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12. 17. 선고 2020노295 판결

2020

주문

원심판결들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년에 처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제1 원심판결에 대하여)

1)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의 액수와 분담 여부에 관하여 피고인은 스피룰리나 인공배양기술에 대하여 상당한 가치의 국내외 특허(이하 '이 사건 특허'라 한다)를 가지고 있던 중, 2012. 5.경 AN을 통해 피해자 Y(이하 '피해자'라 한다)으로부터 거제시에 스피룰리나를 배양할 공장(이하 '거제 공장'이라 한다)을 설립하여 이를 생산·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을 뿐, 피해자에게 먼저 '스피룰리나를 배양할 공장의 토지 매입과 건축 자금을 투자해 주면 공장을 운영하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미생물 인공 광 배양기(이하 '이 사건 설비'라 한다)를 갖추어 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없다. 이처럼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을 체결하였고, 피해자가 금융기관, 투자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받기 위해 여러 형태의 계약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구한 점,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에 따른 제작대금 부담 부분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피고인에게 매우 불리하여 이를 믿기 어렵고, 이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도 신빙성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은 계약서에 기재된 63억 8,400만 원이 아니라 위 금액에서 기술이전비와 공사 마진을 제외한 약 43억 원이며,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은 모두 피해자나 Z조합법인(이하 피해자와 Z조합법인을 함께 지칭할 경우에는 '피해자 측'이라 한다)이 부담하기로 하였을 뿐, 피고인이나 주식회사 B(이하 피고인과 주식회사 B를 함께 지칭할 경우에는 '피고인 측'이라 한다)가 부담하기로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63억 8,400만 원으로 인정하고, 피고인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 중 40억 1,900만 원을 부담하기로 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의 액수와 분담 여부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고, 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피해자가 지급한 21억 8,040만 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피해자 측이 지급한 21억 8,040만 원은 이 사건 설비 제작에 사용되었고, 이 사건 설비 시공업체인 주식회사 AA(이하 'AA'이라 한다)에 대한 피고인의 별도 채무변제에 사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거제 공장에 대한 이 사건 설비의 납품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신빙성이 없는 AA의 대표이사인 AB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이 21억 8,040만 원의 대부분을 AA과의 채권·채무를 정리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위 돈의 사용처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고,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이체확인증 작성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이 2013. 11. 13. AA 명의의 AD은행 계좌로 2회에 걸쳐 5억 원씩 합계 10억 원을 입금한 것으로 기재한 이체확인증(이하 '2013. 11. 13.자 이체확인증'이라 한다)은 피해자가 이 사건 설비 제작을 위하여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받는 데 사용한다고 하여 작성해 준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2013. 11. 13.자 이체확인증 금액을 '5,000원'에서 '500,000,000원'으로 변조하여 행사하였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는 사정을 유죄의 근거로 설시한 원심판결에는 위 이체확인증의 작성 경위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고,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제1, 2 원심판결에 대하여) 제1, 2 원심이 각 선고한 형(제1 원심: 징역 4년 6월, 제2 원심: 징역 6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 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가.

병합심리 (제1, 2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제1 원심판결과 제2 원심판결이 각 선고되어 피고인이 이에 대하여 항소를 각 제기하였고, 이 법원은 위 두 항소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에 대한 제1, 2 원심판결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서 형법 제38조 제1항에 따라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제1, 2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나.

공소장변경 (제1 원심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당심에서 제1 원심판결의 적용법조에 '형법 제347조 제2항'을 추가하고, 공소사실 중 [범죄사실]의 3번째부터 5번째까지 단락을 아래 범죄사실에서 [제1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중 변경된 부분]과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으며,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제1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 (제2 원심판결에 대하여) 제2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1 피고인은 제2 원심 판시 죄의 범행을 한 이후인 2019. 4. 19. 서울고등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2019. 6. 27. 그 판결이 확정되었고(이하 '제1 확정판결'이라 한다), 2019. 11. 22.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제2 원심이 진행 중이던 2019. 11. 30.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하 '제2 확정판결'이라 한다), 2 제2 원심 판시 죄와 제1, 2 확정판결의 각 죄는 모두 제1 확정판결의 확정 전에 저지른 범행인 사실이 각 인정된다. 따라서 제2 원심 판시 죄와 제1, 2 확정판결의 각 죄는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이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제2 원심 판시 죄에 대한 형을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209 판결,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도14854 판결 등 참조). 그럼에도 제2 원심이 그 선고 전에 확정된 제2 확정판결의 죄와 제2 원심 판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형을 정함으로써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므로, 제2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라.

