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부담한다.
이유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일부 내용을 고치거나 추가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제1심판결 3면 9행의 “갑 제1 내지 4호증”을 “갑 제1 내지 4호증, 갑 제8, 10, 11호증”으로 고쳐 쓴다.
제1심판결 6면 2행부터 9면 1행까지 부분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9, 12, 13, 16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3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참가인은 사직의 의사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사직서 제출 직전의 면담 과정
원고는 수습기간 종료일인 2019. 9. 30. 평소와 마찬가지로 출근보고와 함께 근무를 시작하였고, 당일 오후에 본사 호출을 받고 급히 상경하여 17:00경 참가인의 D 이사, E 대리와 면담을 하게 되었다.
당시 D 이사, E 대리는 원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을 권유하기에 앞서 약 1시간에 걸쳐 원고가 수습평가에서 탈락한 이유를 설명하였으나, 원고는 자신의 결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면담 내내 자신에 대한 평가결과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원고는 “(수습평가 결과를) 받아들여야 되겠지만...... 과연 참가인의 다른 직원들은 수습평가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다 갖추고 통과한 것인지. 그 점에 대하여는 제가 의문을 가지고 나갈 것 같습니다.”, “정말 다들 잘못 알고 계신 것들이 많은데.”, “분명 제가 받았던 평가를 아무도 안 받았다는 거를 저도 알고 있잖아요. 직원들도 다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런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제가 들어서 알고 있거든요?” 등으로 수습평가의 심사기준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반론을 제기하기도 하였다(갑 제3호증 참조). 이와 같이 원고는 참가인 측으로부터 수습평가 불합격 취지의 통보를 받기는 하였으나, 그에 아무런 이의를 유보하지 않고 수습평가 결과에 승복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원고는 “(참가인 회사에) 들어올 때 되게 기분이 좋았고. 면접 볼 때다 기억이 나거든요. (중략) 이번 한 달 동안 의지가 있었고. 그래서 제가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중략) 제가 스스로 한 번 검증을 해보고 싶었고, 보여드리고 싶었고.”라면서 참가인 회사 근무에 대한 미련을 직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이 사건 사직서 작성·제출의 경위
D 이사, E 대리는 원고와 면담을 하면서 수습평가 결과 및 수습평가 불합격 사유 등에 관하여 길게 설명하였을 뿐, 원고의 퇴직 방법이나 사직서 작성 여부에 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가, 면담이 시작된 지 1시간 남짓 지난 시점에 이르러 원고에게 필요한 서류작업이 있다면서 이 사건 사직서 양식과 퇴직자 체크리스트를 건네주며 그 작성을 요구하였다(갑 제3호증 27~28면 참조).
이 사건 사직서의 양식은 참가인이 미리 마련해 둔 것이고, 그 대부분의 문구는 미리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었으며, 원고는 E 대리가 불러주는 대로 인적사항, 사직일, 사직사유 등을 자필로 기재하였다.<각주1>
D 이사, E 대리는 원고로 하여금 위와 같이 이 사건 사직서 등을 작성하도록 한 다음, 행정업무를 위한 원고의 잔여 휴가일수 등을 확인하였고, 이어서 마침 원고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용 비품을 그 자리에서 반납하도록 하였다. 특히 D 이사는 “(필요한 서류작업은) 지금 여기서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옆에 있는 상태로 진행해도 되지 않아요?”라며 원고로 하여금 즉석에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하는가 하면, 원고가 “노트북은 저장된 자료를 먼저 정리하고 반납하면 안 될까요?”라고 묻자 “무슨 자료? 노트북에 개인적인 자료가 있을까 봐 그러시는 건가요? 뭐 개인적으로 삭제하거나 그런 게 필요한 거야?”, “내가 봐도 별로 의미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이거 뭐 보고 문제 될 것도 없고.”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원고의 퇴직을 곧바로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E 대리도 그에 따른 실무적 처리를 서둘러 진행하였다.
위와 같이 참가인 측은 원고에게 ①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안 외에 본계약 거부 통보를 받는 방안까지 같이 제시하면서 그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고지한 바 없고, ② 본계약 거부 통보를 받는 경우에 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는 경우에 어떠한 점이 유리한지 설명하지도 않았으며, ③ 수습평가 탈락 사유만을 상세하게 알려주고는 마침 원고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용 비품을 그 자리에서 반납하도록 안내하고, ④ 즉석에서 사직서 양식을 건네며 거기에 기재할 사직사유(‘수급기간 종료’)까지 불러주었다.
