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원고는 2007. 4. 6. 시내버스 운수사업을 하는 피고에 입사하여, 안양 동안구 D 차고지를 출발하여 서울 구로구 온수동에서 회차하여 차고지로 돌아오는 E 노선의 시내버스를 운전하였다.
피고의 징계위원회는 2017. 12. 6. 원고에 대해 다음 사유를 징계대상사실로 하여 정직 10일의 징계를 의결하였고, 피고의 대표이사는 2017. 12. 13. 원고에게 징계위원회 결과를 통보하여 정직 10일의 이 사건 징계처분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이므로, 그 무효 확인을 구하고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한다.
제1 징계대상사실은 고의·중과실 없이 발생한 경미한 접촉사고이므로 피고의 단체협약 제30조에 따라 징계사유가 될 수 없고, 제3 징계대상사실은 교통 상황 및 도로 사정에 맞춰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정상적으로 운행하였을 뿐 고의로 지연운행을 하거나 배차 간격을 미준수한 것이 아니므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제2 징계대상사실은 징계사유에 해당하나, 징계사유에 비해 징계처분이 지나치게 과중하고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
판단
제1 징계대상사실의 징계사유 해당 여부
피고 사업장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K노동조합과 피고가 포함된 사용자단체인 L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갑 4) 제30조에서 "운전직 종업원(조합원)이 승무 중 고의가 아닌 부주의 또는 불가항력적으로 사고가 야기되었을 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사고로 인하여 약식 기소된 자(정당한 사유 없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사고자 제외)에 대하여는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이고,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제1항, 제2항). 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을 원고에게 통보하면서 징계처분의 근거로 취업규칙의 징계 관련 규정을 제시하였지만(갑 1m2) 그 취업규칙은 위와 같은 단체협약의 내용에 위반하는 범위에서 무효이고 단체협약 제30조가 적용된다.
단체협약 제30조는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운전 업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운전직 근로자의 잘못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정식 기소되지 않을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교통사고인 때에는 그 사고가 근로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발생한 경우에 한정하여 징계 등 불이익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원고가 제1 징계대상사실과 같은 교통사고로 정식 기소되었거나 원고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증거는 없다.
피고의 노사협의회는 교통사고에 대해 피해 액수별로 정직기간을 달리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2014. 6. 5.부터 시행하기로 하였지만(을 1), 이는 징계사유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단체협약 제30조에 따라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경우의 징계양정기준을 정한 것이므로 이를 들어 제1 징계대상사실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
제1 징계대상사실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제3 징계대상사실의 징계사유 해당 여부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처분을 통보하면서 징계처분의 근거로 제시한 취업규칙의 징계사유 (제55조)에서는 제3 징계대상사실인 '지연운행으로 인한 상습적인 배차 간격 미준수 행위'를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갑 1-2). 제3 징계대상사실과 관계 있는 취업규칙 제55조의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은데, 제3 징계대상사실이 이에 해당하려면 배차 간격 미준수의 원인인 지연운행에 대한 원고의 고의나 의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연운행이라는 용어 자체가 정상 운행보다 의도적으로 늦게 가는 운행임을 의미한다.
제5호: 고의로 업무 능률을 저해하거나 업무 수행을 방해한 때
제12호: 업무상의 지휘명령을 위반한 때
제18호: 타 종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폭행하였을 때
제21호: 타 종사원의 근무 또는 출근에 지장을 준 때
제22호 : 운전직 종사원이 승무 중 운행 질서를 문란시키거나 사고를 야기시킨 때
제29호: 사업장 내에서 업무 수행을 방해하거나 동조한 때
제31호: 근무 중인 다른 종업원의 업무 또는 작업을 방해거나 고의로 저해시킨 때
제38호: 기타 전 각 호에 준하는 등의 행위로 사회통념상 회사 경영 질서 유지를 위하여 징계처분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때
피고는 오랫동안 같은 노선을 운행한 원고가 자신의 과거 운전과도 다르고 같은 노선을 운전하는 다른 운전기사들과도 다르며 특히 교통 상황이나 도로 사정이 유사한 조건에 있는 원고 차량의 선행 차량이나 후행 차량과도 다르게, 2017. 10. 27.부터 원고 차량만 운행 시간이 늘어나 교통 혼잡 시간이 아닌 오전 제1회 운행부터 운행이 지연되어 배차 간격을 준수하지 못하였고 2017. 11. 14.까지 단기간에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지연운행의 기준으로 원고 차량과 선행 차량과의 간격이 인가된 기준 배차 간격의 2배 이상 벌어지고 선행 차량과의 간격이 늘어남에도 후행 차량과의 간격은 줄어든 경우를 제시한다. 제3 징계대상사실이 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피고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긴 어렵다.
