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3. 12. 21. 선고 2022누59143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원회가 2021. 8. 25.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제1심 판결의 일부 인용

항소심 법원이 이 사건에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중 제2. 라의 ‘판단’ 및 제2. 마의 ‘소결론’ 부분(10면 21행부터 18면까지)을 아래 제2항과 같이 고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제1심 판결의 약어도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치는 부분

『 라. 판단

1)

인사관리지침상 퇴직사유와 보충협약 제10조에 의한 제한

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효력이 인정되는 것인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근로자에 대한 해고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제한에 위배된 해고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1다2755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가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에 명백한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를 근거규정으로 하여 이 사건 해고를 하였는데, 이 사건 해고는 단체협약·보충협약의 해고제한 규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제한을 받으므로, 먼저 이 사건 해고가 위 해고제한 규정에 위배되는 것인지를 살펴본다.

나)

원고의 인사관리지침 제34조는 퇴직을 ‘의원퇴직’, ‘정년퇴직’, ‘징계면직’, ‘당연퇴직’, ‘기타퇴직’으로 구분한 후(제34조) 제35조 내지 제39조에서 각각의 퇴직사유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원고는 그중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에 명백한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를 근거규정으로 하여 이 사건 해고를 하였다. 한편 원고의 보충협약 제10조는<1> 제한적으로 열거된 해고사유 이외에는 조합원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각호에 해고사유로 근로자의 사망(제2호), 정년 도달(제3호)과 같은 근로관계의 당연종료사유와 근로자의 사의 표명(제1호),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선고를 받았을 때(제5호) 외에 형사상의 범죄로 금고 이상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았을 시(제4호),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 또는 인사규정 위배로 인하여 인사협의회의 결의에 의할 시(제6호), 보충협약에 의하여 조합과 합의된 자(제7호)를 규정하고 있다.

퇴직사유를 규정한 원고의 인사관리지침과 보충협약 제10조의 관계를 살펴보면, 아래 표와 같이 보충협약 제10조 중 ㉠ 제1호는 인사관리지침 제35조에 규정된 의원퇴직과 대응되고, ㉡ 제2, 4, 5호는 인사관리지침 제38조에 규정된 당연퇴직과 대응되며, ㉢ 제3호는 인사관리지침 제37조에 규정된 정년퇴직과 대응되고, ㉣ 제6호는 인사관리지침 제37조에 규정된 징계면직 또는 인사관리지침 제39조에 규정된 기타퇴직과 대응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사관리지침 제39조의 기타퇴직 사유는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에 의하여 제한된다.

2)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 후문의 해석

가)

관련 법리

법률행위에 따라 작성된 처분문서에 담긴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쳐 체결하는 것이므로, 그 명문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체협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문언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문언 내용, 단체협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21두31832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1)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는 전문에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을 후문에 ‘인사규정 위배’를 해고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 전문은 ‘당해 근로자의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의 업무상 귀책사유를 요하고 있는 반면, 같은 조 제6호 후문의 ‘인사규정 위배’는 귀책사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전문과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규정 형식과 인사권 남용에 의한 자의적인 해고 등을 방지하여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보충협약 제10조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 후문의 ‘인사규정 위배’ 역시 전문의 ‘업무상 중대한 고의, 과실’과 대등한 정도로 근로관계의 계속에 장애가 되는 ‘근로자의 책임 있는 사유’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다만 그때에도 인사협의회의 결의와 같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징계면직 또는 기타퇴직의 사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한 엄격한 심사를 통해서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 후문의 ‘인사규정 위배’는 원칙적으로 당해 근로자의 인사규정 위배로서 해고의 불이익을 받는 당해 ‘근로자의 책임 있는 사유‘를 요한다고 보아야 한다.

(2)

단체협약이란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 근로조건 기타 노사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관하여 체결하는 협정이므로, 단체협약 보충협약의 해석을 통하여 ‘근로자의 책임 있는 사유’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정하기 위해서는, ㉠ 아래 표와 같이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 후문의 ‘인사규정 위배’가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기타퇴직사유와 적절히 대응되는 해고제한 사유로 위 규정이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적용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다가 ㉡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는 근로자의 행위상 귀책사유를 요구하는 징계면직,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1호의 퇴직사유와 구분하여 ‘그 밖에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라고 포괄적이고 불확정적인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점, ㉢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가 포괄적·일반적인 사유를 기타퇴직 사유 중 하나로 규정한 것은 제35조(의원퇴직), 제36조(정년퇴직), 제37조(징계면직), 제38조(당연퇴직)의 구체적 퇴직사유에는 포섭되지 않으나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최종적 퇴직사유를 상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근로자 측의 귀책사유’가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근로자의 행위상 귀책사유가 존재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고, 근로계약의 존속을 어렵게 하는 사유가 근로계약의 당사자 중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 측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경우면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3)

해고 사유 및 정당한 이유의 존부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인데(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등 참조), 갑 제4, 6, 7, 12호증, 을나 제10, 11호증의 각 기재, 항소심 증인 K의 진술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채 과정에서의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어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이 사건 공채 과정에 참가인 스스로가 직접적으로 개입한 바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참가인 측의 책임 있는 사유로 돌릴 수 있는바, 이 사건 해고는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의 ‘그 밖의 명백한 퇴직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를 이유로 한 것으로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 후문에 위반하는 것도 아니다.

