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1. 26.부터 2020. 5. 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항소 및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총비용 중 40%는 원고가, 6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의 금전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기재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중 2.의 나. 항 및 3의 가.4)항과 3의 나.4)항을 각 삭제하고 제1심 판결문 해당 부분을 아래와 같이 수정 및 추가하며, 원고와 피고의 당심에서의 주된 주장에 관한 판단을 아래 2.항과 같이 추가하고, 제1심 판결 이유 중 4.항 결론 부분을 아래 3.항과 같이 고쳐 쓰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8면 17행부터 9면 2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수정
『가) 사용자가 업무 목적으로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이하 '사내 이메일'이라 한다)의 경우 그 통신사실이나 통신의 내용에 관하여 근로자 개인이 가지는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 보호에 관한 기대나 보호의 정도는 사적인 이메일에 비하여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보호가 완전히 배제된다고는 할 수 없다.
사용자는 근로자의 업무상 비위행위에 관하여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징계자료 수집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것과 같은 엄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제한된 목적과 범위 내에서 해당 근로자의 사내 이메일을 검색·열람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급박한 피해의 발생이나 복구불가능한 자료의 은닉 또는 삭제가 우려되는 경우가 아닌 한, 사전에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거나 열람의 범위나 방법에 대한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검색·열람의 대상이나 범위 및 방법을 합리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근로자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사내 이메일의 검색·열람 과정에 당해 근로자 본인 또는 객관적·중립적 지위에 있는 제3자를 입회하도록 하는 방법은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방지할 가장 유효적절한 방법이나, 그와 같은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부적절한 경우에는 그에 준하는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이에 갈음할 수 있다고 할 41것이다.
갑 제18, 34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감사국 소속 직원 2명은 감사과정에서 원고의 사내 이메일 로그기록과 이메일을 검색하고 검색된 이메일의 내용을 열람한 사실이 인정되는 반면, 피고가 사전에 원고에게 그에 관한 동의를 구하거나 이메일의 검색·열람 과정에 원고 또는 제3자가 입회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였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그러나 갑 제2호증, 을 제2호증,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2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와 같은 조사방법이 원고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징계처분을 무효로 할 정도로 중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10면 3행 말미에 다음을 추가
『[한편, 위 정보보호 서약서에서 열거한 동의 사유(회사의 영업비밀 보호, 유출방지 및 보안사고 대응) 및 서약서의 작성시기(2015년 10월경)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서약서는 원고가 위 동의사유와 무관한 사유로 위 서약서 작성 전에 송수신한 이메일의 검색·열람까지 동의 내지 수인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는 될 수 없다].』
10면 10행부터 11면 1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수정
『⑤ 피고의 감사국 직원 2명은 이 사건 문건(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및 이 사건 인사이동안 등의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임직원들(원고 포함)을 검색대상자로 추린 다음 검색키워드(성향, 명단, 리스트, 좌파, 카메라기자)를 선정하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기간 동안 검색대상자들의 이메일 로그기록 및 출력로그기록을 먼저 검색하여 메일 제목과 첨부파일명에 검색키워드가 포함된 경우를 선별하였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이 사건 인사이동안 문건의 발신자인 O의 이메일 로그 기록을 발견하고 O 및 조사과정에서 연관성이 드러난 AL에게 이메일 내용 열람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으나, 이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 피고는 위 감사국 직원 2명으로부터 정보 누설 금지 서약을 작성받은 후 이들로 하여금 문제된 이메일을 열람하게 하여 이 사건 인사이동안의 내용을 열람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이메일 열람에 앞서 위 이메일의 수신인이자 감사 대상인 원고에 대하여 동의를 구하거나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것은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피고로서는 열람의 대상 및 범위와 방법을 제한하고 감사국 직원들로부터 정보 누설 금지 서약을 받는 등 조사목적과 무관하게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나름의 조치는 취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원고의 주장처럼 오로지 제3노조 소속 조합원이라거나 과거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문건 등의 작성 및 실행 의혹과 전혀 무관한 직원들의 이메일과 그 로그기록까지 무제한적으로 열람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고, 원고를 표적 징계하기 위하여 위 의혹과는 관련이 없는 별건의 비위행위를 문제 삼은 바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원고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14면 6행부터 14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수정
