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원고의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공사대금 채권과 G, F의 관여
원고는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E는 원고의 처이다. F은 E의 이종사촌 언니(F의 어머니 N이 E의 이모이다)로서, G과 사실혼 관계에 있다. G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면서 유치권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원고는 2013. 8. 20.경 도급인 K, L로부터 이 소유의 시흥시 H 대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 위에 5층 근린생활시설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을 신축하는 공사를 수급하여, 2014. 5. 21.경 이 사건 건물을 완성하였다. 이 사건 건물은 이 병원을 운영하기 위하여 신축한 것이었는데, 원고가 그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자, I은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에 관하여 소유권이전 및 보존등기를 하는 과정에서 2014. 7. 15. 원고와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건물의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였다.
원고는 2014. 11.경 처 E를 통하여 G과 F에게 이 사건 건물의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따라 G과 F은 그 무렵부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유치권 행사와 원고의 소송 관련 업무를 도와주게 되었다.
원고는 2014. 12. 13. 이 사건 건물 P호를 소재지로 하여 'Q'이라는 상호의 사업자등록을 하였고, 2014. 12. 19. G을 위 업체의 직원으로 등록하여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자격취득 신고를 하였다.
원고의 공사대금 청구소송 및 유치권 행사 등
원고는 2015. 2. 12. 도급인 K, L을 상대로 공사대금 청구소송(인천지방법원 2015가합51377호)을 제기하여, 2016. 4. 8. "K, L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862,35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5. 1. 14.부터 2015. 9. 30.까지는 연 20%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승소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K, L이 항소(서울고등법원 2016나2024008호)를 하였으나, 2016. 11. 17. 기각판결이 선고되어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당시 원고의 소송대리는 G이 소개한 R 변호사가 담당하였다.
G과 F은 원고를 위하여 2015. 4.경부터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는데, 원고는 2015. 8.경부터는 점유보조자로 J(처음에는 용역회사 직원이었다)를 별도로 고용하여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였다. 그 과정에서 2015. 7. 18.과 같은 해 9. 8. F과 이 사건 건물에 약국을 개설한 S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여, S이 F을 모욕, 폭력행위 등으로 고소하고 F이 S을 강제추행으로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으나, 쌍방 모두 처벌받지는 않았다. 검사가 F에 대하여 혐의없음 또는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2016. 2. 23.과 2016. 7. 27.이다.
원고는 2015. 8. 5. I을 상대로 하여 공사대금 및 유치권존재확인 청구소송(인천지방법원 2015가합56211호)을 제기한 결과, 2015. 10. 14. "I은 원고에게 862,35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 10. 3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유치권이 존재함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위 확정판결에 기한 원고의 1에 대한 채권을 '원고의 I에 대한 판결채권'이라고 한다). 당시 원고의 소송대리도 G이 소개한 R 변호사가 담당하였다.
위와 같은 과정에서 원고는 위 각 소송에 소요된 비용과 J에 대한 보수 등 유치권 관련 비용을 모두 부담하였다.
원고의 F, G에 대한 약정 서류 작성
원고는 2016. 2. 25. F을 수취인으로 하여, 액면금이 4억 원이고 지급기일이 일람 출급으로 된 약속어음 1장(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였고, 같은 날 수원지방검찰청 소속 공증인 C 사무소에서 F과 함께 2016년 증서 제78호로 '원고가 F 또는 F의 지시인에게 4억 원을 공정증서에 부착된 약속어음과 상환하여 지급하고, 어음의 소지인에게 위 어음금의 지급을 지체할 때에는 즉시 강제집행을 당하여도 이의가 없음을 인낙한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정증서'라고 한다).