우선 피고가 이 사건 징계처분 당시 근거로 한 운행 결과는 과장되었다. 피고가 제3 징계대상사실과 관련하여 원고가 지연운행을 하였다고 산정한 시간은 [별지]의 '피고 주장 지연 시간'으로 이는 대부분 같은 노선을 운행하는 원고의 선행 차량이 차고지에 도착한 시각과 원고 차량이 차고지에 도착한 시각의 차이일 뿐 진정한 의미의 운행 시간 차이가 아니다([별지]의 출발 시각, 도착 시각은 을 제6, 9호증 배차운행자료에 따라 산정하였다. 계산 과정에서 출발 시각과 도착 시각의 초 이하는 생략하여 다소의 계산 차이는 있다). 원고 차량과 원고의 선행 차량은 출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출발 간격을 감안하여 순수하게 원고 차량이 선행 차량보다 차고지에 늦게 들어온 시간을 산정하면 [별지]의 '실제 지연 시간'과 같은데 이를 정리하면 피고가 근거로 한 지연 시간은 대폭 감소한다.
원고가 운행한 E 노선의 1회 운행 거리는 약 50km, 정류장 수는 104개이고(갑 10) 통상적인 운행 시간은 적어도 3시간을 예정하고 있다(갑 18, 을 13), 도로가 혼잡하지 않은 오전 첫차의 실제 운행 시간도 예정된 2시간 30분을 넘겨 3시간을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갑 23, 30, 31), 위와 같은 시간 차이만으로 피고가 주장하는 경우마다 지연운행이 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
다만, 새로 산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원고 차량의 운행 시간이 선행 차량보다 20분 이상 소요되거나 원고 차량과 선행 차량의 간격은 늘어난 반면 원고 차량과 후행 차량의 간격이 줄어들거나 심지어 후행 차량이 원고 차량을 추월하는 등으로 원고의 지연운행이 의심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연운행을 이유로 원고를 징계한 것이다. 징계를 하려면 교통 상황이나 도로 사정과는 관계없이 원고가 의도적으로 늑장 운전을 한 경우임이 명확하게 확인되어야 한다.
피고는 시내버스 주행 장면이 촬영된다고 하면서도, 원고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 법원에 원고의 운전과 관련된 영상을 일체 제출하지 않았다.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에서도 그와 같은 영상이 제시되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 피고는 주행 영상 확인 및 보관의 어려움과 용도의 제한 등을 들어 영상을 제출하지 않았으나, 제3 징계대상사실이 징계사유가 되려면 피고가 주장하는 지연운행 중 가장 운행 시간이 긴 주행 영상이라도 살펴 원고 운전의 특징적인 면모나 지연 의도를 포착하여 징계의 근거로 제시해야 하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면 원고와 다른 운전기사가 운행하는 시내버스에 동승하는 방식으로라도 원고와 다른 운전기사의 운전 실태를 점검하고 비교하여 원고 차량의 지연 요인이 무엇인지부터 확인되어야 한다.