『④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는 순번 3, 6(X, AB) 카메라기자에 대하여 'J노조 강성 세력으로 회사정책에 비협조적이므로 데스크수행에 문제 있음'이라는 기재가 되어 있는 반면, 이 사건 문건은 이들을 'J노조의 영향력에 있는 회색분자들'이라고 분류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 한편, 순번 10(AF)에 대하여 제3노조 가입사실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그에 대하여 기재된 '부서 변경사유'와는 무관하며, 이 사건 인사이동안의 나머지 부분에는 카메라기자들에 대한 성향 분류 표시나 노조 가입 여부가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이 이 사건 문건을 반영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 이 사건 인사이동안의 내용과 실제 발령부서가 다른 경우가 있고[순번 3, 4, 6(X, Z, AB)], 일치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성향이나 특정 노조 가입 여부에 따른 이익 또는 불이익한 인사조치로 보기 어려운 점, ㉡ D국과 AO국의 인사교류는 Q부장의 요청에 따라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점, ㉢ X은 2013년 6월 이후로 F부 데스크직을 수행하고 있지도 않았던 점, ㉣ 당시 F부장 AP은 X, V의 인사와 관련해 사전에 원고와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하고 Y부장 AQ도 X이 순환배치에 따라 Y부로 인사가 날 것임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점, ㉤ X, AB은 모두 기존 부서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있었던 점, ㉥ 카메라기자의 인사이동은 전출·전입 부서들 사이의 연쇄적인 인사이동을 초래하므로 관련 부서와의 사전 의견조율이 불가피할 것이어서, 인사이동안의 상당 부분이 인사발표 수일 전에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바, 인사 발표 전날 17:18경 송수신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이 실제 인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가 O와의 사전협의 또는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 근거하여 인사를 시행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추가 판단 사항
원고의 항소이유 중 당심에서의 주된 주장에 관한 판단
부당인사발령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2017. 12. 11. 인사명령을 통해 원고를 보직 해임한 뒤 부서나 근무장소를 지정하지 아니한 채 C본부로만 발령을 냄으로써 대기발령에 해당하는 불이익을 가하였다. 피고는 2018. 1. 25. 이후에는 조명창고를 개조한 열악한 공간을 원고의 근무장소로 배정하였다. 피고의 위와 같은 인사발령 및 근무장소 배정은 불법행위에 해당할 뿐 아니라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반에도 해당한다.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관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불이익처분을 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 하에 고의로 명목상의 불이익처분 사유를 내세우거나 만들어 불이익처분을 한 경우나, 불이익처분의 사유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불이익 처분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불이익처분 사유로 삼을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불이익처분에 나아간 경우와 같이 불이익처분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불이익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서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등 참조).
근로자에 대한 전직·전보처분,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한 것인지 여부는 당해 인사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속하는 불이익한 처분이 대기발령이나 보직의 해제와 같은 잠정적 처분인지, 전보 등 확정적 처분인지는 그 명칭과 상관없이 처분이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 그로 인한 근로자 지위의 변화, 변경된 근로의 내용, 업무의 지속성 여부, 처분 당시 사용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것이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인사명령이 잠정적 처분 중 실질적으로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근로계약에 따른 부수적 권리·의무로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는 이에 구속을 받게 되는바, 사용자는 경영여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근로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장소를 제공하여야 한다. 사용자가 이에 반하여 근무장소를 전혀 지정하여 주지 않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적절한 환경이 아닌 공간을 근무장소로 제공함으로써 근로자에게 수인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고 할 것이다.
인정 사실
피고는 2017. 12. 11. 원고를 AU실 실장 직위에서 '면보직'하고 'C본부' 소속으로 인사발령을 내면서 부서 단위 인사발령을 내지 아니하였고(이하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통틀어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 근무장소도 지정하여 주지 않았다. 이 사건 인사발령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 이후 45일간 근무장소가 마련되지 않아 출근 후 회사 내 대기실이나 빈 공간 등을 전전하였다. 피고는 2018. 1. 25. 원고의 근무장소로 AV센터 6층에 'C본부 사무실'을 지정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위 건물 6층은 원래 기기실 공간으로 설계되어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위 사무실은 종래 AR실로 사용되던 곳으로 사무실 내부 한 쪽에 비상용 발전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냉난방이나 환기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으며, C본부에 필수적인 뉴스 관련 시설이나 장비도 없었다(이하 피고의 근무장소 미지정 및 AR실로의 근무장소 지정을 '이 사건 근무장소 배정'이라 한다).