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H(갑 제6호증), I(갑 제7호증), J(갑 제10호증) 등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을 종합하면, ㉠ 참가인이 이 사건 공채에서 자기소개서 점수 C를 받아 서류전형 불합격권에 해당하였던 점, ㉡ 이 사건 공채에서 서류전형 점수 미달로 불합격 대상이었으나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처리된 지원자에 참가인이 포함된 점, ㉢ 그 과정에 이 사건 공채 당시 피고 소속 인사담당 상무였던 H는 참가인의 부친인 증인 K로부터 참가인의 이 사건 공채 지원사실을 전해 듣고 채용담당자였던 당시 인사부장 I에게 참가인을 추천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에 대하여 증인 K는 항소심에서 H에게 참가인의 채용사실을 알린바 없다고 진술하였으나, ㉠ H가 수사기관에서 “2005년 기업지점장을 할 때 알게 된 거래처 사장 K의 전화가 왔는데 ‘딸이 넣었다. 금융고시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석사까지 나왔다’고 연락을 받은 사실이 있다”라고 진술하였던 점(갑 제6호증), ㉡ K의 위 진술은 K가 참가인의 원서 제출 사실을 H에게 말한 바 있다는 참가인의 주장과도 부합하지 않는 점,<2> ㉢ K의 위 진술은 부친인 K가 H에게 알리지도 않았던 참가인의 이 사건 공채 지원사실을 제3자인 H가 스스로 알고 채용을 청탁하였다는 것이어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 K는 참가인과 부녀 관계로 그 진술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증인 K의 위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3>

나)

H가 참가인의 채용을 청탁한 결과, 참가인은 이 사건 공채 당시 자기소개서 점수 C를 받아서(갑 제12호증) 서류전형 불합격권이었음에도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처리되었고, 최종적으로 이 사건 공채에 합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참가인은 H의 개입이 아니었으면 이 사건 공채에 합격할 가능성 자체가 없었으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 체결은 참가인 부친 K의 부탁에 의한 H의 청탁의 결과로 볼 수 있고, 그러한 청탁이 채용 과정에서 미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다)

원고와 같은 사기업의 공채는 사용자와 소속 근로자의 신뢰관계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과정이면서 신뢰관계 형성의 전제가 되는 과정이다. 당초 서류전형 불합격권이었던 참가인이 불공정한 과정을 통하여 원고에 채용된 것은 그 자체로 근로관계의 기초인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신뢰관계에 중대한 훼손이 있는 것이다. 비록 참가인이 입사 후 여의도기업영업본부장으로부터 타에 모범이 된다는 내용의 상장을 받았고 관련 자격증을 다수 취득하는 등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도(을나 제10, 11호증), 이 사건 공채 과정의 부정으로 인하여 발생한 심각한 신뢰관계의 훼손이 온전히 치유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참가인이 이 사건 공채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에 직접 개입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참가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친 K가 H에게 참가인의 이 사건 공채지원사실을 알림으로써 H가 채용을 청탁하게 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처럼 이 사건 공채 과정에서의 부정이 참가인 부친의 직·간접적 관여로 인하여 촉발된 이상, 설령 참가인이 직접 부정채용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사용자인 원고와의 관계에서는 이를 참가인 측의 책임 있는 사유로 볼 수 있다.

마)

원고와 같은 금융기관은 사기업이지만, 국민경제와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시장경제질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처럼 원고가 부담하는 공적·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할 것인데, 마찬가지로 공정한 채용과정의 실현은 이러한 공적 책임 실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공채 과정에서 부정청탁으로 채용 불합격권에 있었던 지원자가 채용된 사례가 밝혀짐으로써, 금융기관인 원고의 인사채용 업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리라고 기대한 사회 전반의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바) 참가인은 당초 합격할 자격을 갖추고 있지 못하였음에도 위와 같은 부정행위를 통하여 최종 합격할 수 있었던 반면, 그로 인하여 다른 합격 가능한 지원자는 불합격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 등의 경제적·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었다.

마.

소결론

1)

이 사건 공채 과정에서 참가인은 참가인 측의 부정한 청탁에 따라 채용되었고, 그 경위가 관련 형사사건 등을 통하여 밝혀짐으로써 원고와의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는 이 사건 인사관리지침 제39조 제2호에서 정한 ‘그 밖의 명백한 퇴직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 해당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유는 참가인 측의 책임 있는 사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해고는 보충협약 제10조 제6호의 해고사유 제한에도 반하지 않는다.

2)

나아가 이 사건 공채 과정의 부정채용으로 인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신뢰관계 훼손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판사 김대웅(재판장) 김상철 배상원

각주1) 위 제10조는 ‘해고’라는 제목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본인이 사의를 표명하였을 시’(제1호), ‘본인이 사망하였을 시’(제2호), ‘정년이 되었을 시’(제3호)와 같이 해고라 볼 수 없는 의원퇴직, 사망에 의한 당연퇴직, 정년퇴직에 관련된 사유가 포함되어 있어서 해고를 포함한 모든 퇴직사유를 각 호에서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각주2) 참가인은 2023. 5. 2.자 준비서면 제7쪽에서 “K는 참가인에게서 참가인이 원고은행에 지원하겠다는 얘기를 들은 직후경 H 상무가 전화를 걸어와 여러 대화를 나누던 중 대화 말미에 ‘딸이 (원서를) 넣는다고 한다’고는 하였다”라고 하였다.

각주3) 확정된 형사판결이 있는 경우 그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소송에서 그와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는 없고(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10424 판결 등 참조), 피고와 참가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관련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