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2. 19. 선고 2021재노44 판결

가. 국가보안법위반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사안의 경과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1)

피고인 A은 1989. 5. 16., 피고인 B은 1989. 6. 15. 다음과 같은 요지의공소사실로 각 기소되었다(구체적인 공소사실은 각 별지 기재와 같다).

<생략>

2)

원심인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89. 7. 25.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피고인 A에 대하여 징역 1년 6개월 및 자격정지 2년, 피고인 B에 대하여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각 선고하였다.

3)

피고인들 및 검사는 원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서울고등법원은 1989. 11.23.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만을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A에 대하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 피고인 B에 대하여 징역 1년 6개월 및 자격정지 2년을 각 선고하였다(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4) 재심대상판결은 상고기간이 경과(피고인 A)하거나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피고인 B)되어 확정되었다.

나.

재심개시결정의 확정

피고인들은 2021. 9. 10. 재심대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다. 이 법원은 2024. 3. 12. 재심대상판결에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고 그러한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이 법원의 심판범위

가.

검사의 주장

이 사안에서 재심개시결정의 주된 이유는 피고인들이 치안본부 사법경찰관으로부터 불법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인데, 그 조사 당시 근로기준법(1953.5. 10. 법률 제286호로 제정된 것)은 노동관계법령에 의한 수사를 검사와 근로감독관이전행하도록 규정하였고(제106조), 이에 따라 피고인 A에 대한 노동쟁의조정법위반 부분은 치안본부 사법경찰관이 아니라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수사를 담당하였다. 재심대상판결 중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고 그러한 사실이 증명된 부분은 국가보안법위반의 범죄사실에 한정된다. 따라서 재심심판절차인 이 법원에서는 피고인 A에 대한 노동쟁의조정법위반 부분을 다시 심리하여 유죄인정을 파기할 수 없고, 다만 그 부분에 관하여 국가보안법위반의 범죄사실과 경합범 관계에 있어 새로이 양형을 하여야 하므로 양형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 한하여 심리할 수 있다.

나.

판단

1)

기록에 따르면, ① 피고인 A에 대하여 1989. 4. 3. 발부된 구속영장에 사건명이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기재되어 있고 범죄사실도 국가보안법위반 부분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재심대상사건기록(이하 '기록'이라고 한다) 16-5권 18~36쪽], ② 서울지방노동청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은 1989. 4. 15. 피고인 A의 노동쟁의조정법위반 피의사실을 인지하였다고 서울지방노동청장 앞으로 범죄인지보고서를 작성하고(기록 16-6권312쪽), 같은 날 노동쟁의조정법위반 피의사실에 관하여 피고인 A을 조사한 사실(기록16-6권 313~321쪽), ③ 피고인 A에 대한 1989. 4. 18. 자 검찰 송치의견서에 치안본부사법경찰관과 서울지방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이 함께 날인한 사실(기록16-6권 69쪽)이 인정된다.

다른 한편 기록에 따르면, ① 피고인 A은 1989. 4. 1. 19:00경 치안본부 사법경찰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강제로 연행되어 그때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된 1989.4. 3. 20:05까지 3일간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사실, ② 피고인 A은 불법 체포·감금 중인 1989. 4. 3. 치안본부 대공3부에서 "1988. 7. 20. 19시경 본인, F, G, H, I가 J교회에 모여서 J교회에 비치되어 있는 노래책 「일꾼의 노래」 를 보면서 노래극을 같이 만들어 노래극 제목은 'K'로 정하고, 진행은 G이, 시 낭송은 본인이, 노래는 I, 기타 반주는 F과 H가 하기로 하여 2시간 연습해보고, 같은 날 22시경 D 사업장을 방문하여 우리들이 노래극으로 농성노동자 여러분께 힘이 되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하자 D 노조 간부가 수락하여 22시 30분경 사업장 지하식당에서 농성자 30여 명 앞에서 노래극을 발표하였습니다."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하였고(기록 16-6권 163쪽), 1989. 4. 2.부터 1989. 4. 3.까지 치안본부 대공3부에서 치안본부 사법경찰리로부터 국가보안법위반 피의사실로 조사를 받으면서 위 진술서와 같은 내용을 진술한 사실(기록 16-6권 208~209쪽), ③ 서울지방노동청 특별사법경찰관 근로감독관이 1989. 4. 15. 자로 작성한 피고인 A의 노동쟁의조정법위반에 대한 범죄인지보고서에는 인지 경위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피고인 A의 위와 같은 진술 외에 노동쟁의조정법위반 피의사실을 인지한 경위에 관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2)

