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9. 6. 27. 선고 2018나2042079 판결

2018

주문

1.

제1심판결의 반소에 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피고(반소원고) B의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원고(반소피고)는 피고(반소원고) B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8. 31.부터 2019. 6. 27.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의 피고(반소원고) B, 피고 C에 대한 항소와 피고(반소원고) B의 나머지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 B 사이에 발생한 소송 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통틀어 그중 95%는 원고(반소피고)가, 나머지는 피고(반소원고) B이 각 부담하고, 원고(반소피고)와 피고 C 사이에 발생한 항소비용은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 피고 C, B은 모두 E은행 소속 직원들로서, 아래의 각 사건 당시 원고는 E은행 F금융센터의 부지점장, 피고 C, B은 E은행 F금융센터의 과장이었다.

나.

사건의 발생

1)

원고는 2015. 2. 6. 인천 중구 G 소재 H 식당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한 후, 피고B과 인근 I 호프집으로 이동하여 함께 폭탄주를 마셨고, 2015. 2. 7. 01:00경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B을 택시에 태워 인천 중구에 있는 J호텔에 데려가 함께 투숙하였다. 피고 B은 같은 날 06:00경 잠에서 깨어나서야, 자신은 팬티와 브래지어만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고, 당일 입었던 원피스에는 구토물로 범벅되어 있었으며, 원고는 옆 침대에 누워 있는 상황을 알게 되었다(이하 '제1사건'이라 한다).

2)

원고는 2015. 2. 25. 인천 중구 G 소재 H 식당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한 후, 피고 B과 인근 I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K 노래방으로 이동하여 폭탄주를 마셨으며, 2015. 2. 26. 01:00경 노래방과 같은 건물에 있는 L 모텔에서 술에 취한 피고 B과 성관계를 가졌다(이하 '제2사건'이라 한다).

3)

원고는 2015. 5. 15. 인천 중구 M 소재 N 식당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한 뒤, 2015. 5. 16. 02:00경 피고 B을 택시에 태워 인천 중구 신도시 소재 O노래클럽 쪽으로 이동하였다. 원고는 노래방 앞 노상에서 피고 B의 팔을 잡아끄는 행동을 하였다(이하 '제3사건'이라 한다).

다.

원고에 대한 고소와 처분

1)

피고 B은 2015년 11월경 '원고가 2015. 2. 7. 01:00경 술에 취한 자신을 추행하였고, 2015. 2. 26. 01:25경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자신을 1회 간음하였으며, 2015. 5. 16. 02:00경 자신을 모텔에 데리고 가 간음하려고 하였으나 미수에 그쳤다'면서 원고를 준강제추행, 준강간, 강간미수(이하 '준강간 등'이라 한다) 혐의로 고소하였다(이하 '이 사건 고소'라 한다).

2)

검사는 2016. 9. 22. 원고에 대하여 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 B이 항고(서울고등검찰청 2016고불항12378)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후 피고 B이 재정신청(서울고등법원 2016초재5549)하였으나 '재정신청절차가 형사사건이고 공소제기 결정을 위한 것이므로, 고소사실이 민사소송에서 말하는 증거의 우월 정도의 입증으로는 부족하고, 형사 본안소송에서와 같은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 내지는 그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합리적 확실성을 가지고 입증되어야 하는데 제출된 자료 및 수사기록만으로는 공소제기를 명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재항고(대법원 2017모2492)도 기각되었다. 위 불기소처분 당시 피고 B에 대한 무고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다.

3)

피고 B은 원고를 위 주장과 같은 내용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준강제추행, 준강간 등의 혐의로 재차 고소하였으나, 2018. 4. 30. 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내려졌다.

라.

피고 C의 원고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

한편, 피고 C는 2015. 5. 27. E은행의 카드시스템에 접속한 후 원고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조회하여 피고 B에게 알려주었고, 피고 B은 이를 이용하여 원고의 행위일시를 특정하여 이 사건 고소를 하였다.

마.

