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8. 19. 선고 2019누80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원고들이 각 국가정보원 소속 국가공무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들의 국가정보원 입사 등

1)

원고 A은 1986. 8. 21., 원고 B은 1986. 9. 22. 국가정보원에 기능 10급의 국가공무원으로 각 공채되어 출판물의 편집 등을 담당하는 '행정보조 직군', '입력작업 직렬'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이후 행정보조 직군에 '전산사식 직렬'이 신설되어 원고들은 1993. 12. 31.부터는 전산사식 직렬 소속으로 출판물의 편집 등을 담당하였다.

나.

직렬 폐지에 의한 의원면직 및 계약직 공무원 임용

1)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1999. 3. 31.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별표 2]가 개정되어 기능직 직렬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의 6개 직렬이 폐지되었다(이하 '이 사건 직렬 폐지'라고 한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1999. 4. 30. 의원면직이 되었다가 1999. 5. 1. 계약직(전임계약직) 직원으로 다시 채용되어 정보업무지원분야 중 전산사식 분야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같은 날부터 개정·시행된 '국가정보원계약직직원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2)

위 규정 제3조는 계약직직원을 복무형태에 따라 전임계약직 직원과 비전임계약직 직원으로 구분하면서, 전임계약직 직원은 상근하면서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이라고 정의하고, 제20조는 전임계약직 직원의 근무상한연령을 "1. 안전: 만 30세, 2. 상담, 전산사식, 입력작업, 안내: 만 43세, 3. 의료기사, 간호사, 영양사, 영선, 원예: 만 57세, 4. 의사: 만 65세, 5. 기타 분야: 만 60세'로 정하며(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그 부칙(1999. 5. 1.) 제2조는 1999. 5. 1.부로 기능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이 변경되는 직원 등의 근무상한연령 등에 관한 사항은 국가정보원장이 정하는 별도의 지침에 따른다고 정하였다.

3)

위 부칙에 따라 국가정보원장이 1999. 4. 23. 제정한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등 개정 관련 후속처리지침'은 계약직으로 신규채용된 직원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분야의 근무자는 위 규정 제20조 제2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만 45세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규정 및 후속처리지침에서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정하거나 또는 만 45세로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한 부분을 통틀어 '이 사건 연령 규정'이라고 한다).

다.

계약갱신 및 퇴직

1)

원고들은 주로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계속하여 근무하던 중 원고 A은 2008. 12. 10., 원고 B은 2008. 3. 29.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전산사식의 근무상한연령인 만 43세에 도달하였으나, 이 사건 연령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그로부터 각 2년을 더 연장하여 근무하다가, 원고 A은 2010. 12. 31., 원고 B은 2010. 6. 30. 각 퇴직하였다.

2)

원고들은 퇴직 당시 국가공무원으로서 특수경력직 공무원 중 계약직공무원(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에 의한 계약직직원)에 속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호증, 을 제3, 6 내지 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1)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 제20조에서는 여성들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직렬의 경우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규정하고 남성들만 종사하는 영선, 원예의 경우 근무상한연령을 만 57세로 규정함으로써 양성평등에 위반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원고들이 근무한 전산사식 직무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43세로 정한 것은 여성들로 하여금 조기퇴직 하도록 부당하게 낮은 정년을 정한 것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어서 위법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위 근무상한연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국가정보원장의 원고들에 대한 퇴직조치는 무효이다.

2)

원고들이 근무상한연령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계약기간 만료로 인하여 국가정보원에서 퇴직 처리를 한 것이라 하더라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사용자와 2년을 초과하여 계속근로하고 있는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고 있고, 원고들의 경우에도 2년을 초과하여 국가정보원에서 국가공무원으로 지속적으로 근무하였으므로,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되는 지위에 있다.

3)

원고들은 장기간 계약체결을 반복하여 왔으므로 계약기간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여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무계약을 맺은 것이고, 설령 계약기간이 유효하더라도 원고들은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취득하였다.

나.

관련 법령

별지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및 규정의 내용

가)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법리

(1)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국가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이다(헌법재판소 2005. 9. 29. 선고 2004헌바53 결정 등 참조), 나아가 헌법 제32조 제4항은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고용관계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따라, 남녀의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1987. 12. 4. 법률 제3989호로 제정되어 1988. 4. 1.부터 시행되고 있는 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7. 11. 28. 법률 제151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은 '차별'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性)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정의하고(제2조 제1호 본문),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퇴직 및 해고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면서(제11조 제1항),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증명책임은 사업주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0조). 또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6조).

(3)

여기에서 말하는 '남녀의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차별대우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6두3476 판결 등 참조), 사업주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대우를 하도록 정한 규정은, 규정의 형식을 불문하고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4. 9. 선고 92누15765 판결 등 참조).