원고는 피고의 AS AT, U국 국장, AU실 실장을 역임한 바 있었는데, 이 사건 인사발령 및 이 사건 근무장소 배정으로 인하여 5개월 여 동안 업무가 배제된 채 여러 장소를 전전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피고 감사국은 2018. 1. 8.부터 같은 해 3. 22.까지 원고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였고 감사결과에 따라 2018년 4월경 피고 인사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였으며, 피고의 인사위원회는 2018. 5. 3. 개최되어 같은 달 28.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정직처분이 확정되었다.
피고의 인사규정 제4조는, '면보직'은 '직위를 면하는 것'으로(제5항), '대기'는 '직무와 직위를 계속 유지시킬 수 없는 사유가 있어 직무와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제11항).
피고의 인사규정이나 취업규칙에는 '면보직'의 요건이나 절차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피고의 취업규칙은 "포상·징계"에 관한 제10장 중 제65조에서 대기발령의 요건과 절차 및 그 효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갑 제17, 23 내지 25, 32호증, 을 제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피고의 인사규정 및 취업규칙 조항의 내용 및 체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인사처분 중 '면보직'은 현재의 직위를 면하게 한 후 차기의 직위로의 인사이동 전까지 단기간의 시차가 있는 경우 시행하는 잠정적·일시적 조치로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으며, 이에 따라 별도의 요건이나 절차를 요하지 않는 반면, 대기발령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며, 이에 따라 그 기간은 3개월 이내로 제한되고 인사위원회의 심의 등 신중한 절차를 거치도록 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비춰보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인사발령은 '면보직'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앞서 본 면보직과 대기발령의 성격 및 그 차이점, 이 사건 인사발령의 경위 및 그 후의 정황, 그로 인한 원고의 지위 및 업무의 변화, 이 사건 인사발령 당시 피고의 의사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면, 인사명령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는 통상적인 '면보직' 처분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 실질은 '대기발령'과 같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인사발령 당시 취업규칙 제65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대기발령사유가 존재하였는지에 관해 보건대, ① 당시 원고는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으로 고소를 당하여 수사가 진행 중이었을 뿐 형사사건으로 구속되거나 기소된 상태가 아니었던 점, ② 원고가 블랙리스트에 연루되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드러나지도 아니한 상태였던 점(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는 감사가 시행된 2018. 1. 8. 이후 이메일 검색·열람결과가 나온 후에서야 원고가 이 사건 인사이동안 등을 이메일로 송수신한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③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는 물론 감사절차 조차 시작되지 아니하였던 점, ④ 취업규칙 제65조 제1항 제6호의 대기발령사유(기타 특별한 이유로 직무를 담당할 수 없는 자) 역시 같은 항 제1 내지 5호에 준하는 사유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인사발령 당시의 상황은 그와 같이 보기에 부족한 점, ⑤ 원고에 대하여 2018. 4.경 징계요구가 있었고 2018. 5. 28. 이 사건 정직처분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소급하여 이 사건 인사발령이 대기발령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고는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 당시에는 대기발령의 사유가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이 사건 인사발령은 실질적으로 대기발령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면보직' 및 C본부로의 인사발령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피고의 취업규칙은 대기발령의 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정하고 있음에도 원고의 면보직 상태는 이 사건 정직처분 시까지 약 5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이 제기된 원고에 대하여 AU실 실장의 보직을 면하게 한 처분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어 피고의 인사재량권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원고에게 장기간 아무런 직위나 직무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대기발령 처분을 한 조치는 원고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것임에도 피고는 원고와 사전 협의를 거친 바도 없다.
