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8. 18. 선고 2019나2055003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원고가 이 법원에서 강조하거나 추가하는 주장에 관하여 제2항에서 판단하는 이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2.

추가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주위적으로, 피고는 5년의 의무근무기간 약정을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채용계약의 제5조 제3항에 따른 위약금 중 일부로서,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금에 해당하는 3억 8,000만 원 및 이에 대한 2014. 5. 1.부터 이자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위 제5조 제3항에서 계약 위반에 대해 '계약금의 3배'를 지급하도록 정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으로 무효라 할지라도, 계약금의 원금 반환에 해당하는 부분은 '계약은 이행되어야 한다'는 계약법상의 대원칙과 민법 제137조 및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의 '일부 무효법리'에 따라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2)

예비적으로, 이 사건 채용계약 제5조 제3항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당사자 사이의 이 사건 계약금에 관한 명시적·묵시적 반환 합의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3억 8,000만 원 중 근무기간(2013. 1.부터 2014. 4.까지)에 상응하는 일할금액 100,931,000원을 공제한 잔액인 279,069,000원 및 이에 대한 2014. 5. 1.부터 이자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 사이닝보너스 반환에 관한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 이 사건 채용계약 체결의 동기와 경위, 계약서 문언, 이후 당사자의 반환의사 등 제반 정황 등이 위 명시적·묵시적 반환 합의의 존재를 뒷받침한다.

나.

판단

1)

먼저 주위적 주장에 관하여 본다.

가)

이 사건 채용계약에서 피고가 2013. 1. 1. 부터 원고의 드라마담당 부국장으로 근무하기로 하면서 연봉 1억 5,000만 원(제1조)과 별도로 계약금 3억 8,000만 원의 지급을 정한 사실(제3조), 그리고 제5조에서는 피고가 입사 후 '최소한 5년 이상' 근무하여야 하고(제1항), 피고가 계약을 위반할 경우 '계약금의 3배를 위약금으로' 원고에게 지급하기로(제3항) 정한 사실, 그런데 피고가 1년 4개월만인 2014. 4. 30.자로 사직한 사실은 앞서 인용한 제1심판결에서 본 바와 같다.

나)

그러나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20조). 그리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위약금 등의 약정을 금지하는 취지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더 나아가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므로,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계약 체결시의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데 있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근로자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위 근로기준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또한 그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일 때에도 결과적으로 위 조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약정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그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인 경우에는 그러한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채용계약에서 의무근무기간 5년을 정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금의 3배를 위약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0조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해당 부분(제5조 제3항)은 효력이 없다. 계약금의 3배가 아닌 원금 자체의 반환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분리하여 살펴보더라도, 사용자인 원고에게 어떤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하였는지에 무관하게 '약정 근무기간 이전 퇴직'만을 이유로 곧바로 3억 8,000만 원이라는 특정 금액을 반환하도록 정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와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불리한 근로계약의 해지를 보호하려는 입법 목적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3억 8,000만 원이 피고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도 아니다), 원고가 지적하는 일부 무효의 법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채용계약 제5조 제3항의 효력은 인정될 수 없다.

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예비적 주장에 관하여 본다.

가)

기업이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지, 나아가 의무근무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내지 전속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지는 해당 계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계약서에 특정 기간 동안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기간의 중간에 퇴직하거나 이직할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등의 문언이 기재되어 있는지 및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2다55518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용한 제1심판결에서 인정한 사실 및 갑 제8, 9, 13호증, 을 제4, 6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한다)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이 사건 채용계약의 체결 경위와 동기, 당사자들의 목적과 의사, 계약 조항의 명시적 문언 및 내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갑 제6, 7, 10, 15, 16호증의 각 기재를 비롯한 원고 제출의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계약금 중 279,069,000원의 반환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원고의 위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사이닝보너스로 피고에게 지급된 3억 8,000만 원은 이직에 따른 보상 내지 근로계약 등의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고는 2012. 11. 이 사건 채용계약 체결 당시 C에서 드라마 사업부문 최고책임자로 근무하면서 연봉 1억 2,000만 원과 성과급 외에도 특별용역료 2억 원(5년 계약기간 상응)을 지급받고 전속기사(급여 등 약 51,336,228원)와 에쿠스 승용차(피고가 근무한 2년간의 감가상각비 69,174,102원, 유류비 및 보험료 약 1,330만 원)를 제공받고 있었다. 피고로서는 2년 만에 원고로 이직하면서 C와의 계약에 따른 특별용역료 중 1억 2,000만 원(=2억 원 × 3/5)을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피고와 C 사이의 계약에서는 피고 측 사유로 중도에 계약이 종료되면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환하기로 명시하였고, 실제로 피고는 원고로 이직하면서 C에 위 금액을 반환하였다), 위 전속기사와 승용차 혜택(나머지 3년 기간을 기준으로 약 2억 원 이상의 가치)도 상실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채용계약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한 3억 8,000만 원의 계약금은 위와 같이 피고가 종전 직장에서 퇴사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전보로서의 의미가 상당 부분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