이러한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 A에 대한 노동쟁의조정법위반 피의사실은 피고인 A을 불법으로 체포·감금한 상태에서 치안본부 사법경찰관에 의해 이루어진 수사에서 인지되었고, 이를 기초로 추가 조사를 거쳐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인정된다.

3)

따라서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노동쟁의조정법위반 부분도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고 그러한 사실이 증명된 부분에 해당한다. 이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유·무죄를 새로 심판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들(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1>)

1)

이적단체 구성 또는 가입에 의한 각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C는 인천·부천 지역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 등을 위해 결성된 순수한 노동단체에 해당할 뿐,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행위를 목적으로 구성된 국가보안법이 정한 이적

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이적표현물 소지 등에 의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피고인들이 소지 등을 하였다는 유인물이나 책자(이하 '이 사건 표현물'이라 한다)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되었으나, 실질적으로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고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 등에 의하여 압수된 바도 없으므로, 불법으로 압수된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설령 그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압수된 유인물이나 책자 중 대부분은 피고인 B이 C의 사무국장으로 취임하기 이전부터 사무국 사무실에 비치되어 있던 것들로서 피고인 B은 그 내용을 알지도 못하였다.

3)

노동쟁의조정법위반의 점

노동쟁의조정법상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인 제45조의2, 제13조의2는 헌법상 보장된 단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이다. 피고인 A은 다른 사업장의 노동쟁의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나.

검사(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4.

피고인들의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

가.

전제되는 법리

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은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한 사건에 대하여는 제436조의 경우 외에는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심판한다는 것은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재심대상판결이 상소심을 거쳐 확정되었더라도 재심사건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와 재심사건의 심리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종합하여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심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취사와 이에 근거한 사실인정도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으로서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도2946 판결 등 참조).

나.

이적단체 구성 내지 가입에 의한 각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기록으로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가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C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검사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무죄 의견을 제시하였다).

1)

이 부분 공소사실은 C가 표면적으로는 '자주', '민주', '통일'을 구성 목적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여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이하 'NLPDR'이라 한다)의 실현 등을 진정한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아래 제4의 다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A으로부터 압수한 유인물과 책자, L로부터 압수한 유인물과 책자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 제외된다)만으로는 C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NLPDR에 관하여 개인적으로 논의를 하였다거나, C 일부 회원들이 소지하고 있던 문건들 중 NLPDR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문건이 발견되었다는 것을 넘어 NLPDR이 C의 공식적인 입장이었음을 알 수 있는 사정 등 C의 구성 목적이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C가 임금 인상 및 노동법 개정 등 노동자들의 권익향상, 당시 정치 상황에 따른 5공 비리 척결 등을 위한 활동을 한 사실이 인정되나,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가 형식적으로만 노동자들의 권익향상 등의 활동을 내세운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는 등의 행위를 해왔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C나 그 구성원들이 북한 등 반국가단체 또는 그 구성원과 연계되거나 그 노선과전술에 입각하여 활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기록상 발견되는 것도 아니다.

다.

이적표현물 소지 등으로 인한 국가보안법위반의 점

1)

관련 법리

임의제출물을 압수한 경우 압수물이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실제로 임의제출된 것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임의제출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피고인이 증명할 것이 아니라, 검사가 그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해야 한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0도9431 판결 등 참조).

영장주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영장주의에 관한 절차를 위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관하여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여 그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5.5. 28. 선고 2015도364 판결 참조).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2011. 6. 30. 선고 2009도6717 판결 참조).