피고 C, B에 대한 형사재판

1)

피고 C, B은 2018. 4. 9. '공모하여 원고의 개인정보를 누설함으로써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제1심법원은 2018. 9. 19. 피고 C에 대하여는 벌금 1,500,000원을, 피고 B에 대하여는 'C에게 A(원고)의 카드결제내역 조회를 부탁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고(인천지방법원 2018고단2405 판결), 검사가 위 판결 중 피고 B 부분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2019. 5. 30. 항소가 기각되어(인천지방법원 2019. 5. 30. 선고 2018노3358 판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8, 14, 15, 16, 17호증, 을나 제7, 34, 3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피고 B, C에 대한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다음의 이유를 들어, 원고에게 피고 C, B은 공동하여 아래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로 급여손실액 중 일부인 61,886,814원, 위자료 2,000만 원 등을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①

피고 B은, 원고가 준강간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술에 취한 자신을 추행 또는 간음하였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기재하여 원고를 고소하였다.

②

피고 C는 피고 B의 부탁에 따라 원고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무단으로 조회하여 피고 B이 이 사건 고소에 필요한 행위일시를 특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③

원고는 피고 B의 이 사건 고소에 의하여 대기발령을 받아 2015년 11월경부터 업무를 하지 못하였고 감봉처분의 징계를 받았으며,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나.

피고 B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의 제4쪽부터 제5쪽까지 중 '나. 피고 B에 대한 청구 부분'의 이유 해당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다.

피고 C에 대한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 C가 2015. 5. 27. 원고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조회하여 피고 B에게 알려주었고, 피고 B이 이를 이용하여 원고의 행위일시를 특정하여 이 사건 고소를 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앞서 나.항에서 본 것처럼 피고 B의 이 사건 고소를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는 점, 위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시점은 피고 B이 원고를 고소하기 약 5개월 이전인데, 피고 B은 그동안 원고의 행동에 대하여 회사나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다가 그녀의 남편이 알게 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이 사건 고소를 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가사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 C가 피고 B의 부탁을 받아 카드 조회를 하였던 것이라 하더라도, 위 사실만으로는 피고 C가 피고 B의 이 사건 고소를 공모 또는 방조하였다거나 이로 인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피고 B의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B의 주장

피고 B은 다음의 이유를 들어 원고는 피고 B에게 위자료 5,000만 원을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①

원고는 피고 B의 직장 상사로서, 피고 B은 원고의 업무적, 사적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다.

②

원고는 이러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2015. 2. 7. 피고 B을 둘만 있는 장소로 유인하여 술에 취하게 만든 후 인사불성 상태가 된 피고 B을 호텔로 데려가 옷을 벗긴 뒤 추행하였고, 2015. 2. 26.에도 노래방에서 피고 B을 강압적으로 만취하게 만든 후 같은 건물에 있는 모텔로 데려가 간음하였다.

③

원고는 2015. 5. 16.에는 회식 후 귀가하겠다는 피고 B에게 모텔로 가자고 요구하며 팔을 잡아끌었고, 그 후로도 약 5개월 동안 피고 B에게 전화와 문자로 음담패설을 하는 등 성희롱을 반복하였다.

④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로 피고 B은 원 직장에서 근무할 수 없게 되었고, 정신과에서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를 하는 등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나.

관련 법리

1)

준강간·준강제추행 및 성희롱의 정의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이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형법 제299조 참조).

한편,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이 때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2)

민사소송에서 입증의 정도

민사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떠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7730 판결,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등 참조).

3)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그 지도이념과 증명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므로, 형사사건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되거나 '혐의 없음'의 불기소 처분이 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민사책임이 부정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다33485 판결 등 참조). 형사사건에서의 무죄판결 혹은 무혐의처분은 해당 사실에 대하여 증거능력 있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입증이 없다는 것일 뿐, 해당 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도 아니기 때문이다(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7다75648 판결 참조).

다.

판단

1)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가)

원고가 피고 B에 대한 2015. 2. 7.자 준강제추행 혐의, 2015. 2. 26.자 준강간혐의에 대하여 모두 불기소처분을 받은 사실, 피고 B이 원고를 위 주장과 같은 내용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준강제추행, 준강간 등의 혐의로 재고소하였으나, 2018. 4. 30. 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내려진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나)

그러나 앞서 본 인정사실, 을나 제1 내지 6, 10 내지 13호증, 을나 제18호증의1, 2, 을나 제29 내지 36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P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15. 2. 7.과 2015. 2. 26. 및 2015. 5. 16.에 업무상 지위를 이용하여 부하 직원인 피고 B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고 B을 상대로 그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하거나 기타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①