C는 E 등의 드라마를 제작한 회사로서, 피고는 'D', 'F', 'G' 등의 여러 수작을 제작한 드라마 부분 최고책임자였다. 당시 원고는 드라마본부에 기존 프로듀서들이 여러 명 있었으나 드라마 시청률의 제고를 위하여 편성전략본부 내에 드라마담당부서를 신설하여 기존의 드라마본부와 상호 경쟁을 통한 이른바 투트랙 운영 방안을 시행하면서 피고를 채용한 것이었고, 처음에는 계약금 3억 2,000만 원을 제시하였다가 피고의 요구로 3억 8,000만 원으로 증액하여 다시 제안하여 채용이 확정되었다. 피고로서는 공중파 방송국의 드라마 총책임자로서 지위 제안에 더불어 종전 직장의 퇴직에 따른 손실을 충분히 전보하는 다액의 사이닝보너스 지급 조건에 따라 이직을 최종 결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이 사건 채용계약은 비교적 단순한 몇 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졌고, 계약위반 시 '계약금의 3배' 반환을 정한 제5조 제3항을 두었을 뿐, 이 사건 계약금이 5년의 전속근무를 조건으로 지급된 것이라거나 그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피고 측의 사유로 중도 퇴사하는 경우에 잔여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할 계산하여 이를 반환한다는 등의 조항은 두지 않았으며, 그와 같이 해석할 만한 다른 문언도 전혀 없다. '5년'이라는 최소 근무기간도 같은 직종의 여타 계약의 예를 따른 것으로 보일 뿐, 근무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나 장기 근무 필요성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었다. 이러한 계약 문언 및 그 작성 경위에 의할 때에도 당사자들은 이 사건 계약금을 이직에 따른 보상 내지 원고와의 계약 체결에 대한 대가로만 인식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이 사건 채용계약 이전에 원고의 모회사인 H 주식회사가 2011. 3.경 및 2011. 5.경 원고의 직원으로 채용된 제3자들에게 지급한 사이닝보너스에 관해서는 약정근무기간의 중도에 퇴사하는 경우에는 일할 계산하여 이를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항을 명시하여 계약하였음에도,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채용계약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액의 사이닝보너스 지급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명시적인 문구를 전혀 적지 않은 점은 계약 해석 시 중요하게 고려될 수밖에 없다.

(4)

피고가 퇴사한 경위와 이후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에도, 피고가 2019. 2. 26.경 원고의 인사팀장과 대화할 때 말한 일부 내용('당장 내가 지금 3억 돈을 들고 있지 않다 보니까' 등)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금의 일할 반환에 대한 명시적 내지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계약기간 중에 원고가 내부 사정으로 2013. 12. 1.자로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을 단행하여 편성본부 내의 드라마담당 부서를 해체하고 피고를 드라마본부의 부국장급 책임프로듀서로 발령하였고, 이후 피고는 드라마본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갈등과 불면증 등 어려움을 겪은 끝에 퇴사하였다. 피고는 약 15개월 동안 실직 상태에서 요양을 거쳐 2015. 7.경 경제활동을 재개하였고, 원고는 2017. 11.경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금의 일할계산 잔액의 반환을 요구한 바 있으며, 이 사건 소제기에 앞서 인사팀장이 피고를 찾아와 다시 계약금 반환을 이야기 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로서는 이 사건 채용계약 제5조 제3항의 효력 등에 대한 법률적 인식이 없는 상태에서 원고와 원만히 합의하거나 재복무 가능성 등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자력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일 뿐, 위 계약금을 반환할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피고가 2015. 7.경 주식회사 I을 설립하면서 주식회사 J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원고와의 이 사건 채용계약의 내용을 알려주었다고 하여 계약금 반환을 의욕 내지 전제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5)

한편 이직 시 사이닝보너스를 근무기간에 일할 계산하여 반환하는 것이 방송국 내지 드라마제작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와 C 사이의 계약이나 원고 모회사가 다른 직원들과 체결한 계약 등에서 사이닝보너스를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정산하기로 하는 규정을 둔 경우가 여럿 존재함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그와 같은 내용의 계약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방송 드라마 프로듀서의 근로계약에서 정한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대한 보상 등을 넘어 일정기간 전속근무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거나 그러한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채용계약에서는 그와 같은 일할계산 반환 조항을 넣지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위반의 위약금 약정을 둔 사실에서 보듯이, 개별 근로계약마다 각기 다른 목적과 동기에 따라 다양한 방식과 내용의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따라서 원고의 위 예비적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재오(재판장) 박성윤 이의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