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서울고등법원
제 1 3 민 사 부
판 결
| 사건 | 2023나2021045 손해배상(기) |
| 원고,항소인 | A |
| 피고,피항소인 | 대한민국 |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0. 선고 2022가단5204954 판결 |
| 변론종결 | 2023. 10. 20. |
| 판결선고 | 2023. 11. 10. |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및 항 소 취 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억 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 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각주1>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법원일반직 법원사무직렬 6급(주사) 공무원이다. 원고는 서울회생법원에서 근무 중이던 2018. 4. 21. 시행된 2018년도 법원사무관 일반승진시험에 응시하였으나 법원행정처장은 2018. 5. 31. 원고에 대하여 불합격처분을 하였다.
나. 원고는 위 불합격 처분 및 원고에 대한 2017년 하반기 근무성적평정표, 위 평정에 따른 종합승진후보자명부 등에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2019. 2. 11.경 법원행정처장 등을 상대로 그 무효 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9구합965호). 위 제1 심은 2019. 7. 19. 일부 각하(주위적 청구 및 일부 예비적 청구 부분) 및 일부 기각(나머지 예비적 청구 부분)의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항소하였으나(서울고등법원 2019누 52142호), 위 항소심은 2020. 1. 15. 일부 각하(일부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 부분) 및 일부 기각(나머지 주위적 청구 부분)의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하였으나(대법원 2020두32647호), 2020. 5. 14. 상고기각의 판결이 선고되어 위 항소심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위 심급을 통틀어서 '관련사건'이라 한다).
다. 관련사건에서의 피고들 소송수행자는 제1심 변론종결 후인 2019. 6. 28.경 사법부 인사관리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원고의 근무이력 자료화면을 캡처한 서면(갑 제1호증의 1, 원고의 얼굴사진과 1997. 4. 11.부터 2018. 7. 1.까지의 각 근무법원 및 부서 내역 등이 수록되어 있다) 등을 참고자료로 제1심 재판부에 제출하였다(법원에 접수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재판부에 직접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소송수행자는 항소심에서도 그 변론종결 후인 2019. 12. 6.경 다시 사법부 인사관리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당시까지의 원고의 근무이력 자료화면을 캡처한 서면(갑 제1호 증의 2, 원고의 얼굴 사진과 1997. 4. 11.부터 2019. 7. 1.까지의 각 근무법원 및 부서내역 등이 수록되어 있다)을 참고서면으로 법원에 접수시켜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하였다(이하, 위 각 캡처 자료에 담긴 원고의 초상과 근무이력사항을 통틀어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이하, 증거 번호에서 특별히 기재하지 않는 한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법원행정처 소속 공무원들은 관련사건 소송계속 중에 정보주체인 원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인 원고의 근무이력을 임의로 열람하고 이를 원고의 초상과 함께 캡처하여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을 각 재판부에 제출함으로써, 원고의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제3자에게 제공하여 원고의 인격권, 초상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였다.
이외에도 법원행정처 소속 공무원들은 관련사건 소송을 제기한 원고를 사찰하거나 회유 등을 할 목적으로 업무와 상관없이 원고의 학력, 근무이력, 재산,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가 담겨있는 사법부 인사관리시스템에 접속하여 원고의 신상 및 개인정보를 수회 열람 · 공유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였다.
원고는, 위와 같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법원행정처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충격 및 고통을 받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의 열람 · 제출로 인한 권리 침해 주장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 또한 그러한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 · 수집 · 보관 · 처리 · 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49933 판결 등 참조).
나) 정보주체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이미 공개한 개인정보는 공개 당시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이나 제3자 제공 등의 처리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개된 개인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아 정보주체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동의의 범위가 외부에 표시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정보주체의 공개의사에도 부합하지 아니하거니와 정보주체나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무의미한 동의절차를 밟기 위한 비용만을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 다른 한편 개인정보 보호법 제20조는 공개된 개인정보 등을 수집·처리하는 때에는 정보주체의 요구가 있으면 즉시 개인정보의 수집 출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 제37조에 따른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정보주체에게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이러한 사후통제에 의하여 보호받게 된다.
따라서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수집 · 이용 · 제공 등 처리를 할 때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보아야 하고,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리고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 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 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정보제공으로 공개의 대상 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정보제공이 정보 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 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참조).