소결 다만 원심판결들에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제1 원심판결의 변경된 공소사실과 관련된 범위 내에서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를 판단하기로 한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의 액수와 분담 여부에 관하여

1)

제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제1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제1 원심은 먼저 사기죄에서 기망행위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후,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아래 가)항과 같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후, 이러한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나)항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설비 제작을 완료해 줄 의사나 능력 없이 이 사건 설비의 견적을 부풀려 자신도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일부 부담하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AA에 이 사건 설비 제작 대금 중 선급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합계 21억 8,040만 원을 지급하게 함으로써 이를 편취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

인정 사실

(1)

피고인이 운영하던 주식회사 B(이하 'B'라 한다)는 스피룰리나 인공배양에 관한 이 사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피해자가 2012. 5.경 피고인과 이 사건 특허권을 활용하여 스피룰리나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사업을 하기로 하고 2012. 6. 20.경 Z조합법인(이하 'Z조합'라 한다)을 설립하였으며, 2012. 6. 25.경 B와 기술특허실시권 설정계약(이하 '이 사건 특허 실시권 설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2)

그 후 피고인 측은 2013. 4. 8.경 피해자 측에게 이 사건 특허 실시권 설정계약서에 명시된 기술적 지원 외에 약 35억 원 상당의 생산설비 시설 명목으로 투자하는 현금과 설비비 등 모든 것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제공하고, 피해자 측이 이를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서(이하 '2013. 4. 8.자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해 주었다.

(3)

피고인 측은 2013. 8. 12.경 피해자 측에게 이 사건 설비의 견적 금액이 63억 8,500만 원이라는 견적서(이하 '2013. 8. 12.자 견적서'라 한다)를 작성해 주었고, 이에 따라 2013. 10.경 피해자 측과 이 사건 설비에 관하여 제작대금을 총 63억 8,400만 원(= 선급금 38억 3,040만 원 + 중도금 22억 3,440만 원 + 잔금 3억 1,92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을 체결하면서 시공업체로 AA을 정하였다.

(4)

피고인 측은 피해자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의 선급금 38억 3,040만 원 중 17억 3,040만 원을 지급하기 전인 2013. 11. 12.경 피해자 측에게 이 사건 설비제작대금 중 17억 원에 대하여 AA에 대한 계약 이행을 책임진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고, AA이 2013. 11. 12.경 피고인 측으로부터 이 사건 설비와 관련하여 11억 원의 배양물품과 설비물품을 제공받았다는 입금확인서(이하 '2013. 11. 12.자 입금확인서'라 한다)와 피고인 측이 AA에 10억 원을 이체하였다는 2013. 11. 13.자 이체확인증을 피해자 측에게 제시하여 위 선급금 중 피고인 측이 21억 원, 피해자 측이 17억 3,040만 원을 각 지급하였다는 외관을 갖추기는 하였다. 그러나 AA의 대표이사인 AB은 수사기관과 제1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측으로부터 21억 원을 제공받은 적이 없고, 2013. 11. 12.자 입금확인서도 자신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2013. 11. 13.자 이체확인증에는 피고인 측이 AA 명의의 AD은행 계좌로 2회에 걸쳐 5억 원씩 합계 10억 원을 입금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AA 명의의 AD은행 계좌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회신 결과에 의하면, B 명의의 AF은행 계좌에서 2013. 11. 13. AA 명의의 AD은행 계좌로 2회에 걸쳐 5,000원씩 합계 1만 원만 입금된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더욱이 피고인 측은 2014. 4. 15.경 선급금 38억 3,040만 원을 17억 3,040만 원으로 낮추고, 전체 제작대금 중 나머지를 잔금으로 하여 피고인 측이 AA에 이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를 변경하여 작성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측은 선급금 중 21억 원을 실제 부담하고 있지 않던 상황에서 이와 같이 부담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피해자 측만 선급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를 변경하여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5)

피해자 측은 2013. 11. 14.경 피고인 측 명의의 계좌를 통해 AA에 17억 3,040만 원을 송금하였고, 2014. 6. 25.경 피해자 측 명의의 계좌에서 AA에 직접 4억 5,000만 원을 송금하여 결국 AA은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 명목의 돈을 피해자 측으로부터만 받게 되었다.