그 후 원고는 2016. 7. 11. G에게, ① 원고의 I에 대한 판결 채권의 추심 및 원고의 유치권 행사를 위한 점유에 관한 사무를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계약서를 작성해 주었고, ② 원고의 I에 대한 판결채권 및 이에 수반되는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양도계약서를 작성해 주었으며, ③ 원고가 G 등에게 지급하지 못한 인건비, 경비(2014. 11.부터 2017. 2.까지)를 서로 계산하여, G이 이 사건 건물의 유치권으로 받을 합의금으로 얼마를 받더라도 그 중 3억 5,00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원고와 G 사이의 분쟁
그러던 중 원고와 G이 2016. 9.경 이 사건 건물 앞에서 크게 싸운 일이 있었다. 그 후 G은 2016. 11.경 이 사건 건물 주변에 원고가 설치한 현수막 및 현판 중 원고의 이름이 기재된 부분에 자신의 이름이 기재된 스티커나 천 조각을 덧붙였다. 이에 원고는 2016. 12. 12. G에게 '2016. 7. 11. 체결한 위임계약을 민법 제689조에 제1항에 따라 해지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G이 덧붙인 스티커와 천 조각을 제기하였다. 또한 원고는 2016. 12. 14. 07:00경 이 사건 건물로 들어가려던 G에게 '위임계약이 해지되었다'며 출입을 못하게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G은 원고를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는 2017. 7. 12. ① 업무방해의 점에 관하여는 'G은 유치권자인 원고로부터 유치권 관리권한을 위임받거나 채권 추심권한을 받은 것에 불과하고, 2016. 11. 경 이후로 G과 원고 사이의 위임관계가 파탄되어 원고가 2016. 12. 12. G에 대한 위임관계를 해지하였는데, 이러한 위임계약의 해지가 부당하다고 여겨지지 아니하므로, G의 건물관리 업무가 정당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② 재물손괴의 점에 관하여는 '원고와 G의 위임계약이 파탄에 이른 후 원고가 2016. 12. 12.경 자신의 비용으로 만든 현수막 및 현판에 G이 임의로 붙인 부분을 제거한 것에 불과하여 G의 재물에 대한 손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 혐의없음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16. 12. 13. G을 상대로 채권양도계약해제 등의 소(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6가합9510호)를 제기한 결과, 2017. 12. 21. '원고와 G 사이에 2016. 7. 11. 체결된 원고의 I에 대한 채권 추심 및 유치권 행사를 위한 점유사무의 위임계약은 2016. 12. 14. 해지되었음을 확인하고, G은 I에게 원고의 I에 대한 채권에 관한 양도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는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G의 항소(서울고등법원 2018나2004138) 및 상고(대법원 2018다254782)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위 항소심 판결의 이유 요지는, 원고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언제든지 G과 체결한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이를 해지한다는 원고의 의사표시가 2016. 12. 14. 피고에게 도달하였으므로, 위 위임계약은 2016. 12. 14. 해지되었고, G으로서는 원상회복으로 채무자 I에 대하여 위 채권양도계약이 해지되었다는 취지의 통지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G은 2017. 3. 20. 원고를 상대로 하여 점유회수의 소(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7가단53456호)를 제기하였으나, 2017. 10. 31.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 관한 G의 점유를 침탈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선고받았고, G이 항소 후 소를 취하함으로써 위 소송이 종료되었다.
원고의 이 사건 소제기 및 피고의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권의 양수
한편 원고는 2016. 11. 16. 이 사건 공정증서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공정증서상 채권자인 F은 2017. 2. 3. 피고와 사이에 'F이 원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공정증서에 관한 모든 권리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채권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내용증명우편으로 위 채권양도 사실을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3 내지 5호증, 갑 제7, 8호증, 을 제1, 2호증, 을 제6, 7,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쌍방 주장의 요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약속어음은 원고가 F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 건물에 유치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약국개설자 S과 사이에 형사사건이 발생하자 대외적으로 F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권한이 있는 것 같은 외관을 만들기 위하여 발행한 것으로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며, 피고는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약속어음상 원고의 F에 대한 원인채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변호사법에 위반된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기한 것이므로 역시 무효이다.
