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8. 18. 선고 2022나11133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택시 여객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하고 있거나 근무하다 퇴직한 사람들이다.

나.

원고들을 비롯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은 1일 2교대제로 근무하면서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은 피고에게 납입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은 원고들이 보유하면서 이에 더하여 피고로부터 기본급, 수당 등의 명목으로 일정한 금액의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이른바 ‘정액 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9.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인천광역시에도 시행되었다.

라.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전인 2009. 3. 6. 피고의 노동조합과 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월 200시간)으로 정하는 임금협정(이하 ‘2009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이하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이라 한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마.

피고는 피고 노동조합과 사이에 소정근로시간을 2010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6시간(월 180시간), 2014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 40분(월 170시간), 2018년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월 150시간)으로 정하였는데(이하 2010년 이후의 임금협정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라 한다),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견표와 같다.

(생략)

2014년 임금협정서

2018년 임금협정서

바.

2009년 임금협정과 이 사건 각 임금협정상 1일 사납금은 아래와 같다.

사.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결정‧고시한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서증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

이 사건 각 임금협정상 근로시간 조항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여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모두 무효이므로, 원고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소정근로시간은 2009. 3. 6. 체결된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① 2017년 1월분부터 2019년 12월분까지<1> ‘1일 6시간 40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하여 계산한 최저임금과 실제 원고들이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합계인 별지 표 중 ‘미지급 임금 합계’의 ‘합계’란 기재 각 금액과, ② 미지급 임금을 바탕으로 재산정한 퇴직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합계인 별지 표 중 ‘미지급 퇴직금 합계’의 ‘합계’란 기재 각 금액을 합한 별지 표 중 ‘청구금액’란 기재 각 금액 및 그중 ‘원금 합계’란 기재 각 금액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이 사건 각 임금협정상 근로시간 조항은 근로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노사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변경한 것이므로,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없고 유효하다.

나.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 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K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가 택시운전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

판단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정액 사납금제 형태의 임금을 지급받았던 사실, 2009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2010년 임금협정에서 1일 6시간으로, 2014년 임금협정에서 1일 5시간 40분으로, 2018년 임금협정에서는 1일 5시간으로 순차적으로 단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의 내용과 갑 제16호증, 을 제8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정액 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피고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각 임금협정상 근로시간 조항은 무효라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위 조항의 무효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1)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를 운행하여 피고 차고지 밖 도로 위에서 일하면서 승객들로부터 받은 수익을 관리하였고, 이른바 정액 사납금제에 따라 원고들이 승객으로부터 받은 운임 중 일정액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수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원고들이 갖는 방식으로 일하였다.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으므로, 이러한 택시운수업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앞서 본 법리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전에는 기본급 외에 초과운송수입금도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 대상 임금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에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09년도 임금협정 당시 근로기준법이 정한 법정 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의 범위에서 형식적으로 1일 6시간 40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 직후 체결되었으나, 2014년과 2018년 각 임금협정은 위 특례조항의 시행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체결되었고, 그 사이 위 각 임금협정이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3)

2010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 1일 6시간은 2009년 임금협정상 1일 6시간 40분에서 10% 단축된 수준이고, 2014년 임금협정에서는 다시 1일 5시간 40분으로 줄어들어 2010년 임금협정 대비 약 5% 정도 단축되었으며, 2018년 임금협정에서는 5시간으로 줄어들게 되어 2014년 임금협정 대비 약 11% 단축된바, 이 사건 각 임금협정 사이의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정도는 비교적 완만하다.

4)

한편, 2009년과 2018년의 근로여건을 비교하여 보면,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이 월 200시간<2>에서 150시간으로 감소함에 따라 원고들은 월 376,500원(= 2018년 최저시급 7,530원 × 50시간)의 최저시급을 덜 지급받게 되는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2009년 임금협정의 기본급은 500,000원이었으나 2010년 임금협정에서는 542,500원으로 직전 임금협정 대비 약 8.5% 인상되었고, 2014년 임금협정에서는 600,000원으로서 2010년 임금협정 대비 약 10% 인상되었으며, 2018년 임금협정에서는 670,000원으로 2014년 임금협정 대비 약 11% 인상된바, 기본급은 소정근로시간의 단축 정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꾸준히 인상되었다. 그에 따라 원고들이 지급받는 기본급과 제수당은 월 651,232원에서 1,202,451원으로 551,219원이 증가하였다.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은 최저 임금 인상과 비슷한 비율의 고정급 인상을 내용으로 하여 피고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만을 증가시킨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5)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월정액급여 중 최저임금 미달 여부를 판단하는 비교 대상 임금에 적어도 기본급, 근속수당, 승무수당, 성실수당, 생산장려수당, 상여금이 포함된다는 점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010년 임금협정에 따라 근무기간 1년 이상 2년 미만의 근속근로자가 소정근무일인 26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 비교 대상 임금은 905,425원(= 기본급 542,500원 + 근속수당 10,000원 + 승무수당 182,508원 + 성실수당 80,000원 + 상여금 90,417원)인데, 이를 2009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해 보더라도 5,326원(= 905,425원 ÷ 1개월 평균 소정근로시간 170시간<3>, 원 미만 버림)으로, 2010년 당시 적용되던 최저임금 4,110원을 상회한다.