2)

이 사건 표현물의 증거능력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로 인정되는 다음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표현물 제출에 관하여 검사가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표현물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가)

피고인 A으로부터 압수된 표현물의 증거능력

피고인 A으로부터 서울지방검찰청 1989 압제2697호로 압수된 유인물이나 책자와 관련하여, 1989. 4. 1. 자 압수조서에는 그 압수경위로 '1989. 4. 1. 오후 10시 피고인 A의 부천시 M 소재 자취방에서 피의자 A이 노동자들을 상대로 선전·선동·의식화 교육용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보관 중인 별첨 압수목록과 여하한 유인물 44점을 임의 제출하므로 증거물로 압수한다'고 기재되어 있다(기록 16-6권 91쪽).

위 압수물에는 이 사건 표현물 중 '변혁과 통일2'(압수목록 42번), '민주화의 길'의 소제 중 '자주적 평화통일 운동론' 부분(압수목록 50번), '현시기 노동운동의 조직적 과제에 대하여'(압수목록 46번)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인 A은 위 유인물이나 책자를 치안본부 수사관들이 임의제출 형식을 빌려 불법으로 압수하였다고 다투고 있고, 피고인 A이 1989. 4. 1. 19:00경 치안본부 사법경찰관들에 의해 불법으로 체포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수사관들은 불법체포한때로부터 3시간가량 지난 1989. 4. 1. 22:00경 피고인 A을 그의 자취방으로 데려가 이 부분 압수를 하였는바, 그 시기와 제출 경위 등에 비추어 제출의 임의성이 상당히 의심되고, 달리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앨 만한 증명이 없다.

나)

L로부터 압수된 표현물의 증거능력

재심개시 후 당심에서 검사는 피고인 B의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압수된 각 표현물은 수사기관이 L로부터 적법하게 임의 제출받은 것으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L로부터 서울지방검찰청 1989 압제322호로 압수된 유인물이나 책자와 관련하여 1989. 1. 10. 자 압수조서에는 그 압수경위로 '1989. 1. 9. 08:30 인천 북구 N 소재 C 사무국 사무실에서 피의자 L가 시정된 사무실을 열고 들어가 C 사무국 소속 조직원인 피의자 등이 공동수집 필요시 노동자 교육용 등으로 활용키 위하여 동소 내 캐비넷과 책장 등지에 보관 중인 별지 문건들을 꺼내 수사상 필요하다면 제출하겠다고 하면서 임의 제출하므로 본건 증거를 위해 이를 압수한다'고 기재되어 있다(기록 16-12권 321쪽).

위 압수물에는 이 사건 표현물 중 'E'(압수목록 479-2번: 'E'), '한국사회의 성격과 변혁운동의 성격'(압수목록 39번), '노동조합의 올바른 발전을 위하여(1), (2)'(압수목록 6,7번), '현시기 노동운동의 조직적 과제에 대하여'(압수목록 8번), '구국의 길'(압수목록 19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위 압수와 관련하여 피고인 B이 작성한 임의수색동의서에는 임의수색을 동의한 일시가 1989. 2. 9.로 기재되어 있고(기록 16-12권 364쪽), 관련 수사보고서에도'1989. 2. 9. 08:30경 L를 입회시켜 동인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다(기록 16-12권 585쪽). 이에 비추어 위 압수조서 날짜와 압수실행 날짜는 소급 기재된 것으로 보이고, 그 소급 기재 경위에 관한 합리적인 설명도 없다.