다) 정보주체의 의사에 반하여 개인정보가 유출 또는 누설된 경우, 그로 인하여 정보주체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는 유출 또는 누설된 개인정보의 종류와 성격이 무엇인지, 개인정보의 유출 또는 누설로 정보주체를 식별할 가능성이 발생하였는지, 제3자가 유출 또는 누설된 개인정보를 열람하였는지 또는 제3자의 열람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면 제3자의 열람 가능성이 있었거나 앞으로 열람 가능성이 있는지, 유출 또는 누설된 개인정보가 어느 범위까지 확산되었는지, 개인정보의 유출 또는 누설로 추가적인 법익침해 가능성이 발생하였는지, 개인정보의 유출 또는 누설로 인한 피해 발생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어떠한 조치가 취하여졌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사건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2. 26. 선고 2011다59834, 59858, 59841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와 을 제1 내지 5, 9,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관련사건에서의 피고들 측(이하 '피고 측'이라 한다)이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을 열람 · 캡처하여 관련사건 각 재판부에 제출한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에 위반하거나 초상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위 행위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더라도,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위자료로 배상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원고의 사법부 내 근무이력은 법원 근무기간 동안 형성되어 인사발령문, 사무분담표 등에 기재됨으로써 사법부 내부 전산망(코트넷 등)을 통해 이미 사법부 내부에 공개된 자료이고, 원고의 얼굴 사진도 사법부 내부에 공개되어 사법부 구성원이라면 사법부 내부 전산망을 통해 쉽게 접근 · 검색 · 열람할 수 있는 자료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르면, 위 자료들은 이미 공개된 것이라도 원고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로서 모두 법률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에는 해당하지만, 그 개인정보는 공개 당시 정보주체인 원고가 일정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그 수집이나 제3자제공 등의 처리에 대하여 동의를 한 자료라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수집 · 이용 · 제공 등 처리를 할 때는 원고로부터 별도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고,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외에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명백하게 정보주체의 권리보다 우선하고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과 상당한 관련이 있으며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에는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그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제15조 제1항 제1호, 제2호, 제3호, 제6호),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제17조 제1항). 그리고 공공기관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면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제18조 제2항 제8호).
이러한 규정들의 취지에 비추어, 법원행정처 소속 공무원들이 관련사건 소송계속 중에 원고의 개인 정보인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을 열람 · 캡처하여 그 자료를 각 재판부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별도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열람 · 제출이 위와 같은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그 이용 · 제공이 허용되는 합리적인 이유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나)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의 장은 그 소속 공무원의 인사기록을 작성 · 유지 · 보관하여야 하고(제19조 제1항), 법원행정처장은 공무원의 인사관리를 과학화하기 위하여 공무원의 인사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관리하고 인사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할 수 있다(제19조의2 제1항). 또한 구 인사전산시스템 운용관리지침(2020. 4. 29. 행정예규 제 12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르면, 인사전산시스템이란 법관 및 법원공무원에 대한 각종 인사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이를 검색, 열람하거나 출력하여 인사 업무를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제2조 제1호), 인사전산시스템에는 법관 및 법원공무원에 대한 주요 신상정보, 근무성적평정, 재산등록(변동) 등 인사자료를 입력하되, 5급 이하 일반직 등에 대한 입력은 인력운영심의관실 소속 직원 중에서 지정받은 사람이 하고(제3조 제1항 제3호), 법원행정처장은 전국 법원의 법관 및 일반직 등에 대한 주요 신상정보, 근무성적평정, 재산등록(변동) 등 모든 인사자료를 열람하거나 출력할 수 있으며(제4조 제1호), 법원행정처 인사운영심의관 및 인력운영심의관은 전국 법원의 일반직 등에 대한 주요 신상정보 및 근무성적평정 등을 열람하거나 출력할 수 있다(제4 조 제4호).
그런데 원고는 법원행정처장을 관련사건의 피고로 삼았고, 법원행정처장은 피고 측 소송수행자로서 법원행정처 인사운영심의담당실 소속 직원 2명 및 인력운영심의 담당실 소속 직원 1명과 서울고등법원 소속 직원 4명을 지정하였다. 피고는 관련사건 소송 과정에서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이 담긴 캡처 자료를 입수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법원행정처장 및 인사운영심의관으로부터 인사전산시스템에 저장된 법원 일반직 등에 대한 신상정보를 열람 및 출력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인사운영심의담당관실 소속소송수행자의 컴퓨터에서 나온 자료로 파악된다고 진술하고 있다(피고의 2023. 2. 28.자 및 2023. 4. 3.자 각 준비서면). 이러한 관련사건의 소송당사자 및 소송수행자와 위 캡처 자료 열람 · 제출 경위를 위 규정들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위 캡처 자료 열람 ·제출이 권한 없는 자에 의하여 임의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관련사건에서 청구의 주된 내용은, 원고가 서울회생법원 근무평정위원회, 서울회생법원장, 법원행정처장, 대한민국을 상대로, 2018년도 법원사무관 일반승진시험에서 원고에 대한 불합격처분의 전제가 된 근무성적평정표, 종합승진후보자명부 등이 위법 · 부당하게 작성된 것임을 다투고, 위 불합격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며, 원고를 법원사무관으로 승진 인사발령을 하여야 함을 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관련사건은 원고의 근무평정 · 승진 등 인사에 관한 사건이므로, 원고의 소속 법원 등 근무이력을 파악하는 것은 관련사건의 소송수행이나 심리에 있어 기본 내지 기초가 되는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이미 사법부 내부 전산망에 공개되어 있는 해당 인사발령문을 제출함으로써 확인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인사 발령문은 산재되어 있어 재판부가 원고의 소속 법원 변동내역을 한눈에 용이하게 파악하는 데는 이를 일괄 정리한 근무이력이 효과적일 수 있다.