2014년 임금협정에 따라 근무기간 1년 이상 2년 미만의 근속근로자가 소정근무일인 26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 비교 대상 임금은 1,039,437원(= 기본급 600,000원 + 근속수당 20,000원 + 승무수당 269,437원 + 성실수당 80,000원 + 상여금 70,000원)인데, 이를 2010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6시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해 보더라도 6,793원(= 1,039,437원 ÷ 1개월 평균 소정근로시간 153시간<4>, 원 미만 버림)으로, 2014년 당시 적용되던 최저임금 5,210원을 상회한다.

2018년 임금협정에 따라 근무기간 1년 이상 2년 미만의 근속근로자가 소정근무일인 26일을 모두 근무하는 경우 비교 대상 임금은 1,150,111원(= 기본급 670,000원 + 근속수당 20,000원 + 승무수당 305,111원 + 성실수당 80,000원 + 생산장려수당 75,000원)인데, 이를 2014년 임금협정의 소정근로시간인 1일 5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시급으로 환산해 보더라도 7,959원(= 1,150,111원 ÷ 1개월 평균 소정근로시간 144.5시간<5>, 원 미만 버림)으로, 2018년 당시 적용되던 최저임금 7,530원을 상회한다.

5)

2013년 인천지역의 택시 기본요금은 기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25%, 가산요금은 144m당 100원으로 기존과 비교하면 17.3% 각 증가하였다. 그러나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1일 사납금은 2010년 임금협정에서 2009년 임금협정과 비교하면 11,000원(약 12%) 증가한 이후에, 주간 기준으로 2014년 임금협정에서는 2010년 임금협정보다 4,000원(약 3%) 증가, 2018년 임금협정에서는 2014년 임금협정보다 2,000원(약 1%) 증가하는 것에 그쳤고, 야간 기준으로 하더라도 2014년 임금협정에서 125,000원(약 22%)으로 증가한 뒤에 2018년 임금협정에서는 오히려 123,000원으로 감소하였다. 2013년 인천지역의 택시 요금 인상 후인 2014년과 2018년 각 임금협정에서의 1일 사납금 액수는 기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운송수입금은 늘어났을 것으로 보이나 사납금 납부를 위한 운행시간은 줄어들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6)

인천광역시 택시운송사업 종합발전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최종보고서 등에 의하면, 인천지역 일반택시의 시간 실차율은 2009년 31.1%, 2014년 34.8%, 2017년 9월 35.5%로 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2015년경 무렵부터 택시호출 앱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종전의 배회영업식 영업방식에서 대기식 영업방식, 즉 특정한 장소에서 대기를 하다가 호출을 받아 운행을 하는 방식으로 근무형태가 대폭 변경되었고, 특히 호출 앱을 통해서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손님을 골라 받을 수 있는 등 운행시간 대비 운송수입의 효율이 향상되었음을 나타내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정도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7)

원고들은 2023. 6. 5. 이 법원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를 근거로 자신들의 실제 운행시간에 큰 변동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택시운수업의 특성상 시업과 종업 사이의 총 운행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및 소정근로시간 사이의 괴리가 불가피한 점, 통계상 운행시간에는 사납금을 벌기 위한 시간과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한 시간이 모두 포함되는데 사납금을 벌기 위한 시간이 줄어든 만큼 택시운전 근로자들이 더 많은 초과운송수입금을 벌기 위해 자의에 따라 실제 근로시간을 단축하지 않고 유지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점, 노사합의에 따른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은 다른 개념인 점, 2014년 임금협정과 2018년 임금협정의 각 제4조 제1항 단서는 1일 배차시간을 오전과 오후 각 10시간으로 하되 소정근로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하여 운전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소속 택시 운전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근무여건 및 근로조건이 개선됨으로써 실질적인 근무형태 및 운행시간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백승엽(재판장) 서여정 이도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