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5. 29. 선고 2023나847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이 부분 판결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중 “1. 인정사실” 부분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원고 주장의 요지(청구원인)

가.

원고는 H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피고의 지휘·명령을 받아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였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자 파견관계가 성립하였다. 피고는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9. 4. 30. 법률 제16413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이라 한다) 제6조2 제1항 제5호에 따라 원고의 파견근무 시작일인 2013. 5. 10. 원고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므로 원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나.

설령 위와 같이 발생한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이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소멸하였다고 보더라도, 회생절차종결일인 2015. 3. 6.경 새롭게 행사할 수 있는 직접고용청구권을 근거로 하여 피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를 한다.<1>

3.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갖는 직접고용청구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18조 제1호가 정한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으로서 회생채권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고가 회생절차에서 이를 신고한 바 없으므로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피고에 대한 회생계획인가결정으로 인하여 실권되었다.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판단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의 회생채권은 ‘재산상의 청구권’을 전제로 하는데, 재산상의 청구권이 금전채권에 한정되지는 않지만, 금전으로 평가할 수 있고 회생채무자의 재산감소에 직결되는 것이어야 한다.

파견법에 따라 인정되는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파견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사용사업주와의 직접근로관계를 성립시키는 형성권이 아니라, 사용사업주에게 부과된 직접고용의무의 이행 차원에서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직접고용의 의사표시 또는 근로계약 체결의 청약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할 수 있는 청구권의 성질을 갖는다. 이는 그 자체로는 금전으로 평가할 여지가 없고 회생채무자의 재산감소에 직결되는 권리라고 보기도 어렵다(다만 직접고용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내지 직접고용청구권의 이행 결과 성립된 근로관계에 기한 임금채권이 재산상의 청구권에 해당할 뿐이다).

결 당시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하는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이고, 직접고용의무 발생 시점을 달리하여 한 원고의 주장은 고용의 의사표시 청구의 근거가 되는 공격방어방법을 예비적으로 추가하는 것에 불과할 뿐 새로운 청구의 추가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직접고용청구권이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1호의 회생채권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원고의 근로기간 동안 피고와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여부

이 부분 판결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중 8쪽 2행부터 25쪽 10행까지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5.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 인정 여부

가.

2013. 5. 10.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 주장에 관한 판단

1)

직접고용청구권의 발생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H에 고용된 2013. 5. 10.부터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는데, H은 근로자파견사업에 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에 파견근무를 시작한 2013. 5. 10.경부터 구 파견법 제7조 제1항, 제3항,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2)

직접고용청구권 소멸 항변에 관한 판단

가)

관련법리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은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같은 조 제1항의 사용사업주의 직접 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파견법 시행령(2019. 10. 29. 대통령령 제301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견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2조의2는 구 임금채권보장법(2021. 4. 13. 법률 제1804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각 호가 정한 사용사업주에 대한 파산선고, 회생절차개시결정 및 미지급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일정한 경우를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 규정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구 파견법이 이처럼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보호를 위하여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위와 같은 직접고용의무의 예외규정을 둔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용사업주에 대하여도 일반적인 경우와 동일하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사업의 효율적 회생을 어렵게 하여 결과적으로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책적 고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처럼 예외규정을 둔 입법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면,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 따라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은 후에는 직접고용청구권은 발생하지 않고,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직접고용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만, 사용사업주의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파견근로자는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나)

판단

(1)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기 전인 2013. 5. 10. 발생하였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은 구 파견법령에 따라 피고의 직접고용의무를 배제하는 정당한 이유가 되므로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은 2013. 10. 17.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소멸하였다. 따라서 직접고용 청구권의 소멸을 주장하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고,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기 전에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근거로 한 원고의 고용의사표시 청구는 이유 없다.<2>

(2)