나)

구체적 판단

(1)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피고인 측과 스피룰리나 제품의 생산·판매 사업을 같이 하기로 하였다. 피고인 측이 이 사건 특허를 제공하고, 피해자 측이 스피룰리나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였다. 공장에 설치하는 이 사건 설비는 피고인 측과 피해자 측이 그 대금을 함께 부담하고, 피고인 측이 그 대가로 스피룰리나 제품 매출의 20%를 지급받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의 기재와 피고인의 자금 투입 의사 여부

(가)

피해자는 제1 원심 법정에서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을 처음 하였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였고,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도 피고인 측이 작성하였다. 피고인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함께 부담하지 않으면 사업을 같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실제로 AB은 제1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피고인 측이라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설비 제작 계약서와 달리 피해자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모두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면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도 주식회사 AH(이하 'AH'이라 한다) 등과 전라도 지역에서 스피룰리나의 인공배양사업과 스피룰리나를 첨가한 배합사료의 생산·판매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하고, 나주시에 스피룰리나 생산 공장(이하 '나주공장'이라 한다)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측과 피해자 측은 이 사건 설비제작계약서에 기재된 대로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분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계약서의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 측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장만 날인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피고인 측은 피해자 측과 제작대금을 63억 8,40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설비 제작 계약을 체결하면서 AA에 그 제작을 맡기기로 하고, AA과 위 금액에 공사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측은 실제 피해자 측 부담으로만 이 사건 설비 제작을 진행할 생각이었음에도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부풀려 제시한 뒤 그와 같이 가공된 제작대금을 자신이 부담하는 것과 같은 외관을 창출하였고, 여기에 AA도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 1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에 관하여 예상비용을 40억 원 상당이라고 진술하였다가 다시 30억여 원이라고 진술하는 등 그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 2 AA이 B와 작성한 공사계약서의 계약금액이 63억 8,400만 원임에도 AB은 제1 원심 법정에서 전체 설비 제작대금이 사실은 약 29억 원이라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설비 제작에 착수한 후 실제 공사를 한 금액에 관하여도 수사기관에서는 13억여원이라고 진술하였다가 제1 원심 법정에서는 그 제작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채 10억 원 이상이라고만 진술하였다. 3 피해자 측은 이 사건 설비 제작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고인과 연락이 두절되자 AA에 나머지 제작 소요비용을 문의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AA은 2015. 4. 10.경 29억 2,500만 원의 견적서를 제시하였다가 2015. 6. 5.경에는 다시 21억 5,000만 원의 견적서를 제시하였다. 4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거제공장에 10억 원가량의 이 사건 설비가 제작되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이는 AA 등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진술한 것으로 제1 원심 법정에서는 자신이 피고인을 통해 지급한 21억 8,040만 원의 자재·설비 등이 경매절차에서 불과 1억 5,000만 원에 매각되었다고 하면서 AA의 이 사건 설비 제작내역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제1 원심이 설시한 사실과 사정들에 제1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AO에 관한 특허권만 가지고 있었을 뿐, AP에 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지 않던 상태에서 피해자에게 스피룰리나를 배양할 공장의 토지 매입과 건축 자금을 투자하면 공장을 운영하여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이 사건 설비를 갖추어 주겠다고 제안하였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63억 8,400만 원으로 부풀렸으며, 그중 상당 부분을 피고인 측이 부담하겠다고 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제1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먼저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을 제안하는 등 제1 원심 판시 기재와 같이 말을 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피해자는 처음에 피고인의 지인인 AN으로부터 스피룰리나 인공배양기술과 배양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으나, 이에 관한 사업을 하기로 결정하지는 않았고, 이후 B의 부사장 명함을 가지고 찾아 온 AQ으로부터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을 재차 권유받고는 B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을 만나 어떤 사업인지 듣겠다고 한 것에 불과하다[2019고합597 사건 공판기록(이하 '공판기록'이라 한다) 1권 77, 78, 92면].