나아가 피고인 B은 1989. 2. 8. 17:30경 치안본부 사법경찰관들에 의하여 영장 없이 강제로 연행되어 그때부터 석방된 1989. 2. 11.까지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였다. L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재고합12 사건에서 2022. 5. 25. 재심개시결정을 받았는데(이후 개시된 재심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그 주된 이유가 '1989. 2. 8. 저녁 무렵 불법체포를 당하였고, 그때부터 구금(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관들은 피고인 B과 L를 불법체포한 바로 다음 날이자 불법구금 중인 1989. 2. 9. 오전 L를 C 사무실로 데려가 이 부분 압수를 하고, 피고인 B으로부터 임의수색동의서를 작성 받았던바, 그 시기와 제출 경위 등에 비추어 제출의 임의성이 매우 의심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당시 L가 임의로 유인물이나 책자를 제출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재심개시 후 당심에서 검사는, O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서울형사지방법원 89고합574)의 기록 중 일부(L에 대한 압수조서, 압수목록, O의 임의수색동의서, 압수현장 사진, 한국사회의 성격과 변혁운동의 성격 사본)를 추가 증거로 신청하였다(이 사건 재심 증거목록 4, 5, 6번). 이 부분 증거들은 O의 국가보안법위반 피의사실과 관련하여 치안본부 사법경찰관이 1989. 2. 8. 오후 8시 30분경 인천 북구 N 소재 C 사무실에서L로부터 '한국사회의 성격과 변혁운동의 성격(자필)' 등을 임의제출 받아 압수하였다는 것에 대한 압수조서, 압수목록, 관련 현장사진, O 작성의 1989. 2. 9. 자 임의수색동의서 및 위 압수절차에서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한국사회의 성격과 변혁운동의 성격(자필)' 사본이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해당 압수물, 압수조서, 압수목록은 L가 임의로 제출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거나 그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O 작성의 임의수색동의서는 피고인들이 증거에 부동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3)

소결론

이와 같이 이 사건 표현물은 모두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어떠한 표현물에 이적성이 있는지는 기본적으로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는데(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표현물에 증거능력이 없고, 이를 토대로 수사기관이 추궁하여 얻는 이 사건 표현물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 역시 위법수집증거와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증거능력이 없으며,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표현물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없거나 그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표현물이 이적표현물임을 전제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있다(검사도 피고인 A의 '변혁과 통일2', '민주화의 길', 피고인 B의 'E', '노동조합의 올바른 발전을 위하여(1), (2)', '구국의 길' 표현물에 대하여 이적성이 없음을 이유로 무죄 의견을 제시하였다).

라.

피고인 A의 노동쟁의조정법위반의 점

1)

위헌법률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률의 제정 및 개정 당시 부칙들에 따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6.12. 31. 법률 제5244호로 제정되었다가 1997. 3. 13. 법률 제5306호로 폐지된 것)이 시행된 1997. 3. 1. 전에 제3자가 쟁의행위에 개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 노동쟁의조정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 제3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노동쟁의조정법'이라 한다) 제45조의2, 제13조의2가 적용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제3자 개입금지'는 법령에 의하여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를 제외한 제3자가 쟁의행위에 관하여 노사관계 당사자를 조종·선동·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을 뿐 노동조합 결성 및 가입이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단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위 2006도755 판결 취지 참조).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 A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인 A이 제3자 개입행위를 하였는지 여부

가)

구 노동쟁의조정법 제13조의2는 쟁의행위에 관하여 제3자가 관계당사자를 조종·선동·방해하거나 기타 이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그 요건인 선동 등 개입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여 행위'만을 의미하고,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가 아닌 행위'까지 위 규정에 따라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1992. 6. 9. 선고 91도2221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기록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 사정에 비추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 A의 행위가 노사관계 당사자의 자주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의 객관적이고도 구체적인 관여 행위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 A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는바,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A의 주장은 이유 있다.

(1)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에 따르더라도 피고인 A이나 F, G, H, I가 D 주식회사(이하 'D'라고 한다)의 농성장에 찾아가 한 행위는 인사말을 한 다음 노래를 독창하거나 합창하고 시를 낭송한 것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 A 등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거나 장시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피고인 A의 진술에 따르면 당일 두 시간 정도 노래를 맞춰보는 등의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2)

피고인 A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D의 농성장에 방문한 것은 단순한 지원 또는 격려 목적이었다고 진술하였다.

(3)

피고인 A 등의 위와 같은 행위로 D의 노동조합원들이 '자신들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서 그들 앞에서의 의견 표명이 '예외 없이' 금지된다고 볼 수 없다. 이를 두고 그 자체로 금지되는 '제3자 개입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1.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피고인 A에 대하여 [별지1], 피고인 B에 대하여 [별지2] 각 기재와 같다.

2.

판단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앞서 제4항에서 본 바와 같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남성민(재판장) 송오섭 김선아_.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