피고 B은 2015년 11월경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같은 달 24일 처음 성폭력 통합지원센터에서 준강간 등 경위에 대해 진술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원고의 처벌을 구하면서, 제1, 2, 3 사건과 관련한 전후 사정들, 직원 전체 회식 이후 원고와 둘이 술자리를 하게 된 경위, 모텔에 가게 된 경위, 원고의 언동, 당시 상황 등에 대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특히 제2사건과 관련하여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황들, 예를 들어 원고와 성관계를 가질 당시 자신은 술에 취한 상태로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원고를 밀쳐 내거나 저항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고, 원고가 위 피고의 체위를 바꾸어가며 성관계를 했다는 점에 대하여도 기억나는 대로 숨김없이 진술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피고 B의 진술 내용들은 I 호프집 여직원의 진술이나 피고 C의 경찰에서의 진술, 원고 및 원고 측근인 P, Q의 사후 대응 태도 등과도 부합한다.

②

보다 구체적으로, 제1사건의 경우 직원 전체 회식 후 원고와 따로 가진 술자리에서 피고 B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였던 사실, 그 상태에서 원고가 택시를 불러 위 피고를 호텔로 데리고 가 함께 투숙한 사실은 앞서 인정사실에서 본 것과 같다.

피고 B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당시 원고가 호텔에서 피고 B의 옷을 벗기고 간음 내지 추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 원고는 피고 B보다 상급자로서, 피고 B은 원고가 권하는 술을 거절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던 점, ㉯ 피고 B으로서는 배우자 이외의 남성과 호텔에 함께 투숙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성적 수치심이나 굴욕감,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점, ㉰ 원고는 충분히 위 점들을 알거나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피고 B에게 독한 술을 권하여 만취상태에 이르게 하고, 그 후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피고 B을 집으로 보내거나 그의 배우자 등에게 연락하지 않고 택시에 태워 호텔로 데려가 한 방에서 함께 투숙한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설령 원고가 피고 B을 간음하거나 추행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일련의 행위들은 피고 B에게 성적인 굴욕감 내지 혐오감을 주는 불법행위(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③

제2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 B이 성관계를 가진 사실에는 다툼이 없으나 피고 B은 원고가 위 피고의 만취상태를 조성한 후 의식이 없는 자신을 간음한 것이라 주장하는 데 반해, 원고는 피고 B과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행위라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 기록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 즉, ㉮ 피고 B은 당시에도 원고가 권하는 독한 술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였다고 판단되는데, 위와 같은 상태에서 위 피고가 달리 저항하거나 거부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와의 성관계에 자발적으로 동의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 원고는 제1사건과 같은 전례가 있으므로, 피고 B에게 독한 술을 권할 경우 위 피고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만취할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다시금 두 사람 만의 술자리를 만들어 독한 술을 권하였던 점, ㉰ 원고 및 원고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P는 피고 B과 그의 남편에게 지속적으로 사죄하고자 하였고(을나 제5, 6호증의 각 기재)<1>, 원고를 신임하던 Q 본부장도 원고를 일방적으로 힐난하며 피고 B에게 사과할 것을 종용하였는데(을나 11호증의 기재), 이러한 대응 태도들은 원고가 피고 B에게 일방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상황임을 전제해야만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는 점, ㉱ 피고 B은 앞서 인정사실에서 본 것과 같이 수년에 걸쳐 고소, 재정신청, 재고소 등을 통하여 줄곧 원고의 처벌을 구하여 왔는데, 이를 합의에 의해 성관계를 가진 당사자의 태도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성관계 당시 이에 대한 피고 B의 동의가 없었다고 판단된다.

④

한편, 원고는 피고 B이 피해 직후 원고나 회사, 경찰에 피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다가 수개월 후에야 이를 고소하였고, 제2사건 직후인 같은 날 05:46경에 정상 출근하여 근무하였으며, 그 이후에도 원고와 식사 자리를 함께 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사진을 같이 찍기도 한 사실 등을 들며 피고 B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관련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이와 같은 이른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거나,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에도 다음의 사정 즉, ㉮ 직장 분위기가 엄격하였고, 원고는 직장 내 본부장의 최측근으로 일컬어지며 위세가 대단했던 점, ㉯ 사건 당시 피고 B은 성관련 피해에 대한 강한 수치심과 배우자가 알게 될 경우 가정이 파탄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을 개연성이 높고, 실제로 본인도 그러한 두려움을 토로하였던 점, ㉰ 이에 비추어 위 피고가 2015년 10월경 그의 배우자가 알게 된 이후에서야 비로소 회사 감찰반 및 경찰에 신고하게 된 것도 충분히 납득 가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피고 B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⑤