이처럼 이 사건 인사발령 당시 피고의 취업규칙에서 정한 대기발령의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상태였고, 설령 이를 달리 보더라도 대기발령 처분을 하기 위하여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개월 이내의 기간에 한하여 대기발령을 하여야 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실질적으로는 대기발령과 다름없는 인사처분을 하고 5개월 동안 그와 같은 상태를 방치한 행위는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는 45일간 원고에 대하여 근무장소를 지정하여 주지 아니하였고, 2018. 1. 25. 이후에는 사람이 근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C본부 업무의 수행이 불가능한 공간을 근무장소로 제공하였다.
원고의 종전 직위와 위상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이 사건 인사발령 및 이 사건 근무장소 배정으로 인하여 원고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위와 같은 조치는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당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원고의 불법행위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상, 이 사건 근무장소 배정이 그 이후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위반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41377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다266606, 26661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인사발령의 경위 및 그 실질적 내용(대기발령), 원고의 피고 내에서의 종전 직위나 위상, 이 사건 인사발령 및 이 사건 근무장소 배정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의 정도, 이 사건 인사발령 후 4개월이 지난 다음에서야 원고에 대한 징계요구가 있었던 점과 함께 이 사건 정직처분 자체를 부당징계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5,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이메일 불법사찰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감사과정에서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이나 원고의 사전 동의 없이 원고의 사내 이메일을 무차별적으로 열람하는 등 이메일을 불법 사찰함으로써, 원고의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하였으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형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하는바,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사용자가 근로자의 업무상 비위행위에 관하여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징계자료 수집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제한된 목적과 범위 내에서 사내 이메일을 검색·열람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기화로 문제된 비위행위와 무관한 기간 및 범위에 대하여까지 무차별적으로 근로자의 사내 이메일을 검색·열람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확인된 이메일을 이용하여 별도의 비위행위를 문제 삼는 경우 이는 근로자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및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표적사찰의 의도로 원고의 사내 이메일을 무차별적으로 열람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또한 앞서 본 이메일 열람절차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감사국 직원들로 하여금 감사과정에서 원고의 사내 이메일 로그기록 및 이메일을 검색하여 검색된 이메일을 열람하게 하고, 그 결과를 피고의 임직원에게 제공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의 자료로 사용하게 한 조치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3자에 대한 제공 내지 형법상의 비밀침해죄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라거나, 원고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명예훼손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가 피고의 감사 AW을 통해 2018. 4. 5. 이 사건 감사결과와 관련하여 언론사 기자들에게 원고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위법한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하는바,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갑 제20호증, 을 제3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보면, 피고의 감사 AW은 AX 제7차 정기 이사회에 출석하여 피고의 감사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원고의 실명을 공개한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위 증거에 의하면, 이는 AW이 AX 이사들에게 감사로서의 직무에 따라 감사결과를 보고·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전체 보고의 내용 및 구성, 원고에 대한 언급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AW의 행위가 위법한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소결론
피고는 이 사건 인사발령 및 이 사건 근무장소 배정으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원고에게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위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8. 11. 26.부터 피고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0. 5.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사유가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며, 그 징계양정 역시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O와 공모하여 이 사건 문건 및 이를 반영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작성한 다음 그에 따라 2014. 3. 14.자 인사를 하였다'는 이 사건 정직처분의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피고가 당심에서 지적하거나 추가로 제출하는 을 제2호증, 제3호증의 1, 제5호증의 1, 2, 제6호증의 1, 4, 제11호증의 2, 4, 제18 내지 20호증이나 을 제27 내지 34, 3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부분 관련 제1심 판결의 사실관계 인정이나 판단을 뒤집기에 부족하므로 이에 반하는 피고의 항소이유에 관한 주장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의 임금청구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되, 손해배상청구 부분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추가로 인정한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이숙연(재판장) 서삼희 양시훈
각주1) 2019. 4. 24.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제6면)에 의하면, 원고는 정직기간 중의 마지막 급여일인 2018. 11. 25.을 기준으로 하여 '그 다음날'부터 지연손해금을 구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각주2) 제1심판결문은 이 사건 문건에 나타난 성향 분류 표시를 이 사건 인사이동안과 결합한 피고의 2018. 10. 31.자 준비서면 기재 표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