따라서 F으로부터 채권을 양수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약속어음은 F과 G이 2014. 11.경부터 2016. 말경까지 원고로부터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유치권 관련 업무를 위임받거나 또는 원고가 운영하는 'Q'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유치권 행사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한 것에 대하여 수임의 대가 혹은 근로자로서의 임금을 4억 원으로 정산하기로 원고와 F이 합의하여 작성된 것이므로, F의 원고에 대한 원인채권이 유효하게 존재한다.
이 사건 공정증서가 통정허위표시로 작성되어 무효라고 하더라도, 어음채권을 지명채권 양도의 방법으로 양수한 피고는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률상 이해관계를 맺은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약속어음채권의 원인관계가 무효라는 항변으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 채권은 G과 F의 원고에 대한 순수한 임금채권일 뿐이므로, 그것이 변호사법에 위반되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 법원의 판단
원고와 G·F 사이의 법률관계 성격에 대하여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G과 F에게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유치권 행사 및 공사대금 청구소송 관련 업무를 부탁한 것은 G의 경험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던 점, F은 G의 사실상 배우자 겸 원고의 처 E의 외사촌 언니로서 G을 돕는 입장이었던 점, 실제 원고와 사이에 실질적인 민사 및 형사 분쟁을 일으킨 것은 G이었던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심 증인 F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F은 특히 원고와 G 사이의 분쟁 및 사건 내막에 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G과 F이 각기 독자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볼 수는 없고, G의 주도적 역할 아래 G과 F이 함께 원고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공정증서상의 채권을 양수한 피고는 2018. 3. 12.자 준비서면에서 피고의 남편인 M이 위 채권을 양수하는 과정에서 G과 F으로부터 원고의 위임을 받아 공사대금 회수를 위한 유치권행사와 관련한 업무, 즉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 및 원고의 소송진행과 관련하여 G이 지인인 변호사를 소개하여 소송진행 등의 협조업무를 하였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다가 G이 원고를 고소한 형사사건에서 검찰은 'G은 유치권자인 원고로부터 유치권 관리권한을 위임받거나 채권 추심권한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하였던 점, 원고가 G을 상대로 제기한 관련 민사사건에서는 원고와 G 사이에 위임계약이 있었다는 전제 아래 민법 제689조(위임의 상호해지의 자유)를 적용한 판단이 이루어졌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GF 사이의 법률관계는 민법 제680조에 기한 위임계약 관계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9. 4. 11.자 준비서면에서 G과 F이 원고에게 고용된 근로자일 뿐이라고 종전 주장을 일부 바꾸면서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 채권이 임금채권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데(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등 참조), 원고와 G F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었다는 점에 부합하는 자료로는 G이 원고의 업체인 'Q'의 근로자로 등록되어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앞에 나온 증거들 및 을 제7, 1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위 업체는 원래 건축업자인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수급하여 공사를 마칠 때까지 존재하지 않던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을 완공한 후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자 유치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급조한 것인 점, 원고가 G을 위 업체의 근로자로 등록한 것은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G을 배려하여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도록 조치한 것인 점, F은 아예 위 업체의 근로자로 등록되지도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G이 위 업체의 근로자로 등록되었다는 사정은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피고가 제출한 을 제8, 9, 14호증(문자메시지)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의 처인 E와 F은 G을 '회장님'이라고 칭하고, 특히 F은 E에게 "항소장 받지 말라고 했는데 받아서 지금 어쩌자는 거냐!"라고 질책하고 있는바, 이는 사용종속관계를 부정할 뚜렷한 자료가 된다. 나아가 G과 E가 원고로부터 부탁받은 유치권행사 및 소송 관련 업무는 그 특성상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위임관계에 가까운 것인 점, F이 원고로부터 4억 원짜리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고, G이 원고로부터 위임계약서, 양도계약서, 합의서를 받으면서 G이 원고의 I에 대한 판결채권을 추심하여 3억 5,000만 원 초과 부분을 갖기로 약정하는 행태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거래로는 너무도 생소한 것인 점, 원고는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한 점유보조자로 J를 별도로 고용하여 그 보수를 지급하였던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G과 F이 원고에게 고용된 근로자일 뿐이라는 취지의 당심 증인 F의 일부 증언은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 채권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대하여
위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행위는 발행인인 원고와 수취인인 F이 통모하여 진정한 어음채무 부담이나 어음채권 취득에 관한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만 약속어음의 발행을 가장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따라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판단된다.