(2)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제1 원심 법정에서 '당진에 가서 피고인을 만났더니 피고인이 스피룰리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서 스피룰리나 배양 공장을 설립, 운영할 것을 제안하며 투자를 권유하였다. 이에 돈이 없으면 못하겠다고 수차례 이야기 하자, 피고인이 공장을 설립할 토지 매입, 토목과 건축 자금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 되고,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 중 절반인 35억 원은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0, 81면, 공판기록 1권 68, 92면). 이와 같이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합리적인 반면에 스피룰리나 배양기술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던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먼저 공동사업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3)

피해자 측은 피고인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장을 설립할 토지 매입, 토목과 건축 자금을 부담하여 2014. 5. 8.경 거제 공장을 준공하였으나, 준공 당시에는 이 사건 설비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고, 2014. 6. 23.경부터 2014. 7. 1.경까지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설비 중 일부 품목의 설비만 납품되었을 뿐이다(증거기록 46~52, 83, 84면).

나)

피고인은 피해자를 기망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를 작성하였고, 단순히 피해자가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받을 수 있도록 그 요청에 따라 형식적으로 이 사건 설비 제작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볼 수 없다.

(1)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 측은 피해자 측에게 이 사건 설비의 견적 금액이 합계 63억 8,500만 원인 2013. 8. 12.자 견적서를 제공하였고(증거기록 20~24면), 이를 토대로 2013. 10.경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2013. 8. 12.자 견적서를 AA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하였으나, AB은 수사기관에서 위 견적서를 제공한 적이 없고, 피고인 측이 이를 제공하였다고 분명하게 진술하였으며(증거기록 117면), 달리 AA이 위 견적서를 작성하여 제공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나 정황은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위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

(2)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에 의하면, B는 이 사건 설비에 합계 40억 1,900만 원을 투자(현물출자)하되, 그중 25억 원은 AA에 현금 납부하고, 나머지 15억 1,900만 원은 기자재 등으로 현물 납부하기로 정하였는데(증거기록 26면), 만일 피해자 측이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작성한 계약서라면 이처럼 피고인 측이 일부를 현금으로, 일부를 현물로 각 납부하는 내용의 구체적인 납부 방법을 기재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작성해 온 계약서이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진술하였으나 (증거기록 148면), 피고인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의 초안을 작성하여 피해자 측에게 보냈고(공판기록 1권 79, 80면), 그 밖에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에 대한 피해자 측의 인식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 진술은 쉽게 믿을 수 없다.

(3)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이 실제로 30~40억 원 정도에 불과하고, 63억 8,040만 원에는 피고인 측의 기술이전비 9억 1,000여만 원과 공사마진 10억여 원이 포함되어 있다고 진술하였다(증거 기록 147~149면).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에 기술이전비가 포함된 경위에 관하여 "AN이 자신과 상의 없이 피해자에게 '원래는 피고인 측에게 기술이전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지급하지 않고 공동사업을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말하여 계약서를 이와 같이 작성하게 되었다."라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146면),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에 B의 기술이전비가 제작대금에 포함되어 있다는 취지를 기재하거나 B가 Z조합로부터 기술이전비를 받지 않는다고 기재하는 것이 합리적임에도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의 일부를 B가 부담한다'는 취지로만 기재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AA이 받아야 할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이 30억 원 정도이고, 피고인 측이 받아야 할 기술이전비와 공사 마진을 포기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155면), AB은 수사기관에서 'AA이 피고인 측과 계약한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이 50억 원 언저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달리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13면). 더욱이 2013. 8. 12.자 견적서나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에는 피고인 측이 받아야 할 기술이전비나 공사 마진으로 볼 수 있는 기재나 그 내역에 관한 객관적 자료나 정황도 드러나지 않는다.

