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 중 아래에서 추가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3,254,167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7. 15.부터 2022. 12. 22.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원고는 제1심에서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금지 및 폐기청구를 하였고, 제1심 법원은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고, 피고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제1심 공동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만이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중 패소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한정된다.
기초사실
원고는 ‘H’ 출판사(이하 ‘H’라 한다)의 대표자이다. H는 ‘L’(이하 ‘L’이라 한다), ‘J’, ‘K’ 등의 서적(이하 통틀어 ‘H 서적’이라 한다)을 출간해 왔다.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1. 4. 29.부터 2020. 1. 하순경까지 H에서 디자인 실장 및 디자인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서적 제작 및 서적 제작에 필요한 종이 등 구매 업무를 담당하였다.
피고는 H에 재직 중인 2018. 8.경 ‘I’ 출판사(이하 ‘I’이라 한다)를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J’, ‘K’, ‘M’(이하 ‘M’라 한다) 등 별지 판매대금 ‘서적’란 기재 책들(이하 통틀어 ‘I 서적’이라 한다)을 발간하여 판매하고, 2018. 10. 25.경부터 2020. 1. 23.경까지 67회에 걸쳐 H가 필요로 하는 종이 수량보다 합계 58,014,806원 상당의 종이를 초과 주문하여 납품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16,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의 요지
피고가 원고와 근로계약 기간 중에 출판사를 설립하여 동종 품목의 서적을 판매한 행위는 채무불이행(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 따른 신의칙상 경업금지의무위반), 업무상 배임의 불법행위, 성과 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로서 I 서적의 판매대금인 별지 ‘판매대금’의 ‘이익금(원)’란 기재 금액 합계 296,137,376원을 배상하여야 한다(이하 ‘제1 손해배상청구’라 한다).
또한 피고는 H에 재직하면서 I의 책을 출간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H가 필요로 하는 종이 수량보다 초과 주문하여 원고로 하여금 초과 주문량 상당 종이대금 58,014,806원을 지출하도록 하였는바, 피고는 그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로서 위 종이대금 상당을 배상하여야 한다(이하 ‘제2 손해배상청구’라 한다).
판단
제1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갑 제9, 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2009. 2.경 작성하여 서울서부지방노동청에 신고한 H의 취업규칙 제9조 제13호는 “사원은 허가 없이 다른 사업장에 취업하거나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위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H 소속 직원에 대하여 징계한 사실, 피고는 위 징계절차에 징계위원으로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취업규칙은 H 소속 직원들에게 주지된 취업규칙으로서 효력이 있다.
또한 근로자는 근로관계 존속 중에는 근로계약 또는 고용계약에 따른 신의칙상의 부수의무 또는 충실의무로서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히 침해하지 않을 의무를 지게 되므로, 근로자는 그 일환으로 특별한 약정이 없더라도 근로관계 존속 중에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9279 판결 취지 참조).
따라서 피고는 H에 근무하는 동안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 따른 신의칙상 부수의무 또는 충실의무에 근거하는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원고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취업규칙을 제시하거나 이를 사내에 게시한 적도 없어 위 취업규칙은 피고에게 적용되지 않고, 설령 위 취업규칙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이는 근로자의 직업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주장한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기업경영권에 기하여 사업장에 있어서의 근로자의 복무규율이나 근로 조건의 기준을 획일적 통일적으로 정립하기 위하여 작성하는 것으로서 이는 근로기준법이 종속적 노동관계의 현실에 입각하여 실질적으로 불평등한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생활을 보호향상시키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볼 것이고(대법원 1977. 7. 26. 선고 77다355 판결 참조),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게시 또는 비치에 의한 주지의무 규정은 단속법규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대법원 2004. 2. 12. 선고 2001다63599 판결 참조), 취업규칙의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이를 사내에 게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피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재직 중 경업금지의무는 근로계약에 따른 신의칙상 부수의무 또는 충실의무로서 부담하는 것으로, 근로계약 기간 중 경업금지의무를 규정한 위 취업규칙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할 수도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원고의 손해 발생
피고가 H 재직 중에 I을 운영하며 동종 서적을 판매함으로써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에 따른 신의칙상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앞서 든 증거, 갑 제15, 27, 31, 32, 3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H 서적과 I 서적은 모두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험용 도서 등으로 일부 책은 오프라인 서점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사실, ② N, S와 같은 대표적인 온라인 서점의 검색창에 H의 ‘L’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I의 ‘M’가 세 번째로 검색되고 연관도서 추천 서비스에서도 위 책들이 나란히 연관도서로 추천되고 있는 사실, ③ 원고의 거래처가 H에 I 서적을 주문하기도 한 사실, ④ S 판매지수(S에서 집계하는 일종의 판매실적 수치로서 일 판매량, 주 판매량, 월 판매량, 년 판매량이 각 차별화된 비중으로 반영되어 합산된 점수)에 따르면 동종 서적 중 H의 ‘L’의 판매지수가 가장 높고 I의 ‘M’의 판매지수는 그보다 조금 낮으며 그 외 출판사의 동종 서적 판매지수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사실, ⑤ H의 2018년 대비 2019년 매출증가율을 살펴보면, ‘Z, AA, AB’의 경우 매출증가율이 243%에서 313%에 이르나, I의 ‘M’와 경쟁관계에 있는 ‘L, AC’의 매출증가율은 175%에서 188%에 그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원고는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로 인하여 H 서적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된다.