(4)

국가나 국가기관 또는 국가조직의 일부는 기본권의 수범자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는 점(헌법재판소 1994. 12. 29. 선고 93헌마120 결정 등 참조), 공무원도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 점(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1두3051 판결 등 참조) 등을 고려하면, 공무원 관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고용관계에서 양성평등을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가기관과 공무원 간의 공법상 근무관계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5)

그리고 여성 근로자들이 전부 또는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의 정년을 다른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것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한 평등의 원칙 외에도 헌법 제32조 제4항에서 규정한 '여성근로에 대한 부당한 차별 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해당 분야 근로자의 근로내용, 그들이 갖추어야 하는 능력, 근로시간, 해당 분야에서 특별한 복무규율이 필요한지 여부나 인력수급사정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88. 12. 27. 선고 85다카657 판결 참조).

나)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 관련 규정

(1)

구 국가공무원법(2011. 5. 23. 법률 제106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계약직공무원을 "국가와의 채용 계약에 따라 전문지식·기술이 요구되거나 임용에 신축성 등이 요구되는 업무에 일정 기간 종사하는 공무원"이라고 정의하면서(제2조 제3항 제3호), 계약직공무원 등의 채용조건·임용절차·근무상한연령,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국회규칙, 대법원규칙, 헌법재판소규칙,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4항).

그 위임에 따라 구 계약직공무원규정(2011. 5. 23. 대통령령 제229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계약직공무원의 채용기간은 5년의 범위에서 해당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기간으로 하되(제6조 제1항), 각 기관의 장은 전문계약직 공무원에 관하여는 해당 사업이 계속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계약기간 내에 사업이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 일반계약직공무원에 관하여는 근무실적이 우수하거나 계속하여 근무하게 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총채용기간이 5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공고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채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제6조 제2항, 제3항), 계약직공무원의 근무상한연령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2)

구 국가정보원직원법(2011. 11. 22. 법률 제1110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국가정보원의 직무의 내용·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계약직직원을 둘 수 있고(제3조 제1항), 계약직직원은 국가공무원법상의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계약직공무원으로 보되, 그 채용조건·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2항).

그 위임에 따라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2012. 6. 27. 대통령령 제23885 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계약직직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직무분야의 하나로 비서·정보입력 등 정보업무지원분야를 규정하고(제2조의3 제1항 제2호), 계약직직원은 국가정보원장이 채용하되, 그 채용방법 및 채용 자격기준은 국가정보원장이 정하며(제2조의3 제2항), 계약직직원에 관하여 이 영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계약직공무원규정(제3조·제5조·제6조 제2항 단서 및 제9조 제2항을 제외한다) 및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을 준용하고(제2조의3 제4항), 이 영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국가정보원장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5조).

다)

행정규칙의 효력 관련 법리

(1)

상급행정기관이 소속 공무원이나 하급 행정기관에 대하여 세부적인 업무처리절차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 주는 '행정규칙'은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이 있지 않는 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헌법재판소 2004. 10. 28. 선고 99헌바91 결정 등 참조). 다만, 행정규칙이 이를 정한 행정기관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인 때에는 그 규정 내용이 객관적 합리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9. 1. 10. 선고 2017두43319 판결 참조).

(2)

그러나 행정규칙의 내용이 상위법령에 반하는 것이라면 법치국가원리에서 파생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모순금지 원칙에 따라 그것은 법질서상 당연무효이고, 행정내부적 효력도 인정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해당 행정규칙이 법질서상 부존재하는 것으로 취급하여 행정기관이 한 조치의 당부를 상위법령의 규정과 입법 목적 등에 따라서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 연령 규정의 효력 유무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7, 9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을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연령 규정은 국가정보원장이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정한 것이어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의 근무상한연령을 남성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당연무효인 경우에 해당하여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적 효력은 물론이고 행정내부적인 효력도 인정될 수 없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가)

원고들이 재직 및 퇴직하였을 당시의 구 국가공무원법, 구 국가정보원 직원법이나 그 하위법령에는 계약직공무원의 근무상한연령을 분야별로 제한하거나 또는 국가정보원장으로 하여금 제한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규정이 전혀 없었다. '이 영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세부사항은 국가정보원장이 정한다'라고 한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 제45조는 국가정보원장에게 계약직직원의 분야별 근무상한연령에 관하여 대외적 구속력 있는 규범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구체적 위임 규정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연령 규정은 국가정보원장이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정한 것이므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으로 보아야 한다.