원고가 F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한 것은 2016. 2. 25.이고 그 액면은 4억 원인데, F이 원고의 일을 돕다가 이 사건 건물에 약국을 개설한 S과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 것은 2015. 7. 18.과 2015. 9. 8.이고, F이 S으로부터 고소를 당하여 검사의 처분을 받은 일자는 2016. 2. 23.과 2016. 7. 27.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F이 원고의 일을 돕다가 형사사건에 휘말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내세울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이 사건 건물에 투입된 공사대금의 일부를 투자한 외관을 꾸미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받았다는 원고의 주장에는 설득력이 있다.
피고는 위임의 대가 혹은 근로자로서의 임금을 4억 원으로 정산하기로 원고와 F이 합의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이 발행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2016. 2. 25. 당시는 원고와 G 측이 정산을 할 만한 단계도 아닐 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에 정산이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어떠한 자료도 없다. 오히려 원고와 G은 2016. 7. 11.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하였을 뿐이다. 위 합의서는 '원고가 G 등에게 지급하지 못한 인건비, 경비(2014. 11.부터 2017. 2.까지)를 서로 계산하여, G이 이 사건 건물의 유치권으로 받을 합의금으로 얼마를 받더라도 그 중 3억 5,000만 원을 원고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인바, 이에 의하면 원고와 G은 원고가 G에게 어떤 금원을 확정적으로 지급한다고 합의한 것이 아니라 G이 원고 대신 공사대금을 회수하면 그때 비로소 G이 3억 5,000만 원을 원고에게 주고 나머지 돈을 갖는다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 분명하므로, 그 이전인 2016. 2. 25. 원고와 F이 이 사건 약속어음을 주고받으면서 정산이 이루어져 원고가 F에게 4억 원을 주기로 약정하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피고의 주장대로라면, 2016. 7. 11. 당시 원고는 F에 대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에서 G과 사이에 위와 같은 합의서까지 작성하였다는 것이므로, 그 후 G이 3억 5,000만 원 이상의 공사대금을 회수하게 되면 원고는 G으로부터 3억 5,000만 원만을 지급받게 되고 그 돈에다가 다시 자기 돈 5,000만 원을 합한 4억 원을 F에게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인 것이다. 결국 원고와 G 측은 2016. 7. 11. 위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이 사건 약속어음을 전혀 계산에 넣지 않았음이 분명하고, 이는 이 사건 약속어음이 통정허위표시에 기하여 발행되었다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
원고는 제1심에서 N(원고의 처 E의 이모이자 F의 모)과 F 사이의 통화 내용이 기재된 갑 제2호증(녹취록)을 서증으로 제출하였는데, 그 기재에 의하면, F은 어머니 N에게 이 사건 약속어음에 관하여 언급하면서 F 자신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받기 좋게 하기 위해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받아두었고 일이 마무리되면 돌려줄 거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서증에 대하여 피고는 당심 말미에 을 제20호증(N의 사실확인서)을 서증으로 제출하면서 갑 제2호증(녹취록)은 E가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N을 회유하여 전화통화를 녹음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갑 제2호증(녹취록)의 기재 내용은 이 사건의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피고는 당심 말미에 이르러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 채권이 G과 F의 원고에 대한 순수한 임금채권일 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위 주장이 이유 없는 것임은 앞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다.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에 대하여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사무의 취급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변호사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법조에서 말하는 '대리'에는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행위를 본인을 대신하여 행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하여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하여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9도2193 판결, 대법원 2002. 11. 13. 선고 2002도272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는 강행법규로서 같은 법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익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그 자체가 반사회적 성질을 띠게 되어 사법적 효력도 부정된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다카1802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98843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와 G 측의 기본적 법률관계는 위임계약이고, 그 대상 사무는 피고의 2018. 