원고는,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로서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 의하여 회생절차 진행 중 그 행사가 저지될 뿐이므로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가 종결되면 이전에 발생하였던 직접고용청구권을 다시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적용에 관한 예외사유로 정한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 및 구 파견법 시행령 제2조의2의 입법 목적과 취지, 회생절차개시결정 이후 파견근로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으나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2항에 따라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 근로자들과의 형평, 기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고자 하는 회생절차의 취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한 근로자의 직접고용청구권이 단지 그 행사만 정지되었다가 회생절차 종결 후 다시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우며, 그 직접고용청구권은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나)

사용사업주에 대한 회생절차는,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사용사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고, 회생절차개시 당시의 고용상황 등을 반영한 회생계획안이 마련되고 실행되어 회생절차의 종결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회생절차의 종결 당시 이미 사용사업주와의 파견 근로관계가 종료된 근로자들이 회생절차개시결정 전에 발생하였던 직접고용청구권을 근거로 하여 사용사업주에게 다시 직접고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면, 회생절차로 인하여 얻고자 하는 기업의 효율적인 회생이라는 목적과 채권자들 및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들과의 관계에서 절차의 안정성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회생절차종결 당시에도 파견근로관계가 계속된 근로자들이 그때부터 새로 발생한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다)

원고는,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청구권이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종국적으로 소멸한다고 볼 경우, 사용사업주가 회생절차종결 전에 불법파견관계를 임의로 종료시킴으로써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청구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므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구 파견법은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보호를 위하여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면서도 파탄에 직면한 사용사업주의 효율적 회생을 위한 정책적 고려에서 그 의무에 관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규정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원고 주장과 같은 사정들을 들어 앞서 본 법령의 해석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파견관계의 종료와 관련하여 사용사업주의 불법행위가 있다면 직접 고용청구권이 아닌 다른 법리에 따른 권리구제를 검토할 수 있을 뿐이다).

나.

2015. 3. 6. 직접고용청구권을 새롭게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고와 피고 사이의 파견근로관계가 2015. 1. 31. 종료되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구 파견법에 따라 발생하는 직접고용청구권은 사용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파견근로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가 종결된 2015. 3. 6.경 원고와 피고 사이에 파견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므로 위 날에 새롭게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였다거나 종결일 기준으로 직접고용청구권을 다시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고는, 2015. 1. 31.경 부당하게 사직하게 됨으로써 피고에게 근로를 계속 제공할 수 없게 되었고, 이러한 사정이 없었더라면 원고는 2015. 3. 6. 회생절차 종결결정 이후에도 계속 근로를 제공할 수 있었으므로 2015. 3. 6.경 새롭게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직접고용청구권은 사용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파견관계가 인정될 때 구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5. 3. 6.경 파견근로관계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이상,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가 그 전에 부당하게 해고되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3> 그러한 사정만으로 권리발생의 근거가 되는 ‘파견관계’를 의제하여 직접 고용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원고는,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스스로 사직을 하였더라도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법리(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19072 판결 참조)를 들어 원고에게 직접고용청구권이 인정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사직하기 전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은 이미 피고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인하여 소멸하였으므로, 직접고용청구권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파견근로가 단절된 경우 해당 근로자가 여전히 직접고용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법리를 밝힌 위 판례를 근거로 이 사건에서 원고의 직접고용청구권이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가 피고와 H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였으므로 피고의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주장도 한다. 그러나 직접고용청구권은 구 파견법에 의하여 발생하는 권리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에 따라 발생하는 법률관계와는 그 청구의 근거와 요건을 달리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을 근거로 원고에게 직접고용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6.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민지현(재판장) 김찬년 류의준

각주1) 원고는 환송 후 당심에서 위 주장을 추가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주장이 청구변경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청구의 추가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의 소송물은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변론종

각주2) 피고의 위 항변을 받아들이므로, 직접고용청구권의 포기, 상사소멸시효의 완성, 실효의 원칙 내지 신의칙 위반 등을 주장하는 피고의 나머지 항변에 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각주3) H은 피고와의 도급계약이 2015. 2. 28.자로 해지됨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을 해고하였는데, 원고는 이미 그 전에 퇴직하였고, 원고가 부당하게 해고되었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