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3년 6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직권 판단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관련 법리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에 따라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로서(법 제1조) 누구든지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므로(법 제3조 제1항), 법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의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거나 법 제9조 제1항 각호의 사유가 있어 법원이 배제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아니한다(법 제5조 제1항, 제2항).
이와 같이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므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의 공소제기가 있으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고(법 제8조 제1항), 이를 위하여 공소장 부본과 함께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의 절차, 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서면의 제출, 법 제8조 제4항에 따른 의사번복의 제한, 그 밖의 주의사항이 기재된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를 송달하여야 한다(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항). 법원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한 의사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다면,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는 위법하고, 이러한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106 판결 참조).
비록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으로부터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확인하였더라도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서 등을 피고인에게 사전에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절차를 충분히 안내하거나 희망 여부를 숙고할 상당한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7. 20. 선고 2018도7036 판결 등 참조).
인정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원심법원은 2019. 9. 10. 피고인에게 2019고합727 사건과 관련하여 국민참여재판 의사확인서와 안내서(이하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이라 한다)를 송달하였고, 피고인은 위 송달일로부터 법정기간인 7일 이내에 의사확인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원심법원은 2020. 3. 25. 2020고합230, 231, 232, 233, 234, 235 사건(이하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이라 한다)을 2019고합727호 사건에 병합하여 심리하는 결정을 한 다음(공판기록 47면), 2020. 3. 30. 열린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에게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교부하고 영수증을 작성․제출받았으며(공판기록 51면), 피고인은 위 공판기일에서 2019고합727 사건 및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 모두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공판기록 52 내지 54면).
원심법원은 통상의 공판절차로 2020. 9. 2.까지 총 6회의 공판기일을 진행하여 변론을 종결한 다음 2020. 9. 28.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원심법원은 제1회 공판기일 이후 선고 이전까지 피고인에게 다시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확인한 적이 없고, 피고인이 ‘충분히 숙고할 시간이 부여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도 없다.
원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고, 이 법원은 2020. 12. 10. 열린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에게 ‘원심에서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 안내서 등을 사전에 송달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충분히 안내하고 숙고할 상당한 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밝혔는데,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사를 밝힐 것’을 안내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은 2020. 12. 18.자 변호인의견서 및 2021. 1. 6.자 변론요지서와 2021. 1. 12. 열린 제3회 공판기일에서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판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2019고합230 등 사건은 2019고합727 사건과 형사소송법 제11조에 따른 관련 사건으로서 병합하여 심리하는 사건이므로 법 제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 해당하는데, 비록 원심법원이 2020. 3. 30. 열린 제1회 공판기일에서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에 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의사를 확인하기는 하였으나,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에 대하여는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피고인에게 사전에 송달하는 등 국민참여재판절차에 관한 충분한 안내를 하고 그 희망 여부에 관하여 숙고할 상당한 시간을 부여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법 제8조 제1항의 취지 및 일반 국민으로서는 관련 사건으로 병합하여 심리하는 사건도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통상적으로는 쉽게 알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였더라도 관련 사건의 병합으로 심판대상이 변경되었고, 병합된 사건으로 그 의사가 변경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록 원심법원이 2019고합727 사건에 대하여 사전에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송달한 적이 있더라도 병합심리결정으로 병합된 사건에 대하여는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사전에 송달하지 않은 채 공판기일에 법정에서 이를 교부한 채 곧바로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불희망 의사를 확인한 후 통상의 공판절차로 재판을 진행하였고, 이후 진행된 공판기일에서도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사를 다시 확인하지 아니한 것은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안내와 충분한 숙고의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법원은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에 대하여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는지에 관한 의사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고, 이는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그 절차가 위법하며, 이러한 위법한 공판절차에서 이루어진 소송행위도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이 2020. 3. 30. 열린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교부받았음에도 그로부터 7일 이내에 의사확인서를 제출하거나 이후 2020. 9. 2.까지 진행된 총 6회의 공판기일과 2020. 9. 28. 원심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기는 하였다.
그러나 법 제8조 제4항에 의하면 제1회 공판기일이 열린 이후에는 피고인은 종전의 의사를 바꿀 수 없는 점, 원심법원이 제1회 공판기일 이후 진행된 공판기일에서 별도로 피고인에 대하여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에 관하여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는지 의사를 묻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간주되거나 원심법원의 공판절차상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숙고할 상당한 시간을 부여받은 다음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지 아니할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고 볼 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피고인이 이 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이상, 검사만 원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더라도 원심법원의 위와 같은 공판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그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되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2019고합727 사건은 2020고합230 등 병합 사건과 병합심리한 사건이어서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국민참여재판은 제1심의 관할에 속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66조를 준용하여 이 사건을 원심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배준현(재판장) 표현덕 김규동
각주1) 피고인의 변호인은 항소제기기간인 7일이 지난 2020. 10. 6.에서야 항소장을 제출하였다가 2020. 10. 13. 항소철회서를 제출하였다(공판기록 292, 297면). 한편 피고인은 2020. 10. 22. 서울구치소에 상소권회복청구서를 제출하여 상소권회복을 청구하였으나 2020. 11. 5. 위 청구가 기각되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0초기3407), 이에 대하여 항고하였으나 2020. 11. 27. 항고가 기각되어(서울고등법원 2020로124) 그 무렵 위 결정이 확정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