(4)

한편 피해자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를 작성한 뒤 거제공장 설립과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 지급을 위하여 AG 주식회사(이하 'AG은행'이라 한다)로부터 2013. 11. 14.경 30억 1,540만 원을 대출받았고, 2014. 7. 25.경 추가로 3억 원을 대출받기는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 측이 피해자 측을 설득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것을 권유하며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고,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 중 일부를 부담하겠다고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굳이 피해자 측에서 제작대금이 63억 8,040만 원에 이르는 이 사건 설비 제작 계약서를 작성해 줄 것을 요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다)

피고인은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계약서이고, 피해자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전부 부담하기로 한 거제공장 설비제작계약서(증 제11호증, 이하 '2013. 8. 12.자 설비 제작 계약서'라 한다)가 진정한 설비 제작계약서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2013. 8. 12.자 설비 제작 계약서는 그 제출 경위와 작성 일자, 계약 내용과 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에 따른 진정한 계약서인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1)

피고인의 변호인은 2020. 10. 13.에 열린 당심 제6회 공판기일에서 2020. 10. 8.자 변호인 의견서를 진술하면서 비로소 2013. 8. 12.자 설비 제작 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위 설비 제작계약서에 의하면, 제작대금을 58억 8,400만 원으로 정하되, 선급금 35억 3,040만 원, 중도금 17억 6,520만 원, 잔금 5억 8,840만 원을 중소기업진흥공단 또는 기술보증기금의 자금 지원 집행 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와 달리 B가 제작대금을 분담하여 AA에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제1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설비제작 계약서가 있다거나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이 58억 8,400만 원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 설비제작 계약서의 제작대금 액수는 피고인이 실제 설비제작대금 액수라고 주장하는 30~40억 원과도 일치하지 않고, 기술이전비와 공사 마진을 포기하였다는 주장과도 모순된다.

(2)

피고인은 2013. 8. 12.자 설비 제작계약서 뒤에 견적서를 첨부하였는데, 위 견적서는 2013. 8. 12.자 견적서(증거기록 20~24면)와 달리 Z조합의 담당자와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며, 보통 견적서를 받고 검토한 뒤 협의를 거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견적서가 작성된 날 바로 위 설비제작계약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정도 의심스러운 정황에 해당한다.

(3)

2013. 8. 12.자 설비 제작계약서의 왼쪽 옆면에는 Z조합와 B의 인영으로 보이는 것 외에 반원 형태로 된 붉은 색 인주가 묻어 있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해자가 Z조합에서 직책이 없었으나, 실질적으로 계약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의미로 피해자의 무인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2020. 11. 3.에 열린 당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 그 원본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위 설비제작계약서 원본의 좌측 측면에 반원 형태로 묻어 있는 붉은 색 인주는 그 형상 등을 고려할 때, 일반인이 육안으로 보더라도 지문의 문양이 보이지 않아 정상적인 무인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만일 피해자가 계약을 주도적으로 진행하였음을 확인하기 위한 취지라면 계약서에 그러한 문구를 넣거나 피해자가 서명·무인 등을 하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됨에도 이와 같은 무인을 계약서 측면에만 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4)

한편 2013. 8. 12.자 설비 제작계약서의 하단에는 특약사항으로 "상기 설비 내용은 첨부된 계약서 (주)AA과 AR 내용과 동일하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 사건 설비 시공업체는 AA일 뿐, 주식회사 AR는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과 무관함에도 B가 AH, 주식회사 AS와 나주공장에 관하여 설비제작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사항으로 기재한 "상기 설비 내용은 2012. 7. 12.자 첨부된 계약서 (주)AA과 (주)AR 내용과 동일하다(계약서 별첨)."라는 문구(증 제13호증의 1, 2)를 그대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주식회사 AR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라)

피고인 측은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분담하기로 하였고, 피해자 측도 이를 믿고 이 사건 설비 제작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1)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제1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 측이 35억 원을 부담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피해자 측이 금융기관에서 30억 원가량을 대출받아 돈을 마련했다고 진술하였다(공판기록 1권 89, 90면). 비록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 측이 부담하기로 한 40억 1,900만 원과 그 액수에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피해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기억력의 한계로 거제공장 설립을 위한 대금과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 액수를 혼동하여 진술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배척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피해자는 피고인이 이 사건 설비제작대금을 부담하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진술하기도 하였다(공판기록 1권 92, 93면).

