해당한다.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거나 제1심법원의 판단을 보충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제3쪽 11번째 줄, 제8쪽 14번째 줄의 "2015. 8. 30."을 "2015. 8. 31."로 고친다.
제7쪽 2번째 줄의 "을 제29, 47호증" 앞에 "갑 제9 내지 12호증"을 추가한다.
제7쪽 9번째 줄의 "원고들은"을 "일부 원고들은"으로 고친다.
제8쪽 17번째 줄의 "바로 그 다음날인"을 삭제한다.
보충 판단
'실효의 원칙의 적용 여부, 이 사건 퇴직처분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1심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다.
실효의 원칙의 적용 여부(부정)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존부를 둘러싼 분쟁은 신속히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이와 같은 분쟁에 대해서는 실효의 원칙이 적극적으로 적용될 필요는 있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다30118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통해 사용자는 기업 질서를 확립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해고를 당하는 근로자로서는 상당한 정도의 경제적 고통뿐만 아니라 '저성과자' 또는 '부적격자'라는 사회적 평가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에 대해 실효의 원칙을 쉽게 허용할 경우, 건전한 근로질서를 훼손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의 규범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안인지 판단할 때는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의 사정을 균형감 있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제1심에서 채택한 증거, 갑 제32호증의 일부 기재와 당심증인 K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은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안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 회사 역시 이 사건 소제기를 예상할 수 있었던 점
이 사건 퇴직 처분은 피고 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피고 회사는 사무직 전체 근로자의 절반, 퇴직원을 제출할 수 있는 과장대리급 이상 대부분 근로자한테서 일괄적으로 퇴직원을 징구하였으나, 퇴직원 징구와 수리 과정에서 제1심판결과 같이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여러 방법이 동원되었다. 이에 따라 퇴직자로 선정된 L, M은 이 사건 퇴직처분일인 2015. 10. 1.부터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N 인사총무팀장에게 퇴직처분의 부당함을 강하게 호소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퇴직처분에 따라 퇴직한 L, M, O은 그 직후인 2015. 10. 23.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하 '관련 구제신청 사건'이라 한다)을 제기하였다. 관련 구제신청 사건에서 L 등은 원고 A, C, D을 비롯한 여러 근로자한테서 진술서를 받아 노동위원회에 제출하였고, 피고 회사 역시 당시 팀장의 다이어리 사본을 제출하거나 팀장 또는 다른 퇴직근로자의 진술서를 받아 제출하기도 하였다.
① 이와 같이 퇴직처분 직후부터 이 사건 퇴직처분의 적법성이 크게 문제 되었고, 실제로 일부 근로자가 이를 문제 삼았던 점, ② 이 사건 퇴직처분이 피고 회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점, ③ 관련 구제신청 사건에서 보인 피고 회사의 대응 방법, ④ 일부 원고들이 제출하였던 진술서의 내용, ⑤ 이 사건 퇴직처분의 부당함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로서는 원고들의 이 사건 소제기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원고들의 권리불행사 기간에 대한 평가
'원고들의 이 사건 소제기가 신의성실에 반한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 사건 퇴직처분 시점부터 이 사건 소제기 시점까지의 간격(약 1년 내지 1년 6개월)이 긴 것으로는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원고들이 이 사건과 쟁점이 같은 관련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관한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린 다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3827 판결 참조).
소제기를 주저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퇴직처분 직후 이 사건 소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탓할 수 없다. 원고 A, C, D은 관련 구제신청 사건에서 이 사건 퇴직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하면서도, '자신들이 구제신청을 할 경우 받게 될 심리적 부담감, 피고 회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어쩔 수 없이 구제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관련 구제신청 사건에 따라 복직한 L 등에 대한 피고 회사의 부당처우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던 점도 원고들이 소제기를 주저하였던 이유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제1심증인 G).
이와 같이 퇴직처분에 따른 심리적인 혼란과 정신적인 고통, 사용자인 피고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데에 대한 심적 부담감, 복직할 경우 새로이 형성될 피고 회사 또는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와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원인에 따라 퇴직 직후 소제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소제기 이전까지 원고들이 보인 태도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 이 사건 소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① 앞서 본 것처럼 원고 A, C, D은 '자신들의 진술서가 피고 회사에 송달되고 관련 구제신청 사건에서 주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L 등에게 진술서를 작성해 주었다. ② 원고 E 역시 2016. 1.경 이후 피고 회사 관계자에게 이 사건 퇴직처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설사 원고들이 이 사건 소제기 이후 고용노동청에 퇴직금 차액을 구하는 진정을 제기하였다거나 피고 회사에서 그 차액을 받았더라도, 원고들이 위와 같은 진정을 제기하게 된 동기와 경위, 이 사건 소제기 이후 원고들이 보인 태도나 소송의 경과, 진정 전후에 걸쳐 원고들이 보인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리라고 신뢰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 E이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한테서 합의금 명목으로 일부 돈을 받았더라도 합의의 당사자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 E이 권리 행사를 포기하였다' 기나 피고 회사가 '원고 E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리라고 신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퇴직처분 이후 피고 회사의 기업체제 재편
이 사건 퇴직처분 이후 피고 회사가 소속 근로자를 재배치하는 등 새로운 인사체제를 마련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퇴직처분은 근본적으로 인력 감축에 초점을 둔 것인 점, 이 사건 퇴직처분의 부당함의 정도, 이 사건 퇴직처분에 따라 원고들이 입게 된 경제적·정신적 고통의 정도를 고려할 때, 실효의 원칙을 적용할 경우 피고 회사에 돌아가는 이익보다 이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원고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훨씬 더 커 보인다.