이처럼 참가인 측은 수습평가에서 불합격하면 의례적으로 사직서를 제출받는 것처럼 원고에게 사직서 작성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도 즉석에서 E 대리가 불러주는 대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였다. 참가인 측이 원고에게 사직에 응하지 않을 경우의 불이익을 경고하며 위협을 가한 바는 없더라도, 당시 쌍방의 대화내용 및 사직서 작성 요구에서부터 실제 작성에 이르기까지의 소요시간 등에 비추어, 참가인 측은 원고로 하여금 사직 여부의 선택 등에 관하여 진의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채 사직서 작성을 종용하였고, 그로 인하여 원고는 미처 사직의 진의를 형성하거나 사직의 유불리 등에 관하여 심사숙고할 겨를 없이 수동적으로 그에 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원고와 참가인의 이해관계
만약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수습기간 만료 후 본계약 체결 거부의 통보를 받기 전에 자발적인 의사로 사직을 한다면, 참가인의 해고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원고로서는 참가인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원고에 대한 수습평가 결과의 당부를 다툴 기회를 원천적으로 상실하게 된다.
이와 달리, 원고가 참가인으로부터 본계약 체결이 거부되어 퇴직하였다면 이는 비자발적인 퇴직에 해당하여 별다른 문제없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나, 이 사건 사직서가 작성·제출된 탓에 원고의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둘러싼 분쟁의 여지가 남게 되었다(참가인이 원고의 실업급여 수급을 배려할 목적으로 고용보험 상실사유를 ‘사직’이 아니라 ‘계약만료’로 신고하였더라도 그와 상충되는 이 사건 사직서가 존재하는 이상 마찬가지이다. 참가인은 실업급여 수급 면에서는 권고사직과 계약만료가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사직서의 기재만 보면 권고사직에 해당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반면, 원고가 자발적인 사직으로 인하여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참가인은 만일 원고에 대하여 본 근로계약 체결이 거부된 사실이 업계에 알려지면 재취업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참가인이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 이상 원고에게 위와 같은 어려움이 발생하리라 보기 어렵고, 이 사건처럼 원고가 공교롭게도 수습기간 만료일에 맞추어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와 원고에 대한 본계약 체결이 거부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를 비교할 때 원고가 재취업과 관련하여 겪게 될 불이익의 정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반대로, 참가인 입장에서는 원고가 자발적으로 사직할 경우, 본계약 체결 거부에 관한 서면통지의무를 이행할 필요 없이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원고가 참가인을 상대로 근로관계의 종료의 부당성을 다투더라도 ‘최소한 참가인이 원고를 일방적으로 해고한 것은 아니고,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여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다’라는 점을 내세우며 한결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다(실제로 참가인 측은 이러한 의도로 원고에게 이 사건 사직서 작성·제출을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이해득실은 원고보다는 참가인의 이익에 치중된 것이고, 그렇다면 설령 원고가 참가인 측의 수습평가 불합격 및 본계약 체결 거부 방침을 납득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로서는 구태여 참가인의 본계약 체결 거부를 기다리지 않고 자진사직의 방식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합리적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 사건 사직서 제출 이후 원고의 행동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 제출 후 당일 20:10경 F노동조합 B지회장인 G에게 전화를 걸어 ‘D 이사와 E 대리가 작성하라고 해서 경황없이 사인하고 나왔는데, 사직서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였고, G은 원고에게 즉시 E 대리에게 연락하여 사직서 제출을 철회하라고 조언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경 E 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아까 제가 정신이 없어가지고, 서명하라고 한 거 내용을 잘 모르고 했거든요. 솔직히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서명을 했어요.”,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까 일단 철회를 해주세요. 제가 내용도 모르고 서명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저는 멘탈이 완전히 나간 상태였고,”, “그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날짜를 적으라 해서 날짜를 적었고, 이름 적으라 해서 적었고.” 등으로 말하였고(갑 제10호증 참조), 이후 20:46경 두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사건 사직서는 저 스스로의 판단이 아니라 D 이사님과 E 대리님의 압력과 강요에 의해 제출한 것이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사직할 의사가 없다. 이 사건 사직서를 즉시 철회해 주시길 요청한다.”고 하였다(갑 제11호증 참조).