(2)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2015. 2.말경 피고인과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그 직전인 2014. 12. 19.경 마지막으로 대화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다른 곳에서 투자를 받을 예정인데, 그 돈을 받으면 AA에 대금을 모두 지급해서 이 사건 설비를 갖추어 주겠다고 하였다'는 말을 들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86면). 그런데 피고인은 투자받을 곳이 어디인지 확인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말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부담하고 있었음을 전제하고 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3)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설비와 관련하여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대출받는 20억 원 상당과 나주공장에서 변제받을 돈, 기술적으로 제공해야 할 10억 원을 합하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92면), 이러한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부담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4)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서의 외관상 피고인 측이 부담하는 금액이 높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피고인은 피해자 측이 지급하는 돈으로 AA과의 채권·채무를 정리할 의사로 위와 같이 피고인 측의 부담 액수를 높여 피해자로 하여금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에 참여하게 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11억 원 상당의 배양물품 및 설비물품을 제공하는 등 30억 원 상당을 지급하였고, 이 사건 설비 중 70% 이상이 제작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가(증거기록 90, 91면), 이후 '6~7억 원 상당의 배양물품 및 설비 물품을 제공하였으며, 약 40억 원 상당의 이 사건 설비가 납품되었다'는 취지로 달리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61, 162면), 심지어 그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였다. 반면에 AB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측으로부터 11억 원 상당의 위 물품을 받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16, 117면).

마)

피고인은 AP에 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상당히 불투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1)

B는 AT일자 AO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여 AU일자 위 특허가 등록되었으나, AV일자 출원한 AW와 AX에 관한 특허 출원은 모두 거절되었다(증거목록 순번 23-25). 비록 AO에 관한 특허는 염화나트륨(NaCl)과 수산화나트륨(NaOH)을 포함하지 않는 스피룰리나 배양용 배지를 이용하여 경제적으로 스피룰리나 속 조류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것으로 폐수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지만, AW와 AX에 관한 특허 출원이 거절됨으로써 독점적인 배양장치를 이용한 배양방법을 통해 스피룰리나의 배양효율을 증대하여 보다 경제적인 스피룰리나의 생산 활용은 용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 측은 AO, AY, AZ에 관한 특허권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기술보증기금에 기술가치 평가를 의뢰하였고, 기술보증기금은 2012. 10. 28.경 기술가치 평가액을 30억 6,700만 원으로 산정한 기술평가서를 작성하였다(증 제5, 10호증).

(2)

피고인은 해외에 상당한 가치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나, B가 미국, 유럽에 출원한 특허는 모두 등록되지 않았고, 단지 일본에 BA과 AY에 관하여 2개 특허를 출원하여 등록되었을 뿐이고, 일본에서 등록된 특허만으로 국내에서 스피룰리나 제품의 생산·판매 등의 성과에 별다른 영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피고인은 2006년경부터 B를 운영하였으나, 계속 적자 상태로 순이익이 발생한 적이 없고, 연 매출이 가장 많았던 2012년에도 9억 원 정도에 불과하여 스피룰리나 제품의 생산·판매를 통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불투명했으며, 위 특허를 이용한 독점적인 스피룰리나 배양 및 생산이 이루어지지도 않아서 결국 B는 2016. 10. 31.경 직

한 기술평가서를 작성하였다(증 제5, 10호증).

(2)

피고인은 해외에 상당한 가치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나, B가 미국, 유럽에 출원한 특허는 모두 등록되지 않았고, 단지 일본에 BA과 AY에 관하여 2개 특허를 출원하여 등록되었을 뿐이고, 일본에서 등록된 특허만으로 국내에서 스피룰리나 제품의 생산·판매 등의 성과에 별다른 영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피고인은 2006년경부터 B를 운영하였으나, 계속 적자 상태로 순이익이 발생한 적이 없고, 연 매출이 가장 많았던 2012년에도 9억 원 정도에 불과하여 스피룰리나 제품의 생산·판매를 통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불투명했으며, 위 특허를 이용한 독점적인 스피룰리나 배양 및 생산이 이루어지지도 않아서 결국 B는 2016. 10. 31.경 직권 폐업되기에 이르렀다(증거기록 144, 167~181면).

나.