한편 을가 제1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이와 관련하여 피고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2021. 11. 11. ‘피고가 H가 출판한 서적의 표지 및 본문 디자인 등을 도용하였다거나 표지 디자인 등을 도용한 서적을 주식회사 W, S 주식회사 등의 총판에 납품하여 이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이루어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민사재판은 반드시 검찰의 무혐의결정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고 법원은 증거에 의한 자유심증으로 검찰의 무혐의결정 이유와 배치되는 사실인정을 할 수 있고(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21884 판결 참조), 위 증거에 의하더라도 I 서적이 H 서적의 표지 및 본문 디자인 등을 도용하였거나 도용한 서적을 납품하여 손해를 가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인데다가, 앞서 인정한 사실과 갑 제26호증의 기재에 비추어, 위 증거만으로는 앞서 인정한 사실을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경업금지의무 위반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 액수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의하여 인정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 액수로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이 사안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H 서적의 판매 감소에 따른 영업이익 상실액 상당이라 할 것인데, H 서적 또는 I 서적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책들이 이미 상당수 출판되고 있고 책의 내용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이 서적 매출에 기여하므로 I 서적의 판매량이 곧 H 서적의 판매 감소량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위반행위로 인하여 H 서적의 판매량이 얼마나 감소하였는지를 파악하기가 현저히 어려워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성질상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 을가 제13호증의 기재, 제1심 법원의 주식회사 X, S 주식회사, 주식회사 V, 주식회사 N, 주식회사 U, 주식회사 T, 주식회사 W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모두 종합하면, 피고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액은 3,0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2019. 8. 20.부터 2020. 12.경까지 I 서적의 판매대금 합계는 296,137,376원이다. 위 금액에는 피고가 H에서 퇴사한 후인 2020. 2.부터 2020. 12.경까지의 판매대금도 포함되어 있으나, 피고는 2020. 1.경 I 출판사를 설립․운영해 온 사실이 발각되어 원고와 사내 징계, I 도서 폐간 등을 논의하던 중 연락이 두절되어 2020. 1. 말경 퇴사 처리된 것이었고, 피고가 H 근무 중 H 직원으로서 한 행위와 I을 위한 행위를 구분하기 어려우며, 이때 I을 위한 행위의 효과는 H 퇴직 후에도 일정기간 동안 지속된다고 할 것이어서, 퇴사 후 발생한 위 판매대금도 원고의 손해액 산정에 참작할 수 있다.
피고는 H에 재직하면서 접근할 수 있는 H의 각종 자료와 정보 등을 I 서적 출간 및 판매에 활용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절감하였다. 한편 H 서적과 I 서적의 표지 및 본문 디자인, 번역 내용, 학습용 내용 등에 차이점도 상당하다.
2019년 귀속 경비율 고시 서적출판업(교과서 및 학습 서적 출판업)의 단순경비율은 95.6%이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경업금지의무 위반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금 3,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그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 날인 2020. 7. 15.부터 발생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중 일부가 인정되고, 설령 불법행위 또는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손해액은 3,000만 원을 초과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불법행위 또는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제2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갑 제16, 17, 3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H 근무 중 H의 거래처로부터 서적 제작에 필요한 종이를 구매하면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2018. 10. 25.부터 2020. 1. 23.까지 총 67회에 걸쳐 합계 58,014,807원 상당의 종이를 초과 주문하여 원고로 하여금 위 초과 주문한 종이대금을 지출하도록 한 사실, 피고는 그중 일부를 피고가 운영하는 출판사인 I의 서적 제작에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가 위와 같이 I의 서적 제작에 사용하기 위해 H의 서적 제작에 필요하지 않은 종이대금 58,014,806원을 지출하도록 한 것은 원고에 대한 업무상 배임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배상의 범위 및 책임의 제한
피고의 위와 같은 업무상 배임의 불법행위로 원고는 불필요한 종이대금 합계 58,014,806원을 지출하게 되었으므로, 그로 인한 원고의 손해액은 58,014,806원이다.
피고는 ‘초과 주문한 종이 중 피고가 사용하지 않은 31,268,973원 분량은 원고가 회수하여 H의 서적 제작에 사용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을가 제1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초과 주문한 종이 중 31,268,973원 분량을 회수하여 그중 일부를 H의 서적 제작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갑 제21, 3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초과 주문한 종이에는 H에서 사용하지 않는 종류의 종이가 포함되어 있고, 종이를 필요한 시기보다 미리 주문하여 상당 기간 보관할 경우 훼손가능성이 크고 그 가치가 떨어지는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앞서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31,268,973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원고가 31,268,973원 상당의 종이를 회수하고 그중 일부를 H의 서적 제작에 사용한 점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70% 상당인 4,000만 원으로 제한하기로 한다.
소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4,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 날인 2020. 7. 15.부터 발생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합계 7,000만 원 및 그중 제1심 인용금액인 26,745,833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소장 송달 다음 날인 2020. 7. 1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22. 4. 27.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이 법원의 추가 인용금액인 43,254,167원에 대하여는 위 2020. 7. 1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12. 22.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의 이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추가로 인정한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광만(재판장) 김선아 천지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