원고는 자신의 운행 시간이 2017. 10. 27.부터 늘어난 이유로 무리하게 배차 간격을 맞추려다 2017. 7. 26. 제1 징계대상사실인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2017. 10. 23. 제2 징계대상사실인 신호 위반 등을 하여 민원이 제기된 이후 더는 무리한 운전을 하지 않고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는 방법으로 안전운전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징계절차에서도 피고가 주장하는 지연운행을 부인하면서 안전운전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단체협약 제12조에서 피고는 종업원(조합원)에게 안전운행이 가능하도록 적당한 배차 운행 시간을 부여하고 배차 운행 시간 변경 시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피고는 징계통보서에서 '안전운전은 모든 운수 종사자가 가져야 하는 기본 정신으로 안전운전은 배차 간격을 준수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고, 원고는 식사 시간이나 휴게 시간 확보를 요구하며 배차 일정을 준수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후행 차량이 추월하는 상황에서도 배차 간격을 준수하려는 노력이 확인되지 않는다. '라는 이유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원고의 주장을 일축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피고의 운전기사들 상당수가 상습적인 정체 구역의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거나 수개 차선 안쪽에서 무리하게 승하차를 하도록 하거나 교통 상황이 혼잡하지 않은 새벽 시간에도 신호를 위반하는 경우가 있고(갑 13~17, 24), 과속·무정차 등으로 단속되거나 민원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으며(갑 20), 원고 외의 다른 운전기사도 운행이 지연되어 징계가 거론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피고는 2017. 10. 30. 배차 간격 준수의 현실적 문제점을 강력하게 주장한 해당 근로자에 대해서는 지연운행을 징계사유에서 제외하였다. 갑 32, 33), 다른 시내버스 회사도 마찬가지여서 배차 간격을 준수하기 위한 난폭 운전이나 과속 운전과 운전기사의 열악한 근로 환경이 사회문제가 되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갑 12). 다른 운전기사들이 정시에 운행을 하고 있다는 표면적인 사정은 배차 간격이 합리적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원고의 의도적인 지연운행을 시사하는 것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피고의 임금협정(갑 4) 제2조 제3항에서 운행 전후 사이의 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운행이 지연될수록 다음 운행까지의 휴식 시간이 줄어들어 원고 입장에서도 굳이 지연운행을 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지연운행에 대해 승객들이 원고에게 항의하거나 피고나 관계 당국에 민원을 제기하였다고 볼 뚜렷한 증거도 없다.
피고의 노사협의회는 2014. 6. 5.부터 배차 간격 미준수 행위에 대한 징계기준을 마련하였으나(을 1) 이는 운전기사의 의도적인 지연운행으로 인한 배차 간격 미준수가 명확히 확인되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의 징계양정을 정한 것으로 보일 뿐이므로, 이를 들어 의도적인 지연운행인지 여부가 불분명한 제3 징계대상사실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시내버스 이용자의 편의를 보장하고 시내버스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적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같은 노선의 시내버스들이 선행 차량, 후행 차량과의 배차 간격을 준수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운행되어야 한다. 특정 운전기사가 지연운행을 하면 당해 차량의 지연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차량이 지연되어 승객들의 불편이 초래되고 다른 운전기사의 운행 시간과 휴식 시간에도 중대한 지장을 주는 점에서 배차 간격을 준수하기 위한 피고의 고충과 애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더구나 피고의 시내버스 운수사업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면허를 받아 이루어지는 것으로 피고는 정해진 운행 대수, 운행 횟수, 일정 범위의 배차 간격을 준수하여야 하고, 배차 시간의 준수 여부와 첫차 및 막차의 결행 여부 등에 관하여 지속적인 평가와 감독을 받고 있다(갑 11, 을 13). 그러나 정시운행만큼 안전운행도 중요하고 무리한 배차 간격. 은 운전기사의 근로 조건을 악화하고 근무 환경을 저해하는 점에서 정시운행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은 정시운행을 강조하는 점을 넘어 정시운행을 하지 못한 이유가 원고에게 있다고 보아 원고를 징계한 것이므로, 피고는 지연운행의 진정한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여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원고의 주장과 같이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는 정상적인 운행으로는 배차 간격을 준수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운전기사의 충원, 시내버스의 증차나 배차 간격의 조절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피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 후에야 노사합의에 따라 E 노선의 운행 횟수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갑 29)]. 그것이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운전기사를 징계하는 방식으로 배차 간격 준수를 강제하는 것은 징계권의 적정한 행사로 볼 수 없다.
이상의 이유로 제3 징계대상사실은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
이 사건 징계처분의 효력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나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그대로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않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2다5155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원고의 징계 전력과 제2 징계대상사실의 내용을 고려하여도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 중 제1, 3 징계대상사실이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아 기본적인 전제가 달라진 점, 교통법규나 신호 위반에 대한 피고의 처리 방식(갑 20) 등을 종합하면 제2 징계대상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 징계처분은 위법하여 무효이고, 피고가 그 효력을 다투는 이상 원고는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피고의 임금 지급 의무
이 사건 징계처분이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처분으로 원고가 받지 못한 임금으로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1,308,856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소장 송달일 다음 날인 2018. 5. 2.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9. 3. 29.까지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 부칙 제2조 제1항,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2019. 5. 21. 대통령령 제297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윤승은(재판장) 황승태 이예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