피해자가 지급한 21억 8,040만 원의 사용처에 관하여

1)

제1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제1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제1 원심은 먼저 사기죄에서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편취금액이 교부받은 재물 전부라는 법리를 설시한 후,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측은 피해자 측이 지급한 21억 8,040만 원 중 일부만 이 사건 설비 제작에 투입하였을 뿐, 그 대부분을 AA과의 채권·채무를 정리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판단하여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

B와 AA의 관계

(1)

피고인 측은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을 체결하기 이전부터 AA에 나주공장 설립과 관련하여 약 20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2)

피고인 측은 피해자 측이 AA에 17억 3,040만 원을 지급한 2013. 11. 14.경 AA으로부터 다시 4억 5,000만 원을 빌렸다.

나)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의 사용

(1)

AB은 제1 원심 법정에서 'B와 AA은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29억 원 정도로 정하여 공사계약을 하였고, 피해자 측으로부터 지급받은 21억 8,040만 원 중 일부는 피고인 측의 나주공장과 관련된 20억 원의 채무변제에 충당되었으며, 일부만 이 사건 설비 제작에 사용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21억 8,040만 원이 모두 이 사건 설비 제작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기존에 피고인 측이 AA에 부담하던 나주공장 관련 약 20억 원의 채무가 피해자 측이 지급한 21억 8,040만 원으로 전혀 변제가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AA이 2017. 4. 25.경 B에 작성해 준 미수금 확인서(이하 '2017. 4. 25.자 미수금 확인서'라 한다)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AB은 제1 원심 법정에서 '2017. 4. 25.자 미수금 확인서에 대하여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니고, 피고인 측에 대한 미수금이 얼마인지 모른다'는 취지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하였다. 또한 AB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AA이 피고인 측을 통해 피해자 측으로부터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의 선급금 명목으로 17억 3,040만 원을 지급받았을 무렵에는 피고인 측에 대하여 나주공장과 관련된 20억 원의 채권이 있었음에도 그 무렵 다시 피고인에게 4억 5,000만 원을 빌려주기까지 하였다. 한편 거제 공장에 투입된 이 사건 설비의 제작내역에 관하여는 상당한 의심이 들고, 경매절차에서 불과 1억 5,000만 원에 매각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 측이 지급한 21억 8,040만 원 중 일부만 이 사건 설비 제작에 투입되었고, 피고인은 그 대부분을 AA과의 채권·채무를 정리하는 데 사용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AA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도 하는 등 피해자 측에 대한 기망행위를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보이고, AA도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협력한 것으로 판단된다.

2)

당심의 판단 제1 원심이 설시한 사실과 사정들에 제1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 측은 피해자 측이 지급한 21억 8,040만 원 중 일부만을 이 사건 설비를 제작하는 데 사용하였을 뿐, 그 대부분을 AA과의 채권·채무를 정리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제1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AB과 피해자의 각 진술에 의하면, 21억 8,040만 원 중 일부만 이 사건 설비 제작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1)

AB은 수사기관과 제1 원심 법정에서 '피해자 측으로부터 21억 8,040만 원을 입금 받았으나, 나주공장을 설립할 당시 피고인 측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대금이 있어 위 돈 중 일부를 나주공장 미수금에 충당하고, 거제공장에 대한 이 사건 설비 제작 명목으로는 13~14억 원가량만 사용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 측이 지급한 돈을 가지고 나주공장 미수금 일부를 정리하고, 거제 공장의 일을 하면 바로 돈을 만들어서 주겠다고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기록 114, 115면, 공판기록 1권 144면).

(2)

피해자도 수사기관과 제1 원심 법정에서 'AB이 이 사건 설비와 관련하여 피고인 측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였고, 나주공장과 관련하여 13억 원가량을 더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 기록 85면, 공판기록 1권 75면).

나)

피고인 측은 피해자 측이 AA에 지급한 돈 중 일부를 AA으로부터 빌려 사용하기도 하였다.

(1)

피고인 측은 2013. 11. 14.경 B의 운영비와 급여가 부족해서 AA으로부터 4억 5,000만 원을 빌렸고, 이와 같이 돈을 빌린다는 사정을 피해자 측에게 말하지 않았다(증거기록 150면).

(2)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나주공장과 관련하여 40억 원 상당의 채권이 있었고, 이를 변제받으면 4억 5,000만 원을 갚으려고 했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기록 92, 93, 150면), 피고인 측이 나주공장과 관련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객관적인 자료나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AA에 20억 원 상당의 채무와 금융기관에 14억 3,000만 원의 채무 등을 부담하고 있던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의 위 진술은 쉽게 믿기 어렵다.