이 사건 퇴직처분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인정)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용자 측의 퇴직권유 또는 종용의 방법, 강도 및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의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참조).
특히 이 사건 퇴직처분은 피고 회사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통상의 경우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근로자의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한다'는 데 목적이 있지만, 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에만 기대어서는 사용자가 구조조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계속 근무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는 퇴직하고 퇴직하기를 원하는 근로자는 계속 근무하게 되는' 비효율적인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미리 퇴직대상자를 정해 놓고 퇴직을 권유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고지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또한, 사용자가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의 이름으로 해고사유와 방법 등을 엄격히 정한 근로기준법의 내용과 취지를 잠탈할 수도 있는 점에서, 퇴직의사의 '자발성', '진의성' 여부는 신중히 살필 필요가 있다.
앞서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퇴직처분은 실질적으로는 해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원고들이 퇴직원을 제출하게 된 다음과 같은 경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퇴직 처분은 피고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이루어졌다. 피고 회사의 요구에 따라 사무직 근로자의 절반, 희망퇴직대상자로 삼은 과장대리급 이상 근로자 대부분이 퇴직원을 제출하였다. ② 피고 회사는 2015. 8. 31.(퇴직원을 접수하기 시작한 날) 이전에 소속 근로자에게 희망퇴직의 시행 여부나 조건, 희망퇴직대상자의 선정 기준 등을 고지한 적이 없다. ③ P 팀장이 2015. 8. 31. 작성하였다는 다이어리에도 '내일까지 제출할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실제로 대부분 근로자가 희망퇴직 시행을 통보받은 당일(2015. 8. 31.) 또는 그 다음 날 퇴직원을 제출하였다. ④ 제1심증인 H 역시 '희망퇴직과 관련하여 5분 정도 얘기를 들었다'라고 증언하였다. 당시 설명회를 녹음하였다는 녹취서(을 제23호증)에 의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소속 근로자에게 희망퇴직 또는 권고사직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⑤ 퇴직원은 피고 회사에서 일률적으로 배부된 양식에 따라 작성되었고 퇴직사유 역시 대부분 "개인사유(사정)" 등으로 간단히 기재되었다.
위와 같이 원고들이 퇴직원을 제출하게 된 경위, 근로자의 퇴직이 근로자 자신과 그 가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퇴직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할 여유나 기회를 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 회사는 '3년간 종합평가와 최근 역량평가를 1:1로 반영한 평가결과'에 따라 희망퇴직 대상자 또는 권고사직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취업규칙에도 규정되지 않은 '최근 역량평가'의 내용이나 방법이 사전에 근로자에게 제시되지 않았던 점이나 피고 회사가 상당수의 퇴직원을 접수한 이후에 최근 역량평가를 시행하였던 점에서, 대부분 근로자가 '자신이 퇴직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퇴직원을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의 방법과 절차를 안내하였다는 N 팀장은 소속 근로자에게 '피고 회사에 신임을 묻는다는 취지에서 퇴직원을 제출받는 것이고, 저성과자만 수리된다는 점, 실질적인 퇴직 대상은 차·부장급 근로자라는 점'을 고지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K 팀장 역시 '제일 오래 근무한 자신만 퇴직하고 다른 사람은 아무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퇴직원을 제출받았다.
이와 같이 담당 팀장의 고지 내용, 진술서 또는 증언 과정에 나타난 원고 A, C, D을 비롯한 이 사건 퇴직 처분으로 퇴직한 근로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하면, 차·부장에 해당하지 않는 위 원고들은 퇴직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퇴직원을 제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원고들과 달리 원고 B, D의 경우, 피고 회사가 미리 퇴직대상자로 선정한 다음 권고사직의 형태로 퇴직원 제출을 요구하였다. 관련 구제신청 사건에서 피고 회사의 대리인은 '피고 회사가 이들에게 강요해서 퇴직원을 받은 면이 있다'라고 진술하였다(갑 제32호증). 원고 D이 퇴직원 제출을 요구받고 바로 퇴직원을 제출하였던 점, 원고 B은 퇴직원에 퇴직사유와 작성일조차 기재하지 않았던 점에서, 이들이 진정한 의사로 퇴직원을 제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 회사는 희망퇴직을 기획하면서 '퇴직원을 제출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는 평가결과에 따라 권고사직 형태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N 팀장은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연말에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안내하였고, Q 팀장은 '희망퇴직원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까지 얘기하였다. 피고 회사는 원고 B, D에게 퇴직원 제출을 요구하면서 '위 원고들이 저성과자로 평가되었다는 점, 퇴직원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였다.
이와 같이 퇴직원을 제출하지 않게 될 경우 원고들이 입게 될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로서는 퇴직원을 제출하는 것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 회사는 희망퇴직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퇴직금 외에 퇴직위로금으로 얼마를 지급할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후 피고 회사가 지급하기로 한 퇴직위로금은 3개월 월급 정도에 불과하다. 위와 같이 피고 회사가 제시한 경제적 이익의 정도는 퇴직에 따른 원고들의 불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큰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앞서 본 것처럼 퇴직 직후부터 L 등은 피고 회사 관계자에게 퇴직처분의 부당함을 강하게 호소하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원고 A, C, D, E 역시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부당함을 호소하였다.
결론
이 사건 퇴직처분을 무효로 판단하면서 피고 회사에 일부 임금의 지급을 명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다. 피고 회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승은(재판장) 조찬영 황승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