원고는 당일 23:00경 참가인의 H 과장과 통화하면서 “강압적이었다.”, “설명도 없이 이것저것 서명하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였고, “내가 사직을 원하는 것도 아닌데 왜 (사직서를 내야 하지)?”라고 하여 스스로 사직을 원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말하였으며, “내가 제일 억울한 게, 그 어떤 누구도 나처럼 이렇게 수습과정을 거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분명히 PPT에 다 있는데 (내 말은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내가 봤을 때는 다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밖에 안 보이는 거예요.”라며 수습평가 결과의 부당함을 토로하였고, 그 밖에 I 팀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해서 D 이사가 화가 난 것 같다거나 노조를 억압하기 위해 자신을 채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추측까지 내비치면서 이 사건 사직서 제출 요구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갑 제13호증 참조).
위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지 불과 2시간 정도 만에<각주2> 참가인에게 이 사건 사직서를 철회한다는 뜻을 밝혔고, 같은 날 참가인의 직원과 통화하면서 이 사건 사직서 작성·제출의 비자발성 및 수습평가의 부당성 등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행동은 진정한 사직의 의사로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운바, 사직의 진의를 형성하지 못한 채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사후적인 정황이다.
피고와 참가인의 반박주장 관련
피고와 참가인은, 원고의 연령, 학력, 경력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의 진정한 의미를 몰랐을 리 없고, 당시 참가인 측이 사직서 제출 외에 본계약 체결 거부 통보를 받는 방안을 언급하지 않았더라도 원고가 충분히 사직의 진의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원고가 2019. 9. 30.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스스로 사직을 고려하고 있었다거나 다른 재취업을 물색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오히려 참가인 회사에서의 근무를 간절히 희망하였다), ②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의 사직사유 란에 기재한 ‘수습기간 종료’라는 사유는 엄밀히는 자발적인 사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본계약 체결 거부’와 가까운 의미이다) 그조차도 참가인이 불러주는 대로 기재한 것인 점, ③ 원고는 박사학위 소지자이기는 하나, 나이(1983년생, 당시 36세)에 비해 직장 근무경력(대학에서의 연구기간 포함하여 3년 2개월 남짓)이 짧은 편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 측으로부터 당일 급하게 호출당하여 사직서 작성을 요구받는 상황이라면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을 것인 점, ④ 원고가 참가인 측이 불러주는 대로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문구의 일반적 의미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지만, 그 작성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과 ‘본계약 체결 거부 통보를 받는 것’ 사이의 선택 가능성 및 그 유불리까지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숙고하지는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와 참가인의 위 주장과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의 진정한 의미를 인식하고 사직의 진의를 충분히 형성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1심판결 9면 2행부터 12면 마지막 행까지 부분(나.항 부분 전부)을 삭제하고, 13면 1행의 “다.”를 “나.”로, 14면 아래에서 6행의 “라.”를 “다.”로 각 고쳐 쓴다.
제1심판결 13면 아래에서 3행부터 14면 2행까지 부분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이라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 51926 판결, 2002. 6. 14. 선고 2001두11076 판결 등 참조).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참가인은 원고의 수습기간 종료 무렵에 사직의 의사 없는 원고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으므로, 외형적으로는 참가인이 이를 제출받아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참가인이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한 본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참가인은 위 1)항에서 본 법리에 따라 원고에게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구체적·실질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할 의무가 있다.』
결론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와 참가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위광하(재판장) 홍성욱 황의동
각주1) 당시 E 대리는 원고에게 “이거 두 가지 작성해 주시면 되거든요. 이쪽에 서명하시고, 이거 뭐 둘 다 오늘 자로 쓰시면 되고. 이제 이거는 음 수습종료로 인한 퇴사라고 적어주시면 되고. 이거는 필요한 게, 저희가 이제 퇴사 이후에 급여가 나갈 거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좀 받아놓는 거예요. 그래서 개인 연락처 함께 적어주시면 되고. 날짜 오늘 자, 다음에 본인 이름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 여기는 괜찮으시고요. 됐고 이거는. 일단 이거 다 채워주시면 이거는 따로 설명드릴게요.”라고 말하였다(갑 제3호증 28면 참조).
각주2)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 작성을 요구받은 때는 2019. 9. 30. 17:00경 면담을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지난 시점이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한 시점은 18:00 이후로 추정되고, 이후 원고는 20:20경 E 대리에게 전화하여 이 사건 사직서의 철회를 요청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