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BB 부동산임의경매 사건에서 알 수 있는 이 사건 공장에 납품된 이 사건 설비의 가치를 고려하더라도 피해자 측이 지급한 21억 8,040만 원이 전부 이 사건 설비 제작에 사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AG은행은 Z조합가 대출받은 돈을 변제하지 못하자 2016. 12. 13.경 근저당권이 설정된 거제 공장과 그 부지, AA이 납품한 이 사건 설비 중 일부에 해당하는 별지 기계기구 목록(이하 '이 사건 기계기구'라 한다)에 대하여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BB로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하였다. 위 경매절차에서 피해자 측은 이 사건 설비가 전부 완공되지 않아 독립된 동산으로 가치가 인정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2017. 1. 2.경 위 법원에 AA이 이 사건 기계기구를 총 21억 7,500만 원에 납품하였음을 확인하는 '설치 장비 리스트'를 첨부한 뒤 이를 독립된 동산으로 인정하여 적정한 금액으로 감정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청하는 감정평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였다(증 제15호증). 이후 BC감정평가사사무소가 2017. 1. 5.경 위 법원에 제출한 감정평가서에 의하면, 이 사건 기계기구에 대하여 재조달원가에 감가수정을 하여 원가법을 적용하되, 현상과 관리상태를 고려해 감정평가액을 산출하였는데, 기호 1~12, 14에 해당하는 기계기구는 합계 1,330,688,000원으로 평가되었고, 기호 13, 15에 해당하는 기계기구는 거제 공장의 건물에 포함되어 평가되었다(증 제14호증).

(2)

앞서 본 것처럼 위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기계기구의 감정평가액이 13억 원을 넘는 것으로 평가되었고, 피해자 측이 AA으로부터 21억 8,040만 원에 상당한 금액의 설비를 납품하였음을 확인하는 '설치 장비 리스트'를 받아 제출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AB이 제1 원심 법정에서 실제로 납품한 설비가 10억 원 이상 될 것 같다고 하면서 '납품한 설비에 추가로 들어가야 할 것이 상당히 많이 있었고, 그러한 부분들이 더 들어가야 운영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진술한 점(공판기록 1권 123, 138면), AA이 위 경매절차에서 11억 8,040만 원의 공사를 하였다고 하면서 그중 4억 5,000만 원만 받고 나머지 7억 3,040만 원은 받지 못하였다고 하며 위 금액에 대하여만 유치권 신고를 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취하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측이 제출한 위 '설치 장비 리스트'는 경매로 인한 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것만으로 위 금액 상당의 설비를 그대로 납품받았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위 경매절차에서 최종적으로 이 사건 기계기구를 포함하여 거제공장과 그 부지가 이 사건 기계기구의 감정평가액과 비슷한 13억 7,000만 원에 매각되기도 하였다.

(3)

따라서 위 경매절차에서 AA이 납품한 이 사건 설비의 가치가 다소 높게 평가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측이 지급한 21억 8,040만 원이 이 사건 설비 제작에 모두 사용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피해자 측이 위 돈을 지급하게 된 이상 사기죄의 성립에도 영향이 없다.

다.

이체확인증 작성 경위에 관하여 제1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설비 제작을 위한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는 데 사용하게 해 줄 용도로 2013. 11. 13.자 이체확인증의 금액을 변경하여 작성해 주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사실을 오인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1)

앞서 본 것처럼 피해자 측은 피고인 측이 이 사건 설비 제작대금을 함께 부담한다고 하여 이 사건 설비 제작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피고인 측이 부담하기로 한 금액 중 10억 원에 대하여 AA에 5,000원씩 합계 1만 원만 입금하였음에도 이체 금액을 변경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2)

피해자 측이 스피룰리나 관련 사업을 위해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B가 AA에 10억 원을 입금하였다는 이체확인증만으로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거나 투자를 받는 데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인은 수사기관이나 제1 원심 법정에서 2013. 11. 13.자 이체확인증의 금액을 변경하였다거나 이에 관한 피해자의 요청이 있었다는 진술을 전혀 하지 않았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들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들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원심판결들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