3. 12. 자 준비서면에 기재된 바와 같이 '원고의 공사대금 회수를 위한 유치권 행사와 관련한 업무, 즉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 및 원고의 소송진행과 관련하여 G이 지인인 변호사를 소개하여 소송진행 등의 협조를 하는 업무'를 말한다. 여기에다가 피고는 2019. 4. 11.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G이 관련 소송의 진행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특히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유치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원고와 E는 일절 개입한 사실조차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는 점, 당심 증인 F은 이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G 측이 수행한 위 업무는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하여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하여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고자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설령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위와 같은 사건처리 대가를 약정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자체로 반사회적 성질을 띠게 되어 사법적 효력을 부정함이 마땅하므로, 이 법원으로서는 그러한 부정한 이익의 실현에 협조할 수 없는 것이다.
원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의 무효를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
어음채무자는 어음채권을 지명채권양도의 방법으로 양수한 자에게 양도인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고, 따라서 지명채권양도의 방법으로 양수한 어음채권의 행사는 어음채무자와 양도인 사이의 원인관계의 효력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대법원 2015. 3. 20. 선고 2014다8364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행위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경우에도 민법 제108조 제2항에 의하면 그러한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이 점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본다.
피고의 2018. 3. 12.자 준비서면에 의하면, 피고는 남편 M을 통하여 이 사건 공정증서상의 채권을 양수하였는데, M은 그 과정에서 G과 F을 만나 그들로부터 유치권 행사와 관련한 업무의 수행,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과 이 사건 공정증서의 작성, 원고와 G 사이에 이루어진 2016. 7. 11.자 위임계약서, 채권양도계약서, 합의서의 작성, 이 사건 건물의 경매 등의 제반 사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피고는 G이 원고의 I에 대한 판결 채권을 원고 대신 행사하기 위하여 원고로부터 양도받은 위 채권을 다시 G으로부터 담보 명목으로 양도받았을 뿐만 아니라(지인 U 명의로 양도받았다고 한다), 원고와 G 사이의 합의서 내용까지 확인하고 이 사건 공정증서상의 채권을 양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이 사건 공정증서상의 채권이 피고에게 양도된 시점은 원고가 이 사건 공정증서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기 위하여 이 사건 소장을 제출한 이후인 점, 피고는 이 사건 공정증서상의 채권 4억 원을 양수하는 대가로 1억 2,100만 원을 지급하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그 실질상 G 측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되므로 민법 제108조 제2항이 규정하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통정허위표시의 점에 대하여 '악의'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로서는 피고에 대하여 위 인정의 통정허위표시 무효로써 대항할 수 있다.
나아가 반사회질서 무효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지명채권양도 방법으로 이 사건 공정증서상의 채권을 양수한 이상, 이 사건 약속어음에 관한 원고의 인적항변이 절단되지 않는데,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사정은 통정허위표시 무효의 경우와 달리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는 특별한 규정도 없으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약속어음의 원인관계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을 가지고 얼마든지 피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정증서의 집행력 배제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한다.
판사 황병하(재판장) 정총령 민달기
각주1) 피고의 2019. 4. 11.자 준비서면 제7면 참조.
각주2) 당심에서 사임한 피고의 소송대리인(변호사 T)이 작성한 것이다.
각주3) 당심 후반부에 새롭게 선임된 피고 소송대리인(변호사 허윤기)이 작성한 것이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