나아가 피고 측은 관련사건에서 원고의 주장을 다투면서 원고의 2017년 하반기 종합승진후보자명부상 순위가 크게 하락한 원인과 관련하여, 상대평가로 인해 원고가 종전 동일 직급의 공무원 수가 많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근무하다가 그 수가 적은 서울회생법원에 근무하게 된 것에서도 영향이 있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주장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소속 법원 변동내역이 담긴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을 제출한 것은 피고 측의 위 주장 내지 쟁점과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각주2> 더군다나 이 사건 각 근무이력에 포함된 원고에 대한 개인정보는 사법부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이미 공개된 원고의 얼굴사진, 원고의 근무이력의 내용과 다르지 않고, 원고에 대한 민감정보는 담겨있지 않다. 따라서 관련사건 심리에 필요한 자료로서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을 법원에 제출한 것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라) 민사소송절차의 변론과정에서 당사자가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나 명예에 관한 사항을 주장하고 이에 관한 증거자료를 제출함으로써 상대방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거나 명예가 훼손되었다 하더라도, 그 주장과 증명이 당사자에게 허용되는 정당한 변론활동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 아니라면 위법성이 없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6다26243 판결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측은 원고의 근무이력을 심리를 위한 기초자료 내지 그 주장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식증거로 제출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변론종결 후에 참고자료로 제출하였다고 해서 위 판단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보인다.
마) 피고 측은 관련사건에서 소송상 참고자료로 이용하기 위해 사법부 인사관리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원고의 얼굴사진과 근무이력 등을 열람 · 캡처한 다음 이를 해당 사건 재판부에 제출하였을 뿐 이를 다른 곳에 유출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법원이 보관하고 있는 소송기록은 당사자나 이해관계를 소명한 제3자에 한하여 관련 법령 및 대법원규칙에 따른 열람 · 복사 등만이 가능하고, 공익적 목적 등 일정한 목적 아래에서만 관련 법령 및 대법원규칙에 따른 열람이 가능하므로, 관련사건에서 원고에 대한 위 캡처 자료가 제출되어 그 소송기록에 편입되었더라도 해당 자료가 이해관계 없는 제3자에게 부당한 목적으로 유출될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바) 원고는 사법부 소속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사법부의 개인정보처리자에 의한이 사건 각 근무이력의 수집 · 이용 · 제공 등 처리에 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하였다. 여기에 위에서 본 개인 정보 보호법, 국가공무원법, 구 인사전산시스템 운용관리지침의 관련 규정 내용과 취지 및 관련사건의 내용과 성격, 피고 측 소송수행자가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을 열람 · 출력하여 관련사건의 참고 자료로 제공한 동기 · 목적, 경위, 결과, 이 사건 각 근무이력 자료의 관련사건과의 관련성 내지 심리상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측이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을 관련사건 각 재판부에 제공한 행위는 정보주체인 원고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로서 별도의 동의가 불필요하거나, 관련사건의 수행 · 심리상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의 행위로서 위에서 본 개인정보 보호법의 규정 취지 아래에서의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의 열람 · 출력으로 인해 원고의 주관적인 명예(인격적) 감정이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이 일부 훼손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사회통념 및 경험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그로 인해 원고에게 위자료로 배상해야 할 만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사찰 등 목적으로 원고의 개인정보를 열람 등 하였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과 그 제출 증거만으로는 법원행정처 소속 공무원들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사찰 · 회유 등 부당한 목적으로 사법부 인사관리시스템에 있는 원고의 인사정보를 조회 · 열람하거나 이를 제3 자에게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문광섭(재판장) 정문경 이준현
각주1: 원고는 제1심에서 위자료 3억 원을 청구하였으나 1억 원에 대하여만 항소하였다. 각주2: 원고는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다가 서울회생법원에 근무하게 된 것이 승진후보자 순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사건 각 근무이력은 원고를 패소시키는데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원고의 2023. 10.19.자준비서면)는 취지의 다소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설령 서울회생법원 근무이력이 승진후보자 순위를 떨어 뜨리는 요소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수의 차이가 나는 근무지의 변경이 승진후보자 순위의변경을 불러올 수 있다는 피고 측의 주장이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피고 측이 이 사건 각근무이력을 제출한 것이 원고의 주장처럼 원고의 인격권 등 권리만을 침해하고 피고 측에게 아무런 법적 이익이없다고 볼 수는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