나)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국가정보원 직원으로서의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단372729 사건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국가정보원장은 1999. 3. 31. 폐지된 6개 직렬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등 4개 직렬의 직원은 모두 여성이었고, 영선, 원예 등 2개 직렬의 직원은 모두 남성이었다고 회신하였다.

또한 국가정보원은 1999. 4. 28. 전산입력 작업원(전산사식 분야와 입력작업 분야로 보인다)을 채용하는 공고를 하면서 '고졸 여성'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였고, 2000. 10.경 전산사식 직원을 채용하는 공고를 하면서 '고졸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여성'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였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근무한 1986년부터 2010년까지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전산사식 직원은 모두 여성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즉, 1999. 3. 31. 이 사건 직렬 폐지 당시 원고들이 속했던 전산사식 직렬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이었고, 영선, 원예 직렬은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 직렬 폐지 이후 개정·시행된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 제20조는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영선, 원예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에 비하여 14년이나 낮게 정하였고, 국가정보원장의 후속처리지침까지 고려하더라도 12년이나 낮게 규정하였다.

다)

사업주의 증명책임을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에 따라,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국가정보원장이 증명하여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 사건 연령 규정은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라)

1999. 3. 31. 대통령령 제16211호 개정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직렬 폐지 이전의 구 국가안전기획부직원법시행령 [별표 2]에서도 전산사식, 입력작업, 안내 등의 직렬의 정년을 만 43세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 시행령의 제정자가 전산사식 직렬을 차별하여 정년을 그와 같이 낮게 정한 합리적인 이유가 증명되지 못한다면 구 시행령의 전산사식 직렬의 정년 규정도 상위규범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구 시행령에 전산사식 분야를 차별하는 마찬가지의 규정이 있었다는 연혁이, 원고들에게 적용된 이 사건 연령 규정이 여성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충분한 근거는 될 수 없다.

마)

국가정보원은 이 사건 직렬 폐지 이후 영선, 원예 분야의 계약직직원 채용공고를 하면서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직렬 폐지 이후 작성된 '계약직 정원관리 방안 하달'에 의하면, 국가정보원장은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 6개 분야를 단순기능분야 계약직으로 분류한 점이 인정된다. 따라서 단순기능분야인 영선, 원예 분야에서 자격증 소지 여부는 채용단계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기준의 하나로 고려된 것일 뿐이고, 단순기능분야 내에서 남녀의 근무상한연령에 현저한 차등을 두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전산사식 직렬은 보다 전문성을 요하는 편집디자인 직럴로 선발된 직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데에 그치므로 그 근무상한연령을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나, 전산사식 직렬의 비교대상은 특수전문분야 계약직인 편집디자인 직렬이 아니라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순기능분야라는 점에서 동일한 영선, 원예 분야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국가정보원장의 원고들에 대한 퇴직조치의 효력 유무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 A은 2010. 12. 10., 원고 B은 2010. 3. 29.에 '후속처리지침'에 따른 근무상한연령인만 45세에 각 도달하였고, 원고 A은 2010. 12. 31., 원고 B은 2010. 6. 30. 각 퇴직하였는데, 이는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2조 제3항에서 '직원은 그 정년에 달하는 날이 1월부터 6월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6월 30일에, 7월부터 12월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12월 31일에 각각 당연히 퇴직된다'라고 규정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보면 국가정보원이 이 사건 연령 규정에서 정한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구 국가정보원 직원법상의 정년으로 취급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점, ② 특히 원고 B의 경우, 마지막 재계약기간은 일반적인 1년 단위가 아니라 5개월(2010. 2. 1. ~ 2010. 6. 30.)로 정하여졌는바, 이는 이 사건 연령 규정 및 위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점, ③ 피고가 이 법원에서의 변론종결 이후인 2020. 7. 20. 제출한 참고서면에 따르면, 원고들과 같이 계약직공무원으로 채용되어 계약기간 종료로 퇴직한 전산사식원 및 입력작업원 중 재계약이 거절된 2명(당시 각 19, 25세)을 제외한 나머지 17명은 모두 만 45세에 퇴직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원고들의 퇴직사유가 형식적으로는 계약기간의 만료였기는 하나, 그 기간만료일은 이 사건 연령 규정에 의하여 정해졌던 것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원고들과 국가정보원장 사이에 체결된 채용계약의 내용 중 종기에 관한 부분은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행정내부적인 효력도 인정될 수 없는 이 사건 연령규정에 근거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나아가 국가정보원장의 원고들에 대한 퇴직조치 또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4)

소결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여 행정내부적인 효력도 인정될 수 없는 이 사건 연령 규정에 근거한 국가정보원장의 원고들에 대한 퇴직조치는 무효이므로, 원고들은 국가정보원 소속 국가공무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이상,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모두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범균(재판장) 이동근 김재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