제3사건과 관련하여, 피고 B은 원고가 집에 귀가하려는 자신에게 모텔에 가자며 팔을 잡아끌었다고 주장한다. 위와 같은 피고의 일관된 진술 내용은 당시 현장의 목격자 피고 C의 경찰에서의 진술 내용과도 상당 부분 일치하며, 무엇보다 피고 B이 제3사건 이후인 2015. 5. 23. 원고와 주고받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의 내용(을나 제4호증)과도 부합한다.

피고 B :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시곤 억지로 택시에 태워서.. 밀폐된 룸살롱 데려가서 또 독한 양주 먹이시고... 싫다는데 모텔로 끌고 갈려고 하시고... 전 도무지 이해가 안돼요.'

원고 : '할 말이 없다. 미안해', '내가 잠깐 미친 것 같다. 머리에서 지워지지가 않네. 용서해다오. 정말 상처 줘서 미안하다', '지점 나가겠다고 본부장님께 보고 드렸어. 받아드려질지는 모르겠다.'

결국, 원고가 피고 B의 팔을 잡고 있었던 것은 피고 B의 주장과 같이 모텔에 가자고 잡아끄는 행동이었다고 판단되며, 이는 원고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운 지위에 있었던 피고 B에게 성적 굴욕감을 주기에 충분한 성적 언동이라 판단된다.

⑥

한편, 피고 B이 피고 C에게 원고의 카드결제내역 조회를 부탁하였는지 여부는 원고가 피고 B과 동의 없는 성관계를 맺거나 피고 B을 성희롱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함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가사 원고의 주장대로 위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성관련 피해자로서 피해 사실을 보다 특정하여 법적인 권리구제를 받기 위해 한 행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

결국 원고의 위 불법행위로 인해 피고 B이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위 피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원고가 피고 B에게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을나 제18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 B은 원고로부터 위와 같은 성희롱 등 지속적 성관련 피해를 당한 이후 수면장애, 불안증, 자살 충동, 우울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며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위와 같은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었던 점 (피고 B은 2015. 10. 24.부터 2017. 8. 19.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② 나아가 201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년 이상의 기간 동안 각종 형사, 민사상 법적절차에 시달려온 점, ③ 원고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진 이후, 피고 B은 직장에서 대기발령을 받았고 이러한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되어 온 데 반해, 원고는 오히려 대기 발령 상태에서 복직 처리되었으며, 이후 원고가 역으로 피고 B을 무고혐의로 몰아감으로써 2차 피해를 가해온 점, ④ 이로 인하여 피고 B으로서는 다시 복직처리 되더라도 종전과 같은 평온한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인 점 등 이 사건 기록에 드러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원고가 피고 B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는 50,000,000원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원고는 피고 B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 종료일 이후로서 피고 B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반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7. 8. 31.부터 원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투는 것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9. 6. 27.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C, B에 대한 본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반소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며 나머지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C, B에 대한 본소청구에 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고, 피고 B의 반소에 관한 부분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 B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의 반소에 대한 부분 중 원고에게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피고 B의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로 하여금 피고 B에게 위 금액을 지급할 것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설범식(재판장) 이재욱 김길량

각주1) P 부지점장 → 피고 B: '오늘 A새끼(원고) 불러서 정말 B씨(피고 B)와 남편분께 무릎 꿇리고 사과시키고 싶다.' 'A(원고)가 오늘 꼭 사과드리고 싶다고 해서 집 앞에 와 있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라. 지금 A(원고) 얼굴 본다는 자체가 너에게는 얼마나 힘들거란걸 생각 못했다. A 데리고 갈 테니 푹 쉬어라'

각주2) 원고 → 피고 B 남편 : 어제 경황이 없고 겁도 나서 너무 책임감 없이 말씀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너무 일방적이라 생각하시겠지만, 꼭 뵙고 다시 사죄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댁 앞에 와 